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수 우려 없는 단지 설치는 입주자 의사 따라야”

정부는 기축 공동주택에 장기수선충당금 등을 활용해 차수판 등 물막이 설비를 설치하도록 할 방침이지만 아파트와 관련업계는 “쉽지 않다”는 반응을 보였다. 또 주변에 하천이 없고 지대가 높아 침수 우려가 없는 아파트까지 차수판을 설치할 필요는 없다는 지적도 나왔다.

개정된 건축물의 설비기준 등에 관한 규칙에 따라 2012년 4월 이후에 건축허가를 받은 공동주택은 준공 시부터 차수판이 설치돼 있다. 문제는 개정 규칙 시행 전에 건축 허가된 공동주택이다. 

기축 아파트는 입주민이 물막이 설비 설치를 건의해도 입주자대표회의 의결 등 절차가 까다롭고 적게는 200만 원에서 많게는 1000만 원 이상의 예산을 갑자기 추가하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장충금을 사용하려면 먼저 장기수선계획부터 세워야 해 과정은 더 길어진다.

관리 현장은 현재 장충금도 넉넉하지 않은데 차수판까지 챙기기가 어렵다는 반응이다. 일부 아파트 관리사무소장은 “꼭 모든 아파트에 차수판을 설치해야 하냐”는 의문을 던졌다. 일부 지역에 재해가 발생했다고 해서 모든 공동주택에 일괄적으로 차수판 설치 의무를 부여하려는 제도는 탁상공론이라는 입장이다. 이들은 “전문가의 진단과 위험도 평가를 거쳐 상습침수 우려 단지에만 차수판을 설치하도록 하고 그 외 단지는 입주자 자유의사 결정에 따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관리현장에서 차수판 설치에 소극적인 것은 차수판의 관리책임과도 관계가 있다. 차수판 관리는 누가 책임질지, 어느 시점에 차수판을 작동시켜야 할지 등에 관한 기준이 없기 때문. 

모 아파트 소장은 “정부의 차수판 관련 매뉴얼이 없는 상황에서 재해가 발생하면 관리사무소가 차수판 관리·작동에 따른 책임을 지게 될까봐 걱정된다”고 말했다. 그는 “환경이 변하는 만큼 관리해야 할 시설이 늘어나는 건 당연하지만 그만큼 부담스러운 것도 사실”이라고 한숨을 쉬었다. 정부가 차수판 설치를 권장하기 전 설치 및 작동 기준 등 구체적인 지침을 마련해야 하는 이유다.

차수판에 대한 관심이 최근 급격히 커진 탓에 수압에 견딜 수 있는 싸고 좋은 차수판을 찾기도 쉽지 않다. 기축 아파트의 차수판 설치에 적극적인 업체도 많지 않다. 한 차수판 업계 관계자는 “기축 아파트에 차수판을 설치하려면 입찰에 참여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어 문의 전화가 와도 상담에 응하지 않고 사양한다”고 말했다.

앞서 정부는 14일 지하공간 침수 예방을 위해 기존 공동주택의 침수 방지시설 설치 실태를 조사하고 장충금의 활용 등을 통해 수방시설을 설치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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