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해 금산 일출맞이 트레킹

남해 금산은 비단이 펼쳐진 것 같이 아름답다 해 금산(錦山)이라 불린다. 원효대사가 보광사라는 절을 세워서 보광산이라 불렸고, 이성계가 100일 기도 끝에 조선을 개국한 그 영험함에 보답으로 온 산이 비단으로 덮었다는 뜻인 금산이란 이름을 하사했다고도 전해진다.

금산에는 이성계가 기도했다는 이씨기단을 비롯하여 삼사기단, 쌍홍문, 화엄봉, 사선대 등 금산 38경을 이루는 천태만상의 기암괴석들이 있는 명산 중의 명산이다. 바다에 뿌려 놓은 것 같은 작은 섬들과 어우러져 아름다운 풍광을 선사한다.

산 정상 아래에 있는 보리암은 새해 일출을 보고 소원을 빌고자 전국에서 몰려드는 참배객들로 넘쳐난다. 양양 낙산사, 강화도 보문사와 함께 해수관음보살 상이 세워져 있는 3대 기도처로도 유명하다.

 

새벽 돌계단을 한 계단 한 계단 올라

안내산악회 리무진버스를 밤 11시에 타고 밤새 달려 새벽 4시가 넘어 삼천포항에 도착했다. 이른 새벽에 문을 열어준 삼천포회센터 식당에서 떡국으로 한 살을 더 먹었다. 40여 분 이동해 금산으로 오르는 들머리에 새벽 5시 45분에 닿았다. 7시 37분 해돋이 시간에 맞추는 데는 여유가 있었다. 들머리 입구의 금산주차장에서 헤드랜턴을 이마에 달고 등산로를 오르기 시작했다.

2년 만에 왔더니 돌계단 등산로는 더욱 잘 정비가 돼 있었다. 랜턴을 비추며 줄지어 오르는 사람들로 인해 등산로가 훤해서 돌계단을 오르는 데 아주 좋았다. 남해 금산은 오르는데 만만치 않은 산이었다. 해발 681m이지만 해안가에 우뚝 솟은 산이라 경사가 아주 가파르다. 깜깜한 밤에 길만 바라보며 걷는 길이라 힘들다는 생각은 별로 안 들었다. 그래도 워낙 돌계단 경사가 심해선지 가쁜 숨을 몰아쉬게 했다.

돌계단을 숨을 고르며 힘을 내서 오르는 데 힘이 많이 들었는지 갑자기 허기가 들고 힘이 빠지는 듯했다. 버스에서 선잠을 자면서 내려와선지 컨디션이 안 좋았나 보다. 도선바위 안전쉼터에서 비상용으로 갖고 다니던 초콜릿 바를 깨물었다.

쌍홍문 동굴
쌍홍문 동굴
쌍홍문 동굴 안에서 맞이한 일출.
쌍홍문 동굴 안에서 맞이한 일출.

금산의 관문으로 원효대사가 두 개의 굴이 쌍무지개 같다고 해서 쌍홍문이라 불린다는 동굴에 도착했다. 보리암에서 많은 사람이 다닥다닥 붙어서 일출을 보느라 전쟁 아닌 전쟁을 치르는 게 싫어 쌍홍문에서 일출을 보기로 했다. 이곳에서 보는 일출이 더 멋질 뿐 아니라 복잡하지 않아서 여유롭게 감상할 수 있어 좋았다. 젊은 커플이 먼저 자리 잡고 있다가 이곳이 요즘 핫한 인스타그램 성지라고 귀띔해 줬다.
 

금산 정상 봉수대서 남해 풍광 만끽

일출 예정 시간보다 1분이 넘어서서 수평선이 아닌 낮게 깔린 해무 위로 해가 올라왔다. 바다에 비추는 햇살과 어우러져야 멋진 일출을 볼 수 있어 좀 아쉬움이 들긴 했다. 다행인 건 구름이 끼지 않아서 온전한 해를 보게 되는 새해 일출 맞이여서 마음은 뿌듯했다.

남해 금산에서 맞은 일출.
남해 금산에서 맞은 일출.

보리암으로 올라갔다. 보리암 주변은 그야말로 인산인해였다. 복곡제 2주차장까지 셔틀버스로 올라와 600m를 걷고서 보리암으로 올라왔던 사람들이 막 썰물처럼 빠져나가고 있었다. 해수관음보살과 보리암을 카메라에 담았다.

고려시대 축조한 것으로 추정되는 남해 금산의 정상 망루
고려시대 축조한 것으로 추정되는 남해 금산의 정상 망루

 

남해 금산의 정상 망대 표지석.
남해 금산의 정상 망대 표지석.

300m쯤 떨어져 있는 금산 정상에 올랐다. 고려 중엽에 만들어진 것으로 보인다는 망대 위의 봉수대에 올라 파노라마로 펼쳐지는 남해의 아름다운 풍광을 실컷 감상하고 내려왔다. 망대에서 내려오는 탐방길 대나무 숲길에는 커다란 바위에 들러붙어 하늘로 나뭇가지를 펼치고 있는 아주 특이한 사철나무가 있다. 한참을 신기하게 바라보다가 내려와 삼거리에서 야자매트가 깔린 길로 들어서서 걸고서 단군성전 앞 사거리에서 직진했다.

바위를 타고 하늘로 올라가는 신비한 사철나무.
바위를 타고 하늘로 올라가는 신비한 사철나무.

 

상사암 전망대, 산과 바다 동시 조망

남해 금산에는 역사적으로 중요한 정보가 될 만한 바위 글들이 70여 개나 된다고 한다. 사거리에서 500m쯤 되는 상사암으로 걸었다. 상사암은 속세를 버릴 수 있는 곳 또는 상사병 전설 등이 전해지는 커다란 암봉으로 아름다운 금산과 남해를 조망할 수 있는 넓은 데크 전망대가 설치가 돼있어 남해 금산의 멋진 풍광을 감상할 수 있다.

좌선대(왼쪽), 화엄봉
좌선대(왼쪽), 화엄봉

되돌아 나와 좌선대로 가는 길로 걸었다. 좌선대는 원효대사, 의상대사, 윤필거사 등 세 사람이 수도하면서 앉은 자리의 흔적이 뚜렷이 남아 있단다. 산 중턱 길에 있는 금강산장을 지나고 35톤에 달한다는 거북이를 닮은 흔들바위를 지났다. 이 바위 목 부분을 위로 밀면 잘 흔들린다고 한다. 쌍홍문 동굴로 내려오면서 화엄봉을 구경했다. 바위 모양이 화엄의 ‘화(華)’자를 닮았다 해 화엄봉이라 했다는 독특한 형태를 하고 있었다.

바위 절벽 위의 보리암.
바위 절벽 위의 보리암.

 

절벽 위 보리암・기묘한 쌍홍문 감탄

더 내려서자 절벽 위에 제비집처럼 올라앉은 듯한 보리암과 해수관음보살 상의 멋진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기묘하게 생긴 쌍홍문 동굴의 형태에 다시금 감탄하며 아침에 헉헉대며 올라왔던 돌계단 길로 내려섰다. 해뜨기 전 깜깜할 때는 몰랐는데 높은 돌계단이 끝없이 이어지는 악 소리 나는 해맞이 등산길이었다.

아래에서 보이는 남해 금산
아래에서 보이는 남해 금산

금산에서 내려와 버스로 30여 분 이동해 독일마을로 갔다. 옛날 파독 광부와 간호사들이 우리나라에 정착하면서 독일 건축 양식으로 지어진 독일마을은 이국적인 정취를 보여주고 있다. 관광지로 많이 활성화돼 있는 곳이다.

남해 독일마을의 주택
남해 독일마을의 주택

독일식 건물 풍광 등을 한 시간여 둘러보면서 독일 맥주와 소시지도 먹어 보는 것도 특별하고 새로운 즐거움이 되는 마을이다. 독일마을 비석에 새겨 있는 ‘나라와 가족을 위해 독일로 떠났던 젊은이들이 조국의 경제발전에 초석이 된 당신들의 땀과 눈물은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의 역사입니다’란 글과 이름들이 보는 사람의 가슴을 따뜻하게 했다.

삼천포항으로 이동해 회 정식으로 식사를 하고 갑진년 청룡 해의 해맞이 여행을 행복하게 마무리했다.

 

 

윤석구 트래블디렉터(skyblue9988@naver.com)
함께 만드는 여행플랫폼 ‘파랑나침반’ 카페 운영

 

저작권자 © 한국아파트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