-
부산지역 아파트 경비노동자 10명 중 7명은 3개월 이하 초단기 계약으로 인한 고용불안에 시달리고 있다.부산노동권익센터가 2021년 부산지역 16개 전체 구의 아파트 경비원 611명을 설문조사 한 결과, 이들은 다른 지역보다 더 짧은 근로계약을 맺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근로계약 기간은 3개월이 68.5%로 가장 많았다. 4~6개월 20.4%, 1개월 3.0%가 뒤를 이었다. 한국비정규직노동센터가 2019년 전국 아파트 경비원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3개월 근로계약의 비율이 21.7%였던 것에 비해 더 나빠졌다. 조사 기간에 따른 차이는 있겠지만 통상적으로 근로계약 기간이 1~2년임을 감안하면 경비노동자 계약기간은 매우 짧은 셈이다. 3개월마다 고용이 결정되다 보니 아파트 경비노동자들은 경비 업무 이외에 다른 업무를 시켜도 이를 마다할 엄두를 못 낸다. ‘민원’은 계약 해지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부산노동권익센터 설문조사에 따르면 부산지역 아파트 경비노동자들은 본연의 방범·안전 업무 외 수행하고 있는 업무가 7가지 이상이었다. 설문조사(복수응답)에 참여한 611명의 경비노동자는 주차관리(564명), 택배 관리(498명), 주변 청소 및 제설(48
한국언론진흥재단 지원 기획
박진현 부산노동권익센터 연구위원
호수 1285
2022.10.18 09:00
-
“우리는 ‘경비 주제에’ 소리를 들어도 재계약이 안될까 봐 참을 수밖에 없어요. 경비원을 향한 입주민 갑질의 근원은 단기근로계약입니다.” 최근 기자와 만난 서울 서대문구 한 아파트의 A경비원은 한 입주민으로부터 인격 모독적인 말을 듣던 날을 떠올렸다. 입주민 B씨는 어린 자녀와 함께 지나가던 중 A씨를 가리키며 “너 공부 안 하면 저 아저씨처럼 된다”고 말했다. A경비원은 화를 꾹 참고 못 들은 척했다. 재계약 시점이 얼마 남지 않은 시점에 입주민과 실랑이를 벌였다가는 불이익을 받을까 두려워서였다. 그는 이런 식으로 입주민의 부당한 대우도 참아가며 일했지만 3개월 계약만기 후 결국 아파트를 떠나야 했다.경비원 12년 차인 A씨는 “그동안 8개 단지에서 일했는데 5개 단지에서 단기계약을 경험했다”고 말했다. 올해 4월부터 근무하고 있는 단지에서도 3개월짜리 계약서를 두 번 작성했다고 한다. A씨는 “최근 2년 사이에 단기근로계약이 부쩍 많아졌다”며 “고용이 안정돼야 경비원의 인권이 향상될 수 있다”고 호소했다. 최근 경비노동자에 대한 단기근로계약을 반복하는 관행이 전국적으로 확대되고 있다. 2019년 말 서울노동권익센터가 전국 15개 지역의 경비노동자를 대상으
한국언론진흥재단 지원 기획
김경민 기자
호수 1285
2022.10.17 16:00
-
나는 2년 전 부산의 한 대규모 단지에 경비로 배치됐다. 이 아파트는 입주민들이 착하고 경비미화원들과 유대관계도 좋았다. 조금 힘들지만 경비라는 직업도 해볼 만하다 생각하고 성실히 근무했다. 그러나 지난해 L씨가 입주자대표회의 회장에 당선된 때부터 이 아파트 경비·미화원과 관리직원들이 상처 받는 일이 생기기 시작했다. 회장은 깐깐하고 괴팍한 성격으로 소문났는데 1년 동안 관리사무소장이 4번, 관리과장이 1번 바뀌었다. 직원 일부도 수시로 바뀌었다. 가끔 관리사무소를 들어가면 직원들의 표정이 항상 굳어 있고 웃음기 없는 분위기가 느껴졌다.회장 L씨는 유독 주차단속에 신경을 많이 썼다. 주차단속에 관해 경비원들에게 갖가지 트집을 잡아 못살게 굴었다. 언젠가 회장이 밤중에 불시에 경비반장을 불러 강력 본드 스티커를 지참해 지하주차장으로 내려오게 했다. 그는 직접 손전등을 비추면서 차량 등록증이 붙어있지 않는 등 주차위반을 한 차량을 찾아내 반장에게 “스티커를 꾹꾹 눌러 붙이라”고 지시했다. 이렇게 지하주차장을 돌면서 붙인 불법 주차 스티커는 70~80장 정도였다.이튿날 입주민들로부터 항의가 빗발치며 난리가 났다. 회장은 문제가 되면 관리사무소로 연락하라고 했다.
한국언론진흥재단 지원 기획
부산 모 아파트 전 경비원 K씨
호수 1284
2022.10.12 09:20
-
지난 7월 초 밤 근무를 끝내고 자고 있는데 승강기 비상벨이 울렸다. 수화기를 들고 몇 층이냐고 묻자 “나는 승강기에 갇혀있는데 몇 층인지 모른다”면서 온갖 욕설을 하기 시작했다. “잠깐 기다려”라는 그의 말을 끝으로 통화가 중단됐다. 그런데 잠시 후 승강기 쪽에서 누군가 튀어나오며 발로 내 가슴을 차는 것이 아닌가. 나는 무방비 상태로 뒤쪽 벽으로 넘어졌다. 그는 뒷짐을 지고 큰소리로 욕설을 하며 나를 추궁했다. 왜 승강기 문이 열리지 않느냐는 것이었다.나이 70세가 되기까지 이런 일을 처음 겪은 나는 충격과 참담함에 이루 말로 다할 수 없었다. 당장 경찰서에 뛰어갈까 생각했지만 전체적인 상황을 알아본 뒤 조치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전 6시경 퇴근하기 전에 입주민의 발길질 장면이 담긴 CCTV를 확인했다. 승강기 문은 이상이 없었다. 관리사무소장이 휴가라 과장에게 보고했더니 이건 그대로 지나칠 일이 아니라며 분개했다. 과장의 조언대로 근처 정형외과에 가서 진단서를 받아 경찰서 형사계에 가서 사실대로 설명했다. 이날 관리사무소 CCTV 담당자는 내 허락도 없이 동영상을 모 방송사에 보냈다.오후에 가해자로부터 전화가 왔다. 그는 당시 술에 취했다면서
한국언론진흥재단 지원 기획
서울 모 아파트 경비원 J씨
호수 1284
2022.10.11 16:00
-
공동주택의 경비원은 아무렇게나 대해도 되는 걸까. 10만 명에 달하는 아파트 경비종사자의 평균 연령은 60대 후반. 인생 후반부에 여전히 한 가정의 경제를 끌고 가는 어르신들이다. 이들에 대한 갑질 문제는 하루 이틀이 아니었고 아직도 곳곳에서 현재 진행형이다. 3, 6개월짜리 단기 근로계약을 강요당하는 고용 현장에서 갑질의 양태, 휴게실 환경, 근무시간과 보수 등을 시리즈로 취재, 보도한다. 또 경비업법을 반영해 경비업무를 제한한 결과 아파트 관리비가 오를 것을 우려한 나머지 경비원을 해고하는 등 부작용을 낳는 현장도 들여다본다. 아파트 경비원에 대한 갑질은 그 양상이 다양하고 끊이질 않는다. 지난 여름 술 취한 입주민이 승강기에서 나와 다짜고짜 경비원에게 발길질하는 장면이 공개돼 많은 사람의 공분을 샀다. 그 이후 폭행자와 해당 경비원 및 입주민들은 어떻게 됐을까. 최근 만난 당사자 A 경비원(69)은 “내가 가해자를 용서한 덕인지 현재 입주민들과 관계가 더 좋아졌다”며 “경비업무에 만족스럽다”고 전했다. 그는 “갑질은 창피한 일이란 걸 알아야 한다”고 덧붙였다.올봄 부산의 한 아파트 경비미화원 20여 명이 아파트 입구에서 입주자대표회의 회장의 갑질과 해고
한국언론진흥재단 지원 기획
김상호 기자
호수 1284
2022.10.11 08:11
-
꽃사과 나무의 열매에 붉은 기가 살짝 돌기 시작했다. 추석도 지나고 그 험한 태풍도 잘 넘겼으니 이제 제대로 익는 일만 남았다. 일이년 사이에 키를 늘인 가느다란 가지에 마치 물방울처럼 오종종종 매달린 열매들이 경쾌하다. 힘든 고비를 잘 넘겼으니 ‘나 대견하지?’ 하는 표정이다. 그 표정에 무한한 긍정의 얼굴로 답을 해 본다. 역대급 초강력 태풍이란 수식어를 달고, 시시각각 올라오는 힌남노의 경로를 확인하며 태풍과의 일전을 준비했었다. 태풍의 길목에서 아파트 관리사무소장을 하는 이에게 주어진 숙명 같은 것이다. 태풍대비 매뉴얼은 이미 체화된 지 오래여서 어렵지 않게 대비를 마쳤다. 변수만 없다면 괜찮다 생각하지만 불안한 마음이 없는 건 아니었다. 그 낮도깨비 같은 변수가 어디서 어떻게 튀어나올지 모르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나는 참 많이 느긋해졌다. 돌이켜보면 이렇게 태풍이라는 것에 마음을 졸이고 태풍이 지나고 나서 남아 있는 것들과 시선을 맞추며 살아온 지도 벌써 이십여 년이 넘었다. 이립(而立), 뜻을 세우는 나이 삼십대 초반에 주택관리사의 길로 들어서서 지천명(知天命), 하늘이 내게 내려주신 뜻을 알 나이, 오십이 되고도 대여섯 해가 지났다. 내가
한국언론진흥재단 지원 기획
김연미 관리사무소장 / 제주 화북1아파트
호수 1282
2022.09.30 16:00
-
10여 년 전 국토해양부(현 국토교통부)에서 공동주택관리 정책 업무를 담당하고 있을 때의 일이다. 퇴직한 차관급 공무원과 국회의원 보좌관, 세미 골프 프로가 각각 인생 이모작으로 아파트 관리사무소장을 하고 싶다는 연락을 해왔다. 그 당시 공동주택 관리를 담당했던 책임자로서 나는 관리 현장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민원 등을 접하고 있었다. 그래서 그분들이 소장으로 근무한다 해도 현실이 만만치 않으리라 생각돼 걱정이 앞섰다. 그들의 당찬 각오를 반신반의하며 주택관리업체에 연결해줬던 기억이 난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나의 기우였다. 그분들은 현재 70세 전후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누구보다 열정적으로 근무하고 있다. 그분들과 가끔 통화해보면 단지마다 애로사항은 있다. 어떤 아파트는 세월이 흘러 노후화됐는데, 아파트를 앞으로 어떻게 가꿔나갈지를 두고 어떤 입주민은 리모델링을 주장하고 어떤 입주민은 재건축을 주장한다고 한다. 소장으로서 어느 한쪽의 편을 들기가 어려워 애를 먹기도 한다는 이야기였다.어떤 아파트는 재건축을 염두에 두고 각종 배관설비 등을 제때 교체하지 않아 녹물이 나오고, 엘리베이터 고장이 잦아 관리비가 더 많이 나왔다고 한다. 또 일부 동대표는 소장을 부하직원
한국언론진흥재단 지원 기획
김용환
호수 1282
2022.09.29 16:00
-
최근 태풍과 폭우가 잇따르면서 지하 침수를 막을 수 있는 설비로 알려진 차수판이 주목을 받고 있다. 아파트 입주민 사이에는 “우리 아파트에도 치수판을 설치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모 아파트 커뮤니티에는 “관리사무소에 차수판 설치를 건의하자”는 글도 올라왔다.차수판 업계는 갑자기 바빠졌다. 그간 차수판 등 물막이 설비에 관심을 갖는 아파트가 거의 없었지만 올해 8월 이후 아파트들로부터 문의가 급증했기 때문. 차수판 설계·시공업체 힘찬테크는 “아파트의 설치 문의가 너무 많아 일일이 상담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업체 ㈜도래샘은 이달에만 20여 곳의 아파트와 차수판 설치 계약을 체결했다. 오달성 대표는 “지난 8월 이후 아파트의 차수판 설치 문의 수는 체감상 평소보다 80% 넘게 증가했다”며 “2011년 차수판 사업을 시작한 이래 아파트에서 이렇게 관심을 많이 가진 경우는 처음”이라고 놀라움을 표현했다. 차수판은 △수동 차수판(지주식·무지주식) △자동 차수판(하강식, 바닥 상승식) 등 다양한 조작 유형이 있다. 아파트에는 주로 수동 지주식 차수판이 보급돼 있다. 평상시에는 차수판을 빼 근처에 보관하다가 집중호우 시
2022년 기획
고경희 기자
호수 1282
2022.09.26 15:57
-
태풍 피해를 계기로 아파트 차수판에 관심이 몰리고 있지만 정작 공동주택의 절반은 차수판 설치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공동주택 관리사무소장들은 정부 방침에 따라 차수판을 설치하려 할 때 비용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차수판 설치를 추진할 때 어떤 문제가 따를 것으로 보십니까. 국토교통부와 대한주택관리사협회가 전국 주택관리사(관리사무소장)를 대상으로 공동주택 물막이설비(차수판, 차수문) 설치현황을 조사한 결과 응답자 3500여 명 중 7.1%만이 ‘단지 내 물막이설비가 설치돼 있다’고 답했다. 설치된 물막이 설비는 차수판(117명)이 가장 많았고 이어 수동식 차수문(49명), 자동, 유압식 차수문(28명) 순이었다. ‘기타 설비’가 설치돼 있다는 응답자는 56명이었다.이와 별도로 한국아파트신문이 22일까지 주택관리사 패널 119명을 대상으로 공동주택 차수판 설치현황을 알아본 결과 ‘설치했다’는 응답은 8명(6.7%)에 그쳤다. 국토부 조사 결과와 비슷한 수치다.소장들은 차수판 설치 이유를 묻는 질문에 ‘공동주택 건설 때 설치’(54.5%), ‘주변보다 지대가 낮아 침수 우려가 커서’(27.3%) 등으로 답했다. ‘하천, 바
2022년 기획
고경희 기자
호수 1282
2022.09.26 15:56
-
정부는 기축 공동주택에 장기수선충당금 등을 활용해 차수판 등 물막이 설비를 설치하도록 할 방침이지만 아파트와 관련업계는 “쉽지 않다”는 반응을 보였다. 또 주변에 하천이 없고 지대가 높아 침수 우려가 없는 아파트까지 차수판을 설치할 필요는 없다는 지적도 나왔다.개정된 건축물의 설비기준 등에 관한 규칙에 따라 2012년 4월 이후에 건축허가를 받은 공동주택은 준공 시부터 차수판이 설치돼 있다. 문제는 개정 규칙 시행 전에 건축 허가된 공동주택이다. 기축 아파트는 입주민이 물막이 설비 설치를 건의해도 입주자대표회의 의결 등 절차가 까다롭고 적게는 200만 원에서 많게는 1000만 원 이상의 예산을 갑자기 추가하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장충금을 사용하려면 먼저 장기수선계획부터 세워야 해 과정은 더 길어진다.관리 현장은 현재 장충금도 넉넉하지 않은데 차수판까지 챙기기가 어렵다는 반응이다. 일부 아파트 관리사무소장은 “꼭 모든 아파트에 차수판을 설치해야 하냐”는 의문을 던졌다. 일부 지역에 재해가 발생했다고 해서 모든 공동주택에 일괄적으로 차수판 설치 의무를 부여하려는 제도는 탁상공론이라는 입장이다. 이들은 “전문가의 진단과 위험도 평가를 거쳐 상습침수 우려 단지에
2022년 기획
고경희 기자
호수 1282
2022.09.26 15:55
-
‘평생직장’은 가고 ‘평생 직업의 시대’가 오면서 정년 없이 일할 수 있는 주택관리사가 중장년층의 매력적인 일자리로 주목받고 있다. 현재까지 배출된 주택관리사는 6만2000여 명. 올해 11월 새롭게 1600명의 주택관리사가 배출될 예정이다. 안정적이고 전망 좋은 일자리를 선호하는 것은 중장년층만이 아니다. 20~30대 청년들도 마찬가지여서 일찌감치 주택관리사에 도전하는 청년이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빛이 있다면 그림자도 있기 마련. 일부는 “주택관리사는 장점도 많지만 고용 불안정, 입주민 갑질 등 고충도 많다”고 토로한다. 본지는 대한주택관리사협회와 함께 주택관리사들의 근무실태와 만족도를 알아보기 위해 지난달 전국 주택관리사 413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주택관리사들이 임금, 근무 환경 등을 종합적으로 만족도를 평가한 결과 ‘만족’은 29.3%(매우 만족 2.4% 포함), ‘불만족’은 29.4%(매우 불만족 6.1% 포함)로 비슷했다. ‘보통’은 41.3%였다. 경북, 제주소재 주택관리사들은 만족에 응답한 비율이 각각 46.2%, 60%로 다른 지역보다 특히 높았다. 응답자의 절반인 50%가 ‘정년 없음’을 가장 만족하는 조건으로 꼽았다. 만족하
한국언론진흥재단 지원 기획
김경민 기자
호수 1282
2022.09.26 08:45
-
“처음 봤을 때 너무 앳돼 보여서 깜짝 놀랐어요.” “관리사무소장님인지 일반 직원인지 구분이 안 됐어요.” 인천 연수구 희영무지개아파트의 입주민들은 처음 관리사무소를 찾을 때 적잖이 당황한다. 관리사무소장이 어엿하게 자리에 앉아 있지만 “소장님은 어디 가셨느냐”고 찾는 일도 다반사다. 27세 관리소장 생애 첫 직장7급공무원 진출 꿈도 꿔요일처리 빨라 입주민에 인기이 아파트의 김명준(27) 관리사무소장은 “처음 만나는 입주민들은 제게 몇 번이고 소장이 맞느냐고 확인한다”며 “대답을 듣고 나면 다들 의아하다는 표정을 짓는다”며 웃었다. 김 소장은 대학에서 세무회계를 전공한 뒤 회계 관련 직종을 찾다가 주택관리사에 관심을 가졌다. 지난해 24기 주택관리사보에 합격하고 12월에 바로 부임한 김 소장은 이곳이 생애 첫 직장이다. 이 아파트 입주민 이경국(75) 씨는 “처음에는 나이가 너무 어리지 않나 싶었는데 젊은 소장님이라 역시 활동적”이라며 “일이 생길 때마다 처리가 빨라서 나이 든 사람 입장에서는 항상 고맙게 생각한다”고 말했다.다수의 주택관리사가 정년퇴직 후 아파트를 새로운 일자리로 선택하는 것을 감안하면 김 소장의 행보는 이례적이다. 김 소장은 “친구들이 처
한국언론진흥재단 지원 기획
김경민 기자
호수 1281
2022.09.21 09:17
-
아파트 관리종사자의 근무환경 개선을 위한 제도 개선 노력과 캠페인 등 범사회적 논의가 이어지고 있다. 어떤 아파트는 장기적 과제로 보이는 ‘행복한 일터’ 조성을 공동체로 풀어내 주목을 받는다.광주 첨단금호어울림더테라스아파트는 2019년부터 매년 관리직원, 경비원, 미화원을 위한 ‘천원의 행복’ 모금행사를 열고 있다. 입주민들이 직원들의 수고에 감사를 전하기 위해 1000원씩 자발적으로 모아 직원들에게 방한용품 등의 선물을 제공한다. 입주민들은 부당한 업무 지시와 갑질을 없애는 대신 쾌적한 휴게공간을 마련하고 택배업무 부담을 줄이기 위한 무인택배함 설치, 전기 오토바이 제공 등 ‘일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었다.이 아파트는 관리종사자와 입주민 간 소통과 상생 노력이 인정돼 광주시로부터 ‘2021년 인권 우수실천 단지’로 선정됐다. 최호승 입주자대표회의 회장은 “관리주체, 관리종사자가 행복해야 입주민이 행복하다는 신념을 갖고 앞으로도 끊임없이 노력하겠다”는 소감을 남겼다. 지난해 경기 안양시 인덕원대림2차아파트에 거주한 입주민이 이사를 가기 전 관리사무소에 “그동안 아파트를 잘 관리해줘 감사하다”는 편지와 함께 한라봉을 선물해 훈훈함을 더했다. 이 입주민은 이전부
한국언론진흥재단 지원 기획
고경희 기자
호수 1281
2022.09.21 09:00
-
한국에 아파트가 있다면 일본에는 맨션이 있다. 아파트와 유사한 주택 유형인 맨션은 1968년 5만여 호에 불과했으나 2021년 약 686만 호로 53년 만에 무려 130배로 늘어났다. 현재는 인구 약 1억2600만 명의 12%인 1520만 명이 맨션에 산다. 맨션 거주 비율은 10년 전에도 11%대로 그간 큰 변화가 없었다. 지난해 아파트 거주 비율이 63.5%에 이르는 한국과는 확연히 다르다.한국은 300세대 이상 등 의무관리 아파트에는 주택관리사를 반드시 채용해야 한다. 일본은 법적 채용 의무는 없으나 맨션 관리를 위해 국가에서 시행하는 주거 관리 전문자격 제도를 두고 있다. 2001년에 도입된 관리업무주임자와 맨션관리사다. 자격 제도화가 한국보다 11년 늦었다. 관리업무주임자는 관리회사 소속 직원맨션 관리업자가 맨션의 구분소유자로 구성된 관리조합 등과 관리위탁 계약을 체결할 때 필요한 국가자격증이 관리업무주임자다. 이 자격증이 한국의 주택관리사 자격증과 비슷하다. 이이지마타다시(飯島正) 전 국토교통성 주택국 맨션관리대책실장은 한 보고서에서 “일본에서는 관리조합이 관리에 대한 책임을 지는데, 관리조합이 맨션을 직접 관리하기 힘든 경우 전체 또는 일부에 대
한국언론진흥재단 지원 기획
김지혜 기자
호수 1281
2022.09.18 09:02
-
‘중장년층에 어울리는 자격증’ 주택관리사 1, 2차 시험에 합격하면 대한주택관리사협회(협회장 이선미)에 가입할 수 있다. 협회는 어떤 일을 하고 있을까. 우선 한국 주택관리의 역사를 살펴보자.아파트 건설이 붐을 이루기 직전인 1980년대까지는 약간의 기술이나 관리지식만 있으면 누구나 아파트 관리사무소장이 될 수 있었다. 한때는 퇴역한 군 장교들의 사회진출 일자리로 인기를 끌었다.주택관리사 1회 출신인 전종기 씨는 제도 도입 전인 1980년대부터 아파트 기술책임자로 근무했다. 전 씨는 “자격제도가 생기기 전에는 지식이나 자질을 따지지 않고 소장들이 근무했다”면서 “그러다 보니 전문성과 통일성이 떨어져 자의적인 일처리가 늘어나고, 관리비 부과와 집행에 투명성이 보장되지 않았다”고 회고했다. 전 씨는 또 “아파트 관리에 정부의 손길이 미치지 못했으며, 주민대표가 소장을 통제하지 못하는 일이 잦았다”면서 “이런 일들이 사회문제화하면서 아파트 관리에 공적관리의 개념이 도입돼야 한다는 여론이 제기됐다”고 말했다. 이것이 주택관리사 제도 탄생의 계기가 됐다는 것.흔히 모든 아파트에는 관리사무소가 있고, 여기서 일하는 관리사무소장이 모두 주택관리사 자격을 가진 것으로 생각
한국언론진흥재단 지원 기획
이경석 기자
호수 1280
2022.09.14 09:01
-
‘전망이 밝다’는 평가를 듣는 주택관리사들에게도 크고 작은 어려움이 있다. 그중 첫손에 꼽히는 문제가 주택관리사 수가 너무 많다는 점이다. 현재까지 배출된 자격자는 6만2000여 명인데 의무관리 단지 수는 1만8000개 정도에 불과하다. 산술적으로 3.4대 1 이상의 경쟁률을 뚫어야만 취업이 가능한 구조다. 게다가 신규합격자는 기존의 누적된 대기자와 경쟁해야 한다. 취업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는 이유다.주택관리사 자격증은 오로지 관리사무소장이 되기 위한 것이다. 다른 자격은 취업과 개업을 선택할 수 있지만 이 자격증은 그렇지 못하다. 주택관리사들은 정부가 이런 특성과 한계를 감안해 배출자 수를 조절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몇 년을 준비해 어렵사리 자격시험에 합격했는데, 취업률이 30%에도 미치지 못하는 현실이 심각한 부작용을 낳는다는 것이다.서울의 아파트 단지에서 근무 중인 한 관리사무소장은 “일자리는 한정됐는데 합격자가 계속 쏟아져 나오니 경쟁이 격화될 수밖에 없고, 여기에서 취업비리가 발생한다”고 지적한다. 그는 “이런 일이 지속되면 소신 있게 본연의 업무에 충실하기보다 자리보전에 급급하게 돼 관리의 질이 하락할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이뿐만이 아니다.
한국언론진흥재단 지원 기획
이경석 기자
호수 1280
2022.09.14 09:00
-
언론진흥재단 지원 기획백세시대가 되면서 ‘평생직장’이라는 말도 옛말이 된 지 오래다. 현재의 일자리를 유지하거나 새로운 일자리를 찾기에도 어려운 이들이 많다. 이젠 ‘평생 직업의 시대’로 바뀌면서 정년 없이 일할 수 있는 주택관리사의 인기도 높아가고 있다. 종합교육기업 에듀윌에 따르면 최근 2년간 주택관리사 시험 응시자가 매년 1만7000명에 이른다. 주택관리사 시험은 2020년부터 상대평가로 바뀌면서 매년 합격자 수가 정해져 있다. 올해 11월 30일 배출될 주택관리사가 1600명이니 경쟁률이 10:1 이상인 셈이다. 7월 발표된 1차 합격자는 50대가 가장 많았고 40대와 60대가 그 뒤를 이었다. 주택관리사는 중장년층의 전유물이라는 인식을 깨고 30대의 젊은 나이로 주택관리사에 합격한 이들이 있다. 이들은 독특한 이력을 뽐내며 20여 년간 공동주택 관리현장을 뛰고 있다. 임상호(57) 주택관리공단 제주지사장과 시인 겸 작가로 활동 중인 김연미(55) 주택관리사를 만났다. 입주민 행복 추구 사명감・자부심 필요‘아파트 경영’ 생각으로 업무 임했으면주택관리사가 된 계기는. “개인 사정으로 대학을 10년 만에 졸업하다 보니 일반 기업에는 취직이 어려웠다. 당시
한국언론진흥재단 지원 기획
김경민 기자
호수 1280
2022.09.06 09:00
-
한국언론진흥재단 지원 기획“관리사무소장이 있는 건 알지만, 주택관리사는 모르겠네요.” 부산의 한 아파트에서 20년간 거주한 입주민의 말이다.주택관리사라는 직업은 생소할 수 있다. 아파트 단지의 다양한 시설을 전문적이고 체계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소장으로 일하는 사람이 주택관리사다.1970년대 국내 주택난이 어느 정도 해소될 무렵 관리 문제가 대두됨에 따라 1980년대에 들어 주택관리사 제도가 도입됐다. 1990년 4월 8일 국내 최초로 2347명의 제1회 주택관리사 합격자가 탄생했다. 올해 11월 30일에는 1600명의 제25회 주택관리사가 배출된다. 9회까지는 2년에 한 번씩 뽑다가 10회부터 매년 뽑고 있다.300세대 이상이거나 승강기, 공동난방시스템이 있는 150세대 이상의 아파트는 주택관리사를 반드시 채용해야 한다. 공동주택관리정보시스템(K-apt)에 따르면 올해 8월 기준 의무관리 공동주택은 1만7867개 단지다. 향후 5년간 주택 270만 호를 공급한다는 정부 계획에 따라 주택관리사가 더 많이 필요해질 전망이다.주택관리사가 되려면 1년에 한 번씩 치러지는 주택관리사보 자격시험에 합격해야 한다. 1차는 오지선다형의 객관식 시험으로 민법, 회계원리, 공
한국언론진흥재단 지원 기획
박상현 기자
호수 1280
2022.09.05 09:00
-
공동주택 관리종사자라는 직업군에는 다양한 직종이 포함돼 있다. 관리사무소장은 공동주택 형태에 따라 주거행복지원센터장이나 생활지원센터장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소장이 알아둬야 할 법과 규정이 수십 가지다. 수행하는 업무는 건물관리, 시설관리, 안전관리, 노무관리, 행정관리, 민원관리에 각종 행사관리까지 헤아리기도 힘들 정도다. 단지 사정에 따라 하는 일도 조금씩 다르다. 의무관리단지의 관리사무소장이 되기 위해 주택관리사 자격을 취득해야 한다. 어렵고 힘든 직업이라는 인식도 있지만, 경쟁률은 매우 높다. 아파트에 다양한 관리종사자가 근무한다는 사실을 입주민조차 잘 모른다. 입주민은 경비원이 편하게 경비업무만 한다고 알고 있는 경우가 많다. 미화원이 있는지조차 모르는 사람들도 있다. 기사도 마찬가지다. 그들은 제각기 전기, 보일러, 공조, 설비, 소방, 배관 등 분야별로 필요한 기술자격을 소지하고 있다. 기사의 주요 일터는 지하에 있고 옥상, 계단 등을 다니며 일하기 때문에 입주민들에게는 존재감이 제로에 가깝다. 경리와 각종 커뮤니티 관리자, 강사 등 다양한 직종의 사람들이 아파트 규모와 성격에 따라 어엿한 직장인으로 근무하고 있다. 눈에 보이든 보이지 않든 모두
한국언론진흥재단 지원 기획
이경석 기자
호수 1279
2022.08.30 09:46
-
대단지, 다양한 시설서 팀으로 일하며 전문성 키워소단지, 나홀로 업무 많지만 가족같은 분위기 매력 아파트 관리사무소는 하나의 회사와 비슷하게 움직인다. 대단지 아파트에는 관리직원만 수십 명에서 수백 명에 이른다. 국내 최대 규모 아파트인 서울 송파구 헬리오시티(9510세대)는 240명의 관리종사자가 근무하고 있다. 직원 수가 가장 많은 아파트는 서울 송파구 올림픽선수기자촌아파트(5540세대)로 무려 343명이 근무한다.공동주택관리정보시스템(K-apt)에 따르면 올해 8월 기준 의무관리 공동주택 1만7867만 단지 중 1000세대 이상은 2378단지(13.3%)에 달한다. 이곳에서 근무하는 관리, 경비, 청소 인력은 총 5만3298명에 이른다. 단지당 22명이 근무하는 셈이다. 서울 강동구 고덕그라시움아파트는 총 53개 동, 4932세대로 입주민 1만5000여 명 이상이 거주하는 대단지 아파트다. 관리직원 39명, 경비원 40명, 미화원 51명 등 130명의 관리종사자가 입주민의 평안을 위해 힘쓴다. 직원들의 평균 나이는 약 55세. 김인숙(62) 관리사무소장을 필두로 회계, 관리, 조경·영선, 기술, 커뮤니티 팀 등으로 나눠 일한다. 직원들은 팀제도는 초보
한국언론진흥재단 지원 기획
박상현 기자
호수 1278
2022.08.22 14: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