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형필의 승소열전]

권형필 변호사/법무법인 로고스
권형필 변호사/법무법인 로고스

아파트에서 용역계약 등을 체결한 경우 그 계약의 당사자는 관리주체인가 입주자대표회의일까요? 관리주체인 관리사무소장의 이름으로 아파트와 관련된 계약을 체결한 경우 계약의 권리·의무의 주체를 착오하기가 쉽습니다. 

통상적으로 계약 체결의 당사자는 계약 체결로 인한 권리와 의무를 부담하는 것이 원칙이나, 아파트와 관련한 계약은 관계법령이 관리주체를 계약 당사자로 기재하도록 규정하고 있어 계약 체결의 주체는 소장으로 기재될뿐 실제로는 입대의의 업무집행기관에 불과하므로 입대의가 계약 내용에 따른 권리와 의무를 지게 됩니다. 

이미 대법원 판결을 통해 아파트의 자치관리에 관한 사안의 경우 자치관리기구인 관리직원들은 피용자임을 감안하면 비법인사단으로 보기 어렵고, 관련법령이 그 명의로 계약체결을 하도록 정한 까닭은 전문가의 업무집행을 통해 입주대의 내 난맥상을 극복하고 적정한 관리를 도모하기 위한 취지일 뿐 그에 대한 사법상 권리능력을 인정하기는 어렵다는 점 등을 들어 소장은 계약의 권리·의무 귀속 주체로 보지 않은 바 있습니다. 판결은 아파트의 위탁관리에 관한 사안에서 피고가 국토부 지침에 기재된 바와 같이 관리주체만이 적법한 계약의 당사자라고 주장한 경우입니다. 

사실관계는 다음과 같습니다. 원고는 자동문, 강화 유리문 등의 설치·관리 업체고, 피고는 남양주시 B 소재 A 아파트 10개동 592세대를 관리하기 위해 공동주택 관리규약 제17조에 따라 각 동별로 1명씩 총 10명의 동대표로 구성된 비법인사단입니다.

원고는 2011. 11. 9. 피고(당시 대표자 회장 C)로부터 피고 아파트에 관한 통합보안시스템 공사를 도급받는 내용의 공사도급계약을 체결했습니다. 이 사건 공사계약서에는 피고 대표자 회장 C의 날인 외에 D 주식회사 소속 소장 E의 날인도 돼 있었고, 피고는 2011. 11. 5. 의결을 거쳐 최저 낙찰자로 선정된 원고와 공사계약을 체결했습니다.

원고는 2012. 2. 1. 이 사건 공사에 착수했지만 피고로부터 약정 기일 내 지급하게 돼 있던 중도금을 지급받지 못했고, 계약기간 동안 피고 내부의 대표권을 둘러싼 분쟁과 그에 따른 일부 세대의 방해 행위로 인해 원고의 공사가 순조롭게 진행되지 않았습니다. 원고는 2012. 7. 16. 피고 아파트 관리사무소에 제출한 준공계를 기초로 피고 아파트 521세대에 대해 설치 공사가 완료됐음을 공사 감독원으로부터 확인받았습니다. 

이 사건에서 원고는 공사계약에 따라 공사를 완성했으므로, 수급인인 피고는 원고에게 공사계약에 따른 중도금과 잔금의 합계와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피고는 구 주택법 시행령 등에 따라 공사계약과 같은 계약 체결 권한은 피고가 아닌 주택법상 관리주체에게 있음에도 불구하고 입대의인 피고가 수급인으로서 일방 당사자가 돼 체결한 공사계약은 무효라고 반박했습니다.

법원은 “구 주택법의 경우 이 사건 공사계약과 같은 계약 체결의 주체에 관해 법률에서 명시하고 있지 않고, 주택법령의 문언을 살펴봐도 입대의가 직접 공사계약 등을 체결하는 행위를 금지하거나 체결된 계약의 사법적 효력을 부인하는 취지의 규정을 찾아볼 수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또 “주택법 시행령 제55조의 4 및 국토부 고시는 공동주택 관리의 투명성·공정성 확보를 위해 관리주체가 공동주택의 관리업무에 관한 계약을 체결하는 등 일정 부분 관리업무의 독자성을 부여한다는 취지일 뿐 관리주체만이 공사 등 용역계약을 체결할 수 있도록 강제한다는 내용을 찾아볼 수 없다”고 해 관리주체가 아닌 입대의가 이 사건 공사계약을 체결했다는 이유만으로 계약의 유효성을 부정하기는 어렵다고 판시했습니다. 

결국 판결의 법리 자체는 확립된 것이었으나 위탁관리에 관한 사안에도 공동주택의 관리에 대한 계약 체결 시 그 권리와 의무의 주체는 입대의임을 명시적으로 인정한 데 의의가 있는 판결이라고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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