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코니 정원 꾸미기 (12) 물 제대로 안빠지면 공기층 부족
부패균 늘어나며 과습 시작, 뿌리 썩어 결국 물 흡수 못해

식물 초보 집사님들이 식물을 죽이는 가장 많은 원인이 과습이라는 사실 알고 있나요? 오늘은 식물의 과습 증상을 알아보고, 과습이 왔을 때의 대처법까지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식물상담소 시절 ‘식물은 물을 먹고 사는 것 아니었나요?’, ‘물을 주는데 왜 죽나요?’라는 질문을 받아본 적이 있습니다. 도대체 과습은 식물에 정확히 어떤 피해를 주길래 식물을 죽게까지 만드는 걸까요? 

◇과습 탓에 죽어가는 식물들

과습은 물이나 습기가 많은 환경 상태를 이야기하는데요. 식물에 ‘과습에 걸렸다’, ‘과습이 왔다’고 하면 과습한 환경으로 인해 탈이 났다는 것을 말합니다.

식물에 물은 정말 중요하지만 모든 생명체의 공통된 필수요소는 바로 공기죠. 화분에 물을 주면 물 뿐만 아니라 물이 흘렀던 자리로 새로운 공기도 함께 들어오게 됩니다. 그렇게 새롭게 공급된 공기로 식물의 뿌리는 쾌적하게 호흡하면서 잘 자라게 된답니다. 

하지만 물이 제대로 흘러 빠지지 않으면 수분이 흙 속에 가득 고이면서 공기층이 부족하게 되고 축축하며 어둡고 따듯한 이 흙 속에서는 이러한 환경으로 인해 부패균이 증식하게 됩니다. 이 부패균으로 인해 뿌리가 괴사하게 되면 과습이 시작됩니다. 

과습으로 물러져 썩은 뿌리는 기능을 제대로 하지 못해 물을 흡수하지 못하며 결국 식물 전체에 문제가 생기는 거죠. 심각한 경우 식물이 죽기도 합니다. 과습 증상은 잎이 아니라 뿌리에서 시작되므로 식물을 건강하게 키운다는 것은 식물의 외부적 환경뿐만 아니라, 화분 속 뿌리의 환경도 신경 써야 하는 일이랍니다.

◇과습 여부 판단 어떻게?

우리는 식물이 과습인 상태를 어떻게 알아차릴 수 있을까요? 실제로 많은 식물집사들이 과습으로 식물을 떠나보내는 이유는 외관상 보기에 식물의 과습 증상과 건조 증상과 비슷해 보이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흔히 건조라고 여기는 증상, 즉 잎에 생기가 없어지면서 갈변되면서 시들어가는 모습은 식물의 과습에서도 보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과습으로 인해 시든 잎/사진=흔흔라이프
과습으로 인해 시든 잎/사진=흔흔라이프

하지만 여러 번 과습과 건조증상을 비교하다 보면 말라가는 잎의 부위나 양상이 미묘하게 다른 부분들이 눈에 들어옵니다. 대개 식물 건조 증상의 잎마름은 잎의 양옆 가장자리나 끝부분이 노랗게 갈변되면서 시들어가는 모습을 보이는데요. 

반면 과습은 잎의 끝부분이 검게 또는 갈색으로 말라갑니다. 특히 과습은 생장점인 새순부터 까맣게 무르거나 말라가지만 건조는 가장 오래된 잎이 먼저 갈변돼 떨어집니다. 이런 미묘한 차이가 눈에 익지 못한 초보 식물집사님들은 단순히 말라가는 증상만 보고 과습증상도 건조증상으로 착각해 물을 더 들이부어 상태를 악화시키는 경우가 생기는 것이죠. 

잎의 갈변만으로 판단이 어려울 경우 흙 상태를 살펴보는 것은 정확한 진단에 결정적인 단서가 됩니다. 과습은 뿌리에서부터 문제가 생깁니다. 뿌리가 있는 환경, 즉 흙 상태를 확인하는 것이 과습 진단에 중요합니다. 흙 상태로 어떻게 과습과 건조를 구분할 수 있을까요? 물을 준 지 얼마 안 된 경우를 제외하고 흙을 손가락 1~2마디까지 만져보면 됩니다. 대체로 건조일 경우에는 흙이 말라 있고 과습일 경우에는 흙이 축축하게 젖어있습니다. 

만약 물을 준 지 4~7일이 지났는데 흙마름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면 당장 식물에 과습증상이 아직 나타나지는 않아도 흙 속은 이미 과습이 오기 좋은 환경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렇게 우리는 흙 상태를 자주 확인해 건조인지 과습인지 구별하고 식물이 처한 상태를 가늠해 볼 수 있죠.

◇과습, 해결 가능한가?

이미 와버린 과습은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요? 식물이 목말라할 때는 물을 주면 간단히 해결되지만 이미 뿌리의 괴사가 시작된 과습의 경우, 식물 집사는 어떤 조치를 취해야 할까요? 과습 초기 가벼운 증상일 경우, 흙을 빨리 말려주는 것만으로도 식물의 컨디션 회복이 가능한데요. 과습이 왔을 때 집에 있는 재활용품을 간단하게 사용해 이렇게 대처해보세요.

과습이 오면 화분의 마감재를 걷어낸다. /사진=흔흔라이프
과습이 오면 화분의 마감재를 걷어낸다. /사진=흔흔라이프

① 흙 위에 마사토, 펄라이트, 장식돌 등 마감재가 올라가 있다면 걷어내 주세요. 마감재는 물주기를 할 때 흙의 유실을 막아주며 미관상 깔끔하다는 장점이 있지요. 하지만 마감재는 흙의 보습력을 높여주는 역할을 해서 과습이 온 식물에는 독이 됩니다. 마감재는 걷어내 흙과 공기가 직접 맞닿을 수 있도록 돕습니다.

플라스틱 수저로 화분과 흙 사이에 공기가 유입될 수 있는 틈을 만들어 준다. /사진=흔흔라이프
플라스틱 수저로 화분과 흙 사이에 공기가 유입될 수 있는 틈을 만들어 준다. /사진=흔흔라이프

② 나무젓가락 또는 플라스틱 수저나 포크 등을 이용해서 축축하게 젖어 눌어붙어 있는 겉흙을 휘저어 고슬고슬하게 만들어줍니다. 공기가 흙 속에 잘 유입되도록 도와주세요. 흙의 통기성을 높여주는 것이지요.

③ 화분과 흙 사이에 공기가 유입되도록 틈을 만들어주세요. 플라스틱 수저의 납작한 끝은 화분 가장자리와 흙 사이로 집어넣어 틈을 만들어주기 좋습니다. 뿌리가 적은 부분에 깊게 넣어 흙과 화분을 서로 밀어내어 공기가 들어가게 해주세요. 또한 화분 중간중간 나무젓가락으로 깊이 구멍을 만들어 공기 유입을 도와줍니다. 겉흙, 가장자리 안쪽 흙, 속흙까지 공기가 들어가는 길을 인위적으로 만들어주는 것만으로도 흙 마름을 크게 도울 수 있습니다.

페트병 뚜껑을 활용해 화분 배수구멍과 바닥 사이에 공간을 만들어 준다./사진=흔흔라이프
페트병 뚜껑을 활용해 화분 배수구멍과 바닥 사이에 공간을 만들어 준다./사진=흔흔라이프

④ 화분 배수구멍과 바닥 사이에 공간을 만들어주세요. 플라스틱 패트병 뚜껑을 화분 바닥에 배치해 화분 배수구를 통해서도 공기가 유입되도록 도와주세요. 뚜껑이 없다면 창틀 사이에 화분을 올려두어 배수구멍이 공중에 뜨게 만들어 공기가 들어가게 해줄 수도 있습니다.

⑤ 통풍이 잘되는 환경에서 회복되길 기다려주세요. 뿌리에 문제가 생긴 식물은 자라지 않습니다. 물주기는 멈추고 통풍이 잘되는 환경에서 신선한 공기가 화분으로 들어가 흙의 환경을 쾌적하게 만들고 뿌리가 다시 회복하길 기다려봅니다. 과습으로 인해 갈변된 잎은 다시 돌아오지 않으니 잘라내도 좋습니다. 새순이 다시 올라온다면 뿌리가 회복됐다는 신호이니, 흙 체크를 하면서 다시 물주는 주기를 정하면 됩니다.

⑥ 심각한 과습 증상일 경우에는 수경재배로 심폐소생을 해주세요. 잎이 물러지거나 갈변돼 떨어지는 등 딱 봐도 식물의 상태가 심각하다면 화분을 엎어봐야 합니다. 식물 뿌리에서 흙을 털어내 뿌리의 상태를 확인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단단하고 하얗거나 건강한 갈색을 띤 뿌리는 살아있지만 검게 물러져 녹아내린 뿌리는 괴사한 상태입니다. 상한 뿌리는 제거하고 뿌리에서 흙을 깨끗이 씻어내 물에 담가줍니다. 수경재배 식으로 뿌리의 환경을 완전히 바꿔 뿌리가 회복되길 기다리는 것이지요. 이 과정에서 뿌리가 예민한 식물은 죽을 수도 있으니 신중하게 판단해야 합니다.

과습으로 죽어가는 식물에게 수경재배가 도움이 되는 이유는 뭘까요? 앞서 말했듯 과습은 단순히 물이 많아서가 아니라 공기층 부족으로 인해 부패균의 피해를 본 뿌리에서부터 시작됩니다. 수경재배는 식물이 흙의 부패균에서 완전히 벗어나고 물속의 산소를 직접적으로 공급받을 수 있는 최적의 환경이 돼줍니다. 따라서 수경재배 하면서 신선한 물로 물갈이를 자주 해주며 뿌리 회복을 기다려 볼 수 있습니다.

 


흔흔라이프 l 6년간 아파트 발코니에서 홈가드닝을 해온 평범한 식물집사. 식물과 집 가꾸기를 기록하는 크리에이터. 아파트 실내 홈가드닝의 시행착오를 바탕으로 2022년부터 온라인 식물상담을 하고 있고 이 사연들을 ‘오늘의 집’에서 ‘흔흔라이프의 식물상담소’에 연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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