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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가 아프리카의 에티오피아로부터 시작됐다’는 전설은 대체로 일반화돼 있다. 하지만 커피나무 이전부터 아프리카에는 ‘생명의 나무’가 있었다. 생명의 나무는 사람과 동물들에게 큰 역할을 했다고 한다. 네덜란드계 독일인 루츠 반 다이크(Lutz van Dijk)가 ‘처음 읽는 아프리카의 역사’에 쓴 글을 보면 보다 명확해진다.“아프리카 대륙의 극히 다양한 신화와 전설들이 지상에 생명이 생겨난 이야기를 들려준다. 많은 종족과 민족들에게서 ‘생명의 나무’가 중요한 노릇을 한다. 잠베지(Zambezi)강 남쪽에 자리 잡은 ‘은데벨레(Ndebele)’족들 사이에서도 그렇고, 남아프리카의 ‘줄루(Zule)’족들 사이에서도 그렇다. 그동안 생명의 나무는 큰 변화를 겪었다. 그 구부러진 가지에서 녹색 봉오리들이 터져 나와 구름처럼 씨앗들을 돌이 많은 바닥에 뿌렸다. 머지않아 거대한 숲이 땅을 뒤덮고, 심지어는 산악지대로도 올라갔다. 사나운 폭풍과 비가 쏟아져 내리고, 숲의 나무뿌리가 한데 엉켜 사람이 살 수 없는 산을 부드러운 평원으로 바꿨다.”이러한 생명의 나무가 어쩌면 커피나무로 변해 지구상에 독특한 벨트(Belt)를 형성하고, 거대한 숲을 만들었을 것 같다.“커피나무
장상인의 커피 한잔
장상인
호수 1315
2023.06.03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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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커피여! 그대는 모든 근심을 쫓아주고, 학자들은 그대를 탐하여 마지않는 도다. 그대는 신과 벗하는 사람들의 음료이니.”1511년 아라비아에서 유행했던 ‘커피 찬미’라는 시다. 하지만 이 커피가 항상 찬미의 대상은 아니었다. 식민문화와 깊은 관련이 있었기 때문이다.행복의 열매가 불행의 씨앗으로네덜란드는 자국령 동인도(인도네시아) 총독이었던 헨리퀴즈 즈바르데크론을 통해 커피 묘목을 말라바르에서 1699년 자바로 옮겨 심었다. 그 후 수마트라·티모르·발리 등으로 확대됐다. 이 소식을 접한 프랑스는 자국의 식민지에 커피 재배를 위한 방법을 찾기 위해 골몰했다. 1714년 드디어 기회를 포착했다. 프랑스 정부와 암스테르담 시 정부 간의 협상에 따라 암스테르담 시장이 키가 30㎝인 어리고 생명력이 강한 커피나무를 루이 14세에게 바쳤다. 윌리엄 H 우커스의 저서 ‘ALL ABOUT COFFEE’에는 프랑스가 그 커피나무를 카리브해로 가져갔다는 내용이 나온다. “향이 좋은 커피를 마실 때마다/ 나는 자비로운 한 프랑스인, 고결한 인내심을 갖고/ 커피나무를 마르티니크 섬으로 한 사람을 떠올린다./ 신생 식민지였던 그곳은/…/ 그 숲의 까무잡잡한 식민지 소녀를 가려
장상인의 커피 한잔
장상인
호수 1314
2023.05.20 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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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커피는 무엇인가요?”“콜롬비아 수프리모(Supremo)입니다.”필자가 자주 가는 서울 양천구 목동의 드립커피 전문점에서 바리스타와 주고받는 대화다. 콜롬비아 커피의 대명사격인 수프리모는 스페인어로 ‘최고급’이라는 말이다. 말 그대로 콜롬비아 최고급의 원두다. 산미가 적고 균형감이 뛰어난 풍미를 지니고 있다. 우리나라의 전문 드립커피숍마다 인기가 높다. 가격이 그리 비싸지 않은 것도 플러스 요인이다.콜롬비아는 커피 생산량에 있어서 브라질, 베트남에 이어 세계 3위에 올라 있다. 하지만 생산량보다 품질 면에서 세계 1위로 손꼽힌다. 이유는 자연적인 환경과 재배자들의 땀과 열정 때문이다. 신부가 원주민에게 커피 농사 권해‘커피 인문학’의 저자 박영순 씨는 필자에게 다음과 같이 말했다. 그는 언론인 출신으로 대학에서 커피 강의를 하고 있다. “콜롬비아 커피를 ‘신이 빚어낸 커피’라고 하는 것은 적절한 표현입니다. 프란시스코 로메로 신부 유래설을 생각하면서 드리는 말씀입니다.” 그가 책에서 밝힌 내용은 이렇다.‘1731년 콜롬비아의 대주교인 호세 구미야(Jose Gumilla)와 1787년 총독 카바예로(Caballero)가 커피를 처음 들여왔다는 주장이 있
장상인의 커피 한잔
장상인
호수 1312
2023.04.29 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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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머릿속에는 ‘신선한 먹거리가 좋다’는 개념이 진하게 박혀 있다. 건강을 위해서다. 커피도 마찬가지다. 신선한 커피란 무엇일까. 신선한 커피에 대한 논쟁은 뜨겁기만 하다. 논쟁의 시작은 커피를 볶는 로스팅(Roasting)과 관계가 있다. 로스팅은 왜 하는 것일까. 평범한 것 같으면서도 까다롭다. 우크라이나의 커피 전문가 서지 레미(Serge Remy)의 저서 ‘커피의 비밀’을 빌어서 알아본다.“열처리하는 주요 목적은 생두를 열어주기 위해서다. 콩 안에서는 다양한 물리적·화학적 변화가 발생한다. 로스팅 중에 커피의 아로마가 발생한다. 가장 핵심적인 커피 오일인 카페올(커피에는 400~800가지의 오일이 들어 있다)은 이를 촉진한다. 건축학적 변화도 나타난다. 온도가 높아지면 콩이 커지면서 내부에 구멍이 생긴다. 이 미니 동굴(구멍)에 열기가 쌓이는 동안 이산화탄소가 발생하고, 콩의 구조는 작은 방울들로 이뤄지게 된다.”저자가 설명하고자 하는 것은 로스팅 후의 이야기가 핵심이다. 로스팅 후에도 계속해서 가스가 방출하기 때문이다. 레미는 “가스가 가장 활발하게 방출하는 때는 로스팅 직후 24시간”이라고 했다. 그가 책에서 내린 결론이다.“나는 ‘갓 로스팅한
장상인의 커피 한잔
장상인
호수 1310
2023.04.15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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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럼버스가 이끈 스페인 탐험대는 이 지역을 Costa(해안) Rica(풍요로운)라고 이름 붙였다. 배에서 바라본 해안에 녹음이 우거져 있었기 때문이다.’‘코스타리카의 지도자들은 프랑스 문화를 받아들여 커피 생산으로 나라를 풍요롭게 하려 했다. 그러던 참에 영국 무역선이 나타나 커피 수출이 시작된다. 시기도 마침 크리스마스라서 성실한 이들에게 하늘이 주는 선물과도 같았다.’ “커피 애호가들이 죽어서 가고싶은 곳”일본의 원로 언론인 이토 치히로(伊藤千尋)가 쓴 책 ‘늠름한 소국’에 담긴 코스타리카 이야기다. 저자는 책에서 “세계가 글로벌리즘 풍조로 내몰려 인간성을 상실해가는 시대에 경제적으로 곤궁할지라도 인간으로서 마음의 풍요로움을 추구하며 자립한 사회가 보인다”고 코스타리카를 칭찬한다. 그는 “독자적인 가치관을 견지하고 늠름하게 주장하는 모습이야말로 진정한 대국의 그것 아닐까 하는 생각마저 든다”고 덧붙였다.그렇다. ‘땅덩어리가 크고, 경제력이 튼튼하다’고 해서 결코 대국이 아니다. 인간성을 잃지 않고 독자적인 가치관을 지녀야 한다. 늠름하게.‘늠름한 소국’은 부제를 ‘빛나는 작은 나라들’로 했다. 그리고, 쿠바·우즈베키스탄·미얀마를 제치고 코스타리카를 선두
장상인의 커피 한잔
장상인
호수 1307
2023.04.01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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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도 시대의 흐름에 따라 변화의 물결을 탄다. 제1의 물결은 인스턴트 커피였고, 제2의 물결은 에스프레소(Espresso) 커피였다. 그렇다면 제3의 물결이란 무엇일까. 핸드드립을 비롯해 원두의 향을 즐기는 방식이다. 이러한 흐름을 선도하는 커피가 ‘블루보틀(Blue Bottle)’이다. 물론 최종 결론이 난 것은 아니고 현재 진행형이다.블루보틀은 언제 시작됐나. 바리스타의 필독서로 꼽히는 윌리엄 H. 우커스(William H. Wookers)의 저서 ‘ALL ABOUT COFFEE’를 통해 알아본다.오스만투르크 군(軍)이 버리고 간 커피 생두를 하사받는 게오르그 콜쉬츠키(1640~1694)는 집집을 돌아다니며 커피 행상을 시작했다. 목제 접시에 작은 커피 잔을 여러 개 올려놓고 가가호호 방문했다. 비엔나 시 당국은 영웅 콜쉬츠키에게 보은의 의미로 집 한 채를 하사했고, 콜쉬츠키는 이곳에 ‘푸른 병(Blue Bottle)’이라는 간판을 걸고 수년 간 카페를 운영했다.블루보틀 카페는 이렇게 전쟁의 끝자락에서 생겨났다. 클라리넷 연주 포기하고 커피콩 집어들어이로부터 319년이 흐른 2002년 8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블루보틀 커피숍이 태어났다. 미국의 클라리
장상인의 커피 한잔
장상인
호수 1306
2023.03.18 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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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아프리카의 노래를 안다면/ 기린의 노래를/ 아프리카의 새로운 달이/ 경작한 땅위로 고개를 숙이고/ 아프리카는 내 노래를 알까/ 들녘 너머로/ 내 색깔이 펼쳐질까/ 아님, 보름달이 자갈밭 위로 그림자를 던져 줄까/ 나와 같은”‘케냐’ 하면 떠오르는 영화가 있다. ‘아웃 오브 아프리카(Out of Africa·1986)’다. 로버트 레드포드와 메릴 스트립이 주연한 이 영화는 케냐의 사파리와 커피 농장을 배경으로 했다. 영화의 원작자 이자크 디네센은 케냐의 커피 농장에서 보낸 시간을 회고하면서 유럽 제국주의의 종말을 묘사했다. 영화는 가난과 재해와 싸워가며 커피농장과 공장을 성공시키기 위해 악전고투하는 한 여인의 특이한 삶을 그린다. 영화는 신과 사자, 아프리카의 폭력, 인종차별을 매몰차게 비판했다. 영화가 아닌 같은 제목의 책 속으로 들어가 본다. 커피 애호가들 입맛 사로잡은 ‘케냐AA’‘우리는 농장에서 커피를 재배했다. 우리 농장은 커피가 자라기에 좀 높기도 했고, 커피 농사 자체가 힘든 것이어서 풍작을 거둔 적이 없었다. 하지만 커피 플랜테이션이란 것은 일단 발목이 잡혔다 하면 빠져나가기 힘들며, 늘 할 일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다. 대개는 일보다 한발
장상인의 커피 한잔
장상인
호수 1304
2023.03.04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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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말라야(Himalayas)’라는 말은 고대 산스크리트어(梵語)로 ‘눈(雪)’을 뜻하는 ‘히마(Hima)’와 ‘거처’를 뜻하는 ‘알라야(Alaya)’가 합해져 만들어졌다. 총길이 2400㎞인 히말라야산맥은 갠지스강 연변의 수원지대였으나 점차 아시아 남부 대륙으로 확장됐다. 히말라야산맥은 북서쪽에서 남동 방향으로 활 모양을 그리며 파키스탄·네팔·부탄·티베트 등으로 길게 뻗어 내렸다. 히말라야는 ‘눈의 거처’라는 뜻에 어긋나지 않는 ‘세계의 지붕’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가 대체로 알고 있는 상식이다. 히말라야 커피 ‘아마존 베스트 10’ 진입눈의 거처이자 세계의 지붕에서도 커피가 나온다. 히말라야의 커피는 세계인들로부터 주목을 받고 있다. 원두 판매 순위가 ‘아마존 베스트 10에 들었다’는 뉴스가 이를 뒷받침해주고 있다. 실제로 어떠한 상황일까. 히말라야 커피가 최근 들어 커피품질감정자(Q-Graders)들의 모임인 SCAA(미국 스페셜티 커피협회)에서 88.75점이라는 높은 점수를 얻었다. 정해진 항목별 총합이 80점 이상인 커피가 인정받는 스페셜티 커피라는 평가를 받은 것이다. 스코어 88.75점은 매우 높은 점수다. 파나마의 게이샤(88.71점) 커피와
장상인의 커피 한잔
장상인
호수 1302
2023.02.19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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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는 자타가 인정하는 세계적 홍차 생산지다. 전 세계 홍차 생산량의 35~40%를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인도는 세계 커피 10위권의 국가기도 하다. 국제연합식량농업기구(FAO)의 2022년 발표를 보면 인도가 세계 커피 생산국 8위에 올라 있다. 생산량은 29만 8000톤. 세계 시장의 2.8%를 차지한다. 이는 아프리카의 우간다와 중남미의 과테말라보다 앞선 수치다. 물론 세계 1위는 브라질(34.6%)이다. 건축전문가면서 인도의 음식 연구가인 홍지은(50) 씨의 저서 ‘스파이시 인도’를 통해 인도 커피를 자세히 알아봤다.“인도 하면 커피보다 홍차가 먼저 떠오르지만 인도는 주요 커피 생산지일 뿐만 아니라 커피 산지 확장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 무굴 제국 상류층 사이에서 유행했던 음료도 바로 커피다. 귀족들은 아랍과 터키, 페르시아에서 그러하듯이 곱게 간 커피 가루를 카다멈(Cardamome·생강과의 향료) 등과 함께 진하게 끓여 마셨다. 특히 차따 촉(Chhatta Chowk·궁궐시장이 있던 곳)에는 당시 이슬람권에서 유행하던 커피하우스가 세워졌다. 귀족과 관료들이 이곳에 모여 커피를 마시고 물 담배를 피우며 담소를 나눴다. 아우랑제브 황제(1618~17
장상인의 커피 한잔
장상인
호수 1300
2023.02.04 1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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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항상 뭔가를 먹고 마신다. 이것은 곧 삶이기 때문이다. “사람이 무언가를 먹을 때 그 음식에 담긴 이야기도 함께 먹는다는 말을 들어본 적 있는가. 커피야말로 이 말에 가장 잘 들어맞는 음식이 아닐까 싶다. 한잔의 커피에는 향기 가득한 로망으로 넘치는 이야기들이 녹아 있다.”일본의 커피 연구가이자 대학교수인 단베 유키히로(旦部幸博) 박사가 쓴 ‘커피 세계사’의 한 부분이다. 이야기들이 녹아 있는 커피 한잔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그의 책으로 들어가 본다.“모카(Mocha)라는 이름은 모두가 들어봤을 것이다. 모카란 본디 아라비아반도 남단 예멘에 있는 항구도시다. 17세기 예멘과 에티오피아 산지에서 수확한 커피콩들이 이 항구에서 배에 실어 유럽으로 수출되면서부터 유명해진 가장 오래된 커피 브랜드다. 이후 고가로 거래되는 고급 커피의 대명사로 자리 잡았다.”세계 최초 커피 경작지 지금도 수수께끼세계 최초의 커피 발상지는 에티오피아일까? 예멘일까? 이미 에티오피아라고 알려져 있지만 예멘이라는 설(說)이 나오기도 한다. 커피 인문학자 이길상 교수는 저서 ‘커피 세계사+한국 가베사’에서 다음과 같이 주장한다.“최초의 커피 경작 지역이 어디였는지는 지금도 수수께끼로
장상인의 커피 한잔
장상인
호수 1298
2023.01.24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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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와이 코나 지방은 가로수가 모두 커피나무였어요.” 최근 미국 하와이를 다녀온 커피협회 간부 M씨의 말이다. 가로수가 커피나무라니? 도저히 상상이 가지 않는다. 하와이라면 세계 2위 코나(Kona) 커피가 유명하다. 커피 관련 자료에 의하면 ‘하와이 최초의 커피는 1825년 브라질에서 오아후(O’ahu) 섬에 전해졌다’고 한다. 하지만 초기 재배는 쉽지 않아 여러 차례 실패했다. 과테말라에서 티피카(Typica) 묘목을 가져왔다는 기록도 있다. 하와이 코나 지역에서 본격적인 재배가 이뤄진 것은 1840년경이었다. 생산량은 들쑥날쑥했으나 ‘품질이 좋다’는 입소문이 났다. 극적인 반전은 마크 트웨인(Mark Twain, 1835~1910)이 ‘하와이에서 보내는 편지’(Letters From Hawaii)에서 하와이 코나 커피를 절찬한 것이 계기가 됐다. 1866년의 일이다.유명 작가에 의해서 하와이의 코나 커피가 세계적으로 알려진 것은 의미 있는 일이다. 커피 인문학자 박영순씨의 저서 ‘커피 인문문학’을 통해 자세히 알아본다.“코나 커피는 특히 ‘미국 문학의 링컨’으로 불리는 ‘톰 소여의 모험’의 작가 마크 트웨인이 찬사를 보내면서 ‘마크 트웨인이 사랑한 커피
장상인의 커피 한잔
장상인
호수 1296
2023.01.01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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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대의 풍경은 지루하다. 비옥하고 식물이 무성하다. 초원은 다소 획일적이다. 관 모양의 줄기가 울창하게 우거진 나뭇잎을 떠받치고 있다. 사이사이에 공간이 전혀 없다. 자메이카는 산등성이까지 이렇게 나무가 울창하다. 산봉우리도 너무 많아서, 꼭대기에 올라가도 다른 봉우리에 둘러싸여 아무것도 볼 수 없다. 꽃도 수백 종류나 된다.”영국의 소설가이자 극작가인 리처드 휴스(Richard Hughes, 1900~1976)의 소설 ‘자메이카의 열풍’에 묘사된 현지 풍경이다. 20세기 최고의 영어 소설 100선에 선정됐던 이 소설은 ‘인간과 시대에 대한 깊고 날카로운 통찰력을 보여준 작품’으로 평가받았다. 숲이 울창하고 땅이 촉촉한 나라스페인령이었던 자메이카는 1655년 영국의 크롬웰(Cromwell, 1599~1658)이 이끈 해군에 의해 영국의 식민지가 됐다. 307년 후인 1962년 카리브해의 영국 식민지 중에서 가장 먼저 독립했다.‘자메이카’라는 단어는 원주민의 언어 ‘숲과 샘의 나라’에서 유래했다. 말 그대로 숲이 울창하고 땅이 촉촉한 나라다.공용어는 영어. 면적은 약 1만1000㎢이며, 인구는 약 289만 명이다. 커피와 사탕수수가 대표 농산물이고, 광업과
장상인의 커피 한잔
장상인
호수 1294
2022.12.17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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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왁 커피요? 저희는 취급하지 않습니다. 원두가 비싸니까요. 아마도 특급호텔에서는 한잔에 5만 원쯤 할 것입니다.” 서울 여의도에서 커피숍을 운영하는 조진현(45) 씨는 이렇게 말했다. 그는 스페셜티 커피를 취급하는 전문점의 대표다. “저희 매장에서는 루왁 커피 원두를 15만 원에 판매하고 있습니다. 200g 기준입니다.” 대형 H백화점 종업원의 말이다. 케냐 AA·콜롬비아 수프리모 등 유명 원두보다 5배나 비싸게 판매되고 있었다. 늦가을 단풍이 조금 남아 있던 날, 여기저기 문의해가며 루왁 커피 취급 전문점을 찾아 나섰다. 차의 흐름이 매우 느렸다. 2시간여 만에 도착한 경기도 가평의 커피숍. 하얀 벽면에 ‘세계 최고의 친환경 발효 루왁 커피 전문점’이라는 안내문이 큰 글씨로 쓰여 있었다. 루왁 커피 한 잔을 주문했다. 진동벨이 울리고 커피를 만났다. 긴장된 마음으로 커피를 마셨다. 가슴 속까지 파고드는 듯한 깊은 맛과 고소함이 느껴졌다. 커피숍의 팸플릿에는 ‘인도네시아 1400m 고지에서 야생하는 사향고양이가 자연스럽게 먹고 발효시킨 친환경 발효 루왁 커피입니다.’라고 소개돼 있었다. 확인할 방법은 없었다. 우리가 흔히 루왁 커피라고 부르는 이것의 공식
장상인의 커피 한잔
장상인
호수 1292
2022.12.04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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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몰 초기 3일 동안 커피믹스를 식사대용으로 먹었고 커피믹스가 떨어진 이후에는 천장에서 떨어진 물로 견뎠다.”이달 초 쏟아진 언론보도다. 경북 봉화군 광산 매몰 사고로 무려 열흘 동안 고립됐다가 221시간만인 4일 밤 구조된 광부 박정하(62) 씨와 박모(56) 씨의 일화다. 두 사람이 매몰된 지하 갱도에서 기적적으로 살아나오는 데는 그들이 지니고 있었던 에너지원인 커피믹스 30봉지 덕도 봤다.이 뉴스가 나간 후로 커피믹스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도가 높아졌다.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서 근무하는 정유진 씨는 “커피믹스가 평소보다 20% 정도 더 팔리는 것 같다”며 “큰 박스로 사 가는 사람들이 많다”고 말했다. 정 씨가 근무하는 마트는 재빠르게 커피믹스의 판매대를 별도로 설치해놓고 있었다.동서식품 홍보팀 이규진 씨는 “맥심 커피믹스는 AC닐슨 기준으로 약 7000억 원의 커피믹스 시장에서 85% 이상의 점유율로 수년간 1위를 기록 중”이라면서 “광부 두 명이 구조된 이후의 매출 통계는 아직 나오지 않았다”고 말한다. 그 역시 하루에 커피믹스를 2~3잔씩 마신다고 한다. 2012년 출시된 맥심 화이트골드는 피겨여왕 김연아 선수를 모델로 기용해 눈길을 끌었고 출시
장상인의 커피 한잔
장상인
호수 1290
2022.11.20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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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의 옐로우 버번 생두와 원두를 즉시 배송합니다.”요즘 들어 SNS에 부쩍 늘어난 배송회사들의 광고문이다. 브라질의 옐로우 버번이 한국 사람들에게도 인기가 있다는 것을 말해준다. “레드 버번도 맛이 있으나 희귀성 때문에 옐로우 버번을 찾는 분들이 많습니다. 브라질 외의 중남미·아프리카의 다른 나라에서도 생산되나 브라질의 옐로우 버번이 브랜드화돼 있지요.”커피연구소를 운영하고 있는 K씨의 말이다.사람들은 대체로 커피 체리(Cherry)를 빨간색으로 알고 있다. 그러나, 노란색의 열매도 존재한다. 노란 커피 체리는 ‘옐로우 부르봉’ 또는 ‘옐로우 버번(Yellow Bourbon)’으로 불린다. 브라질 현지에서는 ‘아마렐로(Amarelo·포르투갈어로 노랗다는 뜻) 버번’이라고 한다. 노랗게 색소 변이된 아라비카 종옐로우 버번은 아라비카 종의 색소 변이 종이다. 열매가 익을수록 카나리아처럼 아름다운 노란색으로 변화한다. 나무의 높이가 낮아 생산성이 높은 것도 장점이다. 맛 또한 이채롭다.버번의 맛은 제대로 된 감칠맛을 느낄 수 있어 풍미가 뛰어나다. 특히 옐로우 버번은 일반 버번보다 단맛이 강한 특징을 지니고 있다.송구영·최유미 씨의 공저 ‘스페셜티 커피 오브
장상인의 커피 한잔
장상인
호수 1288
2022.11.06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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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2011년 일본 고베(神戶)의 커피 박물관에서 어느 유럽인의 동상 앞에서 발걸음을 멈췄다. 동상이 들고 있는 동양적인 커피 주전자와 접시 위에 놓인 잔에 커피를 따르는 모습이 독특했다.‘유럽인의 동상이 왜 여기에 있을까?’ 그 동상은 폴란드인 게오르그 콜쉬츠키(Georg Kolscschitzky, 1640~1694)라는 사람이었다. 콜쉬츠키는 오스트리아의 오리엔탈 컴퍼니의 베오그라드 지사에서 번역가로 일했다. 오스만투르크 당국이 외국 상인들을 간첩으로 탄압하기 시작했을 때 그는 폴란드 시민권을 내보이며 체포를 피했고 그 후 비엔나로 이주했다. 독일의 작가이자 언론인이었던 하인리히 E. 야콥(1889~1967)의 저서 ‘커피의 역사’를 통해 콜쉬츠키와 커피의 인연을 알아봤다. 전쟁에서 패해 쫓겨간 오스만투르크군이 남긴 전리품 중에 곡물처럼 생긴 검고 낯선 포대가 있었다. 보병 한 사람이 쓸모없어 보이는 포대 하나에 불을 질렀다. 그런데 거기에서 향기로운 냄새가 뿜어져 나왔다. 후각이 뛰어난 콜쉬츠키가 소리를 질렀다.“지금 여러분이 태우고 있는 것은 커피라는 물질이오! 커피가 무엇인지 모른다면 내게 주시오! 내가 요긴하게 쓸 곳을 찾아낼 것 같소.”전쟁
장상인의 커피 한잔
장상인
호수 1286
2022.10.27 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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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스포러스 해협을 사이에 두고 동서양의 문화가 흐르는 튀르키예(Turkiye)는 우리에게는 옛 이름 터키로 잘 알려져 있다. 필자는 2012년 5~8월 개최된 여수 해양 엑스포와 관련해 이 나라와 인연을 맺고 빈번하게 왕래했다. 튀르키예 정부의 홍보 업무를 맡았기 때문이다. 홍보 업무와 더불어 또 다른 관심사는 이 나라의 커피였다.튀르키예에서는 커피를 ‘카흐베(Kahve)’라고 한다. 커피를 마시는 방법도 독특하다. 커피를 갈아서 끓인 후 가루가 가라앉을 때까지 기다렸다가 마신다. 설탕은 끓일 때부터 넣기 때문에 커피를 주문할 때 의사 표시를 분명히 해야 한다.“셰케를리(Sekerli)로 주세요.”, “사데(Sade)로 주세요!” 튀르키예 말로 셰케를리는 설탕을 넣어달라는 의미고, 사데는 설탕을 넣지 말라는 뜻이다. 반입 초기에는 상류층만 맛본 음료오스만(Osman) 제국에 처음으로 커피가 반입된 경위와 관련해 두 가지 설이 있다. 오스만에 파견된 예멘의 ‘오스데미르(Ozdemir) 장군이 자국에서 마시던 커피를 잊을 수 없어서 들여왔다’는 설과 ‘시리아인 기업가가 들여왔다’는 설이다. 커피는 1517년 콘스탄티노플에 들어왔다. 그리고 커피하우스가 일반인들에
장상인의 커피 한잔
장상인
호수 1284
2022.10.09 1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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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강한 맛의 커피 한 잔에는 1.35%의 커피입자가 용해돼 화학적 조성을 띠고 있다. 나머지 98.65%는 물이다. 물은 커피에서 두 가지 역할을 한다. 우선 커피 맛을 더하고, 분쇄된 커피로부터 커피 진액을 추출하는 용재로 작용한다.”미국의 커피 전문가 케빈 시놋(Kevin Sinnot)은 ‘한잔의 예술, 커피’(고재윤 옮김)라는 책에서 커피 물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시놋은 수백 명의 커피전문가들을 인터뷰하면서 커피관련 전문지식을 쌓은 사람이다.연수와 경수 중간인 중경수가 좋아일본의 음식 전문가 스미 겐지(角謙二) 씨는 저서 ‘커피의 기초지식’에서 이렇게 말한다. “맛있는 커피를 내리기 위해서 주의할 것은 원두의 선택, 로스팅, 내리는 기술만이 아니다. 한잔의 커피에 담긴 것 중 약 99%가 물이라는 것을 감안해야 한다. ‘물’에 커피의 맛을 좌우하는 비밀이 내재돼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그렇다면 우리가 매일 마시는 물은 어떻게 구분될까?먼저 경도(硬度)에 따라 ‘연수(軟水)’와 ‘경수(硬水)’로 나눌 수 있다. 굳이 따진다면 수분 중에 포함된 미네랄 양에 의해서다. 일반적으로는 리터당 미네랄 함유량이 100㎎ 이하면 연수고, 100㎎ 이상이면 경
장상인의 커피 한잔
장상인
호수 1282
2022.09.24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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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도쿄의 중심지인 긴자(銀座)는 백화점과 쇼핑 몰·전문 가게들이 즐비하다. 메이지(明治・1868-1912) 중기부터 형성된 긴자에서는 수십 년에서 수백 년을 이어온 시니세(老鋪:오래된 전통 가게)가 유행을 선도하는 패션몰들과 나란히 손님을 맞는다. 귀금속점 와코(和光), 양복점 도야(田屋), 진주로 유명한 미키모토, 양갱의 대명사 도라(虎屋) 같은 점포들이다. 또 문구점 이토야(伊東屋), 안경점 마쓰시마(松島), 포목점 에치고야(越後屋) 같은 시니세가 대를 이어가고 있다. 긴자에서 또 하나의 명물 시니세를 찾는다면 창업 111년이 된 카페 파울리스타(Paulista)다.… 가스등의 창백한 빛의 물결 한쪽 구석에서몬나 바나(Monna Vanna)의 작자를 그리워했다.브렝땅에서 나가이 카후(永井荷風)를 만났다.야시장의 휴대용 석유등에 구보타 만타로(久保田萬太郞)의 옆얼굴이 힐끗 붉어졌다한 잔에 5전의 브라질 커피 파울리스타!이윽고, 라이온도 ‘카페 긴자가 된다’고 하는 소문이다.일본의 불문학자인 히라노 이마오(平野威馬雄, 1900-1986)의 시 ‘긴자의 추억’이다. 시에 벨기에의 극작가 메리스 마테를링크(Maurice Maeterlinck, 1862~194
장상인의 커피 한잔
장상인
호수 1280
2022.09.04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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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고베(神戸)항은 예로부터 한반도, 중국과 교류했다. 고베항은 1868년 개항 후 사람·물건·정보가 왕래하는 국제 무역항으로 발전했다. 1995년 1월 한신 대지진으로 큰 피해를 입었으나, 불과 2년 만에 시설 복구를 완료했다. 인구 152만 명의 고베시는 일본에서 여섯 번째로 인구가 많은 도시다. 고베에 명물이 하나 더 있다. 다름 아닌 커피 박물관이다. 국제박물관협의회의 규약은 ‘박물관은 사회와 그 발전에 공헌하기 위해 유형·무형의 인류의 유산과 그 환경을 연구·교육·즐거움을 목적으로 수집·보존·조사연구·보급·전시를 하는 공중에게 열린 비영리 상설기관이다’라고 정의한다. 이 커피 박물관도 이 규약에 준해 운영되고 있다.박물관의 위치는 고베시 주오구. 지하철에서 내리면 서쪽 출구에 UCC 커피 박물관이 있다는 안내 표지판이 눈에 띈다. 육교 계단을 내려가면 커피 박물관이 나온다. 건물 앞에는 ‘UCC COFFEE MUSEUM Coffee Road’라는 영어 안내문이 새겨져 있다.이 UCC 커피박물관은 1981년 3~9월 고베에서 열린 박람회에 출품된 거대한 커피 컵 모양의 UCC 커피 관을 허물고 새로 지은 것이다. 건물 외관은 커피를 세계적으로 확산
장상인의 커피 한잔
장상인
호수 1278
2022.08.25 16: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