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 최서남단 가거도에 가다

가거도 최고의 비경으로 꼽히는 항리와 섬등반도 전경
가거도 최고의 비경으로 꼽히는 항리와 섬등반도 전경

전남 목포에서 직선거리 145㎞, 뱃길로 233㎞. 국토 최서남단 가거도 여행은 아주 특별하고도 아주 감동적이었다. 전남 신안군 흑산면의 가거도는 동중국해 북쪽 황금 어장의 길목에 자리하고 있어 한·중·일 어선들의 각축장이 되는 섬이다. 국제적 해상 문제의 최일선을 담당하며 국가 엄호를 책임지고 있는 매우 중요한 섬이다. 이걸 이번에 여행하면서 알게 됐다. 망망대해에 끝없이 펼쳐지는 바다와 함께 비경을 마음껏 누리는 가거도 여행이었다.
 

밤 11시 출발 1박3일 패키지여행

처음 가는 여행지는 패키지여행 상품을 이용하는 것이 좋은 것 같다. 여행의 막연한 두려움도 떨쳐 버릴 수 있는 데다 비용도 저렴해서다. 이번 가거도 여행은 1박3일로 4끼 식사가 제공됐다. 여행경비는 28만5000원이었다. 비슷한 여행을 꿈꾸는 사람들과 함께해서 더욱더 즐거운 여행길이 됐다. 관광버스 출발은 오후 11시에 서울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 8번 출구 앞에서 했다. 사당역, 양재역, 죽전-신갈 간이역에도 탈 수 있다.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두 번 잠시 쉬고 목포 노적봉 주차장에 새벽 4시 조금 넘어 도착했다. 

잠시 휴식을 취했다가 5시 반쯤에 여객터미널 인근 식당에서 좀 이른 아침 백반을 먹었다. 7시 30분에 여객터미널 개찰구를 나와 남해 엔젤호에 승선했다. 배는 오전 8시 10분에 가거도로 출항했다. 목포항을 떠난 배가 흑산도와 하태도를 거쳐 4시간 만인 낮 12시 20분쯤 가거도항에 도착했다. 

거대한 방파제와 불쑥 솟아오른 봉우리들이 여행객의 시선을 압도했다. 세찬 바닷바람에 깎인 바위 절벽 밑으로 가거도항 마을이 방파제 포구 안에 아담하게 자리 잡고 있었다. 

가거도 등대로 내려가는 밀림 숲속 길
가거도 등대로 내려가는 밀림 숲속 길

 

서해 최고봉 독실산 원시림 속으로

방 배정을 받고 숙소에 딸린 식당에서 점심을 먹었다. 639m 독실산 탐방부터 시작했다. 신안군 내 829개 섬뿐 아니라 서해상 섬을 통틀어 가장 높은 산이라고 했다. 강화 마니산(469m), 신안군 최대의 섬인 홍도 깃대봉(377m)도 독실산보다 낮다. 

가거도에서 먹은 점심식사.
가거도에서 먹은 점심식사.

 

가거도 주민들의 교통 수단인 트럭.
가거도 주민들의 교통 수단인 트럭.

독실산 정상 근처까지는 민박집 사장이 운전하는 트럭을 타고 이동했다. 가거도항 배후의 회룡산 고개를 지그재그로 올라서 얼마간 산 중턱 시멘트 포장길을 달렸다. 다시 갈지자 오르막 고갯길에 몸이 이리저리 흔들리다가 헬기장에서 내렸다. 여기서 데크 계단만 조금 오르면 독실산 정상에 닿는다. 

정상에 마련된 데크 전망대 옆 정상 표지석에서 인증샷을 찍는다. 다시 데크계단을 내려와 숲속 계곡길을 걷기 시작했다. 가거도(백년)등대로 내려가는 숲길은 사람의 때가 거의 묻지 않은 원시림 계곡에 있었다. 숲길을 얼마간 걷다가 가거도 최고의 풍광을 대면할 수 있는 조망대에 올랐다. 

푸른 바다와 푸른 하늘이 파노라마로 수채화처럼 펼쳐졌다. 날씨까지 좋아서 가거도의 아름다운 풍광을 제대로 보는 행운을 만끽했다. 다시 동백나무가 빽빽한 원시림 계곡을 내려오다 두 번째 480m 조망대에 올랐다. 가거도 최고 절경 섬등반도가 푸른 바다에 잠긴 듯한 가거도의 풍광에 취했다가 원시림 숲속을 끝없이 4㎞ 정도 내려와 가거도(백년) 등대에 닿았다.

가거도(백년)등대
가거도(백년)등대

가거도 등대는 1907년 12월 흑산도 등대로 설치돼 무인등대로 운영됐다. 1935년 9월에 유인등대로 전환돼 2010년부터 가거도 등대로 부르고 있단다. 지금은 110년을 넘긴 역사적 등대로 보존 가치가 높아 등록문화재 제308호로 지정됐다. 규모도 크고 아주 아름다운 등대였다.

등대에서 간식을 먹으면서 휴식을 취하고 다시 산을 오르기 시작했다. 내려왔다 다시 올라가니 힘이 배나 들었다. 스틱에 의지하며 ‘조금만, 조금만’ 하면서 오르다 보니 어느덧 능선에 다다랐다. 능선 아래로 숲길 내리막길이 끝없이 이어지다가 시야가 확 트이며 푸른 바다와 섬등반도가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빽빽한 대나무 숲길을 수십 미터 뚫고 나오니 아름다운 섬등반도가 더욱 가까이 눈에 들어왔다.

 

연말에 한 번 배달하는 송년우체통

절벽에 우뚝 선 바위 봉우리를 지나니 바위 절벽 밑으로 난 난간과 데크 계단이 이어졌다. 데크 계단 옆으로는 섬에 방사된 염소의 이동을 차단하는 울타리가 많이 쳐져 있었다. 선착장이 있는 항리(가거2구)와 섬등반도가 아주 멋진 모습으로 펼쳐졌다. 이곳의 경치가 가거도 제일인 듯싶었다. 

송년우체국
송년우체국

대한민국에서 해가 가장 늦게 진다는 섬등반도에서 빨간색 대형 송년우체통이 있는 곳에 도착했다. 방문객의 사연을 연말에 한 번 수취인에게 배달한다. 여기서 20여 분 더 오르면 섬등반도 전망대에 오를 수 있었는데 체력 고갈로 쉬는 동안 몇 사람만 올랐다 내려왔다. 대신 민박집 트럭으로 가거도항으로 내려오면서 붉게 하늘을 물들이는 황홀한 노을을 감상하는 행운을 잡았다.

이튿날 오전 5시 20분에 전세 낚싯배는 가거도항을 빠져나가 섬 우측으로 돌면서 빠르게 운항했다. 멀리 만재도, 상태도, 하태도 등이 눈에 들어왔다. 가거도와 주위에 있는 섬들을 선상 투어를 하면서 일출을 기다렸다. 

가거도항
가거도항

 

배 타고 섬 한바퀴 돌며 일출 감상도

드디어 만재도 쪽 동쪽 하늘이 붉어지기 시작했다. 조금씩 수평선 위로 붉은 태양이 모습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모두 탄성을 질러댔다. 국토 최서남단 가거도 여행에서 선상 일출을 맞이한다는 것에 모두 감격스러워했다. 선상 일출 감상 후 섬 한 바퀴를 도는 선상 투어가 30여 분 더 이어졌다. 온갖 세찬 풍랑으로 생겨난 기기묘묘한 형태의 바위 절벽 풍광이 잠시도 시선을 돌리지 못하게 했다. 이번 가거도 여행은 두고두고 기억에 남는 멋진 추억이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선상 일출 맞이의 흥분을 가라앉히고 아침 식사 후 8시 10분에 282m 회룡산 트레킹을 시작했다. 시멘트로 포장된 언덕길을 30여 분 걸어서 회룡산으로 오르는 등산로 입구에 닿았다. 입구부터 경사가 제법 있는 등산로를 얼마쯤 오르자 가거도항이 발아래로 내려다보이는 데크 전망대에 올랐다. 우측으로 가거도항이 보이고 좌측으로 어제 걸었던 섬등반도 언덕이 멋지게 눈에 들어왔다. 

데크 전망대에서 회룡산(선녀봉)까지 오르자 가거도항이 발아래로 깔려 보였다. 마치 하늘에 붕 떠 있는 듯한 착각에 빠진다. 인증샷을 찍고 가거도항으로 다시 걸어서 내려왔다. 가거도항 옆 해안으로 가 여행이 끝나는 아쉬움을 달래려고 파도 놀이를 즐기며 몽돌 해변에 불어대는 세찬 바닷바람을 흠뻑 맞았다. 점심 식사 후 오후 1시에 배로 목포항으로 출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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