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언론진흥재단 지원 기획]
아파트 30만 일자리, 중장년층 찾는다
⑤ 주택관리사 413명 근무실태・만족도 설문

‘평생직장’은 가고 ‘평생 직업의 시대’가 오면서 정년 없이 일할 수 있는 주택관리사가 중장년층의 매력적인 일자리로 주목받고 있다. 현재까지 배출된 주택관리사는 6만2000여 명. 올해 11월 새롭게 1600명의 주택관리사가 배출될 예정이다. 

안정적이고 전망 좋은 일자리를 선호하는 것은 중장년층만이 아니다. 20~30대 청년들도 마찬가지여서 일찌감치 주택관리사에 도전하는 청년이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빛이 있다면 그림자도 있기 마련. 일부는 “주택관리사는 장점도 많지만 고용 불안정, 입주민 갑질 등 고충도 많다”고 토로한다. 

본지는 대한주택관리사협회와 함께 주택관리사들의 근무실태와 만족도를 알아보기 위해 지난달 전국 주택관리사 413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주택관리사들이 임금, 근무 환경 등을 종합적으로 만족도를 평가한 결과 ‘만족’은 29.3%(매우 만족 2.4% 포함), ‘불만족’은 29.4%(매우 불만족 6.1% 포함)로 비슷했다. ‘보통’은 41.3%였다. 경북, 제주소재 주택관리사들은 만족에 응답한 비율이 각각 46.2%, 60%로 다른 지역보다 특히 높았다. 

응답자의 절반인 50%가 ‘정년 없음’을 가장 만족하는 조건으로 꼽았다. 만족하지 않는 조건으로는 악성 민원(36.7%), 고용 불안정(34.1%) 등이 꼽혔다. 

또 ‘부당대우를 경험한 적이 있는가’ 항목에서는 88.4%가 ‘있다’고 응답해 주택관리사가 받는 잘못된 처우의 단면을 보여줬다. 부당대우의 종류로는 과반수(61.6%)가 ‘입주민의 폭언·폭력’을 꼽았다. 

인천의 아파트에서 근무 중인 모 소장은 “입주민이 복도에 내놓은 화분이 통행에 지장을 줘서 치워달라고 요청했더니 그 입주민이 관리사무소에 와서 행패를 부렸다”며 “별거 아닌 일로 관리사무소에 찾아와 30분 동안 소리를 지르다 가거나, 두고 보자는 협박성 말을 하는 입주민도 있다”고 말했다. 지난 7월 인천의 한 아파트에서는 노후 변압기 교체를 위해 전기공급을 중단한 것을 두고 한 입주민이 소장을 폭행하는 사건이 벌어지기도 했다. 

최근에는 고용 불안정이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과거에는 1년 계약이 기본이었지만 최근 들어 3개월짜리 초단기 근로계약서도 돌고 있는 형편이다. 다른 직장처럼 정년의 부담은 덜었지만 한 단지에서 오래 근무하기가 어려워졌다. 현재 상황이 개선되지 않는다면 주택관리사들이 고용 유지를 위해 누군가의 눈치를 봐야 하는 여건이 고착될 수도 있다. 

서울 송파구 신성노바빌아파트에서 22년째 근무 중인 조경순(61) 소장은 “한 단지에서 오래 일하면 단지 상황이 두루 파악돼 체계적으로 일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며 “3개월은 단지를 파악하기에도 부족한 시간이라 능력을 발휘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주택관리사로서 가족이나 지인에게 주택관리사 직업을 추천하겠다는 응답은 39.7%로 예상보다 적게 나왔다. 임금, 근무 환경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한 만족도에서 ‘매우 만족한다(2.4%)’고 답한 응답자의 70%, ‘만족한다(26.9%)’고 답한 응답자의 63.1%는 ‘주택관리사를 추천하겠다’고 답했다. 주택관리사 직업 만족도를 높인 가장 주요한 요인으로 ‘정년이 없다’는 점이 꼽혔던 것처럼 직업 추천 이유로도 ‘정년 없음(70.4%)’이 가장 높은 응답률을 보였다. 

설문조사에 응한 주택관리사의 연령은 50대(49.2%), 60대(38.7%)가 많았고 이어 40대(9.2%), 70대 이상(2.2%), 30대 이하(0.7%) 순이었다. 이들은 주로 지인의 소개(52.2%)로 주택관리사를 처음 알게 됐다. 언론매체나 기사광고(21%), 인터넷 검색(12.7%) 등 우연한 기회에 알게 된 경우도 있었다. 

본지와의 현장 인터뷰에서 인천 동구 송현삼두1차아파트 양희성(62) 소장은 “정년퇴직을 앞두고 재취업을 궁리하는 중 동료 직원이 주택관리사를 추천해 용기 내 도전했다”고 말했다. 인천 연수구 희영무지개아파트 김명준(27) 소장은 공인중개사인 부모님의 추천으로 주택관리사의 세계에 발을 들여놓게 됐다. 

공동주택에 취업하기 직전의 고용 상태는 취업 중(32.2%), 경력 단절(22.4%), 자영업(18%), 정년퇴직 또는 그 직전(16.8%) 순으로 응답했다. 첫 취업이라고 답한 주택관리사는 2.0%에 불과해 거의 전부가 다른 직종에 종사하다 주택관리사로 옮긴 것으로 나타났다.

주택관리사들의 월 급여는 300만 원 이상(86.1%)이 대부분이었다. 서울 서대문구 DMC이랜드해가든아파트 정부용(32) 소장은 “단지 규모에 따라 소장의 연봉 차이가 크다”며 “대체로 작은 단지는 연봉이 3000만 원 초반대, 대단지는 4000만 원 후반 정도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임금에 대한 만족도는 보통(44%)이라고 답한 응답자가 가장 많았다. 이어서 만족(24.2%)과 불만족(24.4%)이 비슷했다. 

4차 산업혁명에 따라 무인시스템이 각종 일자리를 대체하는 추세다. 이에 따라 미래에는 인공지능과 로봇이 인간의 노동을 대체해 많은 직업이 사라질 수 있다고 한다. 흔히 ‘정년이 없다’고 말하는 공동주택관리 일자리는 미래에 어떻게 될까.

응답자의 90.8%는 ‘공동주택관리 일자리는 미래에도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답했다. 그 이유로는 ‘공동주택관리는 단순한 건물관리가 아니라 복합적인 업무이기 때문(63.9%)’, ‘로봇은 입주민의 다양한 민원을 해결할 수 없기 때문(25.1%)’ 등을 꼽았다. 

정부용 소장은 “무인시스템이 각종 일자리를 대체해도 아파트에서만큼은 인력이 꼭 필요하다”며 “우리나라에서 아파트가 없어지지 않는 이상 주택관리사라는 직업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자부심을 드러냈다. 

이선미 대한주택관리사협회장은 “공동주택은 물론 소규모 공동주택, 지식산업센터 등 다양한 집합건물이 생기면서 전문가의 필요성이 계속 대두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그 안에서 각종 갈등을 해결할 수 있는 전문 자격사는 꼭 필요하며, 주택관리사는 정년이 없기 때문에 미래에도 보람 있게 일할 수 있는 직업군”이라고 강조했다.

본 기획물은 정부광고 수수료로 조성된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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