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은의 하자 이야기 (13)]

이정은 수석변호사/법무법인 해강
이정은 수석변호사/법무법인 해강

건조한 겨울철에는 공동주택 화재 사고가 종종 일어난다. 지난해 12월 한 아파트 화재로 대피공간인 피난계단에서도 사망자가 발생했다. 소방 당국은 아파트 피난계단의 방화문이 닫혀있지 않아 피해가 커진 것으로 파악했다. 

방화문은 항상 닫힌 상태로 유지돼야 하고 연기 또는 불꽃·열에 의해 닫히는 구조로 설치돼야 하는데 방화문이 열려있는 상태였다는 것이다. 이런 사고 때문에 소방청은 피난계단 상에 물건을 적재해 두지 말 것, 방화문에 설치된 자동폐쇄 장치 등을 적절하게 유지 및 관리할 것을 요구한다. 

방화문이란 화재의 확대, 연소를 방지하기 위해 건축물의 개구부에 설치하는 문이다. 아파트에는 각 세대의 출입문(현관문), 층별 계단실, 세대 대피소 입구에 설치돼 있다. 화재 시 방화문 자체가 제 성능을 하지 못했다면 이는 하자에 해당할 것이다. 

‘건축물의 피난·방화구조 등의 기준에 관한 규칙’에 따르면 방화문은 성능에 따라 구분하고 있다. 연기 및 불꽃을 차단할 수 있는 시간이 60분 이상이고 열을 차단할 수 있는 시간이 30분 이상인 방화문을 ‘60분+방화문’, 연기 및 불꽃을 차단할 수 있는 시간이 60분 이상인 ‘60분 방화문’, 연기 및 불꽃을 차단할 수 있는 시간이 30분 이상 60분 미만인 ‘30분 방화문’으로 구분한다(건축법 시행령 개정 전 ‘갑종방화문’, ‘을종방화문’). 방화문은 법령에 따른 내화, 내연 성능을 갖춰야 하고 이를 갖추지 못하면 하자가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현장에서 방화문은 공동주택관리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일반적인 하자에 해당하지 않는다. 방화문을 대상으로 하자소송을 제기하는 사례도 드물다.

방화문은 어떻게 설치하는가. 시공사는 먼저 납품하는 업체에 대해 방화문의 성능시험결과서를 요구하고 납품업체는 시험성적서를 제출한다. 이를 감리가 확인하면 정상적인 방화문으로 추정된다. 즉, 방화문은 시공사의 시공단계에서 설치 이외의 별다른 시공이 존재하지 않으며 검사에 합격한 제품을 설치한다. 

입주민은 화재 발생 등 긴급한 상황이 아니면 내화·내연 성능을 시험해 볼 기회가 거의 없다. 또 방화문 자체에 사용상의 불편을 느끼기 어렵다. 이런 이유에서 분쟁이 될 여지가 적었다. 게다가 방화문 소송은 비용이 많이 들고 승패 예측이 어렵다. 방화문 소송을 진행하려면 방화문에 하자의 의심이 있다는 사실을 소명해야 한다. 

그러려면 예비진단으로 성능시험을 해봐야 한다. 성능시험은 자체적으로 할 수 없고 전문기관에서 방화문을 철거해 시험한다. 방화문은 앞쪽과 뒤쪽 모두에서 성능시험에 합격해야 하므로 같은 종류를 2개씩 1세트 시험한다. 세대 출입문, 세대 대피소, 계단실 등 종류별로 1, 2세트씩 시험을 하면 6~10개 정도의 방화문을 철거해 시험하게 된다. 다른 감정보다 비용이 상당히 많이 지출된다. 

예비진단에도 상당한 비용이 지출된다. 예비진단 결과 합격으로 밝혀지면 소송을 할 수 없으니 불필요한 비용만 지출하게 된다. 예비진단 결과 불합격인 방화문을 대상으로 법원에 손해배상청구를 해도 법원 감정과 일치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법원은 감정결과 불합격이 나오면 방화문을 교체하는 비용을 손해로 인정한다. 이런 경우에도 ‘아파트 사용승인일로부터 성능시험을 실시한 기간이 경과해 자연적인 노화현상이 발생했을 것으로 보이는데, 자연적 노화현상으로 인한 부분과 시공상의 잘못으로 인한 부분을 엄격하게 구분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점, 아파트 입주자들의 통상적 범위를 벗어난 사용 및 관리상 잘못으로 인해 방화문의 하자가 확대됐을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는 점 등을 근거로 피고의 책임 제한 단계에서 피고의 책임을 50% 정도로 제한’하는 판결이 많다(서울중앙지방법원 2018. 12. 6. 신고 2015가합511519판결). 

현재 시공된 방화문을 무작위로 시험했을 때 어느 정도의 불합격률이 나오는지에 관한 자료는 아직 없다. 그럼에도 아파트 화재 시 방화문은 생명·신체의 안전과 직결되는 요소이므로 안전관리는 물론 하자의 여부도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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