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백두산 천지 3박 4일 트레킹

10년 전까지 중국 출장을 100회 넘게 했으면서도 정작 민족의 영산인 백두산 트레킹을 이제야 했다. 해발 2744m인 백두산의 변화무쌍한 날씨 때문에 천지의 장엄한 풍광을 제대로 마주하는 행운을 잡는 것은 로또 당첨만큼이나 어려운 일이라고 했다. 날씨가 가장 좋다고 알려진 7월 말에서 8월 중순쯤 기간에도 100번 정도는 올라야 천지의 찬란한 비경과 마주할 수 있다고도 했다. 

3박 4일 일정으로 부푼 기대를 가슴에 가득 안고 인천공항에서 중국 선양시로 가는 대한항공 비행기로 8시에 이륙했다. 선양공항에 도착해 1시간이 넘는 입국 심사를 받았다. 좌우 손가락을 다 모아서 검색 스크린에 댔다가 좌우 엄지손가락을 또 한 번 댔다. 다시 안경을 벗고 얼굴까지 촬영 당했다. 탑승 소지품을 검색받고서야 면세구역으로 넘어갔다. 요즘 중국과의 관계가 껄끄러워서인지 몰라도 검색이 너무 심한 것 같아 기분이 좀 상한 채 중국 땅을 밟았다.

 

고구려 시조 주몽이 쌓은 오녀산성

첫날 관광버스로 3시간을 달려 고구려 졸본성이 있던 환인으로 갔다. 점심 식사 후 고구려 시조 주몽이 나라를 세우고 쌓은 도성의 하나로 알려진 오녀산성으로 갔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오녀산성은 비류수를 끼고 수직 암벽에 성을 쌓은 고구려 제2의 행성으로 알려진 곳이다. 오녀산 아래에 있는 거창한 박물관 시설에서 셔틀버스로 매표소가 있는 입구까지 이동했다. 산성으로 오르는 길은 돌을 깨 만든 999개 계단을 올라야 닿을 수 있다. 계단은 거의 일직선으로 놓여 있다. 

999계단 중간에 있는 고구려 시조새 삼족오 석상
999계단 중간에 있는 고구려 시조새 삼족오 석상
오녀산성 전망대에서 보이는 황용호 전경
오녀산성 전망대에서 보이는 황용호 전경
오녀산성 바로 아래 있는 천장문과 좁은 돌계단 통로.
오녀산성 바로 아래 있는 천장문과 좁은 돌계단 통로.

계단 중간쯤에 고구려의 시조새로 알려진 삼족오 석상이 반겨 줬다. 쉬엄쉬엄 올라 계단 꼭대기에 있는 천창문이라고 음각된 커다란 바위 틈새 계단을 지나 오녀산성에 올라섰다. 높이 870m의 기암절벽 산상에 축구장 300개 정도 크기로 축성된 산성은 난공불락의 천연 요새였다. 주거 터가 잘 보존돼 있었다. 전망대에서 내려다 보이는 항용호는 절경 중의 절경을 선사했다. 성 한쪽에는 주몽의 동상이 초라하게 서 있었다. 오녀산성에서 내려와 통화시로 이동해 묵었다.
 

백두산 북파에 있는 장백폭포
백두산 북파에 있는 장백폭포

 

68m 높이 장백폭포의 장대한 풍광

둘째 날 오전 6시 30분에 통화시를 출발해서 송강하에서 점심 식사 후 백두산 북파쪽으로 이동했다. 입구에서 셔틀버스를 두 번 갈아타고 오후 두 시 반쯤 장백폭포 입구에 도착했다. 중국인 관광객들이 넘쳐난다고 하더니 진짜 장난이 아니었다. 떠밀리다시피 하면서 장백폭포 가까운 곳까지 잘 놓인 데크 계단을 올랐다. 쏟아지는 68m 높이의 물줄기와 웅대한 화산계곡이 만들어 내는 장백폭포의 장대한 풍광이 정말로 장관이었다. 내려오면서 변덕 심한 백두산 날씨가 만든 장대같이 쏟아지는 소낙비를 흠뻑 맞았다.

백두산 북파쪽에 있는 녹연담
백두산 북파쪽에 있는 녹연담

 

셔틀버스로 북파에서 내려와 녹연담으로 이동했다. 26m 수직 바위 절벽 아래로 네 갈래의 새하얀 물줄기가 떨어져 내렸다. 에메랄드 물빛 호수와 물 위로 솟아오른 백색의 나무기둥 군락이 혼연일체가 돼 신비스러운 비경을 연출했다. 고고한 품격이 느껴지는 호수의 아름다움이 그저 경이롭기만 했다. 

비안개로 가득찬 백두산 북파 천지 전경
비안개로 가득찬 백두산 북파 천지 전경
백두산 북파에 있는 천지 표지석
백두산 북파에 있는 천지 표지석

다시 셔틀버스를 타고 끝없이 이어지는 굽이굽이 길을 올라 북파 천지의 탐방 대기시설에 도착했다. 버스에 내려 우비를 입고 바라보니 천지로 향하는 200m여 길은 앞이 안 보일 정도로 비안개로 자욱했다. 천지 표지석 앞에서 사람들 틈 사이로 간신히 인증 사진을 찍었다. 한 치 앞을 볼 수 없는 자욱한 비안개로 천지가 안 보여 실망감이 드는 순간, 거짓말처럼 비안개가 밀려나면서 천지와 상봉하는 기쁨을 만끽했다. 와! 천지를 봤다는 감격에 온몸이 짜릿했다! 송강하로 이동해 방이 운동장만 한 파라다이스호텔에서 묵었다.

 

운무로 덮힌 서파 천지 전경
운무로 덮힌 서파 천지 전경

 

 기묘한 금강대협곡서 피톤치드 흠뻑

셋째 날도 오전 6시 30분쯤 출발했다. 10시 20분쯤 서파 입구에서 셔틀버스로 갈아탔다. 30여 분 걸려 서파의 대기시설에 도착했다. 이날도 계속 비가 내렸다. 우비를 쓰고 1442계단을 천천히 올라 서파 천지가 내려다보이는 데크 전망대에 올랐다. 백두산 관광을 먼저 다녀온 사람들에게 들었던 인력거꾼이 지금도 오르내리고 있는 것이 신기했다. 비안개가 걷혀 천지가 모습을 드러내길 간절히 기도하고 있는데 비안개가 바람에 밀려나면서 천지가 3분의 1쯤 슬며시 모습을 드러냈다. 어제와 오늘, 조금이나마 천지와 만난 것으로 아쉬움을 달래고 계단은 내려왔다. 

서파 천지 1442계단을 오르는 인력거꾼
서파 천지 1442계단을 오르는 인력거꾼

대기시설에 있는 식당에서 제법 맛있는 비빔밥으로 점심을 먹고 오후 1시 20분쯤에 다시 셔틀버스를 탔다. 용암으로 생긴 깊고도 좁은 V형 협곡에 날카로운 기암괴석이 불쑥불쑥 높게 솟아오른 금강대협곡은 우리나라에서는 볼 수 없는 기묘한 광경이었다. 협곡 옆으로 놓인 데크 길에서 향긋한 피톤치드 향을 맡으며 40여 분 트레킹 후 셔틀버스를 또 탔다. 대기하던 관광버스로 통화시로 다시 와 첫날 묵었던 호텔에서 묵었다.

 

후금 개국 알린 선양 자금성 인산인해

넷째 날은 오전 7시쯤 만주 봉천으로 알려진 선양시로 출발했다. 누루하치가 후금 개국을 선포했다는 자금성에 낮 12시 반쯤 도착했다. 북경의 자금성 규모에 12분의 1쯤 된다고 했다. 일요일이라 발 디딜 틈이 없을 만큼 관광객들로 인산인해였다. 사람들로 떠밀려 다니며 1시간여 관광을 했다. 궁궐은 규모가 작고 오래된 건물이라 특별난 볼거리가 별로 없는 것 같아 별로 감흥이 느껴지지 않았다.

선양 자금성 궁전
선양 자금성 궁전

선양시에는 코리안타운이 조성된 서탑거리가 있다. 한때는 많이 번성했다는데 지금은 임대료가 많이 올라 조선족이 많이 빠져나갔다고 한다. 시간 관계상 버스관광으로만 했다. 차장 밖에 보이는 서탑거리는 한글 간판이 듬성듬성 보였다. 차로 관광 후 선양공항으로 이동해 오후 4시 50분 비행기를 탔다. 

버킷리스트 여행인 백두산 천지 트레킹은 비록 날씨가 안 도와줘 기대했던 장엄한 천지의 장관을 제대로 느껴보지 못하는 관광이었지만 민족의 영산 백두산에 올라 천지를 ‘알현’했다는 뿌듯함을 가슴에 가득 안은 특별한 여행이었다. 통일이 돼 중국을 거치지 않고 관광할 수 있는 날이 오기를 기원하며 귀국 비행기를 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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