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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라톤은 고독한 운동의 대표 격이다. 홀로 달리며 훈련을 하고, 대회에서도 남의 도움을 받으면 안 된다. 처음부터 끝까지 자신의 힘으로 뛰어야 한다. 완주 후 느끼는 성취감도 홀로 만끽한다. 인생이 그런 것처럼 남과의 비교보다 자신과의 싸움이 중요하다. 내가 좋아하는 운동들은 대체로 혼자 하는 운동이다. 특별히 고독을 좋아해서 그런 것이 아니라 기본적인 운동, 돈이 많이 안 드는 운동, 아무 때나 할 수 있는 운동을 하다 보니 그렇게 됐다.최근에 좋아하게 된 등산도 그렇다. 집단 등산도 많이 하지만 운동으로서의 등산, 자연의 깊은 맛을 제대로 느끼는 등산은 혼자 할 때 빛난다. 자신의 능력에 맞춰 속도와 거리를 조절하면서 지치지 않게, 풀어지지도 않게 적당히 열심히 걷는 행위가 등산이다. 그런 상태여야 주변의 아름다움을 제대로 감상할 수 있고 동행자들로 인한 스트레스도 받지 않게 된다. 그렇다고 혼자 하는 운동만이 정답일까. 그렇지 않다.미국 국립암연구소(NCI) 연구팀에 따르면 매주 2.5시간 이상 꾸준히 운동하면 조기사망의 위험을 낮출 수 있다. 그중 가장 효과적인 것이 테니스와 배드민턴, 탁구 같은 라켓을 사용하는 구기종목이라고 한다. 달리기와 운동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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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윤호
호수 1288
2022.11.06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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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어(洪魚) 홍어목 홍어과의 생물로 주로 서남해상에 서식하며 흑산도산을 최상품으로 여긴다.11월 ~ 4월 경이 가장 육질이 좋다. 신안연해와 연평연안에서 많이 수확되며 신안, 특히 흑산도 인근에서 잡히는 홍어는 몸집이 크고 육질이 단단해 최상품으로 인정받는다. 홍어와 같은 연골어류는 소변성분인 요산을 배출하지 않고 피부로 흘려 보내며, 이것이 사후에 암모니아를 생성한다. 홍어의 특유한 냄새는 이 때문이며 이로 인해 부패균이 다 없어져 발효가 시작된다. 한식 중 호불호가 가장 크게 갈리는 음식은 홍어가 아닐까요. 특유의 삭은 냄새는 물론이고 톡 쏘는 맛 때문에 못 먹는 분은 고개를 젓죠. 반대로 홍어에 맛을 붙인 분들은 홍어 생각만 해도 침이 고이고 맛집을 찾아다니기도 합니다. 보통 생선은 죽으면 세균이 침투해 부패가 시작됩니다. 홍어와 가장 닮은 가오리도 마찬가지입니다. 홍어는 오줌을 싸지 않고 소변 성분을 요산으로 만들어 내는데 이 요산이 부패를 막아줍니다. 홍어는 관절염과 간에 좋은 성분을 많이 지니고 있습니다. 홍어와 가장 가까운 친척인 상어도 요산을 몸에 품고 있습니다. 상어의 연골과 간은 의약 재료로 쓰입니다. 다산 정약용 선생의 형인 자산 정약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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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종찬
호수 1287
2022.11.04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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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닥다닥 붙어 끝없이 이어지는 판잣집들. 고만고만한 집들은 결코 음울해 보이거나 어둡지 않다. 초저녁 달동네를 훤히 밝히고 있는 노란 빛. 골목을 비추는 가로등의 빛인지 단란한 가족들이 머무는 집의 창문에서 새어 나오는 빛인지 알 수 없다. 그래도 포근하고 따듯한 느낌을 넘어 안전하게까지 느껴진다. 그림을 보고 있노라면 집집이 피어오르는 밥 냄새가 코끝을 자극하기도 하고 행복한 가족의 웃음소리가 들리기도 한다. 지난 15년 가까이 달동네 풍경을 그려온 정영주 작가는 자신의 그림을 ‘판자촌 파라다이스’라고 소개한다. 작품의 달동네는 특정 지역의 풍경이 아니다. 어린 시절 체험했던 한국 달동네의 모습을 기억 속에서 꺼내 완성한 것들이다. 그는 골목길을 다니면서 사진을 찍거나 스케치하기도 한다. 그는 유년 시절 기억이 뚜렷하다. 기와집과 초가가 모여 있던 동네에서 키우는 소와 닭에게 직접 먹이를 준 기억, 할머니와 함께 생활하는 방에 메주가 달려 있던 기억이다. 전기가 들어오지 않아 밤에 호롱불을 켜고 마당에는 모닥불을 피워 고구마를 구워 먹었던 기억도 난다. 그는 “서로 가진 것을 비교하지 않았던 달동네에서 오히려 행복했다”고 담담하게 말했다.그림의 영감은 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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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혜 기자
호수 1287
2022.10.30 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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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한때는 잘 나가던 시절이 있었다. 건강도 그렇다. “한때 100m 달리기를 15초에 뛰었고, 군에서 천리행군을 죽 먹듯 했으며 축구라면 동네에서 가장 잘 뛰어다녔다.” 옛날 무용담에 더해 이렇게 말하는 아저씨도 많다. “요즘은 매일 아침 동네 공원을 씽씽 돌고, 친구들과 등산을 가면 항상 앞에서 1등을 한다. 어디 가서 체력이 남들보다 못하다는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없다.” 그런데 어깨는 좁아지고, 가슴은 졸아들고, 팔뚝은 가늘어져 보기에 안타깝다. 이거 뭐, 볼까지 푹 꺼지는 피곤한 날이면 어디 아프냐는 말을 듣기 일쑤다. 최근 한 선배와 통화를 할 때도 비슷한 말을 들었다. 충분히 이해한다. 당연한 말이다. 근육은 우리 신체에서 거의 유일하게 노화를 겪지 않는 기관이지만 동시에 어느 정도 나이를 먹으면 저절로 사라져버리는 신기한 기관이다. 그러니 그런 나이가 되기 전에 근육을 충분히 만들어야 하고, 그 근육을 ‘유지, 발전’시켜줘야 한다. 하체 근육은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하체는 일상 속에서 워낙 열심히 일하는 기관이기 때문에 별로 문제가 없다. 더구나 등산 같은 강한 하체운동을 하는 사람이라면 말할 것도 없다. 그러니까 열심히 움직이는 근육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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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윤호
호수 1286
2022.10.22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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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벽화는 도시의 독특한 이미지를 알리는 데 효과적이다. 아파트 외벽을 도화지 삼아 야외에 공공미술을 전시하면서 도시를 홍보하고 경관을 개선하는 등 일석삼조의 효과를 톡톡히 누릴 수 있다. 부천 ‘만화도시’ 이미지 구축경기 부천시는 도심 경관을 개선하고 만화 도시의 이미지를 적극적으로 알리기 위해 2015년부터 2017년까지 아파트 만화벽화 사업을 진행했다. 입주민들과 디자인 협의 과정을 거쳐 아파트 총 30개 동 외벽에 초대형 만화벽화를 완성했다.아파트 벽화들은 가로 10m, 세로 20∼30m 규모다. 아파트 한쪽 외벽을 모두 채울 정도로 커 인근 보행로나 도로에서 쉽게 눈에 띈다. 벽화들은 불편하지만 행복한 전원의 삶을 선택해 살아가는 가족의 모습을 그린 홍연식 작가의 ‘불편하고 행복하게’부터 연애·직장 생활을 그린 이동건 작가의 ‘유미의 세포들’까지 모든 세대를 아우르는 다양한 작품들로 구성됐다.삭막해 보이는 아파트 외벽이 만화로 장식되자 시민들은 “부천에서만 볼 수 있는 특별한 전경이다”, “우리 도시의 자랑거리다”라고 호응했다. 하지만 부천시를 널리 알렸던 아파트 만화벽화의 상당수가 아파트 보수 도색작업으로 지워졌다. 현재 중동 중앙공원 주변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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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혜 기자
호수 1285
2022.10.15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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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는 것이 곧 그 사람이다.’ 까탈스럽게 먹는 것을 고르는 사람을 보거나 과시적으로 식당을 선택해 식사하는 사람을 볼 때면 저 말이 맞는 말이라는 생각을 하곤 한다. 식습관은 그 사람의 건강 상태고, 심리상태면서 사회적 위상을 표현하는 방식이기도 하다. 소박하게 먹는 부자는 그의 ‘겸손한 권력’을 나타내고, 현학적으로 챙기며 먹는 지식인은 ‘지식 과시의 직업병’을 식탁에서도 타인에게 드러내는 것일 수 있다. 영국에서는 9월 8일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 96세로 서거하고, 찰스 3세 왕이 73세에 왕권을 승계했다. 세계인의 관심거리가 된 영국 왕실의 두 사람은 ‘먹는 것이 곧 그 사람이다’라는 명제를 다시금 생각하게 한다. 세계적 건강 관련 매체인 ‘잇 디스 낫 댓(Eat This Not That)’은 엘리자베스 여왕의 식습관과 찰스 왕의 식습관을 각각 보도한 바 있다. 왕실의 전 요리사와 다양한 영양 전문가들의 견해, 왕실 주변의 소식통, 외교가의 이야기들을 종합해 정리한 것. 이 같은 기사가 화제가 될 수 있는 것은 뜻밖에도 이들 두 유명한 왕족이 아주 보편적인 식사를 했기 때문이다. 즉 우리도 그들처럼 먹고 살 수 있다는 이야기다. 현지 식재료라는 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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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윤호
호수 1284
2022.10.09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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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 게꽃게과 꽃게속의 갑각류 어종이다. 다른 게와는 달리 넷째 다리가 노처럼 납작하게 생겨 물속에서 헤엄치며 산다.맛은 6월의 암게를 최고로 친다. 7~8월 금어기가 끝나고 9월부터 잡히는 꽃게는 하얀 살이 가득 찬 수게가 제맛이다. 꽃게의 대표적인 영양성분인 타우린은 아미노산의 일종으로 인체에 필요한 성분 중 하나다. 혈압, 당뇨를 예방하고 망막 형성에 도움을 준다. 서해안 특히 연평도 일대가 최대 산지로 꼽힌다. 올해는 늦은 장마로 인해 꽃게 어획량이 8년 만에 최대치가 될 전망이다. 가을에 접어들면서 꽃게 철이 돌아왔습니다. 꽃게는 봄과 가을 두 차례의 제철이 있습니다. 봄에는 암꽃게가 알을 품고 있어 맛있고, 가을에는 살이 가득 찬 수꽃게가 더 맛있습니다. 사람들은 다양한 방법으로 게를 식탁에 올립니다. 된장을 기본으로 간단한 채소를 넣고 끓여내면 꽃게탕이 되고, 싱싱한 게를 양념에 버무리면 양념게장이 완성되지요. 간장게장 만들기는 생각보다 까다롭고 번거롭습니다. 우선 간장과 채소를 함께 끓여낸 간장 육수에 손질한 게를 담가 놨다가, 일정 시간이 지난 후 꺼냅니다. 육수를 다시 끓였다가 완전히 식힌 후 게를 다시 담그면 비로소 간장게장이 됩니다. 많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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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종찬
호수 1283
2022.10.04 0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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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관에서 절찬리에 상영 중인 ‘뱅크시’, 국내에서 성황리에 전시되고 있는 ‘셰퍼드 페어리, 행동하라’는 모두 그라피티(Graffiti) 미술을 다룬다. 그라피티는 과거에는 불법적인 거리 낙서로 취급됐다. 지금은 어엿한 미술 장르로 대중과 예술계의 인정을 받고 있다. 그라피티란 벽 같은 곳에 스프레이 페인트를 이용해 그리는 그림이다. 사회비판적이고 풍자적인 메시지를 담는 게 많다. 아무 때나 아무 곳에나 몰래 그려지는 그라피티의 일시성이 더욱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뱅크시(Banksy)사회비판・풍자적 메시지 담아‘계절의 인사’는 환경문제 고발하루아침에 당신의 집값이 16배 오른다면? 영국 브리스틀의 한 주택 외벽에 얼굴 없는 화가 뱅크시가 그림을 그리자 실제로 이런 일이 생겼다. 그는 미켈란젤로를 제치고 ‘영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예술가 1위’로 꼽힌다.이 동네 주택의 평균 가격은 30만 파운드(약 4억6000만 원)였다. ‘에취(Achoo)’라는 이름의 벽화가 그려지자 500만 파운드(약 77억 원)로 값이 뛰었다고 한다. 이 집을 사들인 새 주인은 주택 외벽을 따로 잘라내 벽화를 고가에 판매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근 주민들은 벽화를 뜯어내 파는 미술품 거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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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혜 기자
호수 1283
2022.10.02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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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가 쏙 들어갔어요.” “몸매는 이제 20대가 됐네.” 요즘 사람들을 만나면 가끔 듣는 말이다. 나는 최근 입원과 퇴원으로 강제로 절제된 생활을 통해 날씬한 배를 갖게 됐다. 매일 운동을 하지만 워낙 늦은 시간까지 많이 먹었고, 소화할 수 있다고 자신해온 탓에 나도 모르는 새에 두툼한 뱃살을 유지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것이 정상이라고 강변해 왔다. 오랜만에 날씬해진 배를 보니 “아, 이것이 정상이구나” 하는 깨달음을 얻었다. 여기에 ‘왕(王)자’를 한번 새겨보고 싶다는 욕심도 생겼다. 그래서 줄어든 식사량을 유지하고, 너무 늦은 야식은 하지 않으며 유산소운동을 매일 하는 것으로 생활 습관을 바꿨다. 그랬더니 지금 한 달쯤 날씬한 배를 유지하고 있다. 누구나 멋진 몸을 갖고 싶어한다. ‘몸매가 계급’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신체의 형태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 ‘가장 좋은 성형은 다이어트입니다.’ ‘가장 값싼 성형은 운동입니다.’ 피트니스센터에 가면 흔히 보이는 구호다. 몸매가 좋아지면 여러 면에서 편리하다. 운동하기도 좋고, 운동 효과도 좋아진다. 그리고 그 자체가 건강하다는 증표가 된다. 무엇보다도 일상 속에서 남들이 보기에 좋고, 사회적으로 인정도 받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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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윤호
호수 1282
2022.09.25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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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바이러스로 인해 수많은 사람이 ‘코로나 블루’를 겪고 목숨까지 잃는다. 이런 상황에서 예술은 어떤 의미가 있는가. 현대미술가 서도호 작가는 2017년 제27회 호암상을 수상한 후 인터뷰에서 “예술이 커다란 위기에 직접적인 해결책이 될 수는 없을 것”이라면서도 “예술이 인류와 함께 존재할 수 있었던 이유는 인간의 감정을 표현하는 창구가 될 수 있었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코로나19로 사람들이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길어졌다. 개인의 정체성과 집을 연결 짓는 서 작가의 설치미술은 우리에게 집이라는 존재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볼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준다. 서 작가의 아버지인 서세옥 화백은 1970년대 서울 성북동에 창덕궁 연경당의 일부를 본떠 사랑채를 지었다. 서 작가는 그 집에서 자라 미대를 졸업하고, 미국으로 건너갔다.그는 타지의 아파트에서 홀로 생활해야 했다. 그전까지 당연하게 여겼던 집이 사무치도록 그리울 것 같았다. 그는 출국 전, 집 구석구석을 줄자로 쟀다. “미국으로 떠나기 전 내가 자란 서울 부모님 집을 같은 크기로 천으로 구현했다. 한옥 구석구석 치수를 재며 내 몸에 완전히 체화시키는 프로세스를 거쳤다. 비로소 나는 그 집으로부터 자유로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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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혜 기자
호수 1281
2022.09.17 1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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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리기를 최고의 운동으로 생각해 온 사람들은 걷기를 운동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운동이란 진행하는 과정을 통해 신체적 정신적으로 강해지는 행위인데, 단순한 걷기로는 그것을 얻을 수 없기 때문이다. 최근 진화와 건강에 관한 어떤 책을 읽었다. 아프리카 원주민들이 걷는 것을 관찰한 책이다. 그들이 엄청나게 걸어 다녀도 그것이 특별히 다이어트를 비롯한 건강효과를 내지는 않는다고 결론지었다. 인간은 아무런 힘을 들이지 않고도 아주 많이 걸을 수 있도록 진화했기 때문이라는 것. 그 책의 연구에 동의하는 것은 아니지만 결과적으로 걷기가 그다지 대단하지 않다는 것은 동의한다. 걷기가 최고의 운동이라는 찬사는, 걷기도 힘겨운 사람들에게는 인정받을 수 있는 말이겠다. 별문제 없이 걸을 수 있는 사람들에게는 더 건강해질 수 있는 기회를 빼앗는 말이 될 수도 있다. 건들건들 한두 시간 걸으며 운동 많이 했다고 자부하면 곤란하다.지난 칼럼에서 썼듯이 나는 최근 작은 뇌수술을 받았다. 10일간 입원해 있는 동안 근육량이 현저히 줄어들었다. 당분간은 뇌혈관에 힘이 과하게 들어가거나 뇌가 흔들리는 운동은 안 좋으므로 걷기가 권장된다. 그래서 요즘 매일 밤 1시간씩 걷고 있다. 다행히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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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윤호
호수 1280
2022.09.04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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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토피아, 신세계타운, 광명, 궁전맨션주거공간의 이상적 모델・이미지 반영도시화 극복 위한 꽃이름 아파트 눈길아파트 외벽에 그려진 글자를 수집하는 사람이 있다. 정재완 북디자이너다. 그는 대학에서 타이포그래피를 공부했다. 신문, 잡지, 단행본 고급 인쇄물에서 활자를 다루는 학문 분야다. 그 수업을 통해 그는 개인이 연출한 디자인은 처음부터 끝까지 철저하게 의도대로 제어할 수 있다고 믿었다. 하지만 대학 졸업 후, 현장에서 맞닥뜨린 거리의 글자들은 사뭇 달랐다. 그것들은 디자이너의 의도와는 다른 위상과 운명의 생태계 속에 살고 있었다. 간판 글자들은 가게 주인의 필요에 따라 지워지고 더해지기도 한다. 간판의 교체 주기는 생각보다 짧았다. 아파트는 어떤가. 쉽게 무너뜨릴 수 없는 아파트의 특성상 아파트 글자는 그 시대를 반영하는 공통된 미감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었다. 그의 눈이 그곳으로 향한 이유다. 그의 말을 들어본다. - 어떤 계기로 아파트 글자를 수집하게 됐나.“대구에 직장을 갖게 되면서 가족이 함께 이주하게 됐다. 서울에서는 빌딩 숲과 매번 새롭게 단장되는 아파트 그래픽 사이에서 아파트 글자들을 쉽게 포착하지 못했을 것이다. 대구는 상대적으로 낮은 층들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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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혜 기자
호수 1279
2022.08.2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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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인년 호랑이 해 2022년을 맞아 활력 넘치는 삶을 살기로 작심한 나는, 내 인생에서 항상 지금이 가장 강한 시점이 되도록 하겠다는 마음을 먹었다. 그리고 가능하면 하고 싶던 일들을 다 해보기로 작심했다.#1. 주말에 강원 속초에 머무는 주말 속초살기를 하면서 등산을 즐기게 됐다. 속초의 설악산이 워낙 유명하긴 하지만 설악산 주변의 크고 작은 산들도 재밌다. 처음 들어본 운봉산이 100대 명산에 들어가고, 고성 위쪽의 명산들은 금강산의 일부라는 사실도 알게 됐다. 설악산 울산바위를 오르는 바위계단길도 벅찬 감동을 주지만 금강산 자락의 화암사 신선대에 올라 울산바위를 보는 감격 또한 대단하다. 서울의 북한산 바위 능선들도 멋진 건 물론이다. #2. 서울 도심에서는 공유자전거 따릉이를 주요 교통수단으로 이용하고 있다. 30분 정도의 짧은 구간을 중심으로 거의 따릉이를 이용한다. 하체운동으로서의 자전거타기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버스 3, 4 정거장 정도의 아주 짧은 구간을 이동할 때 따릉이를 타면, 어떻게 갈까 망설일 일도 없어진다. 생활과 운동, 경제의 만남에 자랑스럽다. 문제는 일상 속에서 액티브하게 살면 살수록 사고의 위험이 커진다는 것이다. 내 잘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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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윤호
호수 1278
2022.08.21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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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1만 보 걷기를 실천할 때 흔히 등장하는 방법이 대중교통 이용하기다. 지하철은 역이 멀리 있기도 하지만, 계단을 오르내리고, 갈아타면서 많이 걸을 수밖에 없는 교통수단이다. 지하철을 애용한다는 것만으로도 건강생활에 한 발짝 다가설 수 있다. 사실 걷는 것을 운동으로 인정하기 힘들다. ‘운동’하는 사람은 지하철에서 뭔가 더 많은 것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지하철을 이용하는 슬기로운 체육생활, 이제 시작해 보자. 먼저 하체운동. 지하철을 타면 앉지 말고 서서 가자. 가능하면 여유가 있는 공간에 자리를 잡고 버티고 선다. 손잡이도 잡지 않는다. 출렁출렁 흔들흔들 움직이는 지하철의 진동을 느끼면서 중심을 잡는 훈련을 한다. 발로 버티므로 종아리 근육을 많이 사용하게 되고, 익숙해질 때 힘을 뺀 상태에서 지하철 진동의 역방향으로 다리에 힘을 주며 버티는 훈련을 한다. 근력과 순발력, 균형감 훈련으로 더없이 좋다. 다음에는 한 발씩 힘을 줘 버틴다. 짝다리 짚기는 관절에 좋지 않다. 한 발로 선다는 마음으로 한 발에만 힘을 주고 선다. 힘을 준 쪽의 무릎을 살짝 구부려야 한다. 힘을 준 다리에 90%의 체중을, 다른 쪽에 10%의 체중만으로 균형만 잡는다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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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윤호
호수 1276
2022.07.31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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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아파트 볼 때마다거대한 절벽·계곡 떠올라빛이 닿는곳 의식하면더 사실적으로 그려져“아파트는 으레 흉물스럽다고 생각했었는데….”“아파트에 이런 모습도 있었구나.”홍성우 작가는 “아파트를 그린 3D 그래픽 작품을 공개한 이후 가장 기분이 좋았던 피드백”이라고 소개한다. 그는 의도하진 않았지만, 작품을 통해 아파트에 대한 관객의 인식을 바꿨다. 그간 아파트 미술 작품은 급속한 도시화의 이면과 함축된 역사적 의미를 주로 다뤄왔다. 프리랜서 그래픽 디자이너 홍 작가는 아파트의 지역적 맥락이나 의미보다는 조형적 요소에 집중한다. 그래서 지역이나 아파트 브랜드는 드러내지 않는다. 홍성우 작가가 개인적으로 가장 아끼는 그림이다. 해가 질 무렵부터 완전히 질 때까지 빨리 감기 해 만든 영상이다. 조형적인 리듬감이 잘 표현돼 있다. 크고 작은 그림자, 진하거나 잔잔한 그림자 등의 차이를 느낄 수 있도록 표현이 됐다. (3D 그래픽 영상) 출처: 홍성우 왜 아파트를 그리나.“과거에는 아파트라는 건물 자체에 관심이 아예 없었다. 수도권에 사는 저에게 아파트란 어떤 동네에서든 볼 수 있는 흔하고 일상적인 풍경이었다. 어느 가을날 오후 4시쯤 해가 지고 있을 때였다. 프리랜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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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혜 기자
호수 1275
2022.07.24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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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는 세계에서 가장 널리 사랑받는 음료다. 한국에서도 물론 그렇다. 미국의 시애틀은 커피의 도시고, 내 고향 강릉도 커피의 도시다. 미국의 시애틀이 스타벅스의 고향으로 세계적 커피 도시가 된 데에는 날씨도 한몫했단다. 호수의 도시 시애틀은 날씨가 온화하고 아름답지만, 비가 많이 온다. 그러니 갓 내린 커피의 뜨거움과 향기로움은 일상의 위로가 된다.강릉이 대한민국 커피 수도가 된 것은 특정인과 특정 브랜드의 힘이 컸지만, 아름다운 동해 풍광도 한몫했으리라. ‘테라로사’라는 커피 공장에서 아주 좋은 커피콩을 수입하고 제대로 볶아 이른바 브랜드 커피보다 맛있고 우아한 커피를 한국 전역에 알렸다. 그래서 개성 있는 커피집들이 하나씩 생겨났고, 마침내 커피거리까지 생겼다. 안목이라는 작은 항구는 아예 커피 빌딩들로만 해수욕장 해변이 가득 차 있을 정도다. ‘7번 국도에는 커피향이 흐른다’는 말이 생겼을 정도다. 솔향 강릉이라고 하는데, 커피향이 더 짙어졌다. 그만큼 커피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이야기다. 커피는 아주 오래전엔 신비로운 음료였고, 한때는 서양문화를 알리는 첨병이었으며 요즘엔 건강음료다. 흔히들 카페인 때문에 민감해하고 잠을 못 자는 경우가 있어 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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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윤호
호수 1274
2022.07.16 0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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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지는 아파트들을 위해 기념비를 세워주는 사람이 있다. 정재호 화가다. 그는 정직하게, 꾸밈을 배제하고 사실 묘사에 집중한다. 종이나 한지에 먹과 아크릴릭 물감을 사용해 벽면의 오래된 얼룩과 찌든 때까지도 세밀하게 묘사해낸다.정 작가가 바라본 1960~1970년대 서울의 아파트에는 한국의 역사가 담겨 있다. 국가 주도의 대규모 개발로 고도성장을 이뤄낸 서울의 낡아버린 모습이 정 작가의 눈에 들어왔다. 한때 경제성장의 상징이었고 누군가에겐 희망이었고 한 가족의 모든 기록이 담겼던 집, 아파트를 붓으로 기록하는 작업에 나섰다. 정 작가는 대학원 시절 남산에서 바라본 서울 야경이 멋있다고 느껴 도시 풍경을 자주 그렸다. 그때 자주 다니던 자하문터널 위에 오래된 아파트가 있었다. 그런데 어느 날 아파트 풍경이 낯선 모습으로 다가왔다. 정 작가는 “산길을 걸어 가봤더니 청운동 시민아파트가 철거를 앞두고 텅 비어 있는 것을 발견했다”면서 “그걸 보는 순간 30년간 다양한 사람들의 삶을 담았던 이 아파트를 그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회상한다.1971년생인 정 작가는 근대화의 상징인 아파트들과 함께 컸다. 그에겐 아파트가 친구고, 그는 세상에서 사라져가는 그 친구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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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혜 기자
호수 1273
2022.07.10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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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주말, 서울 북악산 백악마루와 인왕산을 올랐다. 거리두기가 풀린 터라 사람이 많을 것은 생각했는데, 미처 생각하지 못한 것이 있었다. 청와대 개방이었다. 청와대가 개방되면서 구경 오는 많은 사람이 그 위로 이어진 북악산, 인왕산에 등산을 간다. 그러니 백악마루 인근은 인산인해다. 문제는 등산인이라고 하기 어려운 일반인들이 여러 명 어울려 산을 탄다는 것. 다들 엄청난 장비를 갖추고 무리 지어 왁자지껄하다. 작은 산, 낮은 언덕이니 부담스럽지도 않고 그다지 지치지도 않는다. 그러니 자신들의 과거 무용담에 열심이다. 좋다. 다 좋다. 모처럼 산에 오르고, 청와대라는 권부의 이면을 보고 난 뒤의 등산이다 보니 호승심이 하늘을 찌른다. 솟구치는 자존감을 만끽하시라. 그거면 기분도 좋아지고 건강에도 도움이 된다. 그래도 지킬 것은 있다. 청와대 경내에서 했던 것처럼 산책이나 등산을 하더라도 배려가 필요하다. 오늘은 한 줄 서기와 스틱 이야기만 해보자.여러 명이 함께 등산하다 보면 일행이 몰려다닌다. 산악인들은 대체로 일행이 있더라도 자기 속도를 유지하면서 개별적으로 등반을 한다. 모처럼의 모임으로 나선 사람들은 남들이 지나가든 말든, 앞에서 사람이 오든 말든
라이프
최윤호
호수 1272
2022.07.03 0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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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아파트’ 충정아파트가 머지않아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 1937년 준공된 서울 충정로3가의 충정아파트는 철근 콘크리트로 지어진 최초의 아파트, 일본인에 의해 지어진 최초의 아파트기도 하다. 오래된 아파트는 사진작가 최중원의 눈을 자극한다. 그는 1세대 아파트 현장을 찾아 카메라를 들이댄다. 충정아파트 역시 그의 프레임으로 들어갔다. 약 90년간 한 자리를 지켜온 청록색 건물. 일제강점기부터 오늘날까지 우리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충정아파트는 일본인 도요타 다네오(豐田種松)가 설계해 그의 이름을 따 도요타아파트 또는 풍전아파트로 불렸다. 이전의 공동주택들은 대부분 기숙사나 관사 형태고 3층을 넘지 않았다. 도요타아파트는 일반인 52세대의 세입자를 받은 4층 건물이어서 특색이 있었다. 한국전쟁 때는 미 중앙정보국(CIA)의 합동고문단 본부로 사용되기도 했고 유엔의 전용 호텔로 사용된 적도 있다. 전후 김병조라는 사기꾼이 ‘아들 6형제를 6.25 때 모두 나라에 바쳤다’는 주장으로 미군으로부터 아파트를 통째로 불하받아 호텔영업을 했다. 결국 그는 거짓말이 탄로 나 구속됐고 아파트는 몰수당했다가 민간에 매각, 분양됐다.1979년 아파트 전면의
라이프
김지혜 기자
호수 1271
2022.06.26 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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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달리기 하세요?” “아직도 태극권 하세요?” 나의 운동 습관을 아는 사람이 오랜만에 만나면 종종 묻는다. 당연히 아직도 한다. 운동은 습관이고 생활이며 사고방식이다. 어쩌면 삶을 보는 원칙의 문제인지도 모르겠다. 누구나 건강하길 원하면서도 건강을 위한 운동이나 식이요법을 실천하지는 않는다. 자신에게 가장 잘 맞는 운동을 선택해 꾸준히 연습하고 어느 정도 실력을 갖춘 뒤 지속적으로 되풀이하는 것이 아주 좋은 ‘교과서적 건강유지법’이다. 독자 여러분이 시간이 없고, 의지가 약하더라도 아무것이나 한 가지 정도는 이런 운동 습관을 가지면 좋겠다.문제는 이런저런 이유로 인해 실제로 실천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 그래서 생활이라는 운동을 인식하고 그 ‘생활이라는 운동’을 열심히 하는 것이 해법이 될 수 있다. 생활 속에서 생활 그 자체를 운동으로 활용하는 방식이다. ▶물건을 드는 것은 좋은 웨이트 운동= 아무 물건이든 들어 옮기거나 갖고 다니는 것을 부담스러워 하지 말자. 손아귀 힘부터 팔뚝 아래위 근육과 어깨, 허리, 하체 근육까지 개입하게 되는 전신운동이다. 장바구니, 서류 가방을 들었다면 팔을 조금 구부려 관절 대신 근육이 일하게 한다. 무거운 것을 들
라이프
최윤호
호수 1270
2022.06.19 09: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