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형필의 승소열전]

권형필 변호사/법무법인 로고스
권형필 변호사/법무법인 로고스

법원은 대상 판결에서 위임장의 진위여부를 판단하기 위한 본인 확인 서류 자체는 관리규약에 특별한 규정 등이 있지 않은 이상 필요하지 않다고 하면서 이를 이유로 무효라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더 나아가 위임장에 기재된 수임인에 대해 대부분 관리단 집회는 구분소유자들의 집회이기 때문에 집회에 참석해 의결권을 대리 행사하는 사람 역시 구분소유자일 것을 요구할 것처럼 보이지만 오히려 구분소유자에게 자신의 의사를 위임하는 데 있어서 제한을 두는 것은 온당치 못하는 판단하에 수임의 자격에 대해 구분소유자만으로 한정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위 판례는 구분소유자의 개수의 기준, 무권한자의 관리단 집회 추인행위 등을 별론으로 하더라도 대상판결에서는 위임장에는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본인 확인 서류가 필요 없다고 판시한 점, 수임인의 자격을 구분소유자로 한정 짓지 않았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되는 판례고 이 법리는 현재까지도 지속되고 있다.

위와 같은 법원의 판단에 대한 이 사건의 사실관계 및 판단 근거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우선 본인확인서류 미첨부 위임장에 의한 의결권 행사와 관련해 살펴보자.

대상 판결의 피고가 이 사건 정기집회 소집 당시 구분소유자들에게 송부한 위임장 양식에보면 인감증명서, 주민등록증, 운전면허증 중 하나를 위임인 본인확인서류로서 위임장에 첨부하도록 기재돼 있음에도 구분소유자들 중 소외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등 12명의 위임장에는 위와 같은 본인확인서류가 첨부돼 있지 않다.

그러나 피고의 관리규약에서는 대리인에 의해 의결권을 행사할 경우 대리권을 수여하는 것을 증명하는 서면을 집회 개최 전까지 제출하도록 하고 있을 뿐 반드시 위와 같은 본인확인서류를 제출하도록 하는 규정을 두고 있지 않았다. 

따라서 위임장 양식에 기재된 첨부서류는 본인의 위임의사를 확인하기 위한 여러 방법들 중 하나의 의미를 가질 뿐 그 제출이 강제되는 것이라고 볼 수는 없다. 

그러므로 법원은 위임장의 다른 기재 등에 의해 본인의 위임의사가 진정한 것임이 확인되는 이상 위와 같은 본인확인서류가 첨부돼 있지 않다고 해 그 위임장에 의한 의결권 행사를 무효로 볼 것은 아닌바, 본인확인서류가 첨부돼 있지 않은 위 위임장들에는 모두 본인의 주민등록번호 및 주소가 기재돼 있고, 위임인란에는 자필로 보이는 성명이 기재돼 있으며 그 옆에는 본인의 도장이 날인돼 있거나 서명이 돼 있어 다른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위임의 진정성이 확인된다고 본 것이다. 

다음으로 구분소유자 아닌 자에 의한 의결권 대리행사에 대해 살펴보자.

집합건물법 제38조 제2항은 ‘의결권은 서면으로 또는 대리인을 통해 행사할 수 있다’고 규정해 의결권의 대리 행사를 인정하면서 다시 제41조 제2항에서는 ‘구분소유자들은 미리 그들 중 1인을 대리인으로 정해 관리단에 신고한 경우에는 그 대리인은 그 구분소유자들을 대리해 관리단 집회에 참석하거나 서면으로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법원은 위 제41조 제2항의 규정은 구분소유자가 다른 구분소유자를 대리인으로 선임해 관리단에 신고한 경우에는 집회마다 개별적인 의결권 위임을 하지 않더라도 신고된 대리인에 의한 의결권 대리 행사(대리인에 의한 서면 결의 포함)가 가능하다고 판단한 취지로 보인다.

결국 제38조 제2항의 대리인 자격을 구분소유자로 한정한 것으로 해석할 수 없고, 구분소유자가 아닌 자에게 위임된 의결권 행사의 무효로 볼 수 없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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