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바라본 아파트 (3) ‘빌런 또 빌런’
주차위반 과태금 받자 16시간 동안 아파트 입구 막기도
고층서 화분 던져 차유리 깨지고 음식물 쓰레기 던지고

아파트에서 주변 시선을 신경 쓰지 않은 채 이웃에게 피해를 주는 다양한 행태의 빌런(악당)이 지속적으로 등장하고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나 하나쯤이야’하는 마음을 갖고 행동하는 빌런을 고발하거나 이들 탓에 불편함을 토로하는 글이 끊이지 않는다. 지난해 7월부터 올해 6월까지 한 해 동안 온라인 커뮤니티에 노출된 사례도 다양하다. 

아파트 빌런들의 주요 무대는 주차장이다. 이들은 출입구나 주차장 입구를 차량으로 막는 방식으로 이웃들을 괴롭혔다. 지난 2월 수원의 한 아파트에서 단지 내 주차규정 위반에 대한 과태금을 받은 입주민이 차량으로 16시간 동안 아파트 출입구를 막는 일이 발생했다. 이어 같은 달 대전 동구의 모 아파트에서도 전기차 충전시설에 주차해 벌금을 받은 차주가 주차장 입구를 막는 소동을 벌였다. 

3월 인천의 모 아파트는 입주자대표회의가 차량 높이를 이유로 탑차에 대한 지하주차장 출입을 제한했다. 그러자 탑차를 소유한 입주민이 주차 차단기 앞을 막아섰고 입주민들은 탑차에 수십 장의 메모를 붙여 불만을 쏟아내기도 했다.

주차장을 벗어나 고층에서 창밖으로 물건을 던지거나 쓰레기를 버려 이웃의 안전을 위협하고 피해를 끼치는 일도 벌어졌다. 지난해 7월 A씨는 경비원으로부터 “차가 박살 났다”라는 연락을 받고 주차장으로 나갔다. 그의 차량 뒷유리는 누군가 던진 화분으로 인해 산산조각이 나 있었다. 끝내 범인은 잡지 못했다고 한다. 

아파트 1층에 거주하는 B씨는 위층으로부터 ‘쓰레기 테러’를 당했다고 주장했다. 화단에 버려진 휴지와 실외기 위에 떨어진 음식물 쓰레기에 그는 결국 경찰에 신고했다. 이후에는 인분이 떨어져 있는 것을 발견하기도 했다. 경찰이 조사에 나섰지만 현장 주변에 CCTV 등 직접적인 증거가 없어 사건은 미제로 종결됐다. 관리직원들이 매번 쓰레기를 치우고 경고문을 붙였어도 소용이 없었다고 B씨는 설명했다.

아파트의 공용 공간을 개인적인 사유로 이용해 다른 입주민들에게 피해를 주는 사례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지난해 7월 경기 동탄의 모 아파트 입주민 C씨는 1층 화단에 대형 에어바운스(공기를 불어 만드는 이동식 놀이터) 수영장을 설치했다. 이 모습을 본 입주민들의 항의에 관리사무소 측은 C씨에게 수영장 철거를 요청했다. 그러나 수영장이 철거되는 과정에서 많은 물이 버려져 하수구가 막혀 잔디밭이 물바다가 되기도 했다. 

이 게시물이 여러 언론 매체를 통해 보도되고 네티즌들의 질타가 이어지자 C씨는 온라인에 사과문을 올리고 “잔디와 배수구 등 모든 문제를 복원할 수 있도록 책임지겠다”고 밝혔다. 

일부 캠핑족들의 눈살 찌푸려지는 행동이 논란이 되기도 했다. 캠핑 후 세척한 텐트를 공용공간에서 말리는 행태가 알려진 것. 지난해 8월 3일 온라인 커뮤니티 보배드림에 ‘캠핑 민폐들 이건 선 넘었다’라는 제목으로 놀이터 그네와 울타리에 텐트를 묶은 채 말리는 사진이 공개됐다. 미끄럼틀에도 텐트가 널려 있었다. 앞선 7월 24일에도 아파트 주차장 한 칸에 대형 텐트를 설치한 사진이 올라와 많은 네티즌의 공분을 사기도 했다.

겨울철 길바닥에 만든 수백 개의 눈오리를 치우느라 경비원과 입주민들이 고생했다는 사연을 두고는 네티즌들 사이에서 갑론을박이 이어졌다. 올해 1월 아파트 입주민 D씨가 온라인 커뮤니티에 작성한 글에 따르면 단지 내에서 경비원이 눈을 쓸고 있던 곳에 누군가가 만든 눈오리 수백 개가 있었다. D씨는 “경비 아저씨도 눈을 치우면서 그게 있으면 난감하다고 하셨다”고 전했다. D씨가 경비원을 도와 눈을 치우던 와중에도 이웃이 아이와 함께 눈오리를 만들러 나왔다고 한다.

사연을 접한 네티즌은 ‘뒷정리를 해야 한다’는 의견과 ‘어렸을 때 눈사람을 만들고 치운 적 있냐’는 의견 등 엇갈리는 반응을 보였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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