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체 선정 시 꼼꼼히 살피고 금액 크면 입찰에 부쳐야
“조립 못하면 아무 소용 없어” 평소 작동 훈련도 중요
인근 강 범람 없었지만 입대의 동의 받아 설치한 곳도
최근 태풍과 폭우가 잇따르면서 지하 침수를 막을 수 있는 설비로 알려진 차수판이 주목을 받고 있다.
아파트 입주민 사이에는 “우리 아파트에도 치수판을 설치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모 아파트 커뮤니티에는 “관리사무소에 차수판 설치를 건의하자”는 글도 올라왔다.
차수판 업계는 갑자기 바빠졌다. 그간 차수판 등 물막이 설비에 관심을 갖는 아파트가 거의 없었지만 올해 8월 이후 아파트들로부터 문의가 급증했기 때문. 차수판 설계·시공업체 힘찬테크는 “아파트의 설치 문의가 너무 많아 일일이 상담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업체 ㈜도래샘은 이달에만 20여 곳의 아파트와 차수판 설치 계약을 체결했다. 오달성 대표는 “지난 8월 이후 아파트의 차수판 설치 문의 수는 체감상 평소보다 80% 넘게 증가했다”며 “2011년 차수판 사업을 시작한 이래 아파트에서 이렇게 관심을 많이 가진 경우는 처음”이라고 놀라움을 표현했다.
차수판은 △수동 차수판(지주식·무지주식) △자동 차수판(하강식, 바닥 상승식) 등 다양한 조작 유형이 있다. 아파트에는 주로 수동 지주식 차수판이 보급돼 있다. 평상시에는 차수판을 빼 근처에 보관하다가 집중호우 시에만 끼우면 돼 관리하기 편하기 때문이다.
오 대표는 “자동 차수판은 버튼을 누르면 바로 가동돼 5초면 설치될 수 있는데 비용은 수동 차수판의 15배 이상이어서 아파트에서는 선호하지 않는 편”이라고 전했다.
업체는 수동 차수판을 설치할 경우 한 구역당 최소 200만 원의 설치비가 들어가며 일주일간 차수판을 제작해 하루 만에 설치공사를 완료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지하주차장 출입구가 2곳 이상인 아파트는 설치비가 400만 원을 넘어 업체 선정 시 입찰에 부쳐야 해 기간이 더 길어질 수 있다.
오 대표는 “차수판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업체 난립이 우려된다”며 “믿을 만한 업체를 선정하려면 공사업체로부터 제품 시험성적서를 꼭 받아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모 아파트는 관리사무소에서 직접 지하주차장 출입구에 차수판을 설치해 화제가 됐다. 2015년에 지어진 경북 포항의 상도코아루렌트럴하임아파트다.
지정식 관리사무소장은 “아파트 인근에 있는 강이 범람한 적은 없지만 혹시 모른다는 생각에 수동 차수판 설치를 추진했다”면서 “입주자대표회의 회장에게 알리고 입주자대표 6명 전원의 동의를 받았다”고 말했다.
지 소장은 하루라도 빨리 설치하기 위해 전문 설치업체에 맡기는 대신 직접 공사를 진행했다. 그는 차수판의 종류와 설치 방법을 조사하고 샌드위치 패널 등 재료를 구입했다. 지하주차장 입구 2곳에 차수판을 설치하는 재료비로 약 100만 원이 들었다. 이전에 시공사가 이 아파트에 지급했던 하자보수 미비 위로금으로 충당했다. 지 소장은 “차수판 설치는 어렵지 않았고 조립 시간도 5분 남짓에 불과했다”며 “차수판은 혹시 모를 재해를 막기 위한 필수 설비로, 설치하고 나니 마음이 편하다”고 강조했다.
경기 안양시 평촌래미안푸르지오아파트는 안양천과 가까이 있다. 2021년 11월 준공될 때부터 차수판이 설치돼 있었다. 관리사무소는 올해 발생할 폭우, 태풍에 대비해 지난 7월 처음으로 차수판 작동훈련을 실시했다. 이 아파트 전기과장은 “차수판이 있어도 조립을 못하면 아무 소용이 없다”며 “매년 차수판 사용을 포함한 재난대비훈련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