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코니 정원 꾸미기 (11)
손가락 수분감으로 시기 파악, 겉흙 마르고 속흙 촉촉할 때
배수구멍에 흐를 정도로 흠뻑, 커피 한잔 내리듯 여유 있게

“물은 일주일에 한 번 주세요.” 

어떤 이는 화원 사장님의 이런 말대로 일주일에 한 번씩 거르지 않고 열심히 물을 줬다죠. 그랬더니 그대로 서서히 죽어버렸다는 겁니다. 식물상담 시절에 이런 이야기를 자주 들었습니다. 왜 화원 사장님이 시키는 대로 해도 우리 집에만 오면 식물이 금세 죽어버리는 걸까요.

‘물 주기 3년’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식물에 물을 잘 주기까지 3년이라는 시간과 경험이 필요하다는 것이죠. 오늘은 여러분의 3년을 아껴드릴 만한 올바른 물 주기 이야기를 나눠보려고 합니다. ‘물 주기’만 잘해도 식물 킬러였던 과거를 어느 정도 청산하고 어엿한 식물집사로 거듭날 수 있습니다. 내 물 주기 방법을 꼭 체크해 보기 바랍니다.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일주일에 한 번씩 물을 주면 식물은 서서히 죽어갑니다. 건조나 과습에 강한 몇몇 식물들은 적응할 수 있겠죠. 하지만 언젠가 탈이 날 가능성이 큽니다. 그럼 식물에 언제 물을 줘야 할까요. 식물은 일주일에 한 번, 두 번, 정해져 있는 시스템을 갖춘 예쁜 기계가 아니랍니다. 이 점을 염두에 두면 답을 금방 알 수 있어요. 물은 식물이 목말라할 때 줘야 합니다. 마치 우리가 배고플 때 식사하듯 말이죠. 이것을 무시하고 일주일에 한 번씩 주는 물은 식물에 과할 수도, 부족할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일주일에 한 번씩 물을 주라’는 말은 왜 나왔을까요. 그 말은 화원의 온도와 습도 그리고 환경에서 가장 이상적인 물 주기 횟수일 수 있습니다. 화원은 사계절 내내 따뜻하고 많은 식물이 함께 있기에 습도도 높습니다. 

우리 아파트 실내는 어떠한가요. 막힘없는 남향의 전면이 아닌 이상 들어오는 햇빛은 한정적이며 온실처럼 24시간 난방하지도 않습니다. 습도는 화원과 비교했을 때 더욱 치명적이죠. 겨울철 아파트 실내 습도는 가습기를 아무리 틀어도 효과가 미미할 정도로 낮습니다. 

서로 다른 환경에서 데리고 온 식물에 물 주기는 화원에서처럼 준다면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커지는 겁니다. ‘며칠에 한 번 물 주기’는 초보 식물집사님들의 눈높이에 맞춘 설명일 겁니다. ‘며칠에 한 번’이 아니라 식물이 물을 마시고 싶어 하는 타이밍에 줘야 합니다. 이 사실을 꼭 기억하세요.

◇흙 체크로 물주는 시기 파악

손가락을 흙 속에 넣어 수분감을 확인한다./사진=흔흔라이프
손가락을 흙 속에 넣어 수분감을 확인한다./사진=흔흔라이프

그렇다면 식물이 목이 말랐는지 여부는 어떻게 알 수 있을까요. 우리는 보통 잎의 증상을 보고 그 식물에 문제가 생겼음을 깨닫게 되죠. 좀 더 식물을 깊이 이해하게 된다면 잎으로 증상이 나오기 전에 흙을 통해 식물의 상태를 미리 가늠해 볼 수 있게 됩니다. 잎으로 나타나는 증상은 병충해와 같은 외부요인이 아닌 이상 대부분 뿌리에 생긴 문제 때문이지요. 그래서 뿌리가 있는 흙을 먼저 살펴보는 것이죠. 

흙으로 우리가 알 수 있는 것은 흙 속의 수분감입니다. 겉흙이 말라 있는지 아닌지, 속흙(손가락 한두 마디 이상)은 축축한지 촉촉한지, 흙이 머금고 있는 수분이 얼마나 있는지, 그 미묘한 차이에서 우리는 식물의 뿌리 상태를 가늠해 볼 수 있답니다.

흙 체크는 이런 순서로 해보세요. ①육안으로 보았을 때 겉흙이 말랐는지 아닌지 ②겉흙을 직접 만져봤을 때 수분감은 어떤지 ③손가락 한두 마디까지 손가락을 흙 속에 넣어 속흙의 수분감은 어떤지.

흙은 공기에 노출된 가장 위 겉흙 표면부터 말라가며 흙 속으로 공기가 아래로 유입됩니다. 깊은 흙 아래에서는 뿌리가 열심히 흙 알갱이 입자 사이사이의 물을 빨아 마시면서 수분을 소비하고 있겠죠. 그래서 흙이 여전히 축축하고 손가락에 묻어 나온다면 아직 흙 속에 수분이 많다는 뜻입니다. 만약 이럴 때 물을 준다면 흙이 마를 틈이 없어 뿌리가 숨 쉬지 못한 채 과습증상이 올 수도 있으니 물 주기를 미뤄야 합니다. 

흙이 아직 축축하고 손가락에 묻어 나온다면 물주기를 피한다./사진=흔흔라이프
흙이 아직 축축하고 손가락에 묻어 나온다면 물주기를 피한다./사진=흔흔라이프

흙이 촉촉하지만 손가락에 묻지 않을 정도로 고슬고슬하거나 푹신한 느낌이 든다면 식물이 건강하게 물을 마시고 있다는 뜻입니다. 이때 물을 주면 됩니다. 대부분의 식물이 건강한 상태로 물을 마시고 싶어 하는 타이밍은 겉흙은 말랐고, 속흙은 촉촉하고 고슬거리는 상태입니다. 흙이 바짝 말라 있다면 일부 식물은 목이 말라 건조증상에 시달릴 수 있습니다.

우리 식물집사들은 손가락으로 흙 속의 수분감을 느끼는 감각을 기를 필요가 있습니다. 분명히 식물들은 우리에게 흙으로도 신호를 줍니다. 수시로 흙 체크를 하며 그 신호를 알아차려야 합니다. 반복하다 보면 요령이 생기고 금세 흙 상태를 파악할 수 있게 됩니다. 흙을 만지는 것이 너무 싫거나 화분이 깊은 대형식물이라면 나무젓가락을 5분 정도 깊이 꽃아 속흙의 수분감을 체크해 볼 수도 있습니다.

길고 좁은 노즐을 가진 물조리개로 화분의 가장자리부터 안쪽까지 천천히 물을 준다./사진=흔흔라이프
길고 좁은 노즐을 가진 물조리개로 화분의 가장자리부터 안쪽까지 천천히 물을 준다./사진=흔흔라이프

◇물 주기는 조금씩 천천히 흠뻑

흙 체크 후 본격적으로 물을 줄 차례입니다. 식물에 얼마큼의 물을 줘야 식물이 충분히 물을 마실 수 있을까요. ‘물을 주는데도 식물이 말라간다’는 사람들이 있는데요. 물을 준다고 식물이 그 모든 물을 마실 수는 없답니다. 흙 속에는 식물이 마실 수 있는 물과 마실 수 없는 물이 있어요. 흙과 돌 자재 사이사이로 관수돼 흘러 나가는 물이나 흙 알갱이 자체가 머금고 있는 물은 식물이 마실 수 없습니다. 식물이 마실 수 있는 물은 바로 ‘모관수’인데요. 흙 알갱이 입자 사이사이에 맺혀 있는 물들이 바로 모관수죠. 

우리가 주는 물은 대부분 흙이 흡수하거나 흘러 내려가니 생각보다 더 많은 물을 줘야 충분한 모관수를 확보할 수 있습니다. 찔끔찔끔 주면 전혀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흙이 모두 흡수해 버려 뿌리의 흙 환경만 축축해져 버리기 때문에 유해균이 생겨 과습증상이 생기거나 물 부족으로 건조증상이 생길 수도 있습니다. 화분 배수구멍으로 물이 졸졸 흐를 정도로 여러 차례에 걸쳐 아주 흠뻑 줘야 식물이 충분히 물을 마실 수 있습니다.

약한 물줄기로 흙을 골고루 적신다./사진=흔흔라이프
약한 물줄기로 흙을 골고루 적신다./사진=흔흔라이프

식물에 한 번에 많은 양의 물을 왈칵 부어 주면 어떨까요. 많은 양의 물을 강한 수압으로 급하게 물 주기를 한다면 식물에 서서히 문제가 생길 수 있어요. 강한 수압에 흙이 유실되고 파일 수 있습니다. 흙이 파이면 그곳으로 물길이 생기고 물은 화분의 흙을 전체적으로 골고루 적시기보다 물길을 따라 그대로 흘러가 버리고 말죠. 

그런 상태로 흙이 마르면 화분 속에 물길이 난 상태로 굳어버리죠. 그다음 물 주기도, 또 그다음 물 주기도 흙을 골고루 적시기보다는 딱딱해진 물길을 따라 흘러내려 가고 맙니다. 정작 물을 마시는 뿌리에는 물이 거의 닿지도 않은 채 말이죠. 길고 좁은 노즐을 가진 물조리개나 이와 비슷하게 생긴 드립포트로 일정하고 약한 물줄기로 화분의 가장자리부터 안쪽까지 천천히 물을 주는 것이 좋습니다. 

흙이 물을 머금어 떠오르면 물이 충분히 흡수될 때까지 기다렸다 다시 물을 줍니다. 배수구멍에서 물이 흘러나올 때까지 반복해야 합니다. 화분에 물을 줄 때는 커피 한잔 내리듯 충분히 여유를 갖고 흙내음을 함께 즐겨 보시기 바랍니다.

 


흔흔라이프 l 6년간 아파트 발코니에서 홈가드닝을 해온 평범한 식물집사. 식물과 집 가꾸기를 기록하는 크리에이터. 150개가 넘는 식물을 키웠고 100개 이상의 식물들을 죽여가며 공부했다. 아파트 실내 홈가드닝의 시행착오를 바탕으로 2022년부터 온라인 식물상담을 하고 있고 이 사연들을 ‘오늘의 집’에서 ‘흔흔라이프의 식물상담소’에 연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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