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언론진흥재단 지원 기획]
日선 현장 상주없이 1명이 5~30개 단지 순회업무
맨션관리사는 관리조합에 운영 문제 등 조언 역할

일본의 한 맨션의 전경이다. [출처 : ‘맨션과 생활(マンション)’ 홈페이지]
일본의 한 맨션의 전경이다. [출처 : ‘맨션과 생활(マンション)’ 홈페이지]

한국에 아파트가 있다면 일본에는 맨션이 있다. 아파트와 유사한 주택 유형인 맨션은 1968년 5만여 호에 불과했으나 2021년 약 686만 호로 53년 만에 무려 130배로 늘어났다. 현재는 인구 약 1억2600만 명의 12%인 1520만 명이 맨션에 산다. 맨션 거주 비율은 10년 전에도 11%대로 그간 큰 변화가 없었다. 지난해 아파트 거주 비율이 63.5%에 이르는 한국과는 확연히 다르다.

한국은 300세대 이상 등 의무관리 아파트에는 주택관리사를 반드시 채용해야 한다. 일본은 법적 채용 의무는 없으나 맨션 관리를 위해 국가에서 시행하는 주거 관리 전문자격 제도를 두고 있다. 2001년에 도입된 관리업무주임자와 맨션관리사다. 자격 제도화가 한국보다 11년 늦었다.
 

관리업무주임자는 관리회사 소속 직원

맨션 관리업자가 맨션의 구분소유자로 구성된 관리조합 등과 관리위탁 계약을 체결할 때 필요한 국가자격증이 관리업무주임자다. 이 자격증이 한국의 주택관리사 자격증과 비슷하다. 

이이지마타다시(飯島正) 전 국토교통성 주택국 맨션관리대책실장은 한 보고서에서 “일본에서는 관리조합이 관리에 대한 책임을 지는데, 관리조합이 맨션을 직접 관리하기 힘든 경우 전체 또는 일부에 대해 위탁관리계약을 체결한다”고 설명했다. 관리조합은 한국의 집합건물관리법상 관리단과 비슷한 기구다. 

강혁신 조선대 법학과 교수는 관련 논문에서 “관리업무주임자는 계약 주체인 관리조합에 위탁계약에 관한 중요 사항을 설명하고 관리위탁계약 체결을 돕는다”고 설명했다.

일본의 위탁관리회사는 위탁을 맡은 단지 5~30개에 1명의 관리업무주임자를 고용하도록 법에 규정돼 있다. 맨션 현장에 직원이 상주하지 않고 관리회사와의 업무 연락을 담당할 관리원을 두거나 관리회사의 담당자가 맨션을 순회하는 식으로 업무를 본다. 주택관리사 자격을 가진 관리사무소장이 현장에 상주하며 회계 관리, 운영관리, 유지보수 등 여러 업무를 총괄하는 한국과 가장 다른 점이다. 

관리업무주임자가 되려면 일본 국토교통성이 매년 치르는 맨션관리업무주임자 국가 자격시험에 합격해야 한다. 한국산업인력공단의 주택관리사보 자격시험과 비슷하다. 

맨션관리업협회에 따르면 2021년 맨션관리업무주임자 시험 합격자는 3203명으로 전년보다 약 14% 감소했다. 합격률은 19%로 전년보다 약간 낮아졌다. 합격자 평균연령은 43세며 합격자 중 여성 비율은 23%였다.
 

맨션관리사는 종합 컨설턴트

맨션관리사는 관리조합에 맨션 운영, 대규모 수선, 건물 구조상의 기술적 문제 등에 조언과 상담을 해준다. 관리조합이 위탁하지 않은 분야에서 발생하는 관리 현안에 관해 객관적인 입장에서 조언해주는 전문가가 바로 맨션관리사다. 맨션관리사 역시 공동주택 관리현장에 상주하지 않는다. 

맨션관리사가 되려면 매년 1회의 맨션관리사 국가 자격시험에 합격해야 한다. 정부의 맨션관리 지원업무를 대행하는 공익재단법인 맨션관리센터가 발표한 2021년도 맨션관리사 시험 결과 합격자는 1238명이었다. 합격률은 9.9%에 불과해 10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지난해 합격자 중 여성 비율은 14%로 관리업무주임자의 경우보다 낮았다. 연령별로는 50대가 343명으로 가장 많았다. 한 학원은 “열심히 공부하면 3개월 이내에 합격하기도 한다”고 광고하고 있다. 
 

한국과 일본 관리종사자의 차이

일본에서는 관리업무주임자와 맨션관리사, 기술직원, 경비원, 미화원 등 모두가 현장에 상주하지 않는다. 대형 시행사가 공급한 맨션의 경우 시설물의 원격감시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회계처리는 본사 직원이 시행하고, 유지보수는 순회 점검 직원이 맡아 처리하고 필요한 경우 공사를 발주한다. 청소도 별도로 용역을 맡기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박신영 전 한국도시연구소 소장은 ‘일본맨션관리제도의 시사점’이라는 자료에서 “일본은 법적 규제를 최소화하며 그 대신 관리회사가 현장에 맞는 관리를 제안하고 관리조합이 수용해 합리적이고 자율적인 관리를 추구한다는 점에서 한국과 크게 다르다”고 설명했다.
 

맨션관리 직종의 미래 전망

자격시험 도입 초기에는 맨션관리 업무를 취급하던 건축사, 행정사 등이 추가로 따놓는 자격증 정도로 인식됐다. 김정인 주생활연구소 부소장은 “최근에는 맨션 소유자의 고령화로 관리조합 운영이 어려워져 맨션관리사가 실질적인 역할을 하는 경우가 늘어났고 제3자로서 관리조합의 임원으로 활동하기도 한다”고 전했다. 

일본의 자격시험 학원인 아가루트 아카데미 관계자는 “해마다 낡아져 수리 필요성이 커지는 맨션이 많아지면서 맨션관리사의 업무가 늘어나는 추세여서 맨션관리사의 인기가 높다”고 말한다.

지방자치단체가 맨션관리를 지원하기 위해 맨션에 어드바이저라는 명목으로 전문가를 파견하거나 알선하기도 하는데 이때 맨션관리사가 많이 활용된다. 맨션들은 장기수선계획이나 관리규약을 작성하는 등 중요한 업무를 볼 때 전문가의 도움을 받기도 한다. 실제로 많은 단지가 맨션관리사에게 업무를 의뢰한다.

김 부소장은 “관리업무주임자는 관리회사에서 필수적으로 고용해야 하며 맨션관리사는 단독으로도 맨션 어드바이저로 활약하는 경우도 많아 이들의 장래성이 밝은 편”이라고 말했다. 

본 기획물은 정부광고 수수료로 조성된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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