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코니 정원 꾸미기 (13) 봄 맞이 식물쇼핑 고려사항
양지 반양지 반음지 장소 맞게 선택
어떤 곳에 어떤 식물이 좋을지 파악
본인 물주기 습관도 확인 후 구매를

입춘이 지나고 몇 차례 꽃샘추위를 겪으며 봄을 기다리는 시기입니다. 봄이면 새로운 식물을 들이고 싶은 마음이 앞서기 마련이죠. 식물을 키운 경험이 적은 초보 식물집사들도 봄에는 식물들에 대한 애정이 치솟습니다. 그래서 계획에 없는 식물쇼핑을 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습니다.

하지만 무조건 내 눈에 예뻐 보이는 식물을 사다 보면 식물을 죽이는 사태가 또 벌어질지도 모릅니다. 오늘은 봄맞이 식물을 살 때 고려해야 할 점에 관해 이야기를 나눠보겠습니다.

대부분의 관엽식물들은 반양지를 선호한다. /흔흔라이프
대부분의 관엽식물들은 반양지를 선호한다. /흔흔라이프

◇우리 집 환경에 맞는 식물

첫째는 바로 ‘환경’입니다. 식물을 단순히 우리 집을 꾸며주는 예쁜 오브제라고 생각해 구매한다면 그 식물은 아마 금방 죽을지도 모릅니다. 식물도 사람과 마찬가지로 성장하고 적응하고 죽기도 하죠. 그만큼 환경에 많은 영향을 받게 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식물을 구매하기 전 고려해야 할 첫 번째가 바로 환경이라는 것이죠. 

식물을 구매하기 전에 일단 우리 집 어디에 식물을 둘지를 생각해 보고 그 공간이 어떤 환경을 갖추고 있는지 생각해 봐야 합니다. 우리가 느끼기에 집안 환경이 어디든 비슷하게 느껴질 수도 있지요. 하지만 식물은 작고 미묘한 환경 차이에 아주 크게 반응하는 생명체입니다. 식물의 특성에 따라 환경에 민감하게 반응하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집의 어떤 환경요소를 중요하게 따져 봐야 할까요? 우리 집 온도가 어디를 가나 비슷하다면 가장 큰 차이를 보이는 환경적 요소는 ‘빛’입니다. 아파트 실내는 해가 잘 드는 발코니나 거실 창가가 아니라면 햇빛이 온전히 잘 드는 실내 장소는 극히 드물지요. 

이 햇빛이 얼마나 충분히 제공되는지에 따라 식물을 다르게 선택해 볼 수 있겠습니다. 햇빛양에 따라 우리는 흔히 양지, 반양지, 반음지, 음지로 공간을 구분해 부릅니다. 이렇게 장소에 따라 식물을 구분하는 이유는 우리 생각 이상으로 햇빛과 통풍이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입니다. 꼭 기억해 두세요. 어떤 곳에 어떤 식물이 좋을지 살펴보죠.

▷양지= 바람과 햇빛이 온전히 잘 드는 장소입니다. 보통 유칼립투스, 올리브 나무, 로즈마리, 남천나무, 율마와 같은 식물들을 놓기 좋답니다. 이 식물들은 햇빛 요구량이 높은 편이기에 야외에서 직사광선을 받는 것도 선호하는 편이지요. 실내보다 노지에서 강한 햇볕과 바람을 맞아가야 잘 자랄 수 있다는 식물이란 뜻입니다. 이들 중에는 노지월동이 가능한 식물도 있습니다. 바람과 햇빛이 잘 들어오는 발코니, 창문을 열어둔 햇빛이 잘 드는 창틀이 적합한 장소가 될 수 있습니다. 이들은 실내에서 키우0더라도 이러한 환경조건을 최대한 맞춰줘야 건강하게 자랍니다. 통풍과 햇빛양이 불량한 실내에서 키운다면 금세 상태가 나빠집니다.

▷반양지 반음지= 창문이나 시폰 커튼을 투과한 햇빛을 간접적으로 받거나, 잠시 햇빛이 지나가는 밝은 그늘 같은 곳입니다. 대부분의 관엽식물이 이런 곳에 잘 적응합니다. 여인초, 커피나무, 필레아페페, 몬스테라, 보스턴고사리, 블루스타펀, 셀렘, 고무나무 등이죠. 

이들은 오히려 직사광선에서는 잎이 타들어 갈 수 있으니 온종일 과한 햇빛보다는 창문에 투과된 간접적인 햇빛이나 일정 시간 슬쩍 지나가는 부드러운 햇빛이 적합하답니다. 아파트에서 집마다 차이는 있겠지만 거실, 침실, 공부방 등이 이런 장소겠습니다. 이 중에 다소 무던한 식물들은 그늘 자리에서도 무난하게 지낼 수는 있겠습니다. 하지만 건강하게 성장하기 어렵고 점점 약해져 언젠가는 탈이 날 가능성이 큽니다.

▷음지= 햇빛이 잘 들지 않아 어둡고 통풍이 불량하고 암막이 있는 장소인데요. 이런 곳에서 무난하게 자라줄 식물은 거의 없습니다. 아파트로 치면 복도 끝, 화장실, 종일 햇빛이 들지 않는 방, 암막이 있는 침실 같은 곳이지요. 스파티필름, 스킨답서스, 행운목과 같은 식물은 반양지 반음지에서 잘 자라는데 음지에서도 그럭저럭 잘 버텨줍니다. 

식물에 과도한 관심을 기울이면 잦은 물주기로 과습을 초래한다. /흔흔라이프
식물에 과도한 관심을 기울이면 잦은 물주기로 과습을 초래한다. /흔흔라이프

◇라이프스타일에 맞는 식물

화분 둘 공간을 정했고 그곳이 어떠한 환경인지 파악이 됐다면 다음에는 나의 ‘라이프스타일’을 고려해 봐야 합니다. 라이프스타일이 중요한 이유는 결국 내 일상에서 식물에 관심을 줄 수 있는 여유가 얼마나 있느냐가 관건이 되기 때문이죠. 

식물에 관심이란 물 주기와 직결됩니다. 그러니 중요할 수밖에 없죠. 식물을 쉽게 죽이게 되는 사람들은 두 부류입니다. 관심이 과해서 과습으로 죽이거나 관심을 줄 여유가 없어서 말려 죽이는 사람으로 나뉩니다. 그래서 저는 식물을 추천할 때 장소 추천도 받지만 식물 관리자가 누구인지, 그 사람의 라이프스타일은 어떤지를 되물어봅니다.

▷물 흠뻑= 지금껏 식물을 과습으로 자주 죽였거나,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아 식물에 관심을 보일 여유가 있는 사람에게는 건조에는 취약하더라도 물을 자주 요구하는 식물들을 추천합니다. 고사리 종류죠. 보스턴고사리, 블루스타펀, 하트펀 고사리 등이 있습니다. 양지를 선호하는 식물 중 유칼립투스나 로즈마리와 같은 허브류도 물을 자주 먹습니다.

▷물 찔끔= 반대로 식물을 말려 죽인 경험이 많거나 맞벌이, 잦은 출장 등으로 집을 비울 일이 많은 라이프스타일을 갖고 있다면 과습에는 취약하지만 건조에 강한 식물들이 잘 맞겠지요.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선인장류나 올리브 나무, 호야, 아스파라거스와 같은 식물들이 건조에 강한 편입니다. 건조하면 스스로 잎을 축 늘어뜨려 식물집사가 물주는 타이밍을 바로 알아차리게 해주는 식물에는 스파티필름, 커피나무 등이 있습니다.

이렇게 장소와 라이프스타일에 맞는 식물을 찾을 수 있다면 매번 죽이며 실패하는 식물생활에서 한 단계 업그레이드될 수 있겠죠? 마음에 드는 식물을 장바구니에 담기 전에 식물 이름을 검색해서 물과 햇빛 요구량이 어떤지 꼭 확인하길 바랍니다.

양지식물인 로즈마리/흔흔라이프
양지식물인 로즈마리/흔흔라이프

◇식물 그만 죽이려면?

식물을 잘 죽이는 식물집사라면 식물을 모셔 오기 전에 미리 고려할 게 더 있습니다. 

▷분무기= 이전에 과습으로 식물을 자주 죽였다면 식물을 사기 전 분무기를 먼저 마련해 봅시다. 충동적으로 식물에 물을 주고 싶어도 꾹 참고 흙 체크를 해서 식물이 목마른지 확인해 보고, 그마저도 못 참겠다면 분무기로 물을 뿌리는 것까지만 하는 것이죠. 이럴 때도 식물에 직접 물을 뿌리면 과습 위험이 있으니 멀리서 공중습도를 높여준다는 느낌으로 안개 분사를 해주는 게 좋습니다. 

▷식물 크기와 수= 식물을 구매할 때 작은 것보다는 중형 사이즈(중품)를 구매해 보세요. 작은 식물은 건조나 과습에 더 취약하고 피해도 더 큽니다. 그리고 단 하나의 식물보다 2~3개의 식물을 함께 키워보는 것을 추천합니다. 하나의 식물에 너무 많은 관심을 쏟다 보면 물을 자주 주게 되고 과습을 초래할 수도 있고 다소 지루할 수도 있습니다. 단 하나뿐인 식물이 죽는다면 생각보다 꽤 좌절감이 클 수도 있거든요. 

그래서 저는 언제나 2~3개의 식물을 동시에 키우면서 사랑을 분산시키죠. 또 한두 개의 식물이 죽더라도 다른 나머지 식물을 다시 잘 키워보겠다는 마음으로 식물생활에 임하는 것을 추천합니다. 여러 식물을 모아놓고 키우고 싶은 꿈이 있다면 작은 수의 식물 화분부터 시작해 천천히 늘려가길 바랍니다.

 

흔흔라이프 l 6년간 아파트 발코니에서 홈가드닝을 해온 평범한 식물집사. 식물과 집 가꾸기를 기록하는 크리에이터. 아파트 실내 홈가드닝의 시행착오를 바탕으로 2022년부터 온라인 식물상담을 하고 있고 이 사연들을 ‘오늘의 집’에서 ‘흔흔라이프의 식물상담소’에 연재했다.

 

저작권자 © 한국아파트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