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은 수석변호사/법무법인 해강
이정은 수석변호사/법무법인 해강

최근 구축 아파트를 리모델링하는 사례가 많고 신축 아파트도 일부 공사를 벌여 입주자의 취향을 반영하기도 한다. 이런 건축 공사를 해본 경험이 있다면 공사비 중에서 인건비, 즉 노무비가 차지하는 부분이 상당히 크다는 점을 알게 된다. 직접공사비는 재료비와 노무비의 합계다. 재료비의 비중이 큰 경우도 있고 노무비의 비중이 큰 경우도 있다.

아파트 하자소송에서도 노무비에 관한 다툼이 있다. 아파트에 하자가 발생할 때 입주민들은 하자에 대해 보수를 요청할 수 있다. 또는 보수가 불가능한 경우나 하자가 중요하지 않은데 보수에 과다한 비용을 요하는 경우에는 하자로 인해 입은 손해의 배상을 금전으로 구할 수 있다. 법원은 하자보수에 갈음하는 손해배상금은 하자가 없이 시공됐을 경우 공사비와 실제 시공상태의 공사비 차액으로 계산한다. 

이 공사비의 차액이라는 개념에 착안해 시행사와 시공사에서는 액체방수 두께 부족, 타일 뒷채움 부족 등 특정한 손해배상의 경우 노무비는 손해배상금에서 제외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예를 들어 지난 회차에서 설명한 타일 뒷채움 부족 하자(타일 뒷면의 모르타르 바름을 부족하게 시공한 경우)에서 시공사는 이렇게 주장할 수 있다. 

“타일공사를 하는 경우 소운반(6.25%), 모르타르배합 및 비빔(18.75%), 먹매김(18.75%), 규준틀 설치(6.25%), 타일 뒷면 모르타르 얹기(12.5%), 타일 평활도 맞추기(25%), 줄눈파기 및 마무리 작업(12.5%)의 공정이 필요하다. 

타일 뒷채움이 부족하다면 부족한 만큼의 재료비와 타일뒷면 모르타르 얹기의 노무비 또는 위 노무비와 모르타르 배합 및 비빔의 노무비 일부만 적게 소요됐을 뿐이다. 따라서 이 부분만 손해배상금이 돼야 한다. 소운반, 먹매김, 규준틀 설치, 타일평활도 맞추기, 줄눈파기 및 마무리 작업의 노무비는 이미 100% 소요됐으므로 이들 노무비는 손해배상금에서 제외돼야 한다.”

이것이 과연 타당한 주장일까. 이제 법리를 살펴보자. 민법에서는 제667조 수급인의 담보책임에서 이렇게 하자가 중요하지 않을 때(하자인 것은 분명하지만 보수를 할 경우 과다한 비용이 들어가는 경우) 위와 같은 보수를 허용하지 않고 손해배상만을 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판례도 있다. 이 경우의 손해는 ‘도급계약에서 하자로 인해 입은 통상의 손해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도급인이 하자 없이 시공했을 경우의 목적물의 교환가치와 하자가 있는 현재의 상태대로의 교환가치와의 차액’(대법원 1998. 3. 13. 선고 97다54376 판결)이라고 판단한다. 즉, 법원에서 인정하는 손해란 실제로 철거 후 재시공하는 실 보수비용이 아니라 교환가치의 감소분이다. 교환가치의 감소분은 공사비의 차액으로 산정한다는 것이다. 

타일 뒷채움 부족이 50%라고 가정해 보자. 이를 제대로 보수하기 위해 들어가는 비용은 얼마일까. 뒷채움이 부족한 타일을 보수하기 위해서는 부착된 타일을 철거한 후 뒷채움이 부족하지 않게 해 다시 부착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재시공 전체의 비용에 철거비까지 소요돼야 한다. 이 경우에는 당초 타일 공사비의 100% 이상이 소요될 것이다.

판례가 공사비의 차액만을 손해라고 하는 이유는 위와 같이 철거 후 재시공 비용 전체가 아니라 타일공사 자체공사비의 차액만을 손해로 본다는 의미다. 공사비란 부족한 부분의 시공비용을 의미하는 것이고 시공을 위해서는 당연히 노무비가 포함돼야 할 것이다. 

실제 대부분의 판례도 하자소송에서 노무비에 관해 ‘시공비 차액은 일반적으로 하자 없이 시공됐을 경우의 공사비와 실제 시공 상태의 공사비 차액을 의미하는 것으로 노무비 등을 포함하는 개념인 점, 시공물량이 늘어날 경우 작업량이 늘어나 동일한 노동강도에서는 작업시간이 더 오래 걸리게 돼 노무비가 증가하게 되는 점, 손해배상의 법리는 손해를 배상하게 하는 것이지 시공사의 절약한 비용을 배상하게 하는 것이 아닌 점’ 등 이유를 설시하면서 노무비 제외 주장을 배척하고 있다. 

시행사, 시공사의 ‘노무비가 제외돼야 한다’는 주장은 공사비의 차액이라는 용어에 집착해 판례의 취지를 오해한 잘못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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