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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무제 (無題)
오순(五旬)을 지나니손톱이 빨리 자란다언제부터 손톱깎기 기계를자주 만지작거리고 있다 아직도 거울을 보면예전의 내 얼굴젊은 청년이건만사진을 찍으면 내 얼굴이 아니다주름에검버섯이 보이고흰 머리에다넓은 이마는늘 대낮처럼 밝다아무래도 이쯤에최신 핸드폰으로 바...
백창훈  2019-11-13
[문학] 네모난 지구
둥글게 자전하던 지구가 텔레비전 속에 갇혔다TV는 밤낮 없이 사람들에게 상처를 냈다봐라, 이종 격투기 선수의 눈두덩이가 찢겨피가 흐르고 코뼈가 주저앉았는데 완벽하게 세팅된 주방에선 늘, 숨 쉴 틈 없이 새로운 식욕이 끓어 넘치고기름진 공간을 벗어난 채...
정채경  2019-11-06
[문학] 구월(求月)
9월 초하루 미닫이 문틈으로 더운 밤이 드나든다 싶었는데 아직 정정하던 이웃 할머니 더위를 버렸다내색 없이 살던 속마음이 구월(求月)이었으니 한가위 달 오르기 기다려집 나선 것도 복이겠다저잣거리 공동 저울에 제수(祭需) 올리듯제 목숨 무궁한 허공에 올...
夏林/안병석  2019-10-30
[문학] 우리 할아버지
이 골목 저 골목 손수레에 끌려다니다가깡통에 물을 채웠다그 물에 뜬 별을 걷어내고갓 잡은 너구리를 삶으면서독초를 먹어도 배가 부르면 행복하다는 아프리카 소녀의 말을 듣는다10살짜리 남매를 두고 부모가 떠나고 이웃 사람들이 세간살이를 가져간 뒤농 안을 ...
이석락  2019-10-23
[문학] 숲으로 가자
청설모가 하늘 위를 날아다니고산비둘기 땅 위를 헤엄쳐 다니는숲으로 가자풀벌레 산 등을 타고 앉아삘 릴리- 삘 릴리-풀피리 불고개미들 가는 허리로풍성한 음식을 저 나르는숲으로 가자바람도 놀란 푸른 숲길을노랑나비 범나비폴짝 폴짝 뛰어다니며어서 오라 어서 ...
박영수  2019-10-16
[문학] 달고나
어디선가 풍겨오는 달큰한 향기누군가 설탕물을 졸이나 보다설탕 한줌 몰래 넣고큰 국자에 빙빙빙 젓가락 돌리다 까맣게 태워버린설탕 봉지며 태운 국자 팽개치고줄행랑쳐야 했던 유년의 하루어머니의 산 같은 꾸지람이 두려워반나절을 꼬박 숨어 지냈던땅거미 질 즈음...
송연 배귀선  2019-10-09
[문학] 쓸쓸함을 위하여
맏딸을 시집보낸 다음날 아침의엄마 마음 같은 가을날저 밑바닥에 잠복해 있던 외로움 따위들이우울증으로 나타나는 그런 날그런 고독을 하루쯤 사랑하자누구나 저마다의 가을이 있어제 몸을 붉게 적셔 떠나는 나뭇잎이전설일 때가 있었던 거야삶의 장식들이 시시해질 ...
김정서  2019-10-02
[문학] 여자
출가외인이란 옛말이 진리다시집가서 애 낳고부부 간에 지지고 볶아도더욱 세월 깊어지면오갈 데 없는 그 집 귀신여필종부란 말도 있지만기실은 여왕벌이기도 하지 결혼을 선택사항 쯤 아는딸들아!해도 안 해도 후회한다는턱없는 소리도 있지만혼자 살아가기는,너희들 ...
배영모  2019-09-25
[문학] 낙엽(落葉)이 걷는 소리
나무는 사람처럼내가 사는 마을 문구점으로걸어 들어갈 수 없네.안녕하세요 인사하며 들어가편지지와 봉투를 달라고 할 수 없네. 가족과 함께따뜻한 저녁 한 끼를 든 후골방에 들어가 램프를 켜고 앉아밤이슬 내리도록 너에게 보내는긴 편지를 써 내려갈 수 없네....
백창훈  2019-09-18
[문학] 열리는 길을 지켜보다
정채경묻혀있던 두레박이 정신없이 올라와 가마솥에 깊은 샘물을 채우자내부는 시계추처럼 흔들리다 각오한 듯 끓는점에 놓여졌다한동안, 소란스런 진통에 지쳐침묵으로 빠지던 기와집 한 채발길질을 멈출 수가 없었다연한 발뒤꿈치가 붉어지도록 분주했던 발길은멈출 수...
정채경  2019-09-04
[문학] 풀들의 기도
바람 앞에 서면 작아지는 미루나무와폭우 앞에 몸집이 커지는 강물은 친구다살아오는 동안 강둑만 친구 삼은 풀들은양들의 혀를 기억하는 기도를 한다낮은 음성이 하늘에 닿을까마는몸짓만은 간절하다퍼붓는 빗줄기를 맞으며 산들이 울음일 때 풀은 한 조각의 빵도 입...
夏 林/안병석  2019-08-28
[문학] 길과 지도
거미가 만든 길,서로 연결 되어서전국여행 지도처럼한 눈에 쫙 보인다.그 길을 봄여름가을겨울이제 친구들을 태우고달려오고, 달려간다.아무도 없을 때면거미는 홀로 그 길이 든든한지느릿느릿 달려본다✽이경모 강원 삼척시 코아루타워아파트관리사무소 설...
이경모  2019-08-21
[문학] 먼 훗날
사랑아 다시 보자세월 가면 다 가면알리라지금은고운 선율이흐르는 시간나는황홀한 아픔에숨 막혀 하노니다시 보자 사랑아세월 가면 다가면절로 알리라 박영수•국제펜클럽 회원, 한국문인협회 문학사 편찬위원, 문학저널 문인회 초대회장•문학저널 제...
박영수  2019-08-14
[문학] 마음 하나
마음 하나가 너를 살리기도 하고 죽이기도 하니 의사 선생이라 부를까보다마음 하나가너 있는 먼 길을 가깝게도 하고가까운 길을 멀게도 하니길 선생이라 부를까보다마음 하나가너를 또렷하게 그려 주기도 하고까맣게 지우기도 하니화가 선생이라 부를까보다마음 하나가...
유순미  2019-08-07
[문학] 옛사랑
꽃 진 자리엔 서러움뿐한 때 뜨거웠던 열정 사라지고먹먹한 가슴엔 가뭄의 열기만 남아쩍쩍 갈라진 폐허의 빈 터기억하지 않아도 되는 기억들한 방향을 바라보며 영원할 것 같은 시작끝내 정반대의 방향을 걷게 되더라도 후회하지 않을 몽환의 미래무한대의 속도로 ...
배귀선  2019-07-24
[문학] 안 경
사람들이 점점 보통의 상식을 넘어 생각에 덫을 달고 관점을 맞추어 살기 시작하면서 그때마다 색을 바꾼 덫으로 나를 보고 남을 보고 세상을 보는 것, 초점을 맞출 필요가 없어 굳이 같은 곳을 보지 않아도 보지 않는 것에 대해 들킬 일도 없는 것이어서 거...
김정서  2019-07-17
[문학] 활화산 같은 분노
분노가 활화산처럼 폭발할 땐용암이 들끓고 화산재가 온천지를 뒤덮어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다.아무리 찬물을 끼얹고 얼음을 쳐 넣어도어림도 없다. 아무리 구눙아궁✽ 같은 대폭발일지라도며칠을 지나면 잦아들기 마련,언제 그랬냐는 듯파아란 하늘과 발...
배영모  2019-07-10
[문학] 된장 항아리
한 여름날시골 초가집 장독대항아리가 많다 족장시대 한마을 사람들 같다 된장 항아리 뚜껑을 여니어머니, 우리 어머니백년손님이어라진수성찬이어라 해질녘이면강가로 가 치마 걷어 올리고허리 굽혀 다슬기 잡아아욱 근대 감자 된장국 끓여 주셨지 박 바가지에가마솥에...
백창훈  2019-07-03
[문학] 이상한 도시
정채경 왁자지껄한 노랫소리에도허리를 꼬옥 껴안고 속삭이는 연인들의 밀어에도도시는 귀 기울이지 않는다자동차들, 맹수의 눈빛이 되어도시 속을 헤맨다한번 데인 흉터는 주위의 신경을 긴장시킨다어둠 속 담장의 넝쿨장미만 방문 앞을 기웃거리고버려진 개와 도둑고양...
정채경  2019-06-26
[문학] 슬픔 몇 송이
발코니 유리 벽에 갇힌 화분들거실의 소란과빗살무늬 햇살에 뺨을 내주며 고만고만 키를 키웠다오늘은 꽃대 부풀던 군자란이아마릴리스와 가시 선인장 옆에서 참았던 울음을 터트렸다긴 가부좌의 계절을 건너발톱이 갈라지는 고통을 피운 거다몸을 비트는 붉은 발성에귀...
夏林/안병석  2019-0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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