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부 “최저낙찰제 입찰 때 완화하는 방안만 검토”
현장선 “전직원 전화기 매달려 투표 독려해야” 몸서리
대주관 “과반수→25% 동의 완화 법안 통과위해 노력”

공동주택의 주택관리업자 선정 시 중요사항에 대해 입주자등의 과반수 동의를 받도록 한 개정 공동주택관리법이 시행된 지 1년이 지났지만 관리현장은 여전히 동의절차가 완화돼야 한다고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하지만 입주자등 동의절차 완화를 반영한 법 개정은 쉽지 않아 보인다. 

2022년 12월 11일 시행된 개정 공동주택관리법은 주택관리업자 선정 전 입찰의 종류 및 방법, 낙찰방법, 참가자격 제한 등 경쟁 입찰과 관련한 중요사항에 대해 입주자등 과반수 동의를 받도록 했다. 또 계약상대자 선정, 계약 조건 등 수의계약과 관련한 중요사항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로 입주자등의 동의를 받도록 했다.

하지만 관리현장에서는 입주자의 투표율 자체가 높지 않은 등 현실적으로 까다로운 조건을 맞추기 힘들다면서 규정 완화를 계속 요구해왔다. 이에 대한주택관리사협회는 이 조항의 시행 이전부터 시행 연기나 유예 또는 대체 입법을 추진했으나 불발됐다.

올해 출범한 대주관 10대 집행부는 올해 첫 주요 과제로 서범수 국민의힘 의원이 발의한 ‘주택관리업자 선정 등 중요한 결정 시 입주자등의 과반수 투표, 투표자 과반수 동의로 결정’ 법안의 국회 통과를 꼽았다. 전체의 절반이 넘는 입주자등이 동의해야 관리업체 선정이 가능하던 것을 최소 25%가 넘는 동의로 완화하겠다는 것이다. 대주관은 이 법안과 함께 박상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시행 유예 법안의 통과도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감독부처인 국토교통부는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유혜령 국토부 주택건설공급과장은 “관리업체 재계약은 입주민들에게 민감한 문제여서 동의절차 완화를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국토부는 이미 지난해 초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에 “개정법 시행 초기 단계로 입주자등의 참여를 보장하는 개정법의 취지를 유지할 필요가 있고 현재까지 과반수 동의를 받지 못했다는 민원이 발생하지 않고 있다”며 동의비율 완화에 신중히 대응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다만 유 과장은 “최저낙찰제로 입찰을 할 때 동의절차를 완화하는 방안은 고민하고 있으며 국회 상임위, 본회의에 법안건이 상정되면 이 같은 의견을 제시하겠다”고 말했다.

◇현장 “과반수 동의 매우 어려워”

국토부는 아파트에 개정법으로 인한 민원이나 불편이 없다고 보고 있으나 실상은 그렇지 않았다. 아파트 관리사무소와 입주자대표회의, 선거관리위원회는 관리업체와의 계약기간이 끝나갈 무렵부터 재계약 동의를 받기 위해 고군분투해야 했다.

대구 A아파트는 지난해 7월 주택관리업자 재계약 동의를 받기 위해 전자투표와 방문투표 진행을 공고했다. 입주민들에게 투표를 독려했으나 전자투표 기간 투표율은 50%에 불과했다. 이에 선거관리위원들이 총동원돼 방문투표에 나서자 투표율은 70%로 높아졌다. 투표 결과 반대표는 10%가 채 되지 않아 재계약 동의를 얻어낼 수 있었다.

A아파트 관리사무소장은 “재계약이 완료된 건 다행”이라면서도 “종전처럼 입주민의 의견을 청취한 후 입대의 의결로 재계약 여부를 결정할 수 있었다면 절차가 간단했을 텐데 10%의 반대표를 확인하기 위해 관리사무소와 선거관리위원회가 죽도록 애를 썼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경기 B아파트 관리직원은 “입주민들에게 동의 투표 공고는 물론이고 일일이 문자메시지를 보냈어도 투표율이 높아지지 않았다”면서 “전 직원과 선거관리위원들이 전화기를 붙잡고 투표해달라고 닦달하며 애먹은 경험 때문에 재계약 시즌이 두려워진다”고 몸서리를 쳤다.

◇투표율 저조해 재계약 안 되면 직원들 떠나야

관리업체 재계약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업체와 함께 관리사무소를 떠나야 하는 소장과 직원들의 고용불안도 문제가 된다.

부산 C아파트 관리직원은 “입주자등 과반수 동의를 받으려고 공고하고 투표 독려 전화를 돌리는 게 나를 잘라 달라고 말하고 다니는 것 같다”고 토로했다. D주택관리사는 “정부와 입주민은 업무 연속성의 중요성을 잘 모르는 것 같다”고 비난했다.

하원선 대주관 협회장은 “입주자등 과반수 동의를 끌어내려면 최소한 70% 이상의 입주민이 투표에 참여해야 하는데 전체적으로 아파트 단지의 투표율이 낮은 현실에 맞지 않다”며 “업체가 재계약을 위해 무리하게 관리직원 급여를 낮추는 무리수를 두지 않을까 걱정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하 협회장은 “동의절차 완화를 위해 국토부, 국회와 꾸준히 대화를 나눠 관리현장의 어려움을 충분히 전달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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