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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화는 이제 질병이라고 말한다. 누구나 나이를 먹지만, 노화가 모두 같은 방식으로 진행되지는 않는다. 어떤 사람은 급격하게 노화가 일어나면서 제대로 걷지도 못하고 허리를 펴지도 못하고 호흡도 가쁘다. 신체의 기능은 물론이고, 외모의 차원에서도 40대에 백발이 성성하고, 피부는 쭈글쭈글해지고 검버섯도 핀다.어떤 사람은 그렇지 않다. 100세를 건강하게 사는 철학자가 있고, 60세에도 검은 머리를 휘날리며 마라톤을 뛰는 사람도 있다. 나의 태극권 사부는 유튜브를 혼자 익혀서 콘티를 만들고 촬영과 편집을 하면서, 이제 해외에 유료 판매할 동영상을 제작하고 있다. 챗GPT로 번역할지, 파파고를 사용할지 고민 중이다. 물론 나보다 태극권을 훨씬 잘하고 싸움도 잘하고 건강하다. 이런 사람 앞에서 일반화된 나이와 노화를 말하는 것은 무의미한 일이다.물론, 세월의 힘을 완전히 이겨낼 수도 없고, 죽음이라는 생명체의 본질을 피해 갈 수도 없다. 그렇지만 가능한 한 건강하고 주체적으로 살아가는 삶을 산다면 그것 자체가 노화를 극복한 셈이다. 사는 동안 건강하고, 남의 도움 없이도 거동하고, 가능하다면 재미있는 육체적 움직임을 기꺼이 즐기는 것, 그것은 노화를 이겨낸 삶이다.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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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윤호
호수 1304
2023.03.05 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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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촬영하는 대상들은 모두 변화하는 것들이다.” 사람의 접근이 차단된 신도시 건설 현장이나 재개발 구역의 철거 현장은 도시의 변화를 그대로 보여준다. 한 사진작가가 이런 장면을 카메라에 속속들이 담고 있다. ‘아파트 키드’ 세대로 분류되는 정지현 작가다.정 작가는 아파트라는 공동 주거 형태, 그리고 도시라는 시스템을 자연스럽고도 당연한 환경으로 인식하며 성장했다. 그는 1988 서울 올림픽 때 만들어진 주 경기장 근처의 대단지 아파트에서 태어났다. 정 작가는 올림픽 이후 급격한 경제성장을 이룬 한국, 특히 서울에 올림픽 당시 저층의 아파트 단지들이 모두 사라지고 고층 빌딩으로 바뀌는 모습을 목격했다.그는 사진 작업의 주요 동기로 “어린 시절 태어나서 살던 동네가 개발로 사라지는 경험”을 꼽았다. 견고해 보이던 잠실 아파트 단지라는 세계가 재건축으로 순식간에 소멸하는 과정을 목격한 것은 충격이었다. 이것은 그를 자연스럽게 아파트라는 건축물 자체에 대한 관심으로 이끌었다. 정 작가는 이렇게 표현한다.“현재의 도시는 사람의 삶을 영위하는 터전으로서의 장소성을 잃어버리고 경제 개발 계획에 근거한 이익을 추구하는 기능적인 도시공간으로 빠르게 지어지고 쉽게 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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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혜 기자
호수 1303
2023.02.25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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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어농어목 병어과 생선으로 둥근 마름모꼴 모양이며 납작하다. 서해안과 신안 인근에서 많이 잡힌다. 매년 6월 신안 지도에서 병어 축제가 열린다. 병어와 사촌 간인 덕자(德子)는 훨씬 크다. 병어는 흰 살 생선이고 맛도 담백하며 비리지 않아 남녀노소가 고루 즐기는 생선입니다. 제사나 차례상에 빠지지 않고 놓이는 음식이기도 하지요. 뼈와 살을 통째로 썰어(일명 세꼬시) 먹기도 하고, 찜이나 조림으로 먹기도 합니다. 감자와 함께 익혀내는 병어 조림은 밥과 같이 먹어도 별미며 안주로 먹으면 술 도둑이 따로 없습니다. 병어의 담백한 맛과 칼칼한 매운 양념이 곁들어진 감자와 함께 어우러져 더 맛있는 것 같습니다. 어릴 적, 병어는 그렇게 비싼 생선이 아니었습니다. 임자도 외가에 가면 심부름은 어린아이 몫이지요. 1㎞ 남짓 떨어진 포구에 민어나 농어를 사러 가면 어물전 할머니는 어린애가 기특해 보였는지 병어와 숭어 한두 마리 슬쩍 얹어 주십니다. 남의 속도 모르고 짐만 늘려 준 거지요. 어기적어기적 걷는 걸음에 흔들리는 광주리에서 병어 한 마리가 흘러내려 땅에 떨어지면 누가 볼 새라 발로 걷어차고 내달렸던 기억이 납니다. 그랬던 병어가 어느새 고급 생선이 됐네요. 토속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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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종찬
호수 1302
2023.02.20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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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의 많은 유산들이 물가에서 만들어졌다. 헤르만 헤세가 쓴 ‘싯다르타’에는 흐르는 물을 바라보면서 커다란 깨달음을 얻은 싯다르타가 등장한다. 내가 좋아하는 철학자 니체는 스위스 실스마리아의 아름다운 호수들을 산책하면서 위대한 저작들을 써냈다. 현대 세계에서 아마도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철학서 중 하나인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를 비롯해 ‘선악의 저편’ ‘도덕의 계보’ ‘우상의 황혼’ ‘안티-크라이스트’ 등 중요한 책들이 실스마리아의 아름다운 호숫가에서 탄생했다. 니체가 1883~1888년 여름마다 찾은 실스마리아. 호숫가의 사색과 산책을 좋아했던 니체는 그곳을 거듭 찾았고, 결실을 만들어냈다. 지금 그곳에는 소박한 니체박물관이 있고, 아름다운 호수가 있다. 나는 스위스 알프스의 스키를 체험하러 생 모리츠를 찾은 적이 있다. 일정 중 반나절쯤 시간이 나길래 생 모리츠 다음 마을인 실스마리아까지 1시간을 뛰어갔다. 버스가 있었지만 시간 맞추기가 번거로울 듯해 급한 마음에 뛰었다. 니체박물관에서 그의 데드마스크와 유품들을 보면서 대철학자의 숨결과 아름다운 자연의 힘을 느낄 수 있었다. 헐레벌떡 거친 숨결이 감격의 눈물로 바뀌었다.나는 요즘, 강원도 속초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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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윤호
호수 1302
2023.02.18 1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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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 설움 고독 온기 뿌리? 다 함께 녹아있는 공간, 가족!고향집 그리며 상처도 치유…추억에 젖은 관객보면 뿌듯 따뜻하고 정감이 가는 고향 집을 그리는 작가가 있다. 이준이 작가는 오랫동안 잊고 살았던 그리운 고향 집을 추억함으로 각박한 세상을 살아낼 힘을 얻는다고 한다. 그는 고향 집을 현재의 자신을 만들고 이뤄준 뿌리라고 소개한다. 왜 집을 그리나.“어린 시절 형제가 늘어나니 집안의 경제적 형편이 어려워졌다. 부모님께서 4명의 자녀를 한꺼번에 돌보기 힘드셨던 것 같다. 그래서 나와 쌍둥이 언니는 각각 친가, 외가로 보내지고 첫째 언니와 막내 남동생만 본집에 남게 됐다. 아주 어린 나이였기에 아무것도 모르고 가기는 했지만, 마음 한편에 외로움이 있었다. 까만 밤하늘을 볼 때면 외로움이 증폭됐지만, 쏟아질 듯한 별들을 보며 많은 위로도 받았다. 이런 유년 시절의 기억들이 화가로서 나의 정체성을 찾아줬다.” 시골 생활은 어땠나.“부산이란 대도시에서 논밭밖에 없는 시골이었던 경남 고성으로 갔다.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아무리 잘해줘도 내 부모님은 아니라는 걸 직감적으로 알았던 걸까. 어찌 됐든 그곳에서 자연을 마음껏 경험할 수 있었다. 할아버지와 아침 일찍 일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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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혜 기자
호수 1301
2023.02.11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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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새롭게 붙은 운동 습관 하나가 등산이다. 거창하게 말하면 자연과의 합일을 경험하면서 호연지기를 기르는 것이고, 소소하게 말하면 강력한 하체운동이면서 맑은 공기 속에서 심폐기능을 강화하는 일이다. 몸과 마음, 정신에 두루 좋은 운동이다. 우리나라는 사철이 아름다운 금수강산이라고 말하지만 등산과 골프는 물론이고 사이클이나 달리기 등 야외운동을 하기 적당한 시기가 그다지 길지 않다. 봄가을을 제외하면 여름의 무더위와 장마, 겨울의 혹한과 강설은 야외운동을 방해한다. 그럴 때는 다른 것을 즐기면 되지만 가끔은 그 혹독한 환경에 도전해 보는 재미도 있다. 내가 좋아하는 달리기를 예로 들자면 무더위 속에서 뛰고 찬 음료를 들이켜고 시원하게 샤워하는 맛, 쏟아지는 소나기에 흠뻑 젖으며 달릴 때의 통쾌함은 해보지 않으면 절대 알 수 없는 묘미다.그리고 겨울산이 있다. 눈 덮인 겨울산 오르기는 더 깊은 의미가 있다. 두려움과 마주 서는 체험을 포함하기 때문이다. 일상에서 한발 벗어난 극한체험이지만 그렇다고 특별한 사람만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누구나 좀 크게 마음을 먹고, 아이젠 같은 장비를 조금만 챙기면 도전해 볼 수 있는 색다른 도전이다. 무기력해진 몸과 마음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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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윤호
호수 1300
2023.02.05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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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금요리의 필수 조미료로 염화나트륨을 주성분으로 하는 짠맛의 물질이다. 우리 몸속에도 존재하며, 산과 알칼리의 평형을 유지해주므로 동물에 매우 중요하다. 만드는 방식에 따라 천일염, 암염, 호염이 있다. 우리나라 서, 남해의 염전은 큰 조소간만의 차, 적은 강수량과 큰 일조량 덕에 천일염의 세계적 산지다. 암염은 오스트리아의 잘츠부르크나 할슈타트, 히말라야 등에서 주로 생산된다. 호염 생산지로 볼리비아 우유니 사막이 주목받는다. 국립중앙박물관에서 ‘합스부르크 600년, 매혹의 걸작들’ 특별전이 열리고 있습니다. 관람객이 많아 예매 필수입니다. 합스부르크는 오스트리아를 중심으로 600여 년간 유럽을 실질적으로 지배했습니다. 독일 유대인 금융그룹인 로스차일드, 이탈리아 메디치와 함께 유럽의 유명한 가문이지요. 이 가문은 소금 덕분에 커졌습니다. 모차르트의 고향이며 ‘소금의 성’이라는 이름을 가진 잘츠부르크(Salzburg)라는 도시가 유명한 산지입니다. 합스부르크 가문은 이곳에서 발견된 거대한 암염광산에서 채굴한 소금을 팔아 막대한 부를 축적했습니다. 그 힘으로 현재의 헝가리, 체코, 크로아티아, 폴란드, 슬로베니아, 크로아티아, 포르투갈 등 유럽 여러 왕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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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종찬
호수 1299
2023.01.28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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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그림을 그리다 보니 행복이 찾아왔어요.” 행복은 추구하는 게 아니라 발견하는 것이라고 두요(斗姚) 김민정 작가는 말한다. ‘예쁜 별’이라는 의미의 호로 불리길 좋아하는 두요 김 작가는 김춘수 시인의 ‘꽃’이라는 시의 한 구절을 인용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됐다.’ 그가 행복에 의미를 두고 집을 그리다 보니 행복이 쌓이고 있단다. 왜 집을 그리나.“그림을 그리면서 작가로서의 정체성을 잃었다고 느꼈을 때가 있다. 그때 나만의 독특한 무언가를 찾고 싶었다. 1년 가까이 고민한 끝에 행복한 가족을 그리고 싶다는 생각에 이르게 됐다. 모든 사람이 궁극적으로 원하는 건 행복 아닌가. 행복은 가족에서부터 채워져야만 완성된다고 생각한다. 집은 가족 구성원들의 피로를 풀어주는 보금자리이자 안식처, 태어나고 성장한 출발점이다. 행복한 그림에는 행복한 가족의 집이 빠질 수 없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내 그림에는 알록달록한 집, 기린, 물고기가 항상 빠지지 않고 들어간다.”김 작가는 동물원에서 기린을 마주친 후 기린의 아름다운 눈 속에 푹 빠져버렸다. 그 후 가족을 표현하는 수단으로 사람 대신 기린을 그려 넣게 됐다. 동양에서 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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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혜 기자
호수 1299
2023.01.28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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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은 언제나 새로운 출발에 가슴 설렌다. 한 해의 계획을 세우고, 내 생활을 바꾸겠다고 다짐한다. 더 나은 내가 되겠다는 굳은 의지가 자랑스럽기까지 하다. 그런데 막상 뭔가를 하고 가시적인 효과를 얻으려면 어떤 아이템을 선택해야 할지 결정하기 쉽지 않다. 그럴 때 유용한 한 방법이 뭔가를 확 신청해 버리는 것이다. 학원에 등록하거나 피트니스센터에서 PT를 신청한다. 인터넷으로 진행되는 무슨 강좌를 통째 구입하기도 하고, 동네 주민센터의 프로그램에 참가하기도 한다. “두세 달쯤 후에 예정된 마라톤대회에 신청하세요. 풀코스도 좋지만 겁나면 하프나 10㎞ 대회라도. 그러면 당신의 인생이 바뀝니다” 나는 이런 신청을 권한다. 그런데 왜 마라톤인가? 달리기는 인간의 본성을 깨우는 가장 중요한 운동이기 때문이다. 두 발로 선 인류는 걷기도 했지만 살아남기 위해 달리기를 선택했고, 잘 달리기 위해 몸의 구조를 바꿔갔다. 그래서 우리 몸은 잘 뛰도록 만들어졌고 뛰지 않으면 몸의 많은 부분이 그 기능을 상실하면서 질병의 원인이 될 수도 있다. 그러니 우리가 건강한 몸을 만들겠다는 계획을 세운다면 그 첫 방법이 달리기다. 그것도 오래달리기다. 이런 이야기는 숱하게 많이 되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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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윤호
호수 1298
2023.01.15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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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와 기린, 그리고 풀이 한 화폭에 담겨 있다. 자칫 삭막해 보일 수 있는 회색 콘크리트의 아파트를 생명력이 풍부한 공간으로 바라보는 한국화가 이보영 작가의 작품이다. - 왜 아파트를 그리나.“매일 아침 기상 직후 커튼을 열면 바로 맞은편에 아파트가 보였다. 아파트 뷰를 가진 아파트에 살았던 덕분에 아파트를 그리게 된 것 같다. 어느 날 문득 맞은편 아파트를 가만히 쳐다보고 있는데, 똑같은 크기와 모양의 사각형 창들이 눈에 띄기 시작했다. 획일화된 외관의 모습을 갖추고 있는 아파트의 네모난 창 너머에는 어떤 일들이 벌어지고 있을까 궁금해졌다. ‘다 똑같이 생긴 아파트의 겉모습과는 다르게 저 속에는 다양한 삶들이 펼쳐지고 있겠지?’라는 생각이 드니 상상력이 마구 자극됐다. 그렇게 아파트를 한지 위에 그려 넣기 시작했다.”- 아파트의 어떤 장면을 포착하나.“초기에 아파트 그림을 그릴 때 창문을 중요하게 생각했다. 네모난 창문 속에 다채로운 삶의 모습을 표현하기 위해 세밀하게 묘사하다 보니 점점 창문의 면적이 커졌다. 아파트라는 공간에서 타인의 삶을 들여다보기 위한 유일한 통로이자 소통 창구는 창문이라는 생각 때문이었다.”개개인의 삶에 주목하고 싶었던 이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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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혜 기자
호수 1297
2023.01.08 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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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한 해가 시작된다. 계묘년(癸卯年) 검은 토끼의 해다. 아마도 세계적으로 온전히 누리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첫해가 될 것이다. 그동안 많은 것들을 점검하고 많은 것들을 수정했지만 우리의 안녕이 확고하게 보장된 것은 아니다. 그렇다면 불안해해야 하나. 아니다. 우리는 그렇게 살아남았고, 또 다른 미래를 만들어가고 있다. 그것이 바로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진짜 의미가 될 것이다. 건강과 면역력의 중요성을 공유하게 된 아픔의 시간이 끝나고, 이제 행동으로 옮겨야 하는 출발점에 서 있다. 그렇다면 이제 새해의 계획을 세울 때, 자신의 몸을 돌아보면서 조금 더 건강한, 조금 더 활력 넘치는 몸으로 만들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해야 한다. 그 의지를 실현하는 계획을 차분히 실현 가능하게 하는 것도 중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공염불로 끝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작은 계단을 하나씩 오르면서 느끼는 희열 ‘소확행’이라는 게 우리 사회를 휩쓸던 때가 있었다. 지금은 유행이 지났지만, 그 중요성은 여전하다. 우리의 긴 인생에서 행복의 순간이라고 할 수 있는 때가 얼마나 될까. 그 순간들을 늘리는 가장 중요한 방법이 바로 소확행, 작지만 확실한 행복을 챙기는 것이다. 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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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윤호
호수 1296
2022.12.31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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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의 빛을 집이라는 조각품 위에 투영하는 작가가 있다. 지금은 잠시 가려져 있지만 곧 나올 빛. 찬란한 태양을 머금은 구름의 은빛 테두리를 포착한 빛의 조각가, 최은정 작가이다.최은정 작가에게 일상 속 하늘은 희망을 찾는 장소이다. 그는 “나의 작품은 집 속에 하늘의 모습을 담고 있지만, 본질은 희망을 이야기하려는 것”이라고 말한다. 왜 하늘빛을 담은 집을 조각하나.“6년 전, 순탄했던 나의 삶은 인생 최대의 위기를 맞는다. 집안의 갑작스러운 사업 실패로 하루아침에 반지하 집으로 옮긴 뒤 너무 어렵고 힘든 시간을 보냈다. 이때 집과 하늘에 대한 소중함을 절실히 느끼게 됐다. 당연하게 지나쳤던 것들에 대한 소중함 말이다. 참담한 현실에 맞설 수 있었던 버팀목은 작업이었다. 가정과 육아, 작업을 병행하며 눈코 뜰 새 없이 살다 문득 지금의 하늘을 만나게 됐다.”나락으로 꺼졌던 삶의 질곡에서 하늘을 보며 새로운 희망을 찾게 된 것. 최 작가의 작업은 자전적 일상을 바탕으로 작가, 엄마, 아내, 며느리, 선생 등과 같은 역할과 책임에 대한 이야기에서 출발한다. 경제적 어려움 속에서 그는 종일 학생들을 가르치고 돌아온 후에도 늦은 밤까지 작업실에서 시간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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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혜 기자
호수 1295
2022.12.25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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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지문어과 낙지속의 두족류 연체동물이다. 서남해안 갯벌을 중심으로 다양한 곳에서 서식한다. 세발낙지는 새로운 종이 아니고 가는 다리를 가진 어린 낙지다. 대표적인 보양식품으로 알려져 있다. 원기회복에 탁월한 효능을 가진 타우린이 굴의 2배, 미역의 4배 정도 많다. 고단백, 저지방, 저칼로리로 밸런스가 좋은 음식이다. ‘봄 주꾸미, 여름 오징어, 겨울 낙지’라는 말이 있듯이 10월부터 이듬해 2월까지가 맛이 가장 뛰어나다. 겨울에 열린 최초의 월드컵으로 세계가 무척 뜨거웠습니다. 대한민국 대표팀이 선전한 끝에 16강까지 진출해 다시 한번 자긍심을 느낄 수 있던 대회였습니다. 요즘은 전 세계적으로 K-컬처가 위용을 떨치고 있지요. K-POP, K-드라마로 개국 이래 최대의 문화수출을 올리고 K-푸드, K-방산까지 주목받아 한국인으로서 강한 자긍심을 느낍니다. K-푸드는 김치를 시작으로 불고기, 만두, 비빔밥도 유명해진 지 오래입니다. 외국인에게 한국 음식의 깊은 맛과 건강식이라는 이미지를 이미 깊숙이 심어줬습니다. 영화나 드라마를 통해 접한 한국 음식 중 낙지가 외국인에게 엄청난 충격을 준 것 같습니다. 바로 영화 ‘올드보이’에서 최민식 씨의 산낙지 먹방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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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종찬
호수 1295
2022.12.24 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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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이 끝났다. 2022 카타르 월드컵에 전 세계가 열광했다. 중동에서 열리는 대회라 겨울철에 진행됐고 그 덕분에 대한민국도 연말을 앞두고 감동과 흥분의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축구는 멋진 운동이다. 인간의 역사와 함께한 고전적인 운동이며 인간의 신체 능력을 종합적으로 활용해야 잘 할 수 있는 운동이다. 그래서 사람들이 그렇게 열광한다. 축구는 야수성과 원시성이 살아있는 스포츠다. 인간은 아주 오래전부터 전사(戰士)를 키워왔다. 전쟁이 일상이었으니 전사가 필요했고, 싸움 잘하는 사람이 매우 중요했다. 그래서 직접 싸운 왕족과 귀족도 있었다. 전쟁의 포로와 노예들을 검투사로 활용한 로마의 이야기도 익히 알고 있다. 아레나에서 무리를 지어 피 튀기는 검투를 벌인 글래디에이터들을 보는 흥분감을 현대사회에서 느낄 수 있는 곳이 바로 축구 경기장이다. 그래서 축구를 ‘문명화된 검투’라고 부를 만하다. 이번 월드컵에서 검은 마스크를 착용하고 뛴 손흥민 선수를 보면서 무엇을 느꼈는가. 투혼! 싸우는 무사의 정신이 그것이다. 한 번 부상을 당하면 몸을 사리게 마련인데, 손흥민은 그러지 않았다. 전쟁에 임하는 전사의 마음이 있어야 가능한 일이다. 그러니, 손흥민으로 대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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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윤호
호수 1294
2022.12.18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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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아이가 그린 것처럼 단순화한 오각형의 집 안이 화폭에 펼쳐진다. 친근한 우리의 일상을 집 속에 17년간 담아온 작가가 있다. 지난해 동덕목화미술상을 수상한 최순민 작가다. 늘 보는 사물이나 일상에서 겪은 일에서 새로운 모습이나 가치를 깨닫고 이를 ‘집’이라는 상식적인 틀에 넣어 표현하는 일이 최 작가가 추구하는 예술성이다.최 작가는 집 그림을 그릴 때의 자기 모습을 영화 ‘빌리 엘리어트’의 대사를 빌려 표현한다. “그냥 기분이 좋아요. 긴장이 되기도 하지만 일단 추기 시작하면 모든 것을 잊어버려요.”다음은 최 작가와의 일문일답. 왜 집을 그리나.“하루아침에 가정이 심각한 경제난에 빠지게 됐다. 이때 성경에 나오는 ‘돌아온 탕자’의 이야기를 읽은 것이 영감의 원천이 돼 집을 그리기 시작했다.”최 작가는 돌아온 탕자 이야기를 설명해줬다. 어떤 부자 노인에게 두 아들이 있었는데, 둘째 아들이 아버지의 유산을 미리 받아서 먼 지역으로 떠났다. 그 아들은 방탕하게 살며 재산을 모두 탕진해버린 후 돼지치기가 된다. 귀한 집의 아들이었는데, 노예처럼 돼지들이 먹는 음식을 주워 먹을 만큼 가난하고 비참해진 것. 아들은 아버지의 집에서 살던 기억을 떠올리며 그리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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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혜 기자
호수 1293
2022.12.11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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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장철이다. 한해가 끝나간다는 뜻이기도 하다. 매년 11월 22일은 ‘김치의 날’. 김치를 담글 때는 최소 11가지 재료를 사용하고 22가지 효능을 낸다는 의미로 이날을 김치의 날로 삼았다고 한다. 세계김치연구소는 김치와 김치 유산균의 효능을 22가지 정리해 발표했다. 간단하게 정리하면 이렇다. 위암·대장암·유방암·폐암·자궁경부암·간암·췌장암 등 한국인에게 많이 발생하는 암의 증식을 억제한다는 항목이 7가지고, 활성산소를 없애는 항산화 성분으로 인해 노화를 억제하고, 콜라겐을 생성해 피부를 좋게 한다. 나쁜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춰 심혈관 질환을 예방하고, 혈전과 장내 독성물질을 제거하는 역할도 한다. 여기에 더해 김치 유산균이 발효식품의 좋은 점들을 모두 갖추고 있다. 아토피 유발 물질 감소, 피부 노화 방지, 독감 예방, 면역력 증가 등으로 정리할 수 있다. 복잡하고 많지만 간단하게 말하면 전 세계 장수마을의 공통점인 유산균 발효식품의 일반적 장점을 모두 갖고 있는 셈이다. 가난하던 시절, 빈곤한 식탁을 지켜주던 저장식품이지만 그것이 또한 우리의 건강을 지켜준 신의 한 수였던 셈이다. 김장김치의 이 같은 좋은 점들을 기억하고 열심히 김치를 먹으면서 우리 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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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윤호
호수 1292
2022.12.04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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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어(魴魚) : 전갱이목 전갱이과에 속하는 물고기로 다 자라면 몸 길이가 1m를 훌쩍 넘는다. 제주도 인근에서 많이 잡힌다.찬바람에 입김이 올라오면 대방어회 철이 된 겁니다. 시중에는 2~3㎏ 정도의 작은 크기부터 유통되며, 대방어라면 8㎏ 이상을 말합니다. 방어의 부위 중 가장 별미라는 배꼽살을 제대로 맛보려면 큰놈이 좋죠. 방어에는 비타민 D와 E, 니아신이라는 성분이 많이 함유돼 있어 골다공증 예방과 노화방지에 좋다고 합니다. 방어와 생김새가 비슷해 많이들 혼동하는 것이 부시리(히라스) 종입니다. 방어보다 고급어종으로 치긴 해도 여름이 제철이어서 겨울 부시리는 방어보다 맛이 한참 떨어집니다. 겨울에 방어를 먹었는데, 퍽퍽하고 맛이 없었다고 느끼신 분들은 아마도 부시리를 먹은 경우일 수도 있습니다. 참치, 방어, 고등어 같은 등 푸른 생선들은 새들의 공격을 피하기 위해 바다색과 같은 파란색 보호색을 띄고 있습니다. 이들은 알에서 부화돼 성체가 되면 생을 마감할 때까지 헤엄을 멈추지 않는다고 합니다. 헤엄을 치면서 아가미로 들어오는 산소를 혈액으로 변환시켜야 하기 때문입니다. 한마디로 멈추면 죽는다는 말입니다. 정말 부지런한, 부지런 할 수밖에 없는 생선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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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종찬
호수 1291
2022.12.01 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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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을 그리기 위해 여수, 속초, 목포, 대구, 제주도 등 국내는 물론 프랑스의 니스, 포르투갈의 리스본 등 약 30개국을 방문한 화가가 있다. 집을 소재로 꾸준히 그림을 그려왔고 ‘집유라’라는 별명을 좋아하는 지유라 작가다. 그는 강원랜드에서 12년간 총괄 아트디렉터로 근무한 커리어를 뒤로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지 작가는 “오랜 타지 생활로 인해 집에 대한 그리움과 애착이 남달랐던 것 같다”며 “주변 사람들의 만류에도 나는 집으로 돌아오기 위해, 집을 그리기 위해 직장을 그만뒀다”고 말했다. 지친 몸을 이끌고 돌아온 집은 지 작가를 따뜻하게 반겨주고 품어주는 치유의 공간이 됐다. 다음은 지 작가와의 일문일답. 왜 집을 그리나.“나에게 집은 가족이고 행복이다. ‘House’가 아니라 ‘Home’의 개념이다. 집은 쉬고, 먹고, 자고, 싸고, 가장 자유롭고 솔직한 나만의 공간이다. 그렇기에 집은 내게 휴식, 안정, 즐거움을 준다. 빠르게만 변해가는 세상에서 쫓기듯 살아왔던 나, 그리고 관객들에게 집 그림을 통해 쉬어갈 자리를 내어주고 싶어 집을 그린다.” 집의 어떤 장면을 포착하나.“나는 집에 아스라이 서린 추억을 그린다. 1970~80년대 당시 영화처럼 향수를
라이프
김지혜 기자
호수 1291
2022.11.27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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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번 칼럼에서 언급한 것처럼 동네에서 단체운동을 2가지 하기 시작했다. 한가지는 피트니스센터 달리기 모임이고, 다른 하나는 동네에서 함께 일하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 태극권 수업이다. 달리기는 피트니스센터에서 운동하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 것이니 아주 심각한 상황은 아니었지만 태극권 수업은 달랐다. 수업 참가 멤버는 4050, 한창 현업에서 열정적으로 사는 분들이다. 그중에는 큰 질병을 극복한 사람도 있지만 평소 열정적인 삶과 여행을 즐기는 분도 있다. 태극권 수업은 다들 알다시피 느릿느릿 천천히 체조하듯 한다. 특히 초보 단계에서는 그냥 몸에 힘을 빼는 훈련을 하면서 국민체조 같은 것을 따라 한다. 할리우드 영화에서 보는 공원체조 장면을 떠올리면 된다. 독자 여러분, 여러분은 쉽게 따라 하겠죠?그런데, 그런데 말이다.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충격적이게도 수업 시간 내내 비틀거리고, 흔들리고, 주저앉는 장면이 이어졌다. 그렇게 간단한 운동을 했는데. 아니, 내게는 전혀 운동이 되지 않는 수준의 움직임만 있었을 뿐인데.수련 다음 날, 대화방에 수고했다고 말을 남겼다. “너무 운동을 안 해서 몸이 많이 굳어 있었어요. 어제 오랜만에 운동을 하니 몸도 개운해지고
라이프
최윤호
호수 1290
2022.11.19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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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욱진(1917~1990)은 화백, 교수라는 호칭보다 집 가(家)자를 쓰는 화가라는 말을 좋아했다. 그만큼 집은 장욱진 작품 세계를 구성하는 주요 소재이자 삶과 예술철학이 담겨있는 장소다. 그런 생각은 “집도 작품이다”라는 말로 자주 표출됐다. 집은 가족 화목과 평안한 안식 의미장욱진에게 집은 일제 강점기와 6·25 전쟁 이후 황폐해진 환경에서 가족들의 화목은 물론 평안한 안식을 의미하는 곳이자, 중요한 창작 공간이기도 했다. 그는 생전에 네 차례 집(아틀리에)을 직접 설계하고 지었을 정도로 집에 대한 애정을 보였다. 덕소(1963∼1974), 명륜동(1975∼ 1979), 수안보(1980∼1985), 용인 마북동(1986∼1990) 등 시대별로 작업실을 달리했다. 집을 기준으로 그의 작업 양상을 논할 정도로 장욱진의 작품과 집은 불가분의 관계다.덕소 화실은 장욱진이 1963년 양주 한강 변에 지은 것이다. 남편은 가족과 떨어져 작업에 매진했다. 아내가 서울에서 서점을 운영하고 아이들을 키우며 주말마다 남편을 보러 왔다. 그런 아내를 위해 작가는 화실 옆에 한 칸짜리 한옥을 더 지었다. 1969년 작 ‘앞뜰’에는 그 집이 간결하게 묘사돼 있다. 1974년 작
라이프
김지혜 기자
호수 1289
2022.11.12 16: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