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옹벽 붕괴되면 피해 크다
고드름 낙하 위험 사전점검 필수

2월 말, 3월 초는 겨울과 봄 사이에서 최저기온이 영하와 영상을 왔다 갔다 해 폭설과 해빙에 대비해야 하는 시기다. 아파트 관리사무소는 겨울철 사고에 대비하면서도 겨울옷을 정리해야 해 분주하다. 날이 풀리면 얼었던 물이 녹으면서 균열이 있던 배관이 터지고 가스 배관도 이음새가 헐거워져 가스가 샐 수 있으니 수도·전기·가스·통신 설비와 천장 누수 등 건물 내부 점검도 잊지 말아야 한다.

소방청은 2021~2023년 최근 3년간 2, 3월 지반 약화로 인한 붕괴·도괴(무너짐) 사고가 76건 발생했다고 밝혔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최근 5년간 발생한 급경사지 피해 346건 중 우기를 제외한 피해의 절반이 해빙기인 2~4월에 발생했다.

해빙기 사고의 위험성을 증명이라도 하듯, 최근 아파트에서 옹벽이 무너지고 고드름이 떨어져 입주민에게 위협을 주는 등 사례가 잇따랐다. 2월 22일 충남 태안군 모 아파트 단지에서 20m 높이의 옹벽이 무너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주차된 차량 9대가 파손되는 피해를 봤다. 최근 잦은 비와 기온 상승에 따른 일교차로 지반이 약화된 것이 붕괴 원인으로 추정됐다. 해빙기 피해의 전형적인 유형이다. 

해빙기 아파트 내 사고가 주목받은 건 2015년 광주 남구 아파트 인근 높이 15m, 길이 200m의 옹벽이 무너진 사고부터다. 옹벽이 무너지면서 콘크리트와 토사가 차량 40여 대를 덮쳤다. 차량 10대가 매몰됐고 490여 명의 입주민이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인명 피해가 없었던 게 그나마 다행이었다. 

아파트와 인접한 급경사지에 있던 이 옹벽은 붕괴 위험이 큰데도 B등급을 판정받아 재난취약시설(C등급 이하)로 지정되지 않았다. 안전사고 예방 관리·점검도 받지 않았다. 소방 당국은 해빙기에 대비해 이 옹벽을 재점검할 예정이었는데 그사이 사고가 발생했다며 안타까워했다. 

아파트 옹벽 붕괴 사고가 자주 발생하는 것은 아니다. 그래도 한 번 무너지면 빠른 기간 내 복구하기가 어렵고 차량 파손 등 재산 피해도 주며 입주민들의 안전에 대한 불안감을 조성한다. 따라서 미리 균열을 살피는 등 철저한 관리가 요구된다. 옹벽 하자 사실을 알리지 않고 영업배상책임보험에 가입한 입주자대표회의는 보험사로부터 계약 해지를 당할 수 있다. 옹벽 사고 보험금을 받지 못해 소송을 제기했다가 패소한 사례도 있다.

22일 폭설이 내린 지역에 오전 내내 ‘고층건물의 고드름 낙하에 주의하라’는 안전문자가 울렸다. 실제로 이날 새벽 1시 서울 동작구의 두 아파트 단지에서 얼음덩어리가 떨어지고 있다는 신고가 소방서에 접수됐다. 소방은 아파트 창가 쪽 등에서 고드름과 눈 뭉치가 떨어지는 모습을 확인하고 통제선을 설치하는 등 대응에 나섰다.

아파트에서는 지붕에 쌓인 눈덩이가 낙하하며 주차 차량이 파손되거나 입주민이 부상을 당하는 사고가 빈번하다. 관리사무소는 옥상의 눈덩이나 고드름의 낙하, 옥상 싱글 및 벤츄레이터 등 시설물의 탈락을 사전에 점검해 주차 차량 파손과 인명 피해에 대비해야 한다.

고드름은 녹은 눈이 다시 얼어붙을 때 생기기 쉽다. 아파트에서는 눈이 오면 즉시 치우고 건물의 옥상이나 배수로 등 눈이 쌓이는 곳은 수시로 점검해야 한다. 수도가 동파되면서 흐른 물이 고여 고드름이 생기기도 한다. 건물 외벽이나 지하도 상단 같은 높은 곳에 매달린 고드름을 발견하면 즉시 119로 신고해야 한다. 이런 고드름을 직접 제거하려다 추락 등 2차 사고의 위험이 있으니 119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고드름을 제거하겠다고 나섰다가 관리직원들이 다치는 일은 없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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