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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주 전에 단지를 방문해 보니 1층에 어린이집도 있고 도서관도 있어서 아이들 키우기에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2019년 12월 100일 된 둘째를 안고 이곳에 이사 왔다. 하지만 막상 와서 보니 둘 다 빈 곳이었다. 우리 단지는 2021년 LH작은도서관 활성화 단지 공모에 선정됐다. 이 덕분에 나도 계약직 도서관 코디네이터로 6개월간 근무하게 됐다. 우리는 코로나19로 먼지 쌓인 채 닫혀있던 14평의 도서관 공간을 개방했다. 도서관이라면 책을 빌리거나 책을 읽는 공간이다. 작은도서관은 내가 알고 있던 도서관과 달랐다. 독서공간에서 끝나지 않고 마을의 사랑방, 공동보육공간, 문화예술공간 등 많은 일을 했다. 하지만 6개월간 방문한 사람은 247명이었다. 그나마도 프로그램이 끝나면 재방문하지 않았다. 2022년 초 계약이 끝났고 내가 나가면 문을 닫게 될 도서관이 안타까웠다. 나는 관장으로 시간 날 때마다 봉사하기로 했다.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고 봉사만 하던 중 양주시 운영 매니저의 도움으로 하나씩 배워갔다. 그렇게 매일 도서관을 열고 입주민 봉사자들을 모집하고 동아리도 만들었다. 뜨개동아리는 2년째 매주 지속하면서 당근마켓에 홍보도 하고 동아리 분들과 겨
아파트 단상
양해연 관장/양주 덕정8단지행복한마을 행복한작은도서관
호수 1359
2024.04.23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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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은 산에 등산을 가면 생각나는 사람이 있다. 나는 그의 걷는 모습과 그가 한 말을 오랫동안 기억할 것이다. 나는 그를 산에서 만났다. 이야기에 치중하느라 실제 나이는 묻지 않았지만 지금 돌이켜보니 칠십 초반이나 중반일 것 같다. 검은 얼굴에 삐쩍 말랐고 커다란 손은 꺼칠꺼칠했으며 볼이 움푹 들어가 있었다. 특이하게도 큰 산 정상에서 내려오는 길인데도 조금도 흐트러짐 없이 똑바른 자세를 유지했다.내게 걷는 법을 가르쳐준 사람이 바로 그였다. 우리는 걷는 법을 배우지 않는다. 사실 걸을 때는 기술이 필요 없다. 제대로 걷든 못 걷든 그건 중요하지 않다. 이렇게 걷는 것보다는 저렇게 걷는 것이 낫다는 법도 없다. 그냥 다시 시작하고 반복하고 집중하면 된다. 한쪽 발을 들어 다른 쪽 발 앞에 놓는 것, 또다시 한쪽 발을 들어 다른 쪽 발 앞에 놓는 것….그러나 그는 달랐다. 걸을 때 그가 집중하는 곳은 발이 아니었다. 배꼽 밑 단전에 힘의 중심을 뒀고 고르게 호흡했다. 그의 발걸음에서 나타나는 것은 빠르고 힘참이 아니고, 규칙성과 리듬이었다. 봉오리를 올라갈 때 그의 뒷모습을 보니 그냥 걸어가는 게 아니었다. 자전거 페달을 돌리듯 동그라미 모양으로 굴러가는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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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식 주택관리사
호수 1357
2024.04.0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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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층간소음 갈등은 참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다. 층간소음 갈등 탓에 벌어진 극단적이고 끔찍한 소식들이 마음을 아프게 한다. 때로는 그러한 소식들이 층간소음 문제 해결에 앞장서는 것을 주저하게 만든다. 괜히 긁어 부스럼 만든다는 생각이 들게 된다. 우리 아파트에서도 ‘층간소음관리위원회를 구성하지 말자’는 의견이 많았다. 그러나 관리사무소장이나 관리직원들만 갈등을 빚는 입주민들 사이에 끼어 고생하는 것을 보고만 있을 수는 없었다. 우리도 용기를 내서 만들어 보자고 말했다. 입주민들에게 일일이 전화를 걸어 “한번 해보자”고 설득했다. 드디어 입주자대표회의에서 층간소음관리 규정도 제정하고 위원회 구성을 완료했다. 호기롭게 구성은 했지만 내심 층간소음 문제가 발생하지 않기를 바랐다. 그런데 약간의 불만을 가진 아래층과 위층 세대가 관리사무소로 민원을 넣기 시작했다. 위층에서 발생하는 소음 때문에 아래층의 취업준비생 청년이 예민해지기 시작한 것이다. 아래층에서도 위층에 보복 소음을 내기 시작했다. 몸싸움 일보 직전에 경찰이 출동까지 했다. 급기야 승강기 내부에 서로를 비난하는 쪽지가 나붙었다. 층관위가 빠져주면 조용하면서도 특별한(?) 방법으로 해결하겠다고 협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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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정수
호수 1356
2024.04.01 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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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가 따뜻해지며 본격 이사철이 돌아오고 있다. 아파트 이사 방법은 둘 중 하나다. 이사용 사다리차 또는 승강기를 이용하는 방식이다. 대부분 많은 짐을 한꺼번에 이동하기 쉬운 사다리차를 선호한다. 요즘 아파트 단지는 주차장보다 화단이 많아 사다리차가 주차할 수 없는 구간도 있다. 결국 승강기를 이용하는 수밖에 없다.지금 근무하는 아파트도 이사하는 세대가 빈번하다. 아침부터 정문 초소를 담당하는 경비원에게서 연락이 왔다. 이삿짐센터가 오전부터 들어왔다는 업무공유 연락이었다. 워낙 이사철인데다 ‘업체에서 잘하겠지’ 하는 마음으로 관리직원들과 공유만 했다. 30분이 지나자 해당 라인에 사는 입주민들의 항의 전화가 빗발쳤다. 대부분 출근 시간에 이사하는 것에 대한 불만 전화였다. 오전 7시부터 시작한 이사는 적어도 9시는 넘어야 끝난다. 출근 시간에 딱 걸려 입주민들이 정상적으로 승강기를 사용하지 못하고 있었다. 현장을 방문해 1층에 있는 이사업체 직원에게 지금 상황을 안내하니 “알겠다”고 대답은 했지만 호의적이진 않는 목소리였다. 일단 전달은 했으니 상황을 지켜봤다. 그 후로 10분 뒤쯤 전화가 걸려 왔다. 이번에는 매우 화난 입주민이었다. “이사를 출근 시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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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락원
호수 1355
2024.03.27 0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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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첫인상을 중요시한다. 인상이 좋으면 사람도 좋아 보인다. 우리가 거주하는 주택도 이와 다를 바 없다. 공동주택이나 주상복합건물도 미관이 중요하다. 고급스럽고 예쁜 집은 누구나 다 선호한다. 그러나 고가의 건물도 관리를 소홀히 하면 가치는 하락한다. 관리의 중요성을 깨닫게 한다. 관리는 외곽도 중요하다. 밖은 깨끗하고 입구는 말끔하며 실내는 쾌적해야 한다. 잘 관리된 상가건물에는 이용자가 많아진다. 이것이 건물을 청결하게 유지해야 하는 이유다. 그런데 우리가 관리하는 주상복합건물 주변에 생활 쓰레기가 버려지고 있다는 소리가 들려왔다. 서둘러 현장으로 갔다. A건물과 B건물 사이에 조성된 광장에는 생활 쓰레기가 뒤범벅돼 있었다. 종류도 다양했다. 꽁초는 바닥에 나뒹굴고 덩치 큰 스티로폼, 일그러진 화환, 낡은 가죽의자 그리고 일회용 커피잔 등이 산더미를 이뤘다. 더미 속에 일반 쓰레기봉투도 가세했다.입점주들은 “시도 때도 없이 버려지고 쌓이는 쓰레기 때문에 건물 이미지가 훼손되고 고객의 발길이 끊긴다” 걱정했다. 그냥 방치할 수 없었다. 어떻게든 처리해야 했다. 공개된 장소에 버젓이 버려진 생활 쓰레기를 놓고 관할구역을 따질 때가 아니었다. 인접한 B건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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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정남 주택관리사
호수 1355
2024.03.25 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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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계설비법 개정으로 500세대 이상 아파트에 기계설비 성능점검 숙제가 주어졌다. 이제 곧 마감일이 다가온다. 오는 4월 17일까지는 성능점검을 마무리해야 과태료를 피할 수 있다. 현재 근무 중인 아파트는 지난해 말부터 업체를 선정하고 점검 일자를 확정했다. 점검 당일 업체에서는 총 5명이 점검을 나왔다. 아파트 전체의 기계설비를 점검하는 줄 알고 많은 인원이 투입된 거라 생각했다. 알고 보니 아파트 전체의 기계설비를 점검하는 것이 아니라 총 개수의 일정 비율만 점검하는 것이었다. 다음 해에는 같은 방식으로 다른 기계설비를 점검하면 된다. 사무실에서 관리사무소장, 과장과 함께 일정에 대한 짧은 미팅을 가진 후 본격적인 점검이 시작됐다. 최초 성능점검을 하는 아파트는 기계실부터 점검을 시작한다.업체 직원들을 지하에 있는 기계실로 안내했다. 처음 받는 성능점검이다 보니 긴장도 되고, 잘 지켜봐야겠다는 생각에 소장에게 보고하고 계속 동행했다. 직원이 따라다니는 게 불편할 수도 있었을 텐데 업체에서는 전혀 신경 쓰지 않고 점검하는 부분마다 설명을 해줘서 점검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졌다.기계실은 물탱크, 소방펌프, 부스터펌프 등 주요 장비들이 모인 곳이다. 일차적으로 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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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락원
호수 1354
2024.03.22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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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일났습니다. 길고양이가 전기실에 들어갔습니다.” 아파트 당직 시설주임의 보고를 들은 시설과장 얼굴이 새파래졌다. 아찔한 일이었다. 얼마 전 울산에서 고양이가 추위를 피해 변전소에 들어가 감전 사고를 내 대규모 정전 사태가 발생했다는 뉴스가 떠올랐다. 전기실에 침입한 고양이를 몰아내지 않으면 큰일이다. 나는 출근 중인 전 직원들에게 랜턴과 막대기를 들고 전기실로 빨리 가라고 소리쳤다. 환기를 위해 당직 기사가 잠깐 문을 열어둔 게 화근이었다. 날씨가 추우니 고양이들이 지하주차장으로 거처를 옮긴 모양이다. 시설주임은 전기실로 뛰어 들어간 고양이를 막을 틈도 없이 멀리서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당직 기사가 전기실로 숨어든 고양이를 찾으려고 애를 썼으나 실패했다. 그는 “고양이가 좋아하는 먹을 것으로 덫을 놓아 잡자”고 제안했다. 그러나 전기실로 숨어든 고양이가 무슨 짓을 할지 모를 일이니 지체할 수가 없었다. 정전사고를 일으키거나 화재가 발생할지도 모르니 반드시 고양이를 찾아 잡든지 밖으로 몰아내든지 해야 했다. 각종 배선 통로 뜬바닥 구조의 덮개를 모두 열었다. 직원들은 바닥에 바짝 엎드려 랜턴으로 구석구석 비춰 봤지만 고양이는 보이지 않았다. 나도 기계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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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철민
호수 1351
2024.02.2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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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관리사무소장이 주택관리사보 자격증을 취득하고 처음으로 자치관리하는 아파트에 부임해서 전임 소장한테 전화를 걸었다. 전임 소장이 시청에 노후 공동주택 지원금을 받아서 해야 하는 아파트 바닥 아스콘 덧씌우기와 화단 경계석 교체 공사 등 5가지를 묶은 공사를 기획하고 퇴직했기 때문에 물어볼 게 많았다. 전화를 받는 목소리가 떨떠름했다. 관리규약 개정 작업도 일부만 손을 댄 상태였고, 초보가 취급하기에 까다로운 입주민 민원도 몇 가지가 있어 한 번 더 전화했더니 아예 받지 않았다. 그 이후에도 계속해서 전화를 받지 않았다. 전임 소장은 퇴직 후 실업수당을 받는 거로 봐서는 일할 자리가 없는데 억지로 떠밀려 나간 것 같았다. 그 과정에서 동대표들과 심한 감정 충돌이 있었던 것 같다. 이런 경우에는 전임 소장에게 협조받기가 쉬운 일이 아니다. 많이 안다는 동대표들에게 물어보고, 먼저 취업한 동기들에게 조언을 구해봤으나 실제적인 도움이 되지 못했다. A소장 입장에서는 아주 난감한 상황이 됐다. ‘아무도 가르쳐 주지 않아 / 이 길이 옳은지 다른 길로 가야 할지 / 나는 저 길 저 끝에 다 다르면 멈추겠지 / 끝이라며. / 가로막힌 미로 앞에 서 있어 / 내 길을 물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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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식 주택관리사
호수 1348
2024.02.02 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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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관리사무소 시설 근무자들은 당직 업무가 있다. 휴게시간을 포함해 24시간을 근무한다. 당직 직원은 교대 직전까지는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다. 늦은 저녁이나 새벽에 관리사무소 전화벨이 울린다는 건 특이 사항 민원일 경우가 크다. 어느 날 야간 휴게시간이 마무리될 때쯤인 새벽 5시에 전화가 걸려 왔다. ‘ㅆ’으로 시작되는 욕설과 함께 이중주차에 대한 항의 전화였다. 이중주차 차량이 사이드브레이크를 걸어놔서 자신은 출근도 못 한다는 내용이었다. 민원인이 불러준 차량번호를 확인해 보니 입주자 차량이 아니었다. 관리사무소에서 확인할 방법이 없어 즉시 현장으로 달려갔다. 눈으로 직접 보니 입주민이 화가 날 만했다. 방문 차량이 길목 한가운데 주차하고 사이드브레이크까지 채워놓았다. 차주의 전화번호를 확인하려는 참에 문제의 차량 차주가 내려왔다. 참다못해 민원인이 직접 차주에게 연락을 수십 통 했던 것 같다. 차주가 이동 주차하면서 일단 상황이 종료됐다. 민원인에게 다시 연락하니 문제의 차주가 방문했던 세대를 알려달라고 했다. 요즘 개인정보 보호법 때문에 함부로 알려줄 수 없다고 정중히 거절했다. 관리 측면에서는 미흡했던 점이 있다고 판단해 사과했다.그러자 입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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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락원 시설대리/진천 영무예다음1차아파트
호수 1346
2024.01.18 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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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관리사무소에 겨울은 한숨 돌릴 틈이 없다. ‘뜨거운 겨울’이다. 연말연시에는 눈이 내렸고 기온은 내려가지 않았다. 그래도 겨울은 안심할 수 없다. 공동주택에서는 철저히 대비하지 않으면 인명사고 또는 시설물 피해가 날 수 있다. 이미 다 준비하고 점검했겠지만 ‘한 번 더’가 필요한 시점이다.외부에서 출입하는 1층 공동현관에는 항상 미끄럼방지 패드나 부직포를 깔아 낙상사고를 예방해야 한다. 눈길을 밟고 바로 들어오는 입구는 미끄러울 수밖에 없다. 대리석 바닥은 위험도가 더 높다. 계단이 아니라 경사로로 돼 있는 장애인통로는 통행을 금지하는 게 좋다. 가끔 이용자들이 불만을 표현하지만 불미스러운 사고를 예방하는 게 우리가 욕먹는 것보다 더 중요하다. 사고 예방 차원에서 불가피한 조치라고 양해를 구한다.장비도 철저히 준비해야 한다. 제설 장비인 넉가래, 송풍기, 염화칼슘 등 재고 파악이 첫 작업이다. 넉가래는 손잡이가 나무고 앞부분이 플라스틱이라 울퉁불퉁한 인도 블록 쪽을 작업하다 보면 파손되는 경우가 많다. 재고를 넉넉히 확보해야 한다. 건설(마른눈)이면 송풍기로 많은 구역을 제설할 수 있다. 사람 몇 명의 넉가래 작업보다 송풍기 하나가 낫다. 바로 가동할
아파트 단상
최락원
호수 1345
2024.01.11 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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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송도는 높고 넓은 아파트들이 위세를 떨치며 하늘로 치솟아 마천루와 함께 국제적인 도시를 이룬다. 격조 높은 아파트와 그 가치에 어울리게 아파트 명칭 또한 세련되고 다채롭다. 열 글자가 넘는 기다란 아파트 이름은 한 번 들어서는 그 명칭을 다 이해하기 어렵다. 그런데도 송도 사람들은 이러한 도시적인 환경에 잘 적응한다. 그 가운데 입주민들에게 강한 자긍심을 심어주는 고품격 주상복합건물이 하나 있다. 아파트, 오피스텔, 사무실과 상가가 1개 동으로 이뤄졌고 이들 2개 동을 합하면 하나의 단지가 된다. 단지 4개를 복합하면 전체 관리단지가 되는데 관리사무소는 하나로 통합 운영되고 있다. 관리비 절감을 위해 애쓴 입주민들의 부단한 노력의 결과다. 물론 비용 지출은 끊임없이 이어진다. 그래서 관리주체는 관리비 운영에 대해 전반적인 사항을 검토하고 더 많은 대안을 강구 한다.입주민들은 달리는 말에 채찍질하듯 관리비 절감을 위해 애쓰는 관리주체에 더 많은 방안을 요구한다. 관리주체는 수선유지비 등을 줄이는 방안을 제시했다. 그와 동시에 일부 입주민이 관리사무소에 “단지 내 공원 이용 시 외등이 소등돼 어둡다”는 민원을 제기했다. 관리주체는 망설임 없이 외등의 불량
아파트 단상
안정남 관리사무소장/인천 송도힐스테이트
호수 1345
2024.01.09 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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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길 건너에 있는 아파트의 동대표들은 억세고 각박해서 일은 힘들고 급여가 인근 아파트에 비해 상당히 낮다고 소문이 났다. 그래서 인근 지역의 관리사무소장들이 기피하는 아파트였다. 그런데 A소장이 그 아파트에 부임한 뒤 많이 달라졌다는 소문이 퍼졌다. 그래서 경리직원을 시켜 알아봤다. 뭔가 알아보고 싶을 때는 경리직원 시키는 게 가장 빠르고 정확하다. 다만 그때 점심값 2~3인분을 선불로 줘야 한다.알고 보니 A소장이 오고 나서 관리직원들의 급여가 인근 단지와 비슷한 수준으로 많이 올랐고 복리후생비도 많이 올라갔다는 것이다. 그리고 예년 같지 않게 관리직원들이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됐다고 한다. 물론 급여를 올려줬으니 그럴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러니까 다른 아파트들이 낮은 임금인상률을 갖고 신경전을 벌이면서 샅바싸움을 할 때 이 아파트는 나 홀로 대박의 결실을 거둔 것이다. A소장이 억세고 인색한 동대표들을 상대로 무엇을 어떻게 했는지 궁금해진 건 당연한 일이다. 상황을 그렇게 반전시킨 데는 A소장의 여러 재능과 처세가 있었을 것이다. 그중에서도 특별한 것은 A소장이 동대표 회의가 쉽게 진행될 수 있게끔 자료를 준비한다는 것이다. 그동안 그 아파트 동대표 회의
아파트 단상
박종식 주택관리사
호수 1344
2024.01.05 0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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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북구 모 아파트에 거주 중인 A입주민은 평소 자신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는다는 B관리사무소장의 사무실에 찾아와 고성을 지르고 심지어 지팡이를 휘둘렀다.’ ‘고층에 거주하는 고령의 입주민들이 승강기 교체 공사 전 아파트 관리종사자에게 임시 거처를 마련해 달라는 황당한 민원을 제기했다.’ 입주민들과 관리사무소가 갈등을 겪었다고 소개한 한국아파트신문 기사를 간추린 내용이다. 대부분 ‘내 집’의 권리를 행사하지 못하게 된 경우 제기되는 민원이다.기본적으로 관리사무소는 입주자대표회의가 의결한 대로 집행하는 기관이고, 입주민은 집행(또는 단속)을 받는다. 즉 ‘입주민(대표)→관리사무소→입주민’의 순환적 관리가 아파트에서 이뤄진다. 정해진 규약대로 공동주택 관리가 시행된다. 입주민 대표가 만든 규약이 완벽할 수 없어 몇몇 입주민들은 불만을 가질 수도 있다. 이 과정에서 관리사무소와 입주민의 대립이 생기기도 한다. 내 집이면서 ‘공동’ 주택이기에 온전히 내 것일 수 없으니 불만이 생기는 게 당연하다.임대 아파트가 분양으로 전환되면 입주자 대표들이 다양한 안건을 내놓는다. 주차관리도 그중 하나다. 입대의 회의 결과 세대당 2대까지 차량 등록이 가능하고 나머지 차량은 단
아파트 단상
최락원
호수 1341
2023.12.15 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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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한국아파트신문에 실린 오지숙 관리사무소장의 ‘아파트 호박 전쟁’을 읽고 쓴웃음부터 나왔다. 아파트 빈터에 심은 호박을 두고 입주민 사이에 일어난 갈등이 어쩌면 공동체 사회에서 있을 수 있는 어이없는 현실의 단면일까 싶었기 때문이었다. “한 입주민이 호박을 정성으로 키웠다. 그러던 어느 날 누가 죄다 따간 호박잎을 보고 화가 났다. 그는 달력 뒷장에 ‘호박에 약 뿌렸음’이라는 글을 써서 나무에 묶어 놓았는데, 그 후로도 호박잎을 따갔고, 예쁘게 자란 호박까지 따갔다며 몇 번 난리를 치고서야 가을이 됐다”는 이야기였다.어느 군에서 하천 둔치에 유채꽃밭을 만들었다. 새봄이 되자 싹이 돋아나고 산들바람은 둔치를 푸른 물결로 일렁이게 했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 군데군데 싹이 잘려 나갔다. 살펴보니 입주민들이 나물로 먹자고 뜯어가는 것이었다. 하지만 밤낮으로 그 넓은 둔치를 지킬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궁리 끝에 듬성듬성 밀가루를 뿌리고 ‘농약을 살포했으니 절대 식용으로 채취하지 말라’는 내용의 안내판을 세웠다. 그 후 ‘나물 채취’는 사라졌다고 한다. 아지랑이 피어오를 무렵 무사히 자란 노란 유채꽃이 사람들의 발길을 모았다. 가로수로 심은 매실나무에 봄이 되
아파트 단상
가기천
호수 1341
2023.12.12 0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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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주택관리사협회 차기 협회장과 시도회장을 뽑는 선거가 모두 끝났다. 후보들의 공약은 마치 무한 복지를 내세우는 정치인과 비슷했다. 알고 보면 ‘고양이 목에 방울 달기’일 것이다. 마치 도로교통법 위반 범칙금 액수를 줄여달라는 식이다. 공약(公約)은 허공에 외친 공약(空約)으로 봐야 할 것 같다. 그래야 나중에 괜히 표를 줬다는 후회와 상실감이 덜할 것 같다. 공약 중 특히 많았던 것은 과태료 문제 해결이었다. 과태료 문제를 다시 보자. 과태료는 행정질서 위반 벌이다. 형사처벌이 아니고 벌금도 아니고 징역이나 금고형도 아니다. 중대한 경우 자격정지나 취소다. 과태료는 일종의 직업에 따른 스트레스라고 생각해야 한다. 수백억, 수천억의 재산과 입주민 행복 증진을 도모하는 우리의 고도로 긴장하는 직무와 가까이 있는 것이다. 때로는 전문 직업인 업무의 윤활유나 촉진제다. 때로는 이것을 활용해 위법을 저지르려는 입주자 대표나 입주민의 악성 민원을 차단하고 방어할 수도 있다. 서울시 모 구청 공동주택과 팀장은 관리사무소장에게 과태료 처분을 안 하고 싶지만 어쩔 수 없었다고 말한 적이 있다. 그의 말로는 수년 전 아파트 소장이 “우리가 전문가”라며 감독관청의 말도 잘 안
아파트 단상
강영만
호수 1341
2023.12.11 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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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공동주택 관리에 관한 의무화를 속속 추가하고 있다. 그에 맞춰 관리현장은 “업무가 과다하다”며 곡소리를 내고 있다. 최근 의무화된 것만 따져도 세대 내 전기점검과 소방점검, 기계설비유지관리자 선임 및 성능점검 등이 있다. 의무화 방안이 늘어나면 당연히 담당자의 부담이 커진다. 한국아파트신문 보도에 따르면 주택관리사 142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시행 중이거나 시행 예정인 정책에 따라 ‘업무 부담이 크다’고 생각하는 건이 9건 중 6건이나 됐다. 그중에서도 세대 내 전기시설 점검에 대해서는 주택관리사의 87%가 ‘부담이 된다’고 응답했다. 이 정도로 매우 큰 부담을 느끼고 있다. 부담된다는 이유로는 ‘인력 부족, 입주민의 협조 부족’이 주로 꼽혔다.세대 내 전기점검은 전기과장이 담당한다. 전기과장은 관리사무소장 바로 밑 직급이어서 현장에서 전기 관련 일만 하는 게 아니다. 소방 및 단지 내 시설물 관리, 인사 관리 등 총괄적인 업무를 하고 있다. 현장 전기과장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어려움이 바로 느껴진다. 세대 방문 약속을 잡으려면 일일이 전화 후 시간을 맞춰야 한다. 기껏 맞춰놓았는데 곧바로 취소될 수도 있다. 세대 방문 점검 시 정상적인 세대라면
아파트 단상
최락원
호수 1339
2023.12.01 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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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윗집의 ‘쿵쿵’ 소리에 아랫집 사람들의 심장도 ‘쿵쿵’ 뛴다. 저녁만 되면 어김없이 울리는 관리사무소의 전화벨 소리에 직원들의 심장도 ‘쿵쿵’ 뛴다. 층간소음 민원에 직원들은 ‘오늘도 역시나’라는 생각뿐이다. 층간소음 민원이 제기되면 직원이 현장에 가서 층간소음 발생지부터 확인하는 것으로 민원 처리를 시작한다. 간혹 소음을 유발한 세대를 방문하면 초인종을 눌러도 응답하지 않는 경우가 더러 있다. 이때는 문을 쿵쿵 두드려야만 반응이 온다. 관리사무소에서 왔다는 것을 알게 되면 그 입주민은 “죄송합니다”라고 사과의 말을 전한다. 이럴 때는 정중히 주의만 주고 마무리한다. 피해 세대에게는 이같이 해결했다고 따로 안내해야 안심한다.문득 드는 생각이 있다. 피해 세대도 스트레스를 받아 층간소음 민원을 해결해달라는 민원을 제기했을 것이다. 피해 세대는 자신이 이만큼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는 것을 관리사무소에서 알아주길 바라는 마음이 있는 것 같다. 실제로 피해 세대와 대화하다 보면 층간소음에 울컥했던 순간의 마음을 관리직원에게 털어놓는 것만으로도 감정이 잦아드는 게 느껴진다. 만약 현장을 직접 방문하지 않고 전화로만 응대했거나 층간소음을 내는 윗집 상황을 옹호하는
아파트 단상
최락원
호수 1338
2023.11.24 0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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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르신들은 조그만 땅이 있으면 뭐라도 심고 싶어 한다. 여기저기 상추, 고추, 토마토 등등 갖가지 작물들을 심는다. 봄 아파트는 한바탕 몸살을 앓는다. 공용구역에 개인 작물을 심으면 안 된다고 공고해도 소용없다. 몇 번은 조심스럽게 접근하다가 이제는 사진을 찍어 공고하고 원상복구 안 하면 바로 뽑아버린다. 올봄, 단지 여기저기서 이상한 식물의 싹이 올라왔다. 한 무더기에서 4~5포기가 보였다. 누군가 의도적으로 심은 것이 분명해 보였다. 텃밭 농사를 짓는 직원들 말이 호박이란다. 바로 얼마 전에 누군가 고추와 상추를 심은 것을 원상 복구하도록 공지했던 터라 또 공지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동대표가 관리사무소에 와서 말한다. “응, 그 호박 내가 심었어요. 누가 호박씨를 좀 줬는데 집에서 심어보니 싹이 나더라고요. 호박 덩굴 올라가면 보기 좋을 것 같아서 심었어요.”대표가 좋은 마음으로 심었다니 뽑아버릴 수는 없고, 관리사무소에서 단지 미관상 심은 것으로 하기로 했다. 얼마 후 호박잎이 제법 호박잎다워졌다. 나이 지긋한 입주민 어머니가 찾아왔다. “아니! 누가 단지에 죄다 호박을 심어놨던데 저거는 뽑아버리라고 안 해요?” 본인이 심은 작물을 몇 번 뽑아야
아파트 단상
오지숙
호수 1337
2023.11.11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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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아파트 게시판에 동대표 선거 공고문과 함께 후보자 공보물이 게시됐다. 후보자의 사진과 동 호수, 생년월일, 이력, 공약사항을 기재한 공보에 무언가 빠진 것 같았다. 살펴보니 후보자 이름이 없었다. 우편함에는 ‘대표자 선출에 대한 서면 동의 안내문’과 안내문 점선 아래에는 ‘서면동의서 서식’이 있었다. 투표용지라 할 수 있는 서면동의서에는 ‘동 호수, 세대주 성명과 찬성, 반대를 표시’하고, 그 아래에는 작성자 성명을 기재하고 서명하게 됐다. 이와 함께 관리규약 개정안과 이에 대한 ‘주민 투표 안내문’도 있었다. 역시 점선 아래에 찬성, 반대 표시와 작성자 성명을 쓰고 서명하게 된 것은 동대표 선거 서면동의서 내용과 같았다.입후보자 공보에 당연히 들어가야 할 이름이 빠진 것은 착오일 것으로 판단됐다. 그런데 서면 동의 방법은 도무지 이해되지 않았다. 비밀투표의 대원칙이 무너졌기 때문이다. 관리사무소에 전화해 혹시 후보자 성명이 빠진 것은 착오인가 물으니 그렇지 않다고 했다.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쓰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후보자 이름을 빼는 것은 따로 규정에 있는 것인지 물으니 선택사항이라고 했다. “그렇다면 이름은 꼭 써야 하는 것으로 생각한다. 개인정보
아파트 단상
가기천
호수 1336
2023.11.06 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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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부터 3년간 대한주택관리사협회를 이끌 제10대 협회장 선거가 11월 치러진다. 후보들이 등록하면서 공약을 내놓을 것이다. 십수 년간 3년 주기 선거 때마다 공동주택 관리현장의 어려움을 해결하겠다는 닮은꼴 공약이 반복됐다. 현장 소장이 바라는 것은 늘 비슷했고 후보자들이 내세웠던 것들은 무엇 하나 제대로 해결되지 않았음을 의미한다. 그렇다고 역대 협회장들의 노력과 능력을 싸잡아 매도하려는 것은 아니다. 의욕과 의지는 있더라도 그것이 곧 협회장의 능력을 의미하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또 우리의 희망과 달리 현안 과제들을 말처럼 쉽게 해결할 만큼 대주관이 우리 사회에서 위상이 높다고 생각되지 않기 때문이다.산적한 난제들은 협회장 혼자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문제를 해결하려면 기본적으로 협회의 사회적 위상을 높여 가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싫건 좋건 회원 수를 늘려 협회의 규모를 키우고 재정을 튼튼히 하는 게 우선돼야 한다. 협회의 확장과 재정 확충에는 관심 없는 후보가 유능한 소수 회원의 결속만으로 우리를 괴롭히는 제도를 혁파하고 요구를 관철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그건 이상향에 가깝다.아무리 훌륭한 계획과 청렴한 마인드를 지녔다고 해도 사람과
아파트 단상
유벽희
호수 1334
2023.10.24 16: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