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기 양평군 두물머리・세미원
남한강과 북한강이 조우하는 강가
새벽 태양이 안개사이로 희미하다

두물머리 공원 소원쉼터
두물머리 공원 소원쉼터

새벽에 일어나 그곳에 간다. 차도 막히지 않아 시간의 여유로움도 있다. 남한강과 북한강이 만나는 강가. 물안개가 예봉산과 검단산 사이로 밀려온다. 팔당호에서 일어나는 이른 아침의 자연현상이다. 여름의 일출이 빨라 벌써 안개 사이로 희미하고 강 위에 나무들은 그림자를 수묵화처럼 만들어 낸다. 

이른 아침인데도 주차장에 차량이 많다. 강가를 산책하는 사람들, 물안개의 풍경을 잡으러 카메라를 설치하는 사람들, 드론을 띄워 안개 속의 풍경들을 헤집는 사람들이다. 이들의 고요한 움직임이 그림 속 같다. 
 

안개 낀 새벽, 그림같은 풍광 펼쳐져

북한강과 남한강이 물머리를 맞대는 두물머리. 양수리의 순수 우리말로 정겹다. 희미한 나무의 윤곽과 푸른 나뭇잎들이 아직 뿌연 안개 속이다. 여름의 휴일 이른 아침 산책하는 사람들도 많다. 

두물머리의 새벽은 안개로 시작한다. 사람들도 안개 속에 나타나 햇빛의 시간으로 안개를 걷어 초록의 나뭇잎들과 강가의 연잎들이 투명하도록 떠날 줄을 모른다. 서서히 강 건너의 산들과 강물 속의 작은 섬들의 머리꼭지가 안갯속에 나타나 다시 사라진다. 안개의 강에서 만나는 풍경들로 산뜻한 아침을 맞는다. 

두물머리 느티나무 쉼터
두물머리 느티나무 쉼터

두물머리 느티나무 아래에는 고인돌이 있다. 옛사람들이 별자리를 새겨놓은 성혈(星穴)의 흔적이 뚜렷하다. 고대부터 강이 있어 살기 좋은 곳이었을 터이다. 안개가 낀 날은 팔당호의 밋밋한 풍경들이 변한다. 족자섬의 모습도 보이고 작은 섬들과 산들이 나타났다가 사라지곤 한다.

수종사가 있는 운길산과 적갑산, 예봉산, 예빈산으로 이어지는 자락에 조안면 능내리가 있고 그 앞의 긴 섬이 족자섬이다. 그 족자섬 사이를 흐르는 여울목이 족잣여울, 독백탄으로 알려져 있다. 팔당댐이 물을 가두기 전에는 물길이 사납게 흘렀다고 한다. 그 시절 이 여울의 이름은 병탄(並灘)이었다. 두 물길이 어우러져 흐르는 여울이라는 뜻이다. 

세미원 우리내의 물길과 징검다리
세미원 우리내의 물길과 징검다리

18세기 겸재 정선은 이곳의 풍경을 그리며 독백탄(獨栢灘)으로 불렀다. 그 그림은 간송미술관이 소장하고 있다. 겸재 정선의 그림에서 보는 족자섬은 지금은 물에 잠겨 일부분만 보이고 보는 각도에 따라 육지와 구분이 힘들다. 그러나 안개가 낀 날은 족자섬이 뚜렷하게 보인다. 지금은 상수원보호구역으로 사람의 발길이 없다. 백로, 해오라기, 민물가마우지 등 새들의 천국이다. 

사시사철 아름다운 풍광이 이어지는 물래길로 이어지는 두물머리길은 숲길과 두물경의 물길과 이어진다. 물래길은 물소리길 1-1구간이다. 양수역에서 세미원-두물머리-두물경-양수리생태공원-양수역으로 이어진다. 

아침의 시간이 많이 흘렀다. 그래도 오전 9시가 안 됐다. 양수리 5일장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아침 식사를 한다. 주차장 주변에는 돼지국밥, 국수, 메밀막국수 등 가성비 좋은 맛집들이 모여있다. 식사 후 커피 한 잔의 시간까지 내어주니 여유 있는 하루다. 

세미원의 개장 시간이 가까워져 간다. 이른 시간인데도 어디서 나타난 사람들인지 줄이 꽤 길게 이어지며 매표 시간을 기다린다. 역시 여름철의 풍경여행은 뜨거운 낮보다는 아침이나 해거름이 좋다. 
 

‘물과 꽃의 정원’ 백련 홍련 자태 뽐내

불이(不二)문을 지나면 물이 철철 흐르는 ‘우리내’의 징검다리를 따라 메타세쿼이아숲길을 지난다. 징검다리를 밟으며 한 바퀴 돌고 나서 ‘국사원’에 들어서면 우뚝 솟은 광개토대왕비와 한반도를 닮은 연못이 있다. 백두산의 돌과 흙 그리고 백두산에 자생하는 식물들로 구성됐다는 정원이다. 화산 돌로 만든 제주도도 보인다. 동쪽 숲속을 잘 살피면 독도도 있다. 

세미원 페리연못
세미원 페리연못

한강물을 끌어와 설치한 장독대 분수를 지나면 연꽃의 정원을 만난다. 페리기념연못이다. 탄성들이 튀어나온다. 세계적인 연꽃 연구가 페리 슬로컴 선생이 기증한 연꽃을 볼 수 있는 곳이다. 페리 선생이 손수 개발한 품종으로 푸르른 연잎과 은은하며 화사한 연꽃의 장점들이 집약돼있는 듯하다. 다른 연꽃에 비해 꽃들의 개체 수가 많고 아이보리색과 옅은 녹색, 연분홍 꽃으로 연못을 가득 덮고 있다. 홍련지의 연분홍 연꽃도 한창 피어 자태를 뽐낸다. 

세미원 홍련지
세미원 홍련지

아직 푸른 잎들로 가득한 하얀 연꽃인 백련지가 숲 사이로 이어진다. 모네의 정원은 프랑스 화가 모네의 그림 ‘수련이 가득한 정원’을 참고해 만든 사랑의 연못이다. 아기자기한 유럽풍의 정원을 자랑한다. 추사 김정희 선생이 유배생활 중에 제자 이상적 선생에게 그려준 세한도를 공간에 펼쳐 정원으로 조성한 ‘약속의 정원’ 세한정에서 잠시 들뜬 마음을 가라앉힌다. 

 

연꽃 문화제 내달 15일까지 열려

돌아가는 길에는 열대수련원의 정원들을 지나 빅토리아연꽃을 볼 수 있는 빅토리아연못과 연결된다. 빅토리아수련은 큰가시연꽃으로 불린다. 꽃의 크기가 지름 30~40㎝로 거대하다. 잎은 보통 지름 1~2m 사이로 자라며, 최고 3m까지 자란다. 꽃은 3일간 피는데 개화한 날에는 흰색의 암꽃으로, 두 번째 날에는 분홍색의 수꽃으로 변하고 마지막 날 만개한다. 개화 시기는 보통 8월 말이나 9월 초다. 

더위를 식히며 김영희 작가의 ‘한국의 전통 야생화’ 사진전을 감상한다. 세미원은 수려한 주변 경관과 환경생태를 기반으로 탄생된 물과 꽃의 정원으로 경기도 제1호 지방정원으로 지정됐다. 20만㎡(6만2000평) 규모에 보유식물이 270여 종이나 된다. 가래, 가시연꽃 등 수생식물만 70여 종이 있다. 7월 1일부터 8월 15일까지 연꽃 문화제가 오전 9시부터 오후 8시까지 휴일 없이 개장된다. 

 

저작권자 © 한국아파트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