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초 제주도에 다녀왔다. 업무상 급하게 1박 2일 일정으로 다녀올 준비를 하면서 가슴 설레는 두 가지 계획을 품고 있었다. 수영과 한라산 등산이다. 제주에서나 가능하며 아주 특별한 경험이 될 것이었기에 뛰는 가슴을 주체하기 힘들었다. 

수영은 멋진 운동이다. 잘하지는 못하지만 좋아한다. 수직으로 살아가는 우리 인간들에게 수평으로 움직이는 거의 유일한 운동이고 건강을 위해 필수적인 운동이다. 무엇보다 혈류와 호흡, 심폐기능에 좋다. 관절 부담 없는 전신 근력운동이라는 점도 중요하다. 힘을 빼야 잘할 수 있는 운동이라는 것도 중요하다. 

생존의 관점에서도 수영은 중요하다. 누구나 처할 수 있는 아주 흔한 사고에서 생존하는 보편적 방식으로서의 운동이다. 그래서 많은 선진국에서는 어린이와 학생들에게 수영교육을 필수적으로 한다. 심지어 옷 입고 하는 수영을 학교에서 가르치기도 한다. 

더 시에나 리조트의 38℃ 온수 풀에서 수영했다. 우중설산에 오르는 극한체험과 대조적인 경험이었다./최윤호
더 시에나 리조트의 38℃ 온수 풀에서 수영했다. 우중설산에 오르는 극한체험과 대조적인 경험이었다./최윤호

그런데 이번에 내가 제주에서 한 수영은 또 다른 면이 있다. 38℃의 온수 풀 수영이다. 서귀포 ‘더 시에나 리조트’에 있는 온수풀이다. 그곳은 30~33℃인 다른 온수 풀보다 훨씬 따뜻한 38℃로 운영하고 있다. 보통 체온인 36~37℃를 살짝 벗어난 온도다. 1℃가 올라가며 느껴지는 서서히 잠에 빠져들 것 같은 따뜻함, 그로 인한 릴렉싱이 가능한 온도다. 힘 빼는 수영, 릴렉싱이 가능한 온수다. 절묘하다. 

겨울 제주의 차가운 공기와 리조트의 온수풀이 주는 따뜻함 뒤섞인 ‘럭셔리 체험’을 하고 겨울비 내리는 한라산 설산 등반이라는 ‘극한체험’에 나섰다. 백록담 등산은 한 달 전 예약해야 한다니 현실적으로 가능하지 않다. 그래서 풍경이 좋은 영실코스를 택했다. 영실매표소에서 출발해 백록담의 위용이 저 앞에 보이는 윗세오름까지 오르는 등산이다. 하산은 어리목 휴게소 쪽을 택했다. 

영실에서부터 조금씩 추적추적 내리던 빗줄기가 점점 굵어지면서 하산 때까지 끊이지 않고 내렸다. 눈 덮인 등산로를 아이젠에 의지해서 한 발 한 발 전진했다. 한 손에는 우산을 받쳐 들고 가끔 사진도 찍어야 하니 제대로 즐길 여유도 없었다. 그래도 그 자체가 쉽게 체험하기 힘든 추억이 되었다. 한라산은 잘 정비돼 있는 등산로를 벗어나지만 않으면 안전한 편이다. 

화산섬 제주의 특별한 멋 두 가지는 검은 화산석으로 이뤄진 언덕길 바윗길과 오름이다. 윗세오름이란 한라산 정상 쪽에 있는 3개의 오름이라는 뜻이다. 붉은오름, 누운오름, 족은오름을 말한다. 비가 오고 구름 천지인 날이라 오름 구경을 제대로 할 수는 없었지만 서귀포 바다 쪽으로 조금씩 구름이 걷히면서 바다와 어우러진 오름의 풍광을 조금은 맛볼 수 있었다. 

극적인 차이가 있어 보이는 수영과 등산 체험이었다. 수영과 등산은 아주 원초적 인간의 삶과 연관된 운동들이다. 생존과 사냥, 도피를 위한 운동이면서 동시에 가장 강력한 힘을 길러주는 운동이다. 우리는 박태환 선수의 딱 벌어진 어깨를 알고 있다. 그의 심폐기능은 뛰어날 것이다. 아프리카 케냐 마라톤 선수들의 빠름은 대체로 산에서 뛰어다닌 어린 시절에서 온 것이라는 연구가 있다. 발 앞쪽 끝으로 착지하면서 오르내릴 수밖에 없는 가파른 산악은 우리에게 야성적 힘과 몸매를 선물한다. 

수영과 등산은 누구나 마음만 먹으면 할 수 있는 운동들이다. 현대인이 원시인의 삶을 재현하는 운동들이다. 우리 몸은 원시의 건강성을 원하고 있다.   

 

 

최 윤 호 l ‘파워팩토리 동행’ 대표. 암 전문미디어 ‘캔서앤서’ 편집장. 웨이트 트레이닝 , 마라톤을 즐기며 태극권 수련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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