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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릎 나간다, 살살 해라.” 마라톤을 한다거나 산을 탄다고 말하면 다들 무릎 관절 걱정을 해준다. 달리기 좀 하는 사람, 산 좀 타는 사람은 누구나 수없이 듣는 말이다. 고마운 관심이지만 사실 당사자들에게는 그다지 의미가 없는 말이다. 제대로 사용하기만 한다면 걷고 뛰고 산을 타는 것은 관절을 상하게 하기도 어렵기 때문이다. 오히려 생활체육이라고 불리는 탁구, 배드민턴, 축구 같은 게임 운동이 관절에 더 위험하다. 골프 같은 한 방향 운동은 더욱 그렇다. 관절을 생긴 대로 사용하는 순방향 운동은 안전하지만 자연스런 방향과 달리 쓰면 위험한 것이다. 나의 경우 얼마 전에 뛴 마라톤 풀코스 후유증은 허벅지 근육의 통증을 제외하면 거의 없었다. 관절이 아프지 않다는 것을 발견하고 조금 놀라기도 했다. 달리기는 관절의 순방향 운동이어서 그렇다. 그런데 달리기를 하지 않고도 무릎과 고관절로 대표되는 다리의 관절들 때문에 고통받는 사람들이 많다. 이런저런 질병의 영향일 수도 있지만 대체로 소모성 관절질환이다. 즉 잘못 사용해 관절이나 그 주변이 닳아버린 것이다. 이런 경우 고치기는 힘들더라도 예방할 수는 있다. 관절을 잘못 사용하는 대표적인 곳이 계단이다. 지하철이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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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윤호
호수 1358
2024.04.14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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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기운이 완연해졌다. 비가 살짝 내린 3월 17일 일요일 오전, 마라톤 풀코스 42.195㎞를 뛰었다. 대부분 겸손하게 ‘완주가 목표’라고들 하지만 평생 몇 번 뛰지 않는 마라톤이다. 실제로는 그럴 리가 없다. 나의 경우 3시간 30분 안에 완주하는 것이 목표였다. 흔히들 말하는 330이다. 평생 목표는 3시간 20분인데 요즘은 속도 훈련을 하지 않으니 현실적인 목표로 수정했다. 서브3에는 한참 모자라지만 그래도 폼 난다. 이날 실제 기록은 3시간 40분 22초였다. 목표를 달성하지 못한 대신 아주 많은 교훈을 얻은 달리기였다. 경영학에서 말하는 ‘실패학’이라고나 할까. 첫째, ‘속도냐 강함이냐’ 그것이 문제로다. 요즘은 주로 유산소 운동을 등산 혹은 트레일런을 통해 장시간 훈련한다. 웨이트 트레이닝도 강하게 하는 편이다. 그러다 보니 평지 속도가 높아지지 않는 단점이 있다. 대신 온몸이 강인해져서 마라톤을 뛰어도 그다지 고통스럽지는 않다. 더 빨리 뛰지 못하는 것이 안타까울 따름이다. 둘째, ‘앞 끝 착지냐 뒤꿈치 착지냐’ 기술과 실력의 만남이다. 트레일런과 달리기를 할 때 앞 끝 착지를 많이 훈련한다. 발목의 힘이 강해지고 달리기의 추진력이 생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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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윤호
호수 1365
2024.03.31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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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초 제주도에 다녀왔다. 업무상 급하게 1박 2일 일정으로 다녀올 준비를 하면서 가슴 설레는 두 가지 계획을 품고 있었다. 수영과 한라산 등산이다. 제주에서나 가능하며 아주 특별한 경험이 될 것이었기에 뛰는 가슴을 주체하기 힘들었다. 수영은 멋진 운동이다. 잘하지는 못하지만 좋아한다. 수직으로 살아가는 우리 인간들에게 수평으로 움직이는 거의 유일한 운동이고 건강을 위해 필수적인 운동이다. 무엇보다 혈류와 호흡, 심폐기능에 좋다. 관절 부담 없는 전신 근력운동이라는 점도 중요하다. 힘을 빼야 잘할 수 있는 운동이라는 것도 중요하다. 생존의 관점에서도 수영은 중요하다. 누구나 처할 수 있는 아주 흔한 사고에서 생존하는 보편적 방식으로서의 운동이다. 그래서 많은 선진국에서는 어린이와 학생들에게 수영교육을 필수적으로 한다. 심지어 옷 입고 하는 수영을 학교에서 가르치기도 한다. 그런데 이번에 내가 제주에서 한 수영은 또 다른 면이 있다. 38℃의 온수 풀 수영이다. 서귀포 ‘더 시에나 리조트’에 있는 온수풀이다. 그곳은 30~33℃인 다른 온수 풀보다 훨씬 따뜻한 38℃로 운영하고 있다. 보통 체온인 36~37℃를 살짝 벗어난 온도다. 1℃가 올라가며 느껴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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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윤호
호수 1352
2024.03.03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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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윤발. 홍콩 무협 영화와 누아르 양쪽에서 엄청난 작품들을 남겨 많은 사람이 사랑하는 홍콩 영화배우다. 1955년생이니 지금 69세. 그러니까 대충 칠순이다. 워낙 청렴하고 모범적으로 살아 그를 존경하는 사람도 많다. ‘와호장룡’이라는 아름다운 영화를 본 사람들은 기억하겠지만, 무당파의 고수로 나오는 주윤발은 어지간한 공간은 휙휙 날아다니고, 키 큰 대나무밭에서는 낭창낭창 대나무만을 밟으며 장쯔이와 너무도 아름다운 대결을 펼치기도 한다(주윤발은 저우룬파보다 주윤발이라고 부르고 장자이는 장쯔이라고 부르는 것이 더 익숙하다).얼마 전 부산국제영화제를 참관하러 한국에 왔을 때 모습은 나이 들고 수척해진 모습이었다. 그러나 단정하고 꼿꼿함을 유지하고 있는 자세가 인상적이었는데, 그 칠순의 주윤발이 생애 두 번째 하프마라톤을 뛰었다는 소식이 최근 전해졌다. 중국 언론을 통해 세상에 알려진 그의 마라톤 기록은 이렇다. 1월 21일 홍콩에서 열린 홍콩마라톤의 하프코스, 그러니까 21.0975㎞를 뛰는 대회에 출전했는데, 2시간 26분 8초의 기록으로 골인했다. 2023년 11월 홍콩~주하이~마카오 대교 하프마라톤에 처음 참가했을 때 2시간 27분 56초로 골인했으니 2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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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윤호
호수 1350
2024.02.18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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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틱 뒤로 뻗지 마세요.” “뭐, 뭐라고요? 뭐요? 뭐랬어요!”“스틱 조심하세요. 뒤에서 맞을 뻔했어요.” “스틱이 뒤로 오면 안 되죠.”앞의 대화는 내가 겪은 일이고, 뒤의 것은 얼마 전 목격한 일이다.요즘 산에 자주 가면서 갈 때마다 느끼는 것이고, 기회 있을 때마다 하는 말인데 ‘등산스틱은 자신과 타인 모두에 위험하다.’ 등산스틱을 쓰는 사람들이 넘쳐난다. 한때는 거의 모든 사람이 스틱을 들어 마치 스틱이 없으면 산에 가지 못하는 것 같은 분위기더니 그래도 요즘은 조금 덜하긴 하다. 등산스틱은 배낭의 무게가 몸에 가해지는 중력을 분산시키기 위해 활용하는 유용한 도구다. 가파른 구간에서 버팀목 역할을 해주기도 하고 미끄러울 때 찍어 아이젠을 대신하기도 한다. 그렇지만 대부분의 도심 등산에서는 필요 없는, 쓸데없는, 위험한 도구다. 특히 암릉이 주를 이루는 우리나라의 험한 산에서는 오히려 위험 요소가 될 수 있다. 양손이 자유로운 상태에서 수시로 주변의 바위나 지지목, 안전 철책을 잡고 가야 하는데, 스틱을 잡고 있느라 우왕좌왕 어쩔 줄 모르는 장면을 너무나 흔하게 목격한다. 그러나 그보다 더 중요한 요소는 손목을 과하게 사용하게 된다는 점이다. 발목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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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윤호
호수 1790
2024.01.27 1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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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이 내린다. 조금 날리다 마는 작은 눈이 아니라 제법 알이 굵은 눈이다. 함박눈이다. 눈이 거리를 덮고, 산과 들을 덮는다. 지상의 많은 사람이 걱정하기 시작하지만 어떤 사람들에게는 신나는 기회로 다가온다. 스키를 즐기는 사람이라면, 흥분을 감출 수 없는 시기다. 인공설 아닌 자연설에서, 그것도 싸락눈이 아닌 함박눈 쌓인 슬로프를 달릴 수 있다면 천금을 주고도 바꾸고 싶지 않은 기회가 펼쳐진다. 달리기하는 사람도 조금은 흥분된다. 좀처럼 해보기 힘든 경험의 시간이기 때문이다. 눈 덮인 언덕, 눈 천지인 산과 들을 뛰어다니는 경험은 아주 가끔 우리에게 찾아오는 황금 같은 기회인 것이다. 내가 좀 거칠게 달리기 훈련을 하고 싶은 곳이 있다. 서울 성북동 너머의 북악스카이웨이다. 올겨울은 서울에 눈이 많이 내리고 있다. 13년 만에 가장 많은 눈이 내렸다는 날, 한창 눈이 내리는 도중에 북악스카이웨이 달리기에 나섰다. 너무 예쁘게 펑펑 쏟아지는 눈을 바라만 보기에는 아까웠다. 그 눈송이 속으로 들어가고 싶었다. 그래서, 어디로 뛸까, 고민하다 북악스카이웨이로 코스를 정했다. 눈 덮인 산을 뛰어보고 싶었지만 경험은 거의 없다. 장비는 어떻게 하고, 코스는 어떻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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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윤호
호수 1346
2024.01.14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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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이 저물어가는 겨울날, 영하 10℃를 넘나드는 추운 날, 속초 바다에 섰다. 짧은 하루짜리 여행이라 동해 일출을 볼 수는 없었다. 그래도 며칠 계속된 눈과 비가 지나고 나자 강한 바람과 함께 맑고 투명하고 파란 하늘이 깊고 거친 바다와 어우러지면서 가슴 속을 파고든다. 또 한 해를 보냈다. 고마울 따름이다. 사람들이, 세상이, 하늘이 고맙다. 애쓴 나 자신이 대견하다. 가슴 속이 확 뒤집혀 개운해지는 강풍 앞에 서서 속 시원한 송구영신의 시간을 가졌다. 세월 참 빠르다. 어느새 계묘년 토끼의 해가 다 가고, 갑진년 용의 해가 밝아온다. 다사다난. 다이내믹한 한국에 사는 우리는 매년 정치적 사회적으로 격변의 시간을 보낸다. 2024년도 다르지 않을 터다. 총선과 경제, 미국 대선과 전쟁들. 여기에 극적인 날씨를 더해 보통 사람들의 일상도 복잡다단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래도 확실한 것 한 가지는 자기 자신의 건강을 자기가 돌봐야 한다는 것이다. 내가 늘 강조하고 다니는 “내 일생에서 오늘이 가장 강하다”는 말은 새해에도 계속된다. 내 목표는 오늘, 내 인생에서 가장 건강하고, 가장 잘 버티고, 가장 일을 잘할 수 있는 상태를 만들어가는 것이다.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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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윤호
호수 1344
2024.01.01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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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12월이다. 계묘년(癸卯年) 검은토끼의 해가 거의 다 갔다. 올해가 시작될 무렵, 한 매체에서 한 해 계획을 써달라고 해 나는 ‘2023 버킷 리스트’를 나열해 봤다. 봄에는 4년 만에 마라톤 풀코스를 뛰기 위해 ‘동아마라톤’에 참가하고, 여름에는 바다수영 익히기에 도전하고, 가을에는 설악산 대청봉이나 공룡능선 등산을 하겠다, 겨울에는 해외여행을 떠나보자. 이렇게 4가지 큰 계획을 세워 공개했다. 모든 계획과 결심은 실천이 문제다. 우선 동아마라톤을 뛰었다. 4년 만의 풀코스 완주로 3시간 45분쯤 걸렸다. 빠르지는 않은 기록이지만 편안하고 즐겁게 뛰었다. 훈련을 별로 많이 하지 않았는데 웨이트 트레이닝을 많이 했더니 뜻밖에도 ‘펀런’이 됐다. 이상한 자신감도 생겼다. 이제 마음만 먹으면 좀 더 빨라지거나 좀 더 편안해지는 방식을 알겠다 싶었다. 여름에는 생각처럼 제대로 되지 않았다. 바다 수영을 하겠다고 수영복이랑 수영 도구들을 챙겨 격주로 동해안에 갔지만 날씨가 잘 맞지 않았다. 게다가 거대한 바다에 대한 공포감을 극복하지 못했다. 그저 해변에서 깔짝깔짝 물장난 수준의 수영만 몇 번 하고 말았다. 이 버킷 리스트는 내년에도 계속돼야 할 판이다. 가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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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윤호
호수 1342
2023.12.16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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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산에 자주 다닌다. 산에서 걷기보다는 뛰기에 주력한다. 어지간한 오르막이나 평지를 만나면 상향등산 중에도 달리고 하산 때는 거의 달린다. 트레일런(Trail Run)이라고 하기에는 좀 부족하지만 그런 기분을 내보는 중이다. 그러다 11월 19일, 일요일 아침에 열린 ‘소아암환우돕기 행복트레일런 축제’에 참가했다. 첫 공식 트레일런 대회 경험이다. 갑자기 추워진 날씨가 하루 잠깐 풀리면서 조금 흐린 날, 이른 시간임에도 500명이 대모산 등산로 바로 아래 있는 서울 강남구 수서역 6번 출구에 모였다.나는 별다른 장비를 갖고 있지 않아 평소의 커다란 등산배낭에 준비물들을 꽉꽉 눌러 넣고 갔다. 많은 사람은 트레일런 선수급으로 보였다. 반바지에 짝 달라붙는 러닝 배낭에 얼굴 주변에 각종 방한 장비들을 썼다. 트레일런을 뛰는 사람들은 보통 마라토너보다도 더 강력한 사람들이었다는 걸 잠시 잊고 있었다. 운동 종목은 대체로 공식처럼 흘러간다. 우선 조금씩 동네에서 달리다가 등산을 하고, 트레일런을 하고, 울트라마라톤을 하고, 철인삼종경기에까지 진출하게 된다. 운동 좋아하고 어느 정도 체력과 의지를 갖추고 있는 사람들의 순차적 코스가 이렇다. 나로서는 첫 출전인 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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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윤호
호수 1340
2023.12.03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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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에 설악산 대청봉에 올랐다. 가장 짧지만 가장 힘들어서 많은 사람이 찾지 않는 코스, 오색코스다. 남설악탐방지원센터에서 대청봉 왕복, 표준 등산시간은 8시간. 등산시간만 그러니 실제로는 9~10시간 걸리는 코스다. 등산을 할 때 가능한 한 쉬지 않고 가능한 한 뛰어다니는 나는 이번 대청봉 등산에 왕복 3시간 50분이 걸렸다. 대청봉 정상에 오른다는 것은 흔하지 않은 일이므로 정상에서 풍광도 즐기고, 음료수와 간식도 먹으면서 나로서는 드물게 시간을 보내고 내려왔다. 그래도 4시간 내에 등산을 마쳤다. 오색 초입 시간제 주차장 주차료가 5600원에 그쳤으니까 나름 경제적인 등산이었다. 대청봉 등산 후 ‘설악산 그랜드슬램’이라는 용어가 떠올랐다. 설악산 최고봉인 대청봉, 국내 최고의 등산코스 공룡능선, 대한민국 제일경 울산바위, 그리고 울산바위를 코앞에서 관람할 수 있는 기암절벽 신선대(금강산. 과거에는 북설악으로 불렸다). 이렇게 4곳을 9월 2일부터 10월 29일까지 두 달에 걸쳐 올랐다. 이 정도면 ‘그랜드슬램’이라고 불러줄 만하다는 생각이었다. 스스로 자랑스러웠다. 그런데 5일 메신저로 한 장의 사진을 받았다. 이명훈 청년이 보낸 것이다. 올해 자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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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윤호
호수 1338
2023.11.19 1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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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리기는 재밌다. 주변에서 뛰는 사람들한테 물어보라. 진짜다. 뛰는 것은 고사하고 걷기도 싫어하던 사람들이 달리기 시작하면 달리기 대회에 나가고, 마라톤 완주를 해낸다. 어느 날에는 날카로운 바위산 꼭대기에 올라서 있고, 더 익스트림한 운동은 없는지 두리번거리게 된다. 그냥 하는 소리가 아니다. 등산 유튜버로 잘 알려진 ‘힐링진(healing-jin)’이라는 사람이 있다. 얼마 전 설악산 공룡능선 등산 도중 만나 한동안 함께 등산하고, 사진도 찍어주고, 그랬다. 그 사람이 궁금해져 조금 알아봤더니 그녀의 운동 이력이 딱 이랬다. 별로 건강하지 못한 상태에서 교통사고까지 겪으면서 몸이 망가졌다. 달리기를 시작했고, 뛰다 보니 자연스럽게 산악 달리기에 나서게 됐다. 그리고 마침내 그 어렵다는 사막마라톤까지 하게 됐다. 힐링진은 세계 4대 극지마라톤 중 하나인 고비사막 마라톤을 마쳤다. 그는 국내의 멋진 산들을 직접 등산하면서 열심히 소개했다. 최근엔 또 하나의 극지마라톤, 칠레 아타카마 사막 마라톤을 완주했다. 극한의 기후 속에서 250㎞를 6일간에 걸쳐 완주하는 대장정이다. 삭막한 사막을 건너고 거친 계곡을 헤쳐내고, 50℃를 넘는 무더위를 참고, 하루 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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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윤호
호수 1336
2023.11.04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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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젊은 사람들 사이에서 운동 열풍이 불면서 ‘오운완’ 즉 ‘오늘 운동 완료!’ 증명사진 찍기도 유행이다. 아주 바람직하다. 젊은이들이 모여서 이야기하는 단골 주제가 ‘어젯밤엔 무슨 술, 얼마나 마셨나’인 것일 수도 있다. 오늘 운동, 어제 운동은 어떠했는지 정보를 주고받으며 서로를 자극하는 것은 그보다 훨씬 멋진 일이다. 9월 말 10월 초에 걸친 6일간의 추석 연휴는 일상 업무에서 벗어나 운동하기 좋은 때였다. 다음 주의 한글날 연휴도 포함할 수 있다. 너무 긴 연휴라 놀기도 지친다는 말들이 SNS 여기저기서 보였던 추석 연휴에 나는 ‘6일6산’을 목표 삼았다. 그리고 매일 산에 올랐다. 조금은 억지스럽기도 한 목표였다. 아무것도 남지 않는 연휴를 보내는 것보다는 뭔가 의미 있는 기록을 남겨보자는 의지의 표현이었다. 첫날 긴 연휴의 워밍업이면서 가족과 함께한다는 뜻을 담아 근처의 남산 산책에 나섰다. 타워에 오르지 않고, 둘레를 숲길 따라 한 바퀴 도는 꽤 먼 산책길을 열심히 걸어 등산을 대신했다. 2일째부터 본격 산행. 추석을 맞아 나름 영험한 산으로 소문난 천마산을 찾아 모두의 안녕과 행복을 빌었다. 저녁에는 북악산 팔각정에 뛰어올라 보름달 맞이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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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윤호
호수 1333
2023.10.21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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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인천의 한 박물관에서 젊은이들과의 교류를 위한 프로그램으로 마련한 강좌에 강사로 초대돼 ‘달리기와 인문학’에 대해 이야기했다. 주최 측에서 한국아파트신문에 실린 이 칼럼들을 보고 연락해 왔으니 감사한 인연이다.PPT 40장에 달하는 강의 준비를 하고 인천까지 상당히 먼 길을 가 젊은 친구들 앞에 섰다. 그들은 달리기에 막 발을 들여놓았거나 이제 달리기를 시작해 보려는 사람들이었다. 약 30명의 2030세대들은 각자 다른 이유로 그곳에 모였다. 내 눈에는 모두 달리기 초보들일 뿐이지만 그들 나름대로 진지하고 심각한 이유를 갖고 그 자리에 나왔다. “폐활량을 늘리기 위해서 달리려고 합니다.” 참석자 중 웨이트 트레이닝을 엄청나게 많이 하는 듯한 청년에게 왜 뛰려고 하는지 물으니 이런 답이 돌아왔다. 맞다. 그에게 필요한 것은 강력한 유산소 운동이다. 커다란 몸집을 좀 더 멋지게 깎아 야성적인 몸을 만드는 비결은 바로 달리기다. “의지를 갖고 달려 심신을 다듬으려고요.” 다른 한 청년은 이렇게 말했다. 그렇다. 의지는 중요한 문제다. 수많은 사람이 달리지만 누구는 한계에 도전하듯 강력하게 밀어붙이고, 누구는 도중에 포기하기도 한다. 그 차이는 의지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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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윤호
호수 1332
2023.10.07 0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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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산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제1경으로 꼽는 곳이 설악산 공룡능선이다. 국립공원관리공단이 선정한 제1경 또한 공룡능선이다. 그만큼 아름답다.많은 사람이 공룡능선을 가장 가고 싶은 곳으로 꼽는 이유 중 하나는 가기 어렵다는 것일 수 있다. 일단 공룡능선에 들어서면 힘들고 험해도 중단 없이 가야 한다. 중간 탈출로가 하나도 없어 되돌아가거나 그냥 끝까지 가야 한다. 그것이 역설적으로 선뜻 다가서기 어려울 만큼 거대한 공룡능선의 매력이다.대체로 공룡능선을 탄다고 하면 신흥사 입구에 있는 소공원에서 비선대를 거쳐 공룡능선을 완등한 뒤 반대쪽 내리막을 통해 원점으로 복귀하는 것을 뜻한다. 12시간에서 16시간 정도를 잡는다. 그러니 해 뜰녘에 부지런히 나서야 해 질 무렵 하산이 가능하다. 내설악에서 출발해 대청봉, 중청봉에서 일박하고 속초, 양양 쪽으로 하산하면서 공룡능선을 타기도 한다. 그것은 더 복잡한 준비 과정이 필요한 일이다. 그래서 흔히들 소공원 코스를 택하게 된다.며칠 전 9월의 첫 토요일, 공룡능선을 탔다. 결론부터 말하면 휴식 포함 8시간 만에 주파했다. 소공원의 곰동상 앞 사진촬영 시간을 기준으로 8시간 3분 걸렸다.달리기를 좋아하고, 등산을 트레일러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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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윤호
호수 1330
2023.09.1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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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기는 가장 좋은 운동이다.” 너무나 많이 들어 식상한 표현이 돼간다. 그런데 왜 이렇게 많은 사람이 이 말을 할까. 간단하다. 듣는이가 안 걸으니까. 걷지도 않으니까. 조금 더 걷기만 해도 좋을 텐데 그것을 하지 않으니 또 말한다. 걸으면 좋은 일들이 많이 생길 텐데. 건강을 위해 걸을 때 기준이 되는 숫자는 ‘1만 보’다. 가장 널리 알려진 기준이다. 너도나도 만보기를 차고, 그것을 실천했느냐 안 했느냐를 놓고 뿌듯해하기도 하고, 스스로에 실망하기도 한다. 과연 1만 보가 적절한 기준일까. 만보기는 일본의 한 건강기구회사에서 내놓은 제품이고, 하루 1만 보를 걸어야 건강하다고 캠페인을 벌이면서 적절한 걸음수로 자리 잡았다고 한다. 그런데 일본의 한 연구는 메이지 유신 이전의 일본인은 기본적으로 생활 속에서 3만 보를 걸었다고 주장했다. 즉 현대인이 운동을 안 하니까 1만 보라도 하라는 것이지, 1만 보가 건강 기준은 아니라는 것이다. 그런데 최근 서구의 연구는 좀 다른 생각을 하게 만든다. 많이 걸을수록 건강효과가 커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하루 2400보만 넘으면 심혈관 질환으로 인한 사망 위험이 줄어들기 시작한다는 것이다. 약 4000보 이상을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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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윤호
호수 1328
2023.09.02 0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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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하게 오래 살기. 인류의 소망이다. 과거에는 그냥 오래 살기를 희망했지만 서서히 건강하지 않은 상태에서 오래 사는 것은 그다지 좋은 일이 아님을 인식하게 됐다. 요즘은 건강하게 오래 살기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나의 관심은 오늘 건강하게 살기다. 내 생에서 오늘 가장 건강한 삶을 살기다. 나이를 먹어가면서 쉽지 않은 일이지만 그렇다고 불가능하지도 않은 것 같다. 왜냐하면 가장 건강했을 젊은 시절에는 건강의 중요성을 인식하지도 못했고 건강하지 못한 생활 습관도 너무나 많았다. 조금 신경 쓰면 얼마든지 건강에 집중할 수 있는 때가 된 요즘 어쩌면 가장 건강한 하루하루가 가능할 것도 같다. 물론 언제까지 가능할지는 모르는 일이지만.최근 미국의 건강매체 메디컬뉴스투데이(Medical News Today)는 수명과 관련한 아주 중요한 연구를 보도했다. 미국 일리노이주의 한 대학 연구자가 미국 영양학회에서 발표한 연구 결과다. 미국 참전용사 71만9000여 명의 의료데이터를 분석해 ‘건강에 좋은 생활습관 8가지가 수명에 미치는 영향’을 정리했다. 우리가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은 연구자가 제시하는 8가지 생활습관이다. 바로 △규칙적인 신체활동(운동) △금연 △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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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윤호
호수 1326
2023.08.20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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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세 시대’를 이야기할 때 흔히 등장하는 운동 중 하나가 태극권이다. 태극권은 우리나라에서는 크게 유행하지 않는다. 하지만 중국이나 일본 등 아시아는 물론이고, 미국이나 프랑스, 독일 등 서양에서도 인기를 끌고 있다.기공운동인 태극권은 사실 무협지에 자주 등장하는 무당파의 무술이다. 소림사와 함께 무림의 양대산맥으로 꼽히는 그 무당파 말이다. 노자와 장자의 도가철학, 노장철학에 기반한 이 천년무술은 유연한 움직임과 깊은 호흡, 자연과의 교감 같은 것을 중요한 가치로 삼는다. 양발을 땅에 굳건히 디디고 뿌리를 내리면서 온몸은 하늘이 받치면서 허리를 중심으로 부드러운 원을 그리는 동작들로 이뤄진 태극권의 움직임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가 바로 상체의 힘을 빼는 것이다. 양손의 힘을 빼고, 어깨의 힘을 빼고, 목의 힘을 빼고, 가슴을 부드럽고 느슨하게 늦춰줌으로써 깊은 호흡이 저절로 가능해지고 혈류가 원활하게 이뤄지는 상태에서 운동한다. 이런 자세를 기본으로 무슨 운동이든 하루 30분, 1시간을 한다면 건강한 몸을 만들 수 있는 것은 당연하다. 가령 골프를 칠 때도 무리하게 힘을 주지 않고 상체의 힘을 충분히 뺀다면 어떨까. 복싱이나 달리기를 하더라도 충분히 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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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윤호
호수 1324
2023.07.30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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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여름 등산을 즐긴다. 봄가을에는 사람이 너무 많고, 겨울에는 장비와 준비가 너무 많이 필요하다. 여름에는 동네 뒷산이나 험한 명산이나 등산객들이 현저히 적다. 특히 오후에 조금만 늦게 올라가도 거의 사람이 없다. 자연을 마음껏 즐길 수 있고, 사진 찍기도 좋고 무엇보다 나만의 속도로 걷고 뛸 수 있다.봄 산은 아름답다. 겨울을 이겨내고 파릇한 새싹이 돋아나는 나무들이 싱그럽다. 화려한 봄꽃들이 앞다투어 피어나며 달콤한 멋과 향을 선사한다. 그러니 그 생동하는 자연의 힘을 내 몸 안에 채울 수 있는 봄 등산은 멋진 일이다. 가을 산은 말해 무엇하랴. 붉게 물든 산을 멀리서 바라만 봐도 아름다운데, 그 속으로 들어가면 온통 붉은 빛, 내 얼굴, 내 마음마저 붉게 물든다. 푹신하게 쌓이기 시작한 낙엽을 밟으며 땀을 흘리는 맛은 말을 넘어서는 황홀함이다. 겨울 산은 또 어떤가. 산에 오르는 마음부터 다르니 그 절정감도 다르다. 겨울 산에 들어서면 길은 눈에 덮여있고 그 밑은 얼어있어 미끄럽다. 아이젠을 착용하고 강하게 내딛는 한 걸음 한 걸음이 옴팡지다. 나무 위에 피어난 눈꽃과 멀리 천지를 뒤덮은 하얀 설경을 바라보면서 이대로 시간이 멈추기를 기도하게 된다.
라이프
최윤호
호수 1322
2023.07.16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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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어 맑은탕여름 더위로 몸에 열이 많이 오르고 양기가 소진해 체력이 떨어지기 쉽다. ‘동의보감’은 “민어는 맛이 달고 성질이 따뜻해 오장육부의 기운을 돋우고 뼈를 튼튼히 하는 음식”이라고 기술했다. 고춧가루를 넣지 않고 끓이는 민어맑은탕은 잡내가 없어 담백하고 국물맛이 깊다. 소화 흡수가 빠르고 양기를 보충해주는 황제 보양식이다. 부작용이 없다고 할 정도다. 아연, 엽산, 철분 등의 각종 무기질이 많아 산후조리 중인 임산부와 회복 중인 환자에게 좋다. ‘낭만닥터 김사부’라는 드라마가 있었죠. 의료여건이 척박한 강원도에 외상의료센터를 건립하려는 김사부와 젊은 의사들의 고군분투를 그리고 있습니다. ‘아덴만의 여명 작전’ 파견 의료진 이국종 교수를 모티브로 만든 이야기지요. 배경인 돌담병원은 강원도가 아닌 포천 산정호수에 있는 건물을 세트장으로 썼다고 하길래 가족들과 다녀오기도 했었죠. 누군가의 생명을 위해 헌신하는 그들이지만 현실의 제도적, 경제적 논리로 인해 힘든 일들을 겪고 있는 모습에서 깊이 공감했습니다. 얼마 전 흉부외과의사 주석중 교수가 교통사고로 사망했습니다. 응급수술을 대비해 병원에서 10분 거리에 살면서 수많은 목숨을 구했던 ‘대체불가 의사’라고
라이프
배종찬
호수 1322
2023.07.15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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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부터 무더위가 기승이다. 낮기온이 35℃에 육박하고 밤에도 25℃ 근처에 머문다. 이른바 열대야가 한 달쯤 일찍 찾아온 느낌이다. 열대야가 우리 몸에 미치는 가장 큰 손실은 수면부족이다. 더워서 잠들기 어렵고, 땀을 흘리며 자다 몸이 근질거려 깨기 일쑤고, 창문을 열어놓고 자면 시끄러운 외부 소음 때문에 깨기 십상이다. 이래저래 적절한 수면시간을 채우기도 어렵고, 더욱이 질 좋고 깊은 잠, 즉 숙면을 취하기를 바라기는 어렵다.숙면은 무척이나 중요하다. 피로에서 회복해 건강한 일상을 유지하는 데 꼭 필요할 뿐 아니라 멜라토닌 분비를 촉진해 성장과 피부관리가 가능해지는 등 호르몬의 원활한 유지에 필수적이다. 숙면을 못하게 되면 몸의 신경중추에 이상이 생겨 생체리듬의 일관성이 깨지고, 피로감이 증폭된다. 어떻게 해야 무더운 여름, 숙면을 취할 수 있을까. 좋은 방법은 기본적으로 운동이다. 적당한 신체활동은 심신을 피곤하게 하니 저절로 깊은 잠에 빠져들게 한다. 또 낮의 야외활동을 통해 햇볕을 흠뻑 쪼여야 숙면 호르몬의 생성이 가능해진다. 그러니까 여름에도 당연히 운동을 해야 하는데, 현실은 반대다. 가뜩이나 더워서 움직이기 싫다. 얼씨구나 ‘해가 강력할 때 야
라이프
최윤호
호수 1320
2023.07.02 09: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