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진단 k-apt를 해부한다
기획 시리즈 <1> 쩐(錢)의 전쟁-관리비 상태 표시

 

모난 돌이 정 맞는다. 남보다 조금만 더 튀어나와도 망치질을 당한다. 기준이 없다. 적정선도 없다. 다른 단지보다 높으면 ‘불량’딱지를 붙여 버린다. 영양실조 상태의 사람이라도 옆 사람보다 체중이 더 나가면 과체중, 비만이라고 몰아 부치는 식이다. K-apt의 전횡이 도를 넘었다. 그동안 일선 관리현장에선 관리비 상태 표시로 인한 직접적인 피해가 없었기에 침묵하고 있었으나 결국 일이 터져 버리고 말았다. 경기도가 K-apt의 통계자료 등을 근거로 ‘관리비 위험군’ 단지를 찾아냈다고 언론에 홍보하고 나섰다. 잘못된 데이터 입력은 잘못된 오버액션으로 출력된다. 한국감정원에는 공동주택관리전문가가 없다. 직접 관리업무를 접해 본 사람도 없다. 그러다보니 관리업무의 내용도 모른 채 오로지 관리비의 많고 적음으로만 등급을 매겨버린다. 뜨거운 감자, K-apt. 그 문제점을 살펴본다.

<편집자 주>

공동주택 관리와 관련한 부조리 문제가 사회적으로 대두되고 투명한 관리비 집행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정부에서는 2009년 주택법령 개정에서 관리비의 인터넷 공개를 의무화하고 공동주택관리정보시스템(이하 k-apt)을 구축했다. 이후 2009년 대한주택관리사협회에서의 위탁운영을 시작으로 2015년부터 한국감정원이 위탁해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k-apt는 단지정보, 가격정보, 관리비정보, 회계감사 결과, 주택관리업자 및 사업자 선정을 위한 입찰공고 및 선정결과 등의 정보를 제공하고 입주민들에게 공동주택 관리현황, 관리비 추이 등을 종합적으로 파악해 관리비에 대한 정확한 이해를 도울 수 있도록 마련됐다.
하지만 우리단지 관리비 정보에서 관리비 상태를 ‘우수, 양호, 보통, 유의, 점검필요’로 나눠 등급을 표시하고 있어 현 주택법상 규정되지 않은 항목을 시스템상 자의적으로 평가해 현장에서 입주민 간의 마찰과 함께 신뢰를 무너뜨리며 아파트 관리업무에 중대한 지장을 초래하고 있어 문제가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경기도 동탄의 한 임대아파트. 534가구와 231가구를 통합관리하고 있는 이 아파트 관리사무소는 이달 초 경기도가 진행하는 아파트 관리 빅데이터 분석결과 위험군으로 제시된 아파트 단지에 대해 일제감사를 실시하고 있다는 내용과 함께 감사단지 대상으로 선정돼 4월 말 감사를 실시한다는 통보를 받았다. 감사대상으로 선정된 단지는 통합관리하고 있는 두 단지 중 231가구의 소형평형대 임대아파트였다.
통합관리를 맡고 있는 이 아파트 관리소장은 “통합관리 단지 중 한 단지만 감사대상에 선정된 것도 의아할뿐더러 단지 상황을 설명하고 대상 선정 기준을 알려달라며 시에 직접 문의했더니 특별한 기준이 있다기보다 k-apt와 데이터 분석을 통한 것으로 처벌 목적이 아니라 잘못된 관행을 바로잡고 비리를 방지하는 차원의 조사 목적이 크다는 답변을 받았다”면서 “정확한 기준도 없이 감사를 실시한다는 것 자체가 이해되지 않는다”고 하소연했다.
또 “소형 임대아파트의 경우 ㎡당 관리비 단가가 높을 수밖에 없어 비슷한 평형대의 임대아파트 대부분이 유의 및 점검필요 등의 관리비 상태 표시를 나타내고 있는데 단순히 그 이유만으로 모두가 감사대상이 되는 건 아니지 않냐”며 k-apt의 관리비 상태 표시에 대한 불만과 함께 분석결과에 대해 의문을 나타냈다.
경기도 구리시의 또 다른 아파트. 이 아파트는 인근 단지에 비해 경비비의 표준편차가 커 관리비 상태 표시가 항상 ‘점검필요’로 표시된다. 규모가 비슷한 유사 단지에 4~7명의 경비원이 있다면 이 아파트의 경비원은 14명 정도로 평균값의 표준편차 범위를 벗어나 ‘점검필요’로 등급표시가 매겨진 것이다.
관리소장은 “가구 수가 비슷하더라도 동 수가 작고 고층이면서 단지 규모가 작은 아파트도 있고 단지가 넓고 관리 동 수가 많은 저층 아파트도 있다”면서 “경비 인원이 왜 필요한지, 입주민들이 바라는 것이 무엇인지 등 각기 다른 조건과 환경을 가진 아파트 현장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단순히 단위면적당 단가 산정에 따른 평균값으로만 상태표시를 하다 보니 ‘돈을 아끼기 위해 인력을 줄이자’는 입주민과 ‘안전을 위해선 현 인력을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입주민 간 마찰이 빚어져 관리사무소의 애로사항이 많다”고 항변한다.
이어 “단지의 안전을 강화하고 노인일자리 창출에 기여하는 의미에서 경비원을 고용해 함께 상생하며 동행하자는 정부 및 지자체의 시책을 강조하면서 경비인력이 많으면 인건비 증가로 상태표시가 낮아져 경비원을 해고하게 만드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면서 “이는 정부시책에 역행함과 동시에 인력을 줄이기 위한 해고 문제를 단순히 상태표시로 판단해 비교대상이 된다는 것 자체가 무의미하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서울 성북구의 한 아파트도 상황은 마찬가지. 평소 아파트 관리에 관심이 많은 한 동대표는 매월 k-apt의 관리비 상태표시를 예의주시하면서 유의 및 점검필요 등의 상태표시가 매겨지면 관리사무소를 찾는다. 유사 단지에 비해 인건비가 많아 등급이 낮다고 지적하며 직원들을 압박한다. 그러나 그는 직원들이 관리비 절감을 위해 조경관리, 각종 보수공사 및 교체작업 등을 외부 용역을 주지 않고 직접 시행하고 있다는 것은 짐짓 모른 채 한다.
이 아파트 관리소장은 “관리비는 단지의 물리적 특성, 입주민의 관리서비스 요구, 시설물의 규모 등 관리특성에 따라 다르므로 일률적인 금액으로만 판단할 수 없기 때문에 이를 단순 비교하는 것은 오해의 소지가 있다”고 지적하면서 “감정원의 관리비 상태 표시는 관리비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입주민들에게 또 다른 분쟁의 단초를 제공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인건비 절감 및 인원 축소 등으로 입주민의 기대수준에 부합하는 관리종사자 확보가 불가한 상황까지 초래할 수 있다”고 덧붙인다.
경기도 화성의 A아파트 관리소장은 k-apt 시행 초기부터 관리비 상태 표시가 통계값에 의한 상대적인 단순 비교가 불합리하다고 생각하며 유사 단지와의 데이터를 비교 분석하기 시작했다. 유사 단지군 일반관리비 평균을 매달 체크해 보니 타 단지 입력현황에 따라 유사 단지 평균이 매일 변동되며 변동 상황에 따라 관리비 상태 표시가 달라진다는 것을 확인했다. 그는 또 관리비 총액 비교와 전용면적당 단가 비교 시 반대 결과가 나온다는 것을 알고 ‘그렇다면 매월 k-apt 관리비 등록을 최대한 늦게 하는 것이 유리할까’, ‘모든 단지별로 입력돼 있는 전용면적은 과연 제대로 된 것일까’하는 의문이 생겼다고 한다.  
또 “청소비는 공용면적에 따른 직원 수에 영향을 받아 전용면적이 작다고 청소원 수가 적을 수 없고, 임대아파트와 같은 복도식 아파트는 전용면적은 작지만 공용 청소범위가 크기 때문에 관리인원수 및 급여 등 관리비용이 더 들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A아파트 관리소장은 “이처럼 단지별 특성 및 기준과 근거가 명확하지 않은 일관성 없는 비교평가에 따른 자료를 통해 일방적으로 관리비 상태 표시를 결정하고 공개해 입주민들의 불신을 초래하고 있다”며 “이는 안하느니 만도 못하다”고 말한다.
전북 전주시 B아파트 관리소장 역시 아파트 관리비 상태를 표시한 현 시스템의 조속한 삭제 및 적절한 조치를 취해달라며 수차례 국토부와 감정원에 민원을 제기하기에 이른다.
B아파트 관리소장은 “한 가정도 생활비를 위한 지출계획을 세우는데 하물며 아파트에서 크고 작은 보수나 합당한 이유로 지출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지출이 적은 단지는 우수아파트가 되고 지출이 많은 단지는 등급이 낮은 불투명한 단지로 비춰지다보니 관리주체가 범죄자로 낙인찍힌 것 같아 상태 표시의 폐지를 강력하게 항의 중”이라고 토로한다. 이후에도 관련 담당자들을 만나 현장상황을 설명했지만 제도의 폐지보다 오히려 고도화 작업을 통해 더욱 강화해 나갈 의사를 전달받았다고 한다.
특히 “법적 근거도 없는 관리비 상태 표시를 시행하기 전 전문가들 및 이해관계자들을 대상으로 현장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공청회가 이뤄지는 것이 합당한데 이 조차 진행하지 않은 국토부와 감정원의 일방적인 태도에 문제가 있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oyr@hapt.co.kr/온영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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