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진흥재단 지원 기획]
‘아파트 30만 일자리, 중장년층 찾는다’

 

김용환 한국주택관리연구원 원장
김용환 한국주택관리연구원 원장

10여 년 전 국토해양부(현 국토교통부)에서 공동주택관리 정책 업무를 담당하고 있을 때의 일이다. 퇴직한 차관급 공무원과 국회의원 보좌관, 세미 골프 프로가 각각 인생 이모작으로 아파트 관리사무소장을 하고 싶다는 연락을 해왔다. 

그 당시 공동주택 관리를 담당했던 책임자로서 나는 관리 현장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민원 등을 접하고 있었다. 그래서 그분들이 소장으로 근무한다 해도 현실이 만만치 않으리라 생각돼 걱정이 앞섰다. 그들의 당찬 각오를 반신반의하며 주택관리업체에 연결해줬던 기억이 난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나의 기우였다. 그분들은 현재 70세 전후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누구보다 열정적으로 근무하고 있다. 그분들과 가끔 통화해보면 단지마다 애로사항은 있다. 어떤 아파트는 세월이 흘러 노후화됐는데, 아파트를 앞으로 어떻게 가꿔나갈지를 두고 어떤 입주민은 리모델링을 주장하고 어떤 입주민은 재건축을 주장한다고 한다. 소장으로서 어느 한쪽의 편을 들기가 어려워 애를 먹기도 한다는 이야기였다.

어떤 아파트는 재건축을 염두에 두고 각종 배관설비 등을 제때 교체하지 않아 녹물이 나오고, 엘리베이터 고장이 잦아 관리비가 더 많이 나왔다고 한다. 또 일부 동대표는 소장을 부하직원 부리듯 한단다.

이런 어려움은 사실 세상 어디나 존재한다. 세상일을 두루 경험하고 다양한 사람들을 상대해봤다면 상황에 맞춰 이것들을 어떻게 풀어나가는 게 좋을지 금세 감을 잡는다. 그래서 아파트 관리사무소장은 경험 많은 중장년층에 썩 잘 어울린다고 말하는 사람을 많이 보게 된다. 

우리나라도 2025년에는 초고령사회로 진입한다고 예고하고 있다. 더 많은 고령층이 취업을 위해 구직활동을 하게 될 것으로 본다. 나는 나이가 있는 분에게도 관리사무소장이라는 직업을 적극적으로 추천하고 싶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 이전 직장에서 맡은 바 업무에 충실했던 경험과 노하우를 활용하면 공동주택 관리업무를 잘 수행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는 인구 대부분 공동주택에 거주하다 보니 공동주택 관리가 단순 시설물 관리에 그치지 않는다. 입주민들의 요구에 대응할 수 있어야 한다. 수시로 바뀌는 각종 법령을 전문적으로 해석하고 판단할 수 있어야 한다. 입주민이나 정부가 요구하는 관리의 투명성을 확보해야 한다. 요즘은 공동체 생활문화에 기여하는 능동적인 관리가 요구된다. 주택관리사의 어깨 위에 얹히는 책임감이 점점 무거워지는 것이 현실이다. 

주택관리사를 꿈꾸는 분들은 쾌적한 공동주택 주거문화를 조성한다는 사명을 실천하려면 최소한 퇴직 5년 전에 주택관리사 자격을 취득하기를 바란다. 또 공동주택 관리와 관련해 신설되는 각종 법령 등을 숙지하기 바란다. 주택관리사는 꾸준히 공부해야 한다. 사회적 문제가 되는 층간소음, 간접흡연 등 입주민 간의 갈등요소에 대해서도 잘 파악하고 있어야 한다.

공동주택은 관리사무소장과 관리직원들만 일하는 곳은 아니다. 공동주택은 입주민 다수가 거주하는 공간인 만큼 주차장, 어린이 놀이터, 운동시설 등의 공용부분을 제대로 사용하고 올바른 주거문화가 정착되도록 입주민들의 협조와 관심이 필요하다. 

공동주택 관리를 책임지고 있는 관리사무소장 및 관리직원과 입주자대표회의의 능동적인 역할을 응원한다. 특히 ‘산전수전 공중전’까지 겪으며 세상을 두루 경험한 중장년층 관리사무소장이 때로는 관리자, 중재자, 선험자로 우리네 아파트를 더 살만한 곳으로 가꿔주길 소망한다.

본 기획물은 정부광고 수수료로 조성된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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