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언론진흥재단 지원 기획]
아파트 30만 일자리, 중장년층 찾는다
② 대단지와 소단지의 관리 업무 특징

대단지,  다양한 시설서 팀으로 일하며 전문성 키워
소단지,  나홀로 업무 많지만 가족같은 분위기 매력

 

아파트 관리사무소는 하나의 회사와 비슷하게 움직인다. 대단지 아파트에는 관리직원만 수십 명에서 수백 명에 이른다. 

국내 최대 규모 아파트인 서울 송파구 헬리오시티(9510세대)는 240명의 관리종사자가 근무하고 있다. 직원 수가 가장 많은 아파트는 서울 송파구 올림픽선수기자촌아파트(5540세대)로 무려 343명이 근무한다.

공동주택관리정보시스템(K-apt)에 따르면 올해 8월 기준 의무관리 공동주택 1만7867만 단지 중 1000세대 이상은 2378단지(13.3%)에 달한다. 이곳에서 근무하는 관리, 경비, 청소 인력은 총 5만3298명에 이른다. 단지당 22명이 근무하는 셈이다. 

서울 강동구 고덕그라시움아파트는 총 53개 동, 4932세대로 입주민 1만5000여 명 이상이 거주하는 대단지 아파트다. 관리직원 39명, 경비원 40명, 미화원 51명 등 130명의 관리종사자가 입주민의 평안을 위해 힘쓴다. 직원들의 평균 나이는 약 55세. 

김인숙(62) 관리사무소장을 필두로 회계, 관리, 조경·영선, 기술, 커뮤니티 팀 등으로 나눠 일한다. 직원들은 팀제도는 초보 직원도 업무를 빨리 익힐 수 있고, 업무의 세분화로 전문성을 높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말한다. 

고덕그라시움아파트의 주간 회의에는 보통 20여 명의 관리직원들이 참석한다. 이날은 미화원들에게 특별  전달사항이 있어 더 많은 인원이 모였다.
고덕그라시움아파트의 주간 회의에는 보통 20여 명의 관리직원들이 참석한다. 이날은 미화원들에게 특별 전달사항이 있어 더 많은 인원이 모였다.

문경호(52) 시설주임은 “작은 단지에는 시설관리 직원 1~2명이 교대로 근무해 경력이 없으면 일하기 어렵다”면서 “큰 단지는 팀으로 서로 도와가며 근무하기 때문에 초보자도 충분히 일을 배울 수 있다”고 말했다. 김하나(40) 회계 대리도 “이곳은 각자 담당하는 업무가 나뉘어 있어 전문성을 키울 수 있다”고 덧붙였다. 

대단지의 특징은 다양한 커뮤니티 시설이다. 이 아파트는 헬스장, 골프연습장을 비롯해 수영장, 카페, 게스트하우스, 독서실 등이  있다. 나형욱(52) 커뮤니티 팀장은 “운동, 요가, 필라테스, 가죽 공예 등 150여 개의 문화·스포츠 강좌를 제공하고 있다”면서 “새 강좌를 개설할 때마다 입주민들이 만족하는 모습을 가까이서 보면 일할 맛이 난다”고 전했다.

이 아파트에도 고충은 있다. 매일 같이 쏟아지는 민원이다. 하루 100건이 넘게 들어오는 민원에 이를 담당하는 3명의 직원의 귀에서는 수화기가 떨어질 틈이 없다. 민원의 내용은 ‘도어락 건전지가 다 닳아 현관문이 열리지 않는다’, ‘가스레인지에 불이 들어오지 않는다’는 등 각양각색이다. 

권영옥(47) 관리주임은 단지 내에서 잃어버린 아이를 부모에게 찾아줬던 일이 기억난다고 말한다. 그는 “관리 전산망을 이용해 직원들에게 이 사실을 빠르게 알려 불안해하던 어머니에게 아이를 찾아줬을 때 큰 보람을 느꼈다”고 회상했다.

입주민 수가 적은 소단지는 어떨까. 학원 강사 출신 홍경애(54) 소장은 남편 지인의 권유로 3년간의 도전 끝에 주택관리사 자격증을 취득했다. 서울 강서구에 위치한 98세대의 탑건진선미아파트가 홍 소장의 첫 근무지였다. 아파트 관리 경험이 없던 그는 하나부터 열까지 몸으로 부딪치며 업무를 배웠다. 

홍 소장은 “소단지의 소장은 대부분의 사무 업무를 혼자 수행해야 하고 입주민, 입주자대표회의 등을 상대하기 때문에 팔방미인이 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홍 소장은 “처음 소장으로 부임했을 당시 나이가 많았던 입주민들은 ‘경험 없는 소장이 잘할 수 있을까’하는 시선으로 바라봤다”면서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휴대폰이 고장 나거나 전자기기를 바꿀 때마다 찾아와 도움을 청할 만큼 관계가 좋아졌다”고 말했다. 그는 대단지에서 조직적으로 일해보고 싶기도 하지만 소단지에서 입주민들과 가족 같은 분위기 속에 소통하며 근무하는 것도 매력적이라고 덧붙였다. 

아파트에서 경리로 근무하다가 관리업의 매력에 빠져 주택관리사 자격증을 딴 소장도 많다. 224세대의 서울 강서구 신동아아파트에서 경리 겸직으로 근무하는 문선미(34) 소장도 그런 경우다. 문 소장은 경리로 아파트 관리업에 첫발을 내디뎠다. 그는 당시 근무하던 아파트 소장의 권유로 주택관리사 자격증을 땄다. 

문 소장은 아파트 관리에 대한 전반적인 시스템을 파악하기 위해 관리대리, 관리과장 등 중간 관리자로 2년간 근무하면서 경험을 쌓았다. 이후 소장 근무 2년을 넘긴 그는 “한 아파트 단지의 전체적인 관리를 맡는다는 책임감은 무겁지만, 경험과 경력을 더 쌓아 향후 대단지에서도 근무해보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현직 아파트 관리종사자들은 다양한 경험과 노하우를 가진 중장년층에게 아파트는 새로운 기회의 장소라고 말한다. 

고덕그라시움의 김 소장은 “아파트 하자 및 전기 등의 기술자 구인에 어려움이 많다”며 “중장년층의 다양한 경험과 각자의 자리에서 기존에 갖고 있었던 역량이 아파트를 관리하는 데 분명히 도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공기업에서 정년퇴직한 뒤 이 아파트에서 3년째 근무 중인 박영일(63) 관리부장도 “경험이 많고 대인관계가 넓은 중장년층에게 아파트 관리업은 아주 적합한 직종”이라고 추천했다.  

본 기획물은 정부광고 수수료로 조성된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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