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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멧돼지 용문에 들다
목숨과 피의 값은 얼마인가?용산발 양평 용문(龍門)행 검은 열차에멧돼지 한 마리 붉은 피의 값을 청구했다조문(弔問)이 값이라면 기차가 선로에 멈춰 선 한 시간의 조문은 너무 헐했다그의 자손들은 덕소(德所) 근방의 산기슭에 통곡(痛哭) 몇 줄기 달빛을 ...
夏林/안병석  2020-01-22
[문학] 한 단계 위
이석락숨을 헐떡이며 고개 넘는 나뭇길산자락에 온 산의 마른 나무를 모을 수 있으면 좋겠다집 근처 평탄한 길은 지게질이 쉬우니까아니지 마당에 온 산의 마른 나무를 모을 수 있으면 좋겠다지게질조차 하지 않아도 되니까그것도 아니지 종놈에게 시켰으면 좋겠다뭘...
이석락  2020-01-15
[문학] 촛불
유순미 순백의 양초야너의 가슴이 활활 타오르고 있어라언 산야를 녹이는 봄볕이어라산 봉오리마다 타오르던 봉수이어라의연하게 녹아가는 살점에서의연하게 곧곧은 심지에서아가와 청춘과 어버이의 숨결까지 고이고이 생명을 환하게 간직한순정이 향그러이 함께꽃처럼 도란...
유순미  2020-01-08
[문학] 새해를 맞이하며
지난해는 쏜살같이 지나가고새해가 사뿐사뿐 걸어오고 있습니다지난해의 슬픔 불행 물러가고새해의 기쁨 행복 다가오고 있습니다지난해의 추함은 함박눈에 가려지고새해의 아름다움은 눈꽃으로 피었습니다지난해의 못다 한 일 깃털 되어 가벼워지고새해에 할 일은 나래 펴...
전나무(전유배)  2020-01-01
[문학] 에밀레종
-경주 여행에서 서라벌을깨우는 종소리넘치듯 부족한 듯기쁜 듯 슬픈 듯천년을 깨우는푸른 종소리에밀레에밀레끊어질 듯 이어지는둥근 종소리
박영수  2019-12-25
[문학] 나를 위한 기도
새벽길 달려온 눈부신 아침가슴 설레는 기도로 새 날을 맞이합니다어제의 그리운 시간들이방 안 가득 넘쳐나지만내일의 새로운 시간들이남은 날들의 사랑을 꿈꾸게 합니다새 날에는 푸른 가슴 열고 작은 것에도 감사하는소소한 행복 꿈꾸게 하소서새 날에는누구와도 환...
배귀선  2019-12-18
[문학] 노간주나무
개울물소리에 마음이 움직여서 오랜만에 길 없는 산길에 접었다덕분에 바위 진 곳에서 노간주나무 군락을 발견했다소나무 측백 향나무 주목 회양목도 아닌 것이 산에서 푸르러서 보기 좋다바늘잎이면서 뻣뻣하기만 한 것도 아니고 부드럽기만 한 것도 아니다잎끼리 굽...
유순미  2019-12-16
[문학] 가랑잎
내려놓고 비워간다는 것은 별과 더 가까워지는 것이다더는 부여잡을 한줄기 앙금이 없어질 때스스로 내세우는 마지막 자존심이다등 시린 바람이 건듯 할 때부터 눈을 감았거나 가늘게 뜨거나 세상만사를 알고 있던 팔월의 보름달이 불우리를 만들며 크게 한번 웃어줄...
김정서  2019-12-04
[문학] 못생긴 모과도
가을볕 하좋은 옥련선원 뜰안에는어미닭 새끼 품듯못생긴 모과나곱드락한 모과도제멋대로어울려 익어가고화분에 국화꽃까지하늘과 바람 그리고별들과 희롱도 한다.땡그렁~~~아~ 풍경소리에꿀벌 같기도 하고파리 같은 등애들마저날갯짓 멈추고지나는 객들에게두손 모아합장한...
박희준  2019-11-27
[문학] 애주(愛酒) 여정
막걸리는 시골 영감 같이 편해서 좋고맥주는 젊은 시절 목욕 후에 시원하게 한두 병중국집 배갈은 기름진 중화요리 먹을 때일식집 사께는 추운 겨울 퇴근하면서정담을 나누며 따끈하게 한잔위스키는 청춘시절 상무님 댁에서 처음 맛 본 조니워커꼬냑은 해외생활 할 ...
배영모  2019-11-20
[문학] 무제 (無題)
오순(五旬)을 지나니손톱이 빨리 자란다언제부터 손톱깎기 기계를자주 만지작거리고 있다 아직도 거울을 보면예전의 내 얼굴젊은 청년이건만사진을 찍으면 내 얼굴이 아니다주름에검버섯이 보이고흰 머리에다넓은 이마는늘 대낮처럼 밝다아무래도 이쯤에최신 핸드폰으로 바...
백창훈  2019-11-13
[문학] 네모난 지구
둥글게 자전하던 지구가 텔레비전 속에 갇혔다TV는 밤낮 없이 사람들에게 상처를 냈다봐라, 이종 격투기 선수의 눈두덩이가 찢겨피가 흐르고 코뼈가 주저앉았는데 완벽하게 세팅된 주방에선 늘, 숨 쉴 틈 없이 새로운 식욕이 끓어 넘치고기름진 공간을 벗어난 채...
정채경  2019-11-06
[문학] 구월(求月)
9월 초하루 미닫이 문틈으로 더운 밤이 드나든다 싶었는데 아직 정정하던 이웃 할머니 더위를 버렸다내색 없이 살던 속마음이 구월(求月)이었으니 한가위 달 오르기 기다려집 나선 것도 복이겠다저잣거리 공동 저울에 제수(祭需) 올리듯제 목숨 무궁한 허공에 올...
夏林/안병석  2019-10-30
[문학] 우리 할아버지
이 골목 저 골목 손수레에 끌려다니다가깡통에 물을 채웠다그 물에 뜬 별을 걷어내고갓 잡은 너구리를 삶으면서독초를 먹어도 배가 부르면 행복하다는 아프리카 소녀의 말을 듣는다10살짜리 남매를 두고 부모가 떠나고 이웃 사람들이 세간살이를 가져간 뒤농 안을 ...
이석락  2019-10-23
[문학] 숲으로 가자
청설모가 하늘 위를 날아다니고산비둘기 땅 위를 헤엄쳐 다니는숲으로 가자풀벌레 산 등을 타고 앉아삘 릴리- 삘 릴리-풀피리 불고개미들 가는 허리로풍성한 음식을 저 나르는숲으로 가자바람도 놀란 푸른 숲길을노랑나비 범나비폴짝 폴짝 뛰어다니며어서 오라 어서 ...
박영수  2019-10-16
[문학] 달고나
어디선가 풍겨오는 달큰한 향기누군가 설탕물을 졸이나 보다설탕 한줌 몰래 넣고큰 국자에 빙빙빙 젓가락 돌리다 까맣게 태워버린설탕 봉지며 태운 국자 팽개치고줄행랑쳐야 했던 유년의 하루어머니의 산 같은 꾸지람이 두려워반나절을 꼬박 숨어 지냈던땅거미 질 즈음...
송연 배귀선  2019-10-09
[문학] 쓸쓸함을 위하여
맏딸을 시집보낸 다음날 아침의엄마 마음 같은 가을날저 밑바닥에 잠복해 있던 외로움 따위들이우울증으로 나타나는 그런 날그런 고독을 하루쯤 사랑하자누구나 저마다의 가을이 있어제 몸을 붉게 적셔 떠나는 나뭇잎이전설일 때가 있었던 거야삶의 장식들이 시시해질 ...
김정서  2019-10-02
[문학] 여자
출가외인이란 옛말이 진리다시집가서 애 낳고부부 간에 지지고 볶아도더욱 세월 깊어지면오갈 데 없는 그 집 귀신여필종부란 말도 있지만기실은 여왕벌이기도 하지 결혼을 선택사항 쯤 아는딸들아!해도 안 해도 후회한다는턱없는 소리도 있지만혼자 살아가기는,너희들 ...
배영모  2019-09-25
[문학] 낙엽(落葉)이 걷는 소리
나무는 사람처럼내가 사는 마을 문구점으로걸어 들어갈 수 없네.안녕하세요 인사하며 들어가편지지와 봉투를 달라고 할 수 없네. 가족과 함께따뜻한 저녁 한 끼를 든 후골방에 들어가 램프를 켜고 앉아밤이슬 내리도록 너에게 보내는긴 편지를 써 내려갈 수 없네....
백창훈  2019-09-18
[문학] 열리는 길을 지켜보다
정채경묻혀있던 두레박이 정신없이 올라와 가마솥에 깊은 샘물을 채우자내부는 시계추처럼 흔들리다 각오한 듯 끓는점에 놓여졌다한동안, 소란스런 진통에 지쳐침묵으로 빠지던 기와집 한 채발길질을 멈출 수가 없었다연한 발뒤꿈치가 붉어지도록 분주했던 발길은멈출 수...
정채경  2019-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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