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자 선정지침 위반으로 과태료 대상 될 수도”
“대주관・위탁사가 현장 불이익 없게 홍보 나서야”

 

의무관리 공동주택은 각종 공사나 용역 업체를 선정할 때 입찰담합 관련 과징금 처분 증빙서류를 업체로부터 받아야 하나 실제로 입찰공고문에서 이를 요구하는 단지는 드문 것으로 나타났다. 증빙서류를 빠뜨린 관리주체는 지자체의 과태료 처분 대상이 될 수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 

◇‘담합 과징금 처분 증빙’은 무엇?

수의계약을 포함한 모든 공사의 입찰에 참여하는 사업자는 지난해 6월 13일 시행된 개정 주택관리업자 및 사업자 선정지침에 따라 지난 6개월간 입찰담합으로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과징금 처분을 받지 않았음을 증빙하는 서류를 제출해야 한다. 과징금 처분 후 6개월이 지나지 않은 사업자의 입찰은 무효가 되며 이 업체가 낙찰받으면 입찰을 다시 해야 한다. 국토교통부가 아파트 발주 공사·용역 사업자 선정 입찰담합을 막기 위해 도입했다. 

◇“증빙 요구 몰라서 안 했다” 

입찰공고에서 과징금 증빙서류를 요구하는 아파트는 찾아보기 힘들다. 아파트 관리주체가 개정 지침 시행 이후 지난해 12월 말까지 6개월간 공동주택관리정보시스템(K-apt)에 올린 입찰공고는 4일 기준 총 1550건이었다. 12월에 나온 입찰공고 1039건 중 무작위로 60개를 분석한 결과 제출서류 항목에 과징금 증빙서류를 포함한 곳은 10곳뿐이었다. 이들은 ‘공정위의 과징금 처분 사실유무확인서’ 또는 ‘법 위반 사실 확인서’를 요구했다. 

부산 모 아파트 A관리사무소장은 입찰공고 때 제출서류란에 과징금 증빙서류를 명시했다. 그는 “대한주택관리사협회 부산시회가 최근 배포한 표준 양식에 개정 지침이 반영돼 있어 그대로 사용했다”고 밝혔다. 역시 증빙 요구 문구를 넣은 서울 B소장은 “최근 관리규약 개정 때 선정지침을 재확인하다가 필수서류를 알게 돼 입찰공고에 적어넣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나머지 입찰공고 50개에는 확인서 요구 문구가 없었다. 입찰 참가 업체가 확인서를 알아서 제출해 주면 문제가 없지만 이런 사례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대부분의 업체는 입찰공고에 나온 서류만 낸다. 12월 입찰공고에서 확인서를 요구하지 않은 아파트 중 일부에 확인한 결과 업체가 스스로 서류를 제출한 곳은 없었다.

지자체 공동주택 담당 공무원 C씨는 “확인서를 갖추지 않으면 앞으로 문제가 될 수 있다”면서 “아파트들은 공사입찰이 많지 않아 개정 법령에 신경을 쓰지 못할 수 있고, 변경 사실을 알려주는 지자체도 없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국토부와 지자체 시각 엇갈려

▷국토부= 한 관계자는 “아파트 입찰공고에서 과징금 증빙서류를 요구하지 않는 것을 안다”고 말했다. 그는 “업체의 과징금 처분 이력은 공정위 사이트에 공개돼 있어 누구나 확인 가능하다”면서 “관리주체가 제출을 요구하지 않아도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파트 측이 증빙을 받아놓지 않아도 공정위 홈페이지에서 입찰 참여 업체를 확인해 문제없는 업체를 사업자로 선정하면 된다는 것.

업체 과징금 이력은 공정위 홈페이지 ‘사건진행현황’의 ‘아파트 관련 입찰 첨부서류’에서 확인할 수 있다. 과징금 처분 후 6개월이 지나지 않은 업체의 명단은 매일 갱신되며 인쇄도 가능하다. 

▷지자체= 국토부와는 관점이 달랐다. 지자체 한 관계자는 “관리주체가 입찰공고에 과징금 증빙서류를 명시하지 않고 이를 챙기지 못했다면 문제가 될 수 있다”는 견해를 내놓았다. 수도권 지자체의 공동주택 감사관계자 D씨는 “관리주체가 받아놓은 업체 입찰서류에 과징금 증빙자료가 들어 있어야 한다”면서 “이 서류가 없으면 관리주체의 사업자 선정지침 위반으로 문제 삼을 수 있다”고 봤다. 지자체의 기획 감사 대상이 될 수도 있고 지침 위반이 확인되면 과태료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것.

실제로 과태료 처분 사유로 사업자 선정지침 위반의 비중이 높다. 한국주택관리연구원 분석 결과 2019~2021년 서울, 경기, 인천의 26개 지자체가 내린 과태료 691건 중 383건(55.4%)의 근거가 사업자 선정지침 위반이었다.

D씨는 “입찰 당시 관리주체가 온라인으로 확인했다고 해도 이를 입증할 자료가 없으면 인정받기 어렵다”며 “업체의 서류를 받거나 공정위 홈페이지에서 출력해 감사에 대비한 증빙자료로 입찰서류와 함께 보관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공정위의 과징금 처분 업체 현황은 6개월 후에는 찾을 수 없어 입찰 후 몇 개월이 지난 뒤 이전 서류를 보충하기는 쉽지 않다.

◇문제 막을 방법은

김병직 대주관 부산시회장은 “현실적으로 지침을 반드시 따라야 하는데, 관리현장에서 여러 업무를 처리하다 보면 지침이 바뀐 것을 간과하고 넘어갈 수 있어 문제가 된다”고 우려했다. 그는 “개정 법령을 놓쳐 불이익을 받는 일이 없도록 본회 및 시도회, 위탁사가 적극 홍보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부산의 A소장은 “소장들 대부분이 주택관리업자 선정 때는 과징금 증빙서류를 챙기면서도 일반 공사 및 용역 입찰 때는 잘 몰라서 그렇게 면밀하게 하지 않는다”면서 “입찰 관련 개정 법령이나 지침은 K-apt 홈페이지 팝업창에 안내해 주면 관리현장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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