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진단 k-apt를 해부한다
기획 시리즈 <3>K-apt는 관리현장 얼마나 아는가

 

우려가 현실이 됐다. 지난 2011년 3월 국토교통부는 법정단체인 대한주택관리사협회를 ‘공동주택 관리 정보체계의 구축·운영을 위한 위탁기관’으로 지정 고시했고 이후 대주관은 공을 들여 공동주택관리정보시스템(이하 K-apt)을 구축·운영해왔다. 2013년 7월 국토부는 고시를 통해 2015년부터는 그 위탁기관을 감정원으로 변경한다는 고시를 발표하는데 당시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공동주택 관리와는 무관한 부동산 감정평가 기관인 감정원이 K-apt를 위탁 운영한다는 것에 우려의 목소리를 표명하며 의아함을 감추지 못했다.
2014년 말 감정원은 K-apt 위탁기관으로 선정된 지 처음으로 ‘아파트 관리등급 인증제’ 카드를 들고 나왔다. 하지만 아파트 관리 비리와 관리업체의 부실관리에 따른 문제점을 바로잡고 아파트 거래 시 적정 가치판단의 근거로 활용하기 위한 명분을 내세우면서 신청한 단지에 한해 추진하려고 했던 이 사업은 실효성 논란에 휩싸였다. 그 결과 ‘공동주택 관리품질 우수단지’ 시범사업으로 방향을 전환했다가 2차 시범사업을 끝으로 유야무야됐다.
아파트 관리등급 인증제의 심사기준에는 ‘유사단지 대비 관리비 수준’이 포함됐는데 이 수준을 A등급(좋음), B등급(보통), C등급(미흡), D등급(심각) 4등급으로 구분했었다.

 

감정원이 우수단지로 인증한 아파트도
‘유의’ ‘점검필요’ 피해가진 못해


 급기야 2015년 2월경에는 ‘유사단지 대비 관리비 수준’을 의미하는 ‘관리비 상태표시’를 K-apt에 명기함으로써 공동주택 관리현장의 반발을 사게 된다. 항의가 쇄도하자 감정원은 올해 2월부터 관리비 상태 구간을 4단계(우수, 양호, 유의, 관심필요)에서 ‘보통’을 추가한 5단계(우수, 양호, 보통, 유의, 점검필요)로 바꾸고 상태표시 항목도 45개 항목에서 27개 항목으로 조정했다. 여기에 ‘관리비 상태표시는 개별 단지의 관리서비스의 질 및 고유의 특성에 따라 차이가 있을 수 있어 절대적인 의미는 아니다’라는 단서까지 달았지만 관리비 상태표시에 대한 관리현장의 반발은 쉽게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K-apt 관리비 상태표시의 허점은 이미 2회에 걸쳐 보도한 바와 같이 본지 취재결과 여실히 드러났다. 실제 감정원이 공동주택 관리품질 우수단지 증서를 교부한 아파트 4곳의 관리비 세부항목에 대한 상태표시를 확인해본 결과 이들 아파트 역시 ‘유의’나 ‘점검필요’가 빠지진 않았다. 이는 관리비 상태표시를 통해 단지 간의 관리비 비교를 함으로써 관리비 운영의 투명성을 제고하겠는 취지를 무색하게 하는 대목이다.
또한 단적인 예로 얼마 전까지만 해도 K-apt의 ‘관리비 정보’에서 자신이 살고 있는 아파트의 관리비를 ‘유사단지’와 1:1 비교가 가능하도록 표기했었다. 하지만 본지의 K-apt에 대한 집중취재가 진행된 후 ‘유사단지’가 ‘특정단지’로 바뀌었다. 우리가 알고 있던 ‘유사단지’가 아니었던 것이다. 사실 준공년도, 가구 수, 난방방식 등 비교대상이 될 수 없는 특정단지와 비교를 한다는 것 자체가 무의미하다.


관리비 높다고 비리 있다?
지자체, 관리비 상태표시 활용해 점검 착수 

 

“‘공동주택관리정보시스템(K-apt)’에 확인했다. 다행히 우리 아파트의 관리비는 공용과 개별사용료 공히 양호하다고 평가됐다”
이는 최근 지방의 한 신문지상에 게재된 기고문을 일부 발췌한 내용이다. ‘양호’가 아닌 ‘유의’나 ‘점검필요’로 표시됐다면 이 입주민의 반응은 어땠을까. 아마도 뚜렷한 근거도 없이 의심의 시선을 보냈을 것이다.
본지가 관리비 상태표시에 대해 공동주택 관리현장에 샘플링 조사를 한 결과 관리비 상태가 ‘점검필요’ ‘유의’로 표시된 아파트 관계자들의 대답은 모두 동일했다. 그 표시가 단지별 상황을 고려한 것인지 의문을 제기한 것. 누가 보더라도 ‘점검필요’ ‘유의’로 표시된 항목에 대해서는 마치 비리가 있는 것처럼 의심의 눈초리를 보낼 것이 자명하다는 것이다. 개별 단지의 특성에 따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며 절대적인 평가기준이 아니라는 단서를 달았지만 말이다.
실제 일선 지자체에서는 K-apt에 공개된 관리비 상태표시를 근거로 관리비가 높은 단지에 대해 실태조사에 착수해 빈축을 사고 있다.
대전시 서구는 K-apt의 관리비 상태표시를 활용, ‘유의’나 ‘점검필요’로 관리비가 상대적으로 높은 것으로 나타난 아파트 9곳을 대상으로 관리실태 점검을 벌이기로 한 것.
경기도 또한 빅데이터를 접목해 ‘관리비 위험군’으로 분석된 524개 단지를 관리비 일제점검 대상에 포함시켜 큰 파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 빅데이터에 대해 경기도는 K-apt와 공공기관(한전, 수도사업소, 지역난방·가스공사, 전문건설협회 등)에 산재된 관리비·사용료·입찰정보를 종합한 자체 빅데이터를 활용한 것이라고 입장을 밝혔지만 공동주택 관리현장에서는 여전히 불합리한 K-apt의 관리비 상태표시를 바탕으로 한 것이 아니냐는 의구심과 함께 불만의 목소리를 표출하고 있다.

 

‘단지상황’ 고려치 않은 ‘상태표시’에
아파트가 ‘입주민에 이해 구하라’는 감정원

 

관리비가 높다고 해서 무조건 색안경을 끼고 보는 건 지양해야 한다. 입주민들은 관리서비스의 품질이 높아지길 기대하면서 관리비가 올라가는 건 주저한다. 관리에 비용이 수반되는 건 당연지사다. 물론 관리서비스 및 관리상태가 형편없는 데도 관리비가 높다고 한다면 이는 점검의 대상이 될 수 있다. 한 가지 분명한 건 단순히 관리비가 높다는 이유만으로 무조건 비리로 몰아가는 행태는 근절돼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사태를 우려, 대한주택관리사협회(회장 최창식)는 올해 1월경 감정원에 관리비 상태표시란의 삭제를 요청한 바 있다. 당시 대주관은 개별 아파트 단지의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관리비의 단순비교를 통한 관리비 상태표시는 또 다른 분쟁의 단초를 제공할 뿐이라며 조속한 삭제를 촉구했다.
본지는 감정원에 공문을 보내 ‘관리비 상태표시’와 관련해 몇 가지 질문을 던졌다. 그런데 답변은 예상했던 대로였다. 단지의 안전을 강화하고 노인 일자리 창출을 위해 경비원을 많이 고용한 아파트, 최첨단시설이 설치된 아파트의 경우 당연히 경비원 인건비 및 수선유지비가 많이 나올 수밖에 없지 않는가라는 질문에 ‘관리비 상태표시는 절대적인 의미가 아니다’라는 단서가 뒤따르기 일쑤였다. 심지어 직원들의 급여 인상을 통해 잦은 이직률을 줄이고 관리서비스 질을 향상시키고 있는 단지의 경우에 대한 질문에 대해서도 감정원은 이 단서를 달면서 관리비가 높게 나온 상황에 대해 입주민들에게 이해를 구하라는 식의 책임회피식 답변만을 늘어놨다.  
특히 ‘일을 많이 해서 지출이 많으면 등급이 나빠지고, 일을 전혀 하지 않고 지출도 없으면 등급이 좋아지는 건 모순이 아닌가’라는 질의에 ‘적정한 유지보수를 하지 않아 비용이 적게 나온다고 해서 관리품질이 우수한 단지는 아니다’라고 해명하면서 이에 대한 관리비 상태표시의 문제점을 검토해 개선방안을 마련하겠다고 했다. 감정원은 또 ‘관리비 상태표시’의 투명성과 신뢰성을 높이기 위해 차후에 ‘유사단지에 대한 기준’과 해당 단지의 ‘유사단지 목록 공개’를 검토하겠다고 본지에 밝혔다. ‘관리비 상태표시’의 문제점을 인식하면서도 감정원은 아직도 ‘관리비 상태표시’를 고수하겠다는 입장이다.   
문득 기자가 살고 있는 아파트의 관리비 상태표시가 궁금해졌다. 2016년 2월 기준 공용관리비 ‘양호’. 직원들의 인건비가 대부분인 일반관리비 항목 역시 ‘양호’로 표시돼 있었지만 씁쓸했다. 다르게 표현하면 이는 곧 다른 아파트 단지들에 비해 관리 종사자들에 대한 처우가 낮다는 의미이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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