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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리설산의 딸 ‘따메옹’ 설산이 라싸로 가는 길에 옌징 사람들에게 금닭과 은닭을 선물로 줬다. 강물이 불어나자 닭들이 옮겨 다니며 발자국을 남기니 샘물이 됐고, 태양과 바람은 샘물에서 복사꽃을 만들었다. 신들의 산책은 그렇게 시작됐는가 보다.매리설산의 힘든 트레킹을 마치고 티벳 옌징(盐井, 염정)으로 가기 전 불산(佛山)에서 하룻밤을 보낸다. 불산은 옌징으로 들어가는 운남성 북쪽의 마지막 마을이다. 작은 마을의 숙소 앞은 산이 앞을 가로막아 목을 한참 올려야 하늘이 보였다. 밤이 어둑해져 나와 보니 보름달이 산 위로 뜨고 있다. 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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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영 여행객원기자
호수 1205
2021.02.16 1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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험산에 둘러싸인 영동 곳곳에 깎아지른 절벽지울 수 없는 역사와 함께우렁찬 강과 계곡과 폭포를 품고 있다 새해 첫날을 맞은 게 엊그제 같은데 어느덧 2월로 접어들고 있다. 안팎으로 힘든 시절을 보내고 있지만 계절의 순환은 어김없다. 봄은 저 멀리서 소리 없이 다가오고 있다. 답답하고 아픈 마음을 위로하는 데 여행은 최적의 선물이다. 이번에 소개하는 영동은 천태산(714m), 민주지산(1,241m), 삼도봉(1,239m), 백화산(933m) 따위의 험산에 둘러싸여 있다. 이런 지형은 곳곳에 강과 계곡, 소, 폭포들을 만들어 놨다. 더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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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초록 여행객원기자
호수 1203
2021.01.25 1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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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가슴에 그리운 것 하나는 품고 산다는데…별빛이 어둠 속에서 또렷한 빛으로 고산의 짙푸른 그림자조차 삼켜버리는 새벽의 고요함 속에 눈을 떴다. 침낭의 따뜻한 온기를 느낀다. 체온을 감싸 안고 있는 부드러운 깃털 속에서 빠져 나오니 차가운 느낌이 금세 모든 것을 낯설게 만든다. 온기조차 없는 서늘한 새벽의 흐릿한 불빛에 짐을 정리하는 시간은 더디게 흐른다. 그리고 마지막 배낭의 끈을 조인 후 따뜻하고 달콤한 밀크 한 잔을 마시는데 마침내 몰려오던 낯선 것들이 서서히 녹아 버린다. 정리된 배낭을 복도에 정리하고 밖으로 나오니 오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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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영 여행객원기자
호수 1202
2021.01.18 1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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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선아리랑시장강원도 정선의 대표적인 명소이자 필수여행코스다. 여행을 가면 그 지역 시장을 구경하는 즐거움은 당연하지만, 정선에서는 유독 이 아리랑 시장이 필수여행코스처럼 여겨진다. 그만큼 정선의 특산물과 먹거리가 가득하고, 유동인구가 많아 활기찬 시장의 매력을 제대로 느낄 수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시장에는 산나물이나 약재 등 정선 산지에서 캐낸 특산품을 많이 볼 수 있다. 시장 안쪽에는 먹거리장터가 있어서 메밀전병, 수수부꾸미, 메밀국수를 비롯한 다양한 강원도의 음식을 편안하게 맛볼 수 있다. •매일 9:00~18:00까지 운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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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은주 여행객원기자
호수 1201
2021.01.11 1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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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장수는 산 높고 골 깊은, 물이 좋은 고장이다. ‘전북의 지붕’, ‘남쪽의 개마고원’이라 일컫는 이유를 알 만하다. 천리(394.79㎞)에 이르는 기나긴 금강이 시작되는 곳이기도 하다. 대전통영고속도로가 지나는 장수는 1980년대까지만 해도 사람들의 발길을 쉬이 허용하지 않는 첩첩산중이었지만 잘 뚫린 도로 덕택에 하루 여행지로도 무리가 없다. 우리말 연구에 평생을 바친 애국자 장수 나들목을 빠져나와 이 고장 끝머리에 있는 토옥동 계곡으로 간다. 남덕유산 한 자락, 삿갓봉(1,410m)을 옆에 끼고 깊숙이 들어간 토옥동(계북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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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아파트신문
호수 1200
2021.01.04 1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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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머물지 않고 해안을 따라가며 한적한 장소에서 힐링하는 겨울 언택트여행은 동해에서 시작된다.하얀 눈발이 바람을 타고 날아가는 항구의 고깃배에서 생선들을 분류하는 어부들과 경매장의 말 없는 손짓들. 그물에서 도루묵을 떼내는 분주한 손길들을 고성의 거진항에서 만난다. 속초의 아늑한 청호해수욕장 모래가 고운 바닷가의 방파제에는 낚시하는 사람들과 동명항의 포장마차에 걸려있는 양미리에서 동해의 표정들을 본다. 죽도의 추운 겨울 파도를 타는 윈드써퍼들의 모습과 죽도암 부채바위 아래로 쏟아지는 거친 흰 파도에서 살아있는 역동성도 느낀다. 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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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영 여행객원기자
호수 1199
2020.12.22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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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부길은 삼척시 정라동에 위치한 삼척항부터 삼척해변까지 조성된 해안도로다. 코로나19로 바깥 나들이가 위험한 요즘, 차 안에서도 안전하게 여행을 즐길 수 있는 드라이브 코스로 추천한다.삼척항은 옛날에는 정라항으로 불리던 작은 항구였다. 시멘트 반출의 전진기지로 현재는 항만법상 무역항, 공업항이다. 항구 주변에는 건어물가게들이 늘어서 있고, 삼척항 활어회센터도 길게 자리 잡고 있다. 활어회센터에서는 싱싱한 활어회와 멍게, 골뱅이 등 해산물도 구경할 수 있다. 항구에서나 볼 법한 생선 말리는 풍경과 작은 어선들이 늘어선 여유로운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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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은주 여행객원기자
호수 1197
2020.12.14 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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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덧 한 해의 끝머리다. 이른 추위는 서울 도심의 뒷골목에도 어김없이 스며들었다. 빌딩숲으로 들어찬 서울 마포의 중심가. 복잡한 거리를 벗어나니 한적하고 고요한 골목이 나온다. 화려와 세련 뒤에 감춰진 소박함이다. 빌딩숲에 가려진 역사 마포 지도를 펼쳐든다. 용강동 쪽에 정구중 가옥(서울시 민속문화재 제17호)이 보인다. 전통 한옥 구조의 이 집은 아쉽게도 일반 사람들에게 개방하지 않고 있다. 물어물어 찾아왔는데 기대가 물거품이 되는 순간이다. 겉모습만으로도 뭔가 깊은 멋이 느껴지는 이 한옥은 안채, 사랑채, 행랑채 등으로 이뤄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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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초록 여행객원기자
호수 1196
2020.12.01 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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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와 땅이 만들어 낸 숨어있는 명소…그 비경을 따라 가다. ‘서서 파도를 맞는 섬’ 입파도등대 계단을 오르면 시멘트 공간 창문 사이 바다와 섬이 액자처럼 들어앉아 입파도가 그림처럼 바다에 떠있다.전곡항(경기 화성시 서신면)에서는 서해가 호수 같다. 바로 옆의 탄도항에서 1㎞ 누에섬으로 이어지는 길에는 풍력발전기가 바다에 한가롭고 집들이 번화한 제부도에 비해 누에섬은 작은 등대 하나 산 위에 올리고 밀물이면 길마저 끊겨 그냥 섬으로 남는다. 바다는 잔물결 없이 고요하고 간혹 지나는 탄도항의 요트가 미풍의 파도를 만들뿐.섬으로 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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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영 여행객원기자
호수 1195
2020.11.24 1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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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은 과학, 생태, 역사, 자연이 고르게 어우러진 매력 넘치는 도시다. 들이 넓고 커서 예부터 ‘한밭’으로 불렸거니와 여기에 대전 사람들의 식수원인 호수(대청호)가 광활하게 펼쳐져 있고 갑천, 유등천, 대전천이 차례로 만나 금강으로 흘러간다. 살아있는 역사와 자연의 숨결을 찾아대전 여행은 단재(丹齋) 신채호(1880~1936) 선생 생가지에서 시작한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라는 말을 남긴 선생은 일제 강점기 시절 신민회 가입, 국채보상운동 등을 통해 민족의 독립 정신을 일깨웠다. 생가터에는 옛 모습을 살린 생가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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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초록 여행객원기자
호수 1192
2020.11.03 0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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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부상이 넘던 길은 산양이 살고, 숲길을 걷노라면 나무가 일어서며 하늘을 떠받고 짙은 소나무향에 사람이 머문다.경북 봉화에서 춘양, 소천을 지나 울진으로 가는 7번 국도를 가다 보면 불영계곡의 초입에서 소광리로 가는 푯말을 만난다. 백병산과 안일왕산의 깊은 계곡을 따라 대광천이 맑게 흐르고 기암의 절벽이 물길을 만든다. 하늘은 나뭇잎 사이로 간간히 보이다 어느 곳에서는 산이 하늘이다. 세덕산, 안일왕산, 백병산의 자락이 계곡으로 곤두박질하다 드문드문 집들에게 자락길을 내준다. 그렇게 주변의 산세를 구경하며 8㎞를 들어가다 보면 작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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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영 여행객원기자
호수 1191
2020.10.26 1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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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이면 단풍국 저리가라 할 정도로 붉은 단풍나무가 가는 곳마다 가득한 곳이 바로 단양이다. 단양 8경의 수려한 자연경관이 있어 사계절 내내 많은 여행객이 찾는 곳이지만 가을에 가면 그 어느 곳보다 화려한 단풍 풍경을 만날 수 있다. 단풍보다 화려한 사찰, 구인사충청북도 단양군 영춘면에 위치한 구인사는 단풍으로 물든 풍경만큼이나 화려한 사찰이다.붉은 단풍이 너무나 아름다운 보발재 고개를 굽이굽이 넘어 도착한 구인사는 주차장에서부터 약 15분 정도 걸어 올라가야 한다. 가는 길에 단풍이 정말 예쁘게 물들어 있어 오가는 길 자체가 단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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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은주 여행객원기자
호수 1190
2020.10.20 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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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미는 우리나라 경제를 좌지우지하는 공업도시다. 공업도시가 으레 그렇듯 이방인들에게는 딱딱한 느낌으로 다가오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구미 시가지를 찬찬히 돌아다니다 보면 딱딱함보다는 부드러운 느낌으로 먼저 다가온다. 왜 그럴까? 아마도 시가지를 둘러싸고 있는 금오산이란 걸출한 명산 때문이 아닐까? 금오산이 내뿜는 기운이 공업도시의 이미지를 확 바꿔 놓고 있다. 금오산 가을 풍치 금오산으로 간다. 영남8경 또는 경북8경의 하나로 1970년 6월 우리나라에서 가장 먼저 도립공원으로 지정됐다. 금오산(金烏山)이라는 이름은 ‘태양 속에 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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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초록 여행객원기자
호수 1189
2020.10.13 1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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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그치고 다시 이어지며 태풍도 지나고 매미의 울음소리도 사라져 버린 숲. 코로나로 인한 요즘 같은 시대에는 자연의 재해 앞에 무기력해지며 우리가 살아왔던 길을 잠깐 뒤돌아본다. 너무 많은 것을 소유하려 했던 것은 아닌지…. 언제인가 법정스님의 참나무로 만든 의자 하나가 우리 사회에 울림을 줬다. ‘비움과 채움’이라는 깊은 명제들을 ‘비워야 채워진다’는 단순한 논리의 해석으로만 교훈 삼았을 뿐. 우리 삶의 궤적은 뒤돌아볼 여유조차 없이 지나갔다. 마음의 휴식을 위해 한때 정감록에서 십승지지(十勝之地)의 하나로 예언됐던 계룡산 숲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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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영 여행객원기자
호수 1188
2020.10.06 0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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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덧 선선해진 날씨! 예술작품들 속에서 사색하기 좋은 계절이 돌아왔다. 정선에는 옛 건물이나 생활이 남아 있는 곳을 활용해 예술 공간으로 탈바꿈한 곳들이 많다. 예술작품뿐만 아니라 공간 자체가 특별한 장소들을 찾아 정선 예술여행을 떠나보자. 그림바위 미술마을정선 화암면 화암1, 2리에 만들어진 그림바위 미술마을은 정겨운 시골마을의 풍경 속에 예술이 스며들어 발길 닿는 곳마다 전시장이다. 2013년 마을미술 프로젝트로 탄생한 곳으로 마을 주변의 산이 마치 그림 같다고 해 지어진 그림바위마을 곳곳에 예술작품이 설치돼 있다. 마을지도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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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은주 여행객원기자
호수 1187
2020.09.22 1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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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새 가을이다. 생체리듬이 가장 좋은 이맘때, 통영에 딸린 섬 ‘사량도’로 가보자. 초가을 낭만을 제대로 만끽할 수 있다. 사량도의 옛 이름은 박도였다. 윗섬을 상박도(上樸島), 아랫섬을 하박도(下樸島)라 했다. 그러다 어사 박문수가 고성군 하일면에 있는 문수암에서 이 섬을 바라보니 섬 두 개가 짝짓기 직전의 뱀처럼 생겨서 사량도(蛇梁島)란 새 이름을 지어줬다고 전한다. 색채가 다른 상도와 하도경남 통영시 도산면에 위치한 가오치여객터미널에서 사량도행 배에 몸을 싣는다. 사량도선착장에 내리면 지그재그로 뻗어 있는 섬길이 어서 오라고
테마여행
김초록 여행객원기자
호수 0
2020.09.15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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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여수 지역에는 여자만이 있다. 만(灣)이 위치한 북쪽 지역의 순천에서는 순천만이라고 부르며, 여수에서는 여자만이라고 부른다. 이 만의 중앙에 위치한 섬의 명칭인 여자도에서 유래된 것으로 추정된다. 여자만은 남북 길이 30㎞, 동서 길이 22㎞로 둥근 항아리 같은 반도에 여수, 순천, 고흥의 내륙이 둘러쳐 있다. 해수면 상승에 의해 형성된 바다로 항아리의 입구 같은 바다 길목에는 유인도와 작은 무인도들이 천연 방파제 역할을 한다. 올해 그 길목의 유인도 섬들이 다리로 이어지며 ‘여수 섬섬길’의 시작을 알렸다. 여수에서 고흥까지
테마여행
이성영 여행객원기자
호수 1185
2020.09.08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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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양강 스카이워크의암호 위로 아찔한 유리 바닥이 이어진 소양강 스카이워크는 춘천의 핫플레이스다. 전국 곳곳에 아찔한 스카이워크가 많지만 이곳에선 아찔함은 물론이고 드넓은 소양강의 시원한 풍경과 강바람에 더위를 잠시 잊을 수 있다.강원도 춘천시 영서로 2663에 위치해 있으며, 주차는 맞은편에 넓게 조성된 유료 공영주차장을 이용할 수 있다. 주차장에서 도로 아래로 난 터널을 지나 반대편으로 넘어가면 거대하게 세워진 소양강 처녀상이 나온다. 바로 옆에서는 보트나 오리배 등 의암호 레저도 즐길 수 있다. 스카이워크의 운영시간은 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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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은주 여행객원기자(홍냐홍의 비행 https://blog.naver.com/jin
호수 1184
2020.09.01 1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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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의 초입에 찾아가는 죽향(竹香)의 고장, 담양은 일찍이 가사문학을 꽃피운 곳으로 오랜 세월 그 지조와 향기를 후세에 전해주고 있다. 담양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면앙정, 송강정, 명옥헌, 소쇄원, 환벽당, 취가정, 식영정 같은 정자들은 선비들이 자연을 벗 삼아 시문을 짓고 학문을 논하던 곳으로 하나같이 아름다운 경치를 품고 있다. 담양 여행은 빠른 걸음보다 천천히 자연을 벗하면서 느리게 둘러보는 게 좋다. 담양이 슬로시티로 지정된 이유기도 하다. 여유, 멋, 운치를 품고 있는 누각담양 여행은 소쇄원에서 시작한다. 지실마을 언덕배기
테마여행
김초록 여행객원기자
호수 1183
2020.08.26 1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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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코로나 시대에 여행의 형태도 변하고 있다. 가족단위의 캠핑이나 사람이 붐비지 않는 자연을 벗 삼아 힐링하는 ‘언택트’(Untact) 여행이 대표적이다. 자연여행은 한마디로 사람과의 접촉을 최소화하는 여행이다. 이왕에 걸으며 자연을 즐긴다면 심신의 휴식으로 그만이다. 대관령 옛길, 죽령 옛길 같은 산길이나 대청호 오백리길, 옥정호 물안개길, 파로호의 비수구미 등 걷기에 좋은 물길 코스들도 있다. 그러나 걷는 것에 대한 부담감이나 낯선 길에 대한 두려움을 갖는 사람들도 있다. 괴산의 옛길은 코스에 따라 시간과 체력 여건이나 느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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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영 여행객원기자(laddersy@hanmail.net)
호수 1182
2020.08.19 13: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