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위산에서도 스틱? 스틱보다 훨씬 중요한 것은 자신의 기초체력이다.
바위산에서도 스틱? 스틱보다 훨씬 중요한 것은 자신의 기초체력이다.

“스틱 뒤로 뻗지 마세요.” “뭐, 뭐라고요? 뭐요? 뭐랬어요!”

“스틱 조심하세요. 뒤에서 맞을 뻔했어요.” “스틱이 뒤로 오면 안 되죠.”

앞의 대화는 내가 겪은 일이고, 뒤의 것은 얼마 전 목격한 일이다.

요즘 산에 자주 가면서 갈 때마다 느끼는 것이고, 기회 있을 때마다 하는 말인데 ‘등산스틱은 자신과 타인 모두에 위험하다.’ 등산스틱을 쓰는 사람들이 넘쳐난다. 한때는 거의 모든 사람이 스틱을 들어 마치 스틱이 없으면 산에 가지 못하는 것 같은 분위기더니 그래도 요즘은 조금 덜하긴 하다. 

등산스틱은 배낭의 무게가 몸에 가해지는 중력을 분산시키기 위해 활용하는 유용한 도구다. 가파른 구간에서 버팀목 역할을 해주기도 하고 미끄러울 때 찍어 아이젠을 대신하기도 한다. 그렇지만 대부분의 도심 등산에서는 필요 없는, 쓸데없는, 위험한 도구다. 특히 암릉이 주를 이루는 우리나라의 험한 산에서는 오히려 위험 요소가 될 수 있다. 양손이 자유로운 상태에서 수시로 주변의 바위나 지지목, 안전 철책을 잡고 가야 하는데, 스틱을 잡고 있느라 우왕좌왕 어쩔 줄 모르는 장면을 너무나 흔하게 목격한다. 

그러나 그보다 더 중요한 요소는 손목을 과하게 사용하게 된다는 점이다. 발목과 무릎을 보호하느라 손목을 망치는 행위다. 자기 손목이 발목보다 강하다고 생각하는 것일까. 게다가 발을 디뎌야 할 평평한 장소는 스틱을 짚고 정작 자기 발은 위태롭게 간신히 돌 위를 짚는 경우도 흔하다. 특히 하산할 때 그런 장면을 마주치면 지나가며 보기에도 아슬아슬하다. 

어떤 이는 “그래도 배낭이 무겁고, 체력이 부족하고, 중력을 분산시키고, 등산로가 위태로워서 안전하기 위해서는 스틱을 써야 한다”고 말한다. 스틱이 그나마 위험을 줄여준다고. “당신은 체력이 되니까, 그런 소리를 하는 것이지.” 이렇게 욕먹을 소리를 지금 내가 하고 있다. 

욕먹을 말을 하는 이유는 이렇다. 자신의 체력 조건에 맞는 운동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등산로가 잘 갖춰진 한국 산에서 스틱 없이는 힘들다면 등산은 당신에게 맞는 운동이 아니다. 먼저 체력을 만든 뒤 등산에 나서야 한다. 동네 언덕부터 걷고 뛰자. 그래서 어느 정도 등산로가 있는 풍광 좋은 언덕 정도는 쉽게 오를 수 있는 체력부터 만들자.

생존 체력이라는 말이 있다. 건강하게 살기 위해 꼭 필요한 수준의 체력이다. 생활에 필요한 정도의 이동과 놀이가 가능한 체력이다. 평소 피곤하기만 하고, 뭐만 시작해도 바로 지친다면 생존 체력부터 길러야 한다. 부지런히 걷고, 영양 많은 음식을 먹으면서 건강한 일상생활이 가능해져야 한다. 

그다음이 기초체력이다. 운동하고, 활력 넘치는 생활을 하기 위해 필요한 체력. 생활 체력이라 불러도 좋다. 어느 정도는 달리기도 할 수 있고, 주변의 산과 언덕 정도는 어렵잖게 오를 수 있는 체력이다. 이 정도 체력은 다지고 난 뒤에 북한산처럼 높은 산에 올라야 한다. 

그런 것이 가능해지고 익숙해지면 더 강한 체력을 지향할 수 있다. 마라톤을 완주하고 트레일런에 도전하고, 가파른 암릉도 등산화의 힘을 믿으며 용기를 내 오르게 된다. 이 정도의 단계를 거쳐야 가능한 일을 우리는 그저 “남들이 하니까 나도 한다”, “내가 하겠다는데 왜 말려”라고 하면서 도전한다. 자신의 건강을 망치고, 타인의 안전을 위협하기 십상이다.

자기 몸을 학대하면서 간신히 오르는 등산은 건강을 위한 운동일 수 없다. 자신의 체력에 맞는 운동을 하는 것이 훨씬 중요하다.

 

최 윤 호 l ‘파워팩토리 동행’ 대표. 암 전문미디어 ‘캔서앤서’ 편집장으로 건강 관련 기사를 쓰고 있다. 웨이트 트레이닝 , 마라톤을 즐기며 태극권도 수련 중이다. 

 

저작권자 © 한국아파트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