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윤발. 홍콩 무협 영화와 누아르 양쪽에서 엄청난 작품들을 남겨 많은 사람이 사랑하는 홍콩 영화배우다. 1955년생이니 지금 69세. 그러니까 대충 칠순이다. 워낙 청렴하고 모범적으로 살아 그를 존경하는 사람도 많다. 

‘와호장룡’이라는 아름다운 영화를 본 사람들은 기억하겠지만, 무당파의 고수로 나오는 주윤발은 어지간한 공간은 휙휙 날아다니고, 키 큰 대나무밭에서는 낭창낭창 대나무만을 밟으며 장쯔이와 너무도 아름다운 대결을 펼치기도 한다(주윤발은 저우룬파보다 주윤발이라고 부르고 장자이는 장쯔이라고 부르는 것이 더 익숙하다).

얼마 전 부산국제영화제를 참관하러 한국에 왔을 때 모습은 나이 들고 수척해진 모습이었다. 그러나 단정하고 꼿꼿함을 유지하고 있는 자세가 인상적이었는데, 그 칠순의 주윤발이 생애 두 번째 하프마라톤을 뛰었다는 소식이 최근 전해졌다.     

중국 언론을 통해 세상에 알려진 그의 마라톤 기록은 이렇다. 1월 21일 홍콩에서 열린 홍콩마라톤의 하프코스, 그러니까 21.0975㎞를 뛰는 대회에 출전했는데, 2시간 26분 8초의 기록으로 골인했다. 2023년 11월 홍콩~주하이~마카오 대교 하프마라톤에 처음 참가했을 때 2시간 27분 56초로 골인했으니 2개월 만에 1분을 단축했다. 

50대 때 나는 하프마라톤 1시간 30분대의 기록을 냈다. 거의 대부분 풀코스 마라톤, 즉 42.195㎞를 뛰니까 하프 기록은 많지 않다. 그런데 요즘 느끼기에는 하프코스 90~120분을 뛰는 정도가 딱 좋은 운동이다 싶다. 여전히 풀코스대회에 나갈 것이지만 하프를 뛸 기회가 생긴다면 기꺼이 뛰고 싶다. 특히 함께 운동하는 젊은이들이 하프대회에 참가한다면 기꺼이 그들의 페이스메이커가 돼주고 싶다. 

하고픈 말은 70의 주윤발도 새롭게 달리기 시작했고, 그 달리기가 좋아서 홍콩의 많은 사람에게 전하고 싶어 한다는 것이다. 나는 40대에 마라톤을 시작했지만 우리의 독자 여러분은 지금 몇 살이든 지금 시작하면 된다는 말이다. 50대여도 좋고, 60대여도 좋고, 70대여도 좋다. 10㎞ 대회여도 좋고, 하프마라톤이어도 좋다. 이 정도 되는 대회에 나가보자. 아직은 겨울이지만, 이제 곧 봄이다. 주변에서 각종 작은 마라톤대회가 넘쳐난다. 

가장 큰 동아마라톤은 일찌감치 접수가 끝났으니 작은 대회, 집에서 가까운 곳에서 열리는 대회를 찾아보고 뛸 수 있을 만한 거리를 신청해 보자. 뛸 수 있을 만한 거리보다 조금 더 긴 거리면 더 좋겠다. 그리고 조금씩 달리기 훈련을 해보자. 

그렇게 대회를 맞아 10㎞든 하프코스든 완주하고 나면 놀라운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뿌듯한 자부심, 좋아진 건강, 주변에서의 찬사를 경험하면 이제 새로운 인생이 시작된다. 달리기가 있는 인생 말이다. 

주윤발은 두 번째 하프마라톤을 완주한 뒤 많은 홍콩인이 운동에 동참할 수 있도록 권하고 싶다고 했다. 그는 “내년에는 더 열심히 노력해 2시간 15분으로 기록을 단축하고 싶다”면서 “홍콩의 포레스트 검프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오늘 달리기에 나서는 나와 당신은 수많은 다른 사람들에게 무작정 달리고 싶어지게 만드는 역할을 한다. 그러니까 거창하게 말해 우리가 수많은 타인의 ‘인생 롤모델’이 되는 것이다. 그저 조금 달렸을 뿐인데. 가슴 벅찬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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