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 올라보고 싶던 설악산 대청봉. 유명한 정상석 옆에서 태극권 자세를 잡아봤다.
꼭 올라보고 싶던 설악산 대청봉. 유명한 정상석 옆에서 태극권 자세를 잡아봤다.

벌써 12월이다. 계묘년(癸卯年) 검은토끼의 해가 거의 다 갔다. 올해가 시작될 무렵, 한 매체에서 한 해 계획을 써달라고 해 나는 ‘2023 버킷 리스트’를 나열해 봤다. 

봄에는 4년 만에 마라톤 풀코스를 뛰기 위해 ‘동아마라톤’에 참가하고, 여름에는 바다수영 익히기에 도전하고, 가을에는 설악산 대청봉이나 공룡능선 등산을 하겠다, 겨울에는 해외여행을 떠나보자. 이렇게 4가지 큰 계획을 세워 공개했다. 

모든 계획과 결심은 실천이 문제다. 우선 동아마라톤을 뛰었다. 4년 만의 풀코스 완주로 3시간 45분쯤 걸렸다. 빠르지는 않은 기록이지만 편안하고 즐겁게 뛰었다. 훈련을 별로 많이 하지 않았는데 웨이트 트레이닝을 많이 했더니 뜻밖에도 ‘펀런’이 됐다. 이상한 자신감도 생겼다. 이제 마음만 먹으면 좀 더 빨라지거나 좀 더 편안해지는 방식을 알겠다 싶었다. 

여름에는 생각처럼 제대로 되지 않았다. 바다 수영을 하겠다고 수영복이랑 수영 도구들을 챙겨 격주로 동해안에 갔지만 날씨가 잘 맞지 않았다. 게다가 거대한 바다에 대한 공포감을 극복하지 못했다. 그저 해변에서 깔짝깔짝 물장난 수준의 수영만 몇 번 하고 말았다. 이 버킷 리스트는 내년에도 계속돼야 할 판이다. 

가을의 설악산은 자신만만하다. 9월과 10월에 걸쳐 설악산 공룡능선 20㎞ 코스도 8시간에 완주했고, 대청봉 등반도 4시간쯤에 끝냈다. 올해 운동의 특징은 등산을 본격적으로 하게 된 것이다. 등산을 점점 잘하고 있다. 속도도 빨라지고, 걷고 뛰는 데 자신감도 생겼다. 등산이 재밌다는 것을 더 알게 됐고, 등산이 운동으로서 지닌 엄청난 매력들을 더 많이 경험했다. 내가 좋아하는 산들, 북한산과 관악산, 불암산과 인왕산, 설악산과 금강산이 엄청나게 멋진 곳이라는 것도 새삼 알게 됐다. 

그리고 겨울이다. 가을이 끝나갈 즈음 새롭게 시작한 일 때문에 길게 시간을 낼 수는 없는 실정이다. 그래서 해외여행은 무리다. 주말마다 이 산 저 산에 오르고 있으니 여행 목마름은 거의 없다. 다만 좀 새로운 사람들, 새로운 여건을 맛보고 싶다. 그 욕망은 동남아의 지인들이 한국으로 겨울 여행을 오니 그들과 함께 밥 먹고 이야기하는 것으로 만족해야겠다. 

이 정도면 올 한해 나름의 목표들을 잘 실천했다고 본다. 모두 완수하지는 못했지만 성공한 미션들은 내가 뿌듯해할 만큼 해냈다. 그밖에 젊은 친구들과의 달리기를 열심히 했고, 함께 일하는 사람들에게 웨이트 트레이닝을 가르치는 경험도 했다. 태극권은 대련을 열심히 수련하면서 사부님으로부터 ‘민첩 영활해졌다’는 칭찬도 받았다. 

그렇지만 100㎏ 벤치프레스를 들겠다는 목표는 새해로 미루거나 포기해야 할지 모르겠다. 지금 80㎏으로 간신히 운동하는데 나이와 상황을 고려하면 이 무게를 더 잘하는 방법을 찾는 것이 현명할 것도 같다. 

다른 사람들의 한해도 보람찼을 것이다. 그런데 주변에 온통 허리 아프고 어깨 아픈 사람들이 너무 많다. 그 사람들에게 거듭 근력운동의 필요성을 이야기하면서 ‘근육은 늙지 않는 유일한 신체부위다’, ‘어깨와 허리가 안아파지려면 등허리 운동을 해야 한다’는 식의 이야기를 계속했다. 

독자 여러분께도, 운동 계획을 실천하며 건강을 유지해야 일이든 취미든 사랑이든 계속할 수 있다는 말을 하고 싶다. ‘오운완’ 즉 ‘오늘 운동 완료!’를 내세우는 게 중요하다. 매일 운동하지는 못하더라도 마음만은 그렇게 하라고 말하고 싶다. 그래야 건강하고 행복한 노년을 맞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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