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코니 정원 꾸미기 (10)
큰 트레이로 화분 이동 편하게
받침에 난석 깔면 수분도 조절
배달 플라스틱, 받침대로 활용

아파트 식물집사님들은 홈가드닝을 하면서 어떤 점이 가장 힘들게 느껴졌나요. 식물을 오랫동안 키워온 저도 가끔은 홈가드닝이 버겁게 느껴져 이 식물 생활을 그만두고 싶어질 때가 있답니다. 식물들이 조용히 나를 위로해 줬던 시절은 잊어버리고 왠지 내 에너지를 잡아먹는 존재처럼 느껴질 때가 있었습니다. 식물집사 사이에서는 그런 시기를 ‘식물 권태기’라고 하는데요. 여러분도 그러한 식물 권태기 느껴본 적 있나요? 오늘은 이런 시기를 잘 넘길 수 있는 편안한 홈가드닝을 위한 팁을 갖고 왔습니다. 

식물 권태기에 빠진 식물집사들의 공통적인 특징은 소유하고 있는 식물 화분 개수가 본인 에너지의 이상이라는 점입니다. 화분이 많다는 것은 그만큼 내 에너지를 쏟아 보살펴야 하는 반려식물이 그만큼 많다는 의미겠죠. 특히 겨울이 되면 발코니에서 지내던 식물들이 실내월동을 하기 위해 나의 생활권에 더 깊숙이 들어오게 됩니다. 겨울철에 더 가까워진 반려식물들로 일상은 더 초록초록해지겠지요. 하지만 신경 써야 할 일은 더욱 늘어나기에 자연스럽게 에너지 소모가 더욱 높아집니다. 

특히 발코니에서 맘 편하게 줬던 물주기도 실내에서는 쉽지 않죠. 실내에서 식물이 만족할 만큼의 물주기를 해주려면 일단 배수가 가능한 곳으로 화분을 옮겨야 합니다. 그래서 화분 바닥의 배수구멍으로 물이 줄줄 나올 정도로 듬뿍 줘야 합니다. 

매번 그렇게 식물들을 옮겨 물을 주기는 결코 쉬운 일이 아니죠. 더군다나 식물이 20~30개 또는 그 이상 된다면 물주기를 위해 화분을 옮기는 일이 취미가 아니라 노동으로 느껴집니다. 건조한 실내에서는 식물들은 더 자주 목말라하니 물을 더 자주 줘야 합니다. 가벼운 취미로 들였던 식물들이 제법 많은 품이 필요하다는 것을 몸소 느끼는 순간 홈가드닝이 왠지 힘들고 어렵게만 느껴지게 되겠지요.

식물 권태기가 주기적으로 온다면 분명히 그 이유가 있을 것인데요. 그 시기에 식물생활 중 어떤 점이 나를 가장 힘들게 느껴졌는지, 매일 내 기분과 몸컨디션은 어땠는지 면밀하게 살펴보면 분명히 원인이 보입니다. 저는 ‘겨울철 물주기’가 가장 힘든 요인이었습니다. 그래서 물주기 방법을 고민하게 됐죠. 

겨울은 식물이 쑥쑥 성장하기보다는 버티는 시기입니다. 관리가 까다로운 시기에는 품이 가장 많이 드는 물주기만 쉬워져도 식물권태기를 버티기에도 좋고 체력적으로도 덜 힘들 겁니다. 따라서 식물 개수가 많은 식물집사라면 실내에서의 편안한 물주기 시스템을 한 번쯤 만들어 보는 것을 추천합니다.

홈가드닝이라는 취미를 즐기기 위해서는 식물을 어떻게 잘 키우는지에 대한 지식과 스킬도 중요하지만 사실 가장 중요한 것은 식물집사의 에너지입니다. 에너지가 충분하면 어떤 취미이든 편안한 마음으로 잘 즐길 수 있겠죠. 

문제의 원인을 파악하고 해결 방법을 찾아 나에게 가장 잘 맞는 편안한 시스템을 만들어 보세요. 이것이 나의 시간과 에너지를 아껴줌과 동시에 여유로운 마음으로 지치지 않고 홈가드닝을 꾸준히 즐길 수 있게 해줄 것입니다.

트레이에 여러 화분을 올려두고 이동하면 물 주기 피로도를 낮출 수 있다.
트레이에 여러 화분을 올려두고 이동하면 물 주기 피로도를 낮출 수 있다.

◆화분받침 대신 트레이에 담기

많은 반려식물에 물을 주기 위해 싱크대, 화장실 등으로 이동시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이럴 때는 하나하나 옮기는 것보다 큰 트레이에 여러 식물을 함께 올려두고 키우는 것이 편합니다. 여러 화분을 큰 트레이에 담아 화분받침 겸 이동 트레이로 사용하는 것입니다. 트레이 한 개만 들어 올리면 여러 화분을 동시 옮기기 쉽습니다. 

트레이를 사용하면 좋은 점은 이뿐만이 아닙니다. 하나의 트레이 내에 옹기종기 모아둔 화분들은 서로 수분을 내뱉고 흡수하니 작은 유묘 화분들을 큰 화분 사이에 끼워두면 습도에 도움을 받을 수 있습니다. 또 같은 식물 또는 비슷한 성향의 식물을 트레이에 모아 키우면 식물 특성을 감안해서 관리하기 좋죠. 식물 화분 하나하나를 개별로 관리하기보다 영역별로 관리할 수 있어서 식물 케어가 좀 더 단순해진답니다.

화분받침이나 트레이에 난석을 깔면 습도조절이 쉬워진다.
화분받침이나 트레이에 난석을 깔면 습도조절이 쉬워진다.

◆난석 사용하기

실내에서 물주기가 어려웠던 이유는 배수구멍으로 흐르는 물 때문이죠. 그 때문에 화분을 옮겨야 했으니깐요. 이럴 때는 화분 받침 또는 위와 같은 트레이에 난석을 깔아서 사용해 보세요. 난석을 깔고 물을 주면 배수구멍으로 나오는 물을 난석이 흡수해 줍니다. 난석이 물을 흡수하는 소리가 들리면 물주기를 멈춰 화분받침에 물이 넘치지 않도록 조절합니다. 난석 위에 올려진 화분은 차오른 물에 배수구멍이 닿지 않아 원치 않는 저면관수를 피할 수 있습니다.

물을 잔뜩 흡수한 난석은 서서히 건조되며 수분을 뱉어냅니다. 따라서 화분받침의 물을 비워내는 일도 하지 않아도 되고 가벼운 습도조절에도 도움이 됩니다. 또 화분받침의 난석의 건조상태를 통해 언제 물을 주었는지 쉽게 육안으로 가늠해 볼 수도 있답니다.

이런 방식으로 하면 화장실 등에서 물 주기를 하는 것만큼 흠뻑 물을 줄 수 없겠죠. 물을 주는 시기가 좀 더 빨라질 수도 있겠고요. 그래도 식물이 있는 그 자리에서 물 주기를 하면 체력적인 부담을 크게 덜어 줄 수 있어요. 물주는 일이 가벼워지면 식물을 돌보는 일 또한 한결 수월해집니다.

배달 플라스틱 용기를 물받침으로 재활용할 수 있다.
배달 플라스틱 용기를 물받침으로 재활용할 수 있다.

◆다양한 거치대와 플라스틱 사용하기

대형화분은 난석 받침대로 충분히 물을 주기 힘듭니다. 그렇다면 식물을 반드시 화분받침 위에 올려둬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깨봅시다. 배수구멍을 막지 않는 거치대나 선반에 화분을 배치해 둡니다. 물을 줄 때는 배달 음식을 먹고 나온 커다란 플라스틱 용기를 거치대 또는 선반 아래에 둬 물받침으로 사용해 봅니다. 

이렇게 하면 큰 화분도 굳이 자리 이동 없이 물을 흠뻑 줄 수 있겠죠. 떨어지는 물소리를 조용히 감상할 수 있는 것은 덤입니다. 화분에서 어느 정도 배수가 되고 플라스틱 용기에 물이 차오르면 흘러나온 물을 다시 화분에 붓고 다시 아래에 두는 것을 2~3차례 반복합니다. 이렇게 하면 물도 아끼고 식물의 뿌리가 충분히 물을 마실 수 있을 때까지 기다려줄 수 있습니다.

 


흔흔라이프 l 6년간 아파트 발코니에서 홈가드닝을 해온 평범한 식물집사. 식물과 집 가꾸기를 기록하는 크리에이터. 150개가 넘는 식물을 키웠고 100개 이상의 식물들을 죽여가며 공부했다. 아파트 실내 홈가드닝의 시행착오를 바탕으로 2022년부터 온라인 식물상담을 하고 있고 이 사연들을 ‘오늘의 집’에서 ‘흔흔라이프의 식물상담소’에 연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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