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직원 일기]

최락원 시설대리/진천 영무예다음1차아파트
최락원 시설대리/진천 영무예다음1차아파트

아파트 관리사무소에 겨울은 한숨 돌릴 틈이 없다. ‘뜨거운 겨울’이다. 연말연시에는 눈이 내렸고 기온은 내려가지 않았다. 그래도 겨울은 안심할 수 없다. 공동주택에서는 철저히 대비하지 않으면 인명사고 또는 시설물 피해가 날 수 있다. 이미 다 준비하고 점검했겠지만 ‘한 번 더’가 필요한 시점이다.

외부에서 출입하는 1층 공동현관에는 항상 미끄럼방지 패드나 부직포를 깔아 낙상사고를 예방해야 한다. 눈길을 밟고 바로 들어오는 입구는 미끄러울 수밖에 없다. 대리석 바닥은 위험도가 더 높다. 계단이 아니라 경사로로 돼 있는 장애인통로는 통행을 금지하는 게 좋다. 가끔 이용자들이 불만을 표현하지만 불미스러운 사고를 예방하는 게 우리가 욕먹는 것보다 더 중요하다. 사고 예방 차원에서 불가피한 조치라고 양해를 구한다.

장비도 철저히 준비해야 한다. 제설 장비인 넉가래, 송풍기, 염화칼슘 등 재고 파악이 첫 작업이다. 넉가래는 손잡이가 나무고 앞부분이 플라스틱이라 울퉁불퉁한 인도 블록 쪽을 작업하다 보면 파손되는 경우가 많다. 재고를 넉넉히 확보해야 한다. 건설(마른눈)이면 송풍기로 많은 구역을 제설할 수 있다. 사람 몇 명의 넉가래 작업보다 송풍기 하나가 낫다. 바로 가동할 수 있게 점검해야 한다. 

눈을 녹일 수 있는 염화칼슘은 기상예보에 맞춰 살포해야 한다. 무턱대고 살포했다가는 염화칼슘으로 녹은 얼음이 다시 얼어붙어 쓸데없이 힘만 쓰는 꼴이 된다. 그래도 사람이 많이 다니고 그늘진 곳은 뿌려두는 게 좋다. 살살 녹으면 꼭 얼음을 제거해 빙판길 낙상사고를 예방해야 한다.

지하주차장은 지하니까 따뜻할 것으로 생각하면 오산이다. 출입구가 개방돼 있어 추위를 피해 갈 수 없다. 그곳에는 소방 관련 배관들이 많다. 출입구 쪽 소화전은 보온재를 추가해 동파를 예방해야 한다. 동파로 인해 펌프 쪽 누수가 발생하는지 유심히 살펴야 한다. 

공용부분은 관리사무소가 맡지만 세대도 겨울나기를 준비해야 따뜻한 겨울을 보낼 수 있다. 세대가 환기를 위해 발코니를 열어놓았다가 자칫 사고가 생길 수 있다. 요새 발코니에는 수도를 사용할 수 있게 돼 있다. 수도에는 호스와 발코니 청소에 사용되는 스프레이건이 연결돼 있다. 호스에 물이 고여있으면 동파에 약한 플라스틱 재질인 스프레이건에서 누수가 발생한다. 사방으로 누수가 되면 발코니 전체에 물 피해를 준다. 바로 발견해 조치하면 좋겠지만 가장 추운 새벽에 사고가 발생하면 파악조차 어렵다. 아래층에서 “위층에서 발코니로 물이 흐른다”고 민원을 해야 비로소 알게 되는 일도 있다.

한파일 경우 낮에도 추워 누수된 물이 바로 고드름이 된다. 심하게 언 고드름은 아래층 발코니 창문을 덮기도 한다. 119에 신고해 바로 처리가 됐지만 그냥 뒀으면 고드름 아래 인도를 지나는 사람들이 피해를 볼 뻔했다. 

스프레이건 누수는 눈에 보이는 피해여서 처리가 가능하지만 배관 속은 바로 확인되지 않는다. 발코니에는 옥상 빗물이 빠지는 우수배관이 있다. 스프레이건 동파 누수로 문제가 됐던 세대에서 우수배관 속이 얼어버리는 사고가 있었다. 겨울비가 배관으로 빠지지 못하니 배관 사이에서 역류하고 말았다. 

역류한 물이 배수구로 빠지면 상관이 없다. 그러나 바닥 구배가 제대로 안 돼 있으면 발코니 바닥에 계속 물이 고인다. 그 결과 바닥방수층도 오래 버티지 못하고 아랫집 천장으로 스며들기까지 했다. 발코니에서 난방기기를 온종일 작동해 겨우 처리한 일도 있었다. 세대는 환기가 끝나면 발코니를 닫고 수도나 배관을 잠그거나 물을 빼 동파를 예방해야 한다.

‘단독주택이 아니고 아파트니까 괜찮겠지’라는 생각은 큰 착각이다. 단독주택은 본인만 피해를 보지만 공동주택은 이웃까지 손해를 끼치는 상황이 발생한다. 많이 준비해도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최선을 다했으니 어쩔 수 없었다는 변명보다 새로운 예방책을 더 찾아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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