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구와 다른 입대의 결과 나오자 구타
사건 충격 큰데도 피의자 '처벌 미약' 지적

 

▲ 아파트 입주민이 입대의 의결 결과에 불만 품고 여성 관리사무소장과 관리과장을 폭행했다.

경기도 부천시 범박동 소재 A아파트에서 남성 입주민이 여성 관리소장을 비롯해 관리과장을 무차별 폭행한 사건이 발생해 충격을 안겼다.
지난 19일 아파트 입주민 B씨가 입대의 의결 결과에 불만을 품고 이모 소장과 관리직원을  폭행, 이로 인해 이 소장의 얼굴에 멍이 들고 관리과장의 얼굴이 심하게 붓는 등 전치 2주의 상해를 입었다. 이 소장은 현재 신체적 고통뿐만 아니라 극심한 정신적 고통에도 시달리고 있어 정신과 치료도 병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A아파트 주변은 현재 재개발 추진 중으로, 입주민 B씨는 지난달 이 소장에게 분진, 교통, 조망권 등의 문제에 대한 안건을 입대의에 상정해 줄 것을 요청했다. 이에 따라 이 소장은 지난달 20일 입대의 안건으로 해당 내용을 상정하고 정상적인 회의 절차에 따라 의결했다. 
회의 결과 B씨가 상정을 요구한 안건 중 분진·소음에 대한 건은 ‘현재 공사가 이뤄지지 않고 있음’을 이유로, 조망권에 대한 건은 ‘아파트 앞에 판자촌 및 폐부지가 있어 재개발로 인해 피해를 입을 만한 조망이 되지 않을 것(법적 요건 미 충족)’으로 판단됨에 따라 위 안건은 제외키로 결정했다. 
다만 가장 피해가 클 것으로 예상되는 교통 문제를 우선적으로 해결키로 하고 설계변경을 요구하는 현수막 1개를 아파트 울타리 외벽에 게시했다.
문제는 여기서 시작됐다. 지난 19일 오전 9시 30분경 B씨가 “왜 조망권 문제에 대한 내용은 현수막에 넣지 않았느냐”며 항의전화를 한 것. 이에 이 소장은 “정상적인 대표회의 의결을 거친 결과며 해당 내용에 대한 의견이 있으면 추후 진행될 입대의에 참석해 이야기해 달라”고 설명했다.
그러자 B씨가 심한 욕설을 시작했고 더 이상의 대화가 불가능하다고 판단한 이 소장은 “계속 욕을 하니 통화를 계속하지 못하겠다”며 전화를 끊었다.
그리고 통화를 마친 지 30여 분 뒤 B씨가 관리사무소에 찾아와 다짜고짜 심한 욕설과 함께 세 차례에 걸쳐 이 소장의 뺨을 때렸으며, 이를 말리는 관리과장의 얼굴을 주먹으로 가격하고 가슴팍을 발로 차는 등 입에 피가 날 정도로 구타하기 시작했다. 

경찰조사 직후 다시 찾아와 2차 폭행

이를 목격한 관리사무소 직원이 경찰에 신고해 B씨는 현행범으로 체포됐으나, 조사 후인 같은 날 오후 2시 30분경 다시 관리사무소에 찾아와 관리과장을 무차별 폭행하고 이 소장을 협박했다.
B씨는 사건 이후에도 관리사무소 직원들에게 수시로 욕설을 하거나 “너 또 맞아볼래?”와 같은 폭언을 하는 등 죄책감을 전혀 느끼지 않고 있으며, 이에 이 소장은 사건 당일 CCTV를 확보해 고소하는 등 본격적인 민·형사상 대응을 준비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사건 발생 직후 대한주택관리사협회(회장 황장전)와 대주관 경기도회(회장 이선미)는 진상조사반을 꾸려 지난 20일 해당 아파트를 방문, 피해자들에 대한 위로와 함께 향후 법률지원은 물론 경찰조사 시 동행하는 등 적극적인 대응에 함께해 줄 것을 약속했다.
이 소장은 “수차례의 폭언과 폭행으로 인해 관리사무소 직원들이 매 순간 공포에 떨고 있으며 충격 때문에 출근 전부터 극도로 위축된 상태다”며 “이렇게 피해가 심각한 데도 불구하고 가해자에 대한 처벌이 미약한 벌금형에 그치는 것은 불합리하다”고 말하고 “입주민의 안전과 편의를 위해 일하는 관리사무소의 특성상 입주민의 고압적·폭력적 언행에 저항하기는 매우 어려운 데 반해 이에 대한 법적 보호장치가 없어 사실상 무방비상태로 일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호소했다.

 

대주관 “지속되는 갑질, 강력 대응할 것”

이 소식을 전해들은 인근지역의 관리사무소장들은 “위탁관리 시 관리주체는 명백하게 위탁관리업체 본사임에도 불구하고 막상 소장들에게 이런 일이 닥치면 나 몰라라 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며 “동대표도, 위탁관리업체도 심지어 일반 직원이나 경비원, 미화원까지도 무슨 일이 벌어지기만 하면 모든 책임을 소장에게 전가하는 현실이 서글프다”면서 “일반 언론들도 비리 같은 말초적인 문제에만 흥미를 갖지 말고 관리책임자들이 어떤 고충 속에서 일하고 있는지 관심을 갖고 들여다 봐줬으면 좋겠다”고 말하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이날 진상조사에 참여한 이선미 경기도회장과 본회 윤권일 안전권익국장, 임한수 법제팀장,  명관호 안전권익팀장, 권익위 한용훈 고충처리위원장, 인천시회 김대훈 회원권익위원장, 인천시회 오정남 사무국장 등은 협회 차원에서 각 언론사에 보도자료를 배포해 상황의 심각성을 알리고 향후 재발 방지를 위해 안전한 공동주택 관리 환경을 조성키로 했다.
특히 최근 국회를 통과한 ‘감정노동자 보호법’이나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법안소위를 통과한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감정노동자의 인권 등 보호에 대한 사업주 예방조치 의무화)이 공동주택 근로자들에게도 적용될 수 있도록 연계해 보호 또는 구제받을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대주관은 진상조사 직후 보도자료를 배포하고 “일정규모 이상 공동주택의 관리사무소장은 업무와 관련된 전문분야의 검증을 받은 주택관리사로서 국가자격자”라며 “단순히 근로관계에 있다는 이유만으로, 특히 여성이라는 이유로 전문가로서의 의견은 철저히 묵살하고 심지어 폭행까지 저지른 이번 만행에 경악을 금치 못한다”고 밝혔다. 
또한 “이번 폭행사건은 결코 묵과할 수 없는 최악의 갑질 행태며 협회 차원의 강력한 대응을 펼쳐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대주관 황장전 회장은 “피해 소장과 직원의 면담 결과를 토대로 지원방안과 대응 방향 등을 결정할 것”이라며 “이렇게 우월적 지위를 이용한 폭력과 폭언, 성차별, 부당한 업무지시 등은 아파트 관리현장에서도 뿌리 깊게 자리 잡고 있어 이러한 병폐가 근절될 수 있도록 입주민들의 많은 관심과 협조가 필요하며, 협회는 갑질 근절을 위한 제도개선 노력과 함께 홍보 및 교육 등도 한층 강화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갑질방지’에 대한 국민청원

청와대 국민청원 시작…여파 계속될 듯

한편 이번 사건이 언론을 통해 보도된 직후 청와대 홈페이지에도 ‘아파트 근무자 주민 폭행 갑질, 미투보다 먼저 뿌리 뽑아야 한다’는 국민청원이 시작됐다. 
청원자는 청원 의의에 대해 “아파트 및 건물관리에 근무하는 종사자들이 주민의 욕설, 폭행 등으로 육체적·정신적 피해를 보는 사건이 심심찮게 보도되고 있고 생계유지를 위해 참고 견딜 수밖에 없는 근로자의 고통은 요즘 번지는 미투 운동보다 적다고 할 수 없다”며 “아파트 및 건물관리 종사자들의 인권보호와 더불어 입주민-관리사무소 근무자가 평등한 관계가 될 수 있도록 제도 개선을 요청하는 바”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피의자의 폭행 증거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경찰 관계자가 ‘피의자의 요구에 따라 귀가 조치했으며 피해자부터 조사하겠다’고 밝힌 언론의 보도에 대해 “피해자 조사를 먼저 할 것이 아니라 가해자를 폭행 현행범으로 구속하고 조사해야 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생각하며 그래야 이러한 사례가 근절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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