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료 부과방식 끝없는 논란
입주민 부당이득 청구 ‘기각’ “특정 방법만 정당한 것 아냐”

 

 

아파트 관리 현장에서 오랫동안 논란이 돼온 아파트 전기료 부과방식에 대한 대법원 판례가 나왔다. 지난 4월 이와 유사한 사안에 대한 대법원 판결과 달리 이번에는 입주민의 부당이득금 반환 청구를 배척한 것이어서 공동주택 관리현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관련기사 제1217호 2021년 5월 12일자 게재> 

대법원 제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최근 대구 수성구 B아파트 입주민 L씨가 입주자대표회의를 상대로 제기한 부당이득금 청구소송 상고심에서 L씨의 상고를 기각해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이 확정됐다. 

한전이 아파트에 전기료를 부과하는 방식은 단일계약과 종합계약 두 가지가 있고 단지에서 유리한 방식으로 선택할 수 있다.

단일계약은 전용부분과 공용부분을 합한 전체 사용량을 세대수로 나눠 평균사용량을 산출하고, 주택용 고압요금 단가를 적용해 계산한 금액에 세대수를 곱해 산출한 전력량요금과 기본요금을 합한 금액을 부과하는 방식이다. 종합계약의 경우 전용부분 사용량은 단독주택과 동일하게 주택용 저압요금 단가를 적용하고, 공용부분 사용량은 일반용 고압요금 단가를 적용해 요금을 계산하는 방식이다. 

B아파트는 2007년 종합계약에서 단일계약으로 변경해 한전과 전기사용계약을 체결하고 입주민에 전용부분 전기료를 주택용 저압요금 단가로 산정해 부과해왔다. 

세대별 전기료 산정 때 주택용 고압요금을 적용하면 공동전기료 비중이 높아진다. 그러면 전기사용량이 적은 세대들이 전체 전기료 절감에 기여했음에도 불구하고 전기료 부담이 가중된다. 

반면 전기사용량이 많은 일부 세대들은 전기료 부담이 감소하게 된다. 이런 불합리한 결과를 피하기 위해 요금 산정방식을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B아파트와 같은 방식을 채택한 아파트가 적지 않다.

이를 두고 입주민 L씨는 2016년 3월 “종합계약으로 산정한 전기사용료와 단일계약으로 산정한 전기사용료 차액 상당의 부당이득 약 40만원을 반환하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그는 “입대의는 세대별 전기요금을 징수하면서 의결이나 입주자 과반수 찬성 없이 한전과 체결한 계약방식인 ‘단일계약’이 아닌 ‘종합계약’으로 전기사용료를 징수했다”며 문제를 삼았다. 

대법원은 이에 대해 원심과 마찬가지로 입주민의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대법원은 “입주민과 입대의는 아파트 전체에 부과된 전기료를 세대별로 나누는 방법을 정하지 않았다”며 “관리규약에는 ‘세대전기료의 경우 월간 세대별 사용량을 한전의 전기공급약관에 따라 산정한다’고 돼 있을 뿐 전용부분 전기료를 산정하는 단가나 공용부분 전기료를 산정하는 방법이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입대의가 전용부분과 공용부분 전기료를 산정하는 것은 단일계약방식을 선택해 절감된 이득을 입주자 등에게 배분하는 방법의 문제”라며 “특정한 방법만이 정당하고 나머지 방법을 위법하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에 앞서 2017년 8월 원심 법원은 “단일계약에 따른 주택용 고압요금 단가는 입대의와 한전 사이에 적용되는 전기료 부과방식이고, 아파트 전체에 대해 부과된 전기료를 어떤 기준으로 세대별로 분담시킬지는 입주민들 사이에 아무런 정함이 없다”고 인정했다. 원심은 “세대별 전기료에 ‘종합계약방식’을 적용해 단가가 높아졌다고 해 반드시 손해를 입었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특히 B아파트는 계약변경 이후 2012년 11월경까지 주민들이 낸 전기료에서 한전에 납부하고 남은 금액을 전기차감적립금에 적립하거나 차감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에 대해 원심은 “B아파트는 2012년 11월경 전기차감적립금을 입주민들에게 세대별로 환급하기로 결의하고 전기차감적립금을 세대별로 환급했다”며 “이를 모두 입주민들을 위해 사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적시했다. 

이 소송의 당사자인 입주민 L씨는 다른 곳으로 이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법조계 “전기료 산정방식 입주민 선택에 달렸다”

한전과 계약 때 전기료 부과방식을 단일계약으로 체결한 일부 아파트들은 세대별 전기료를 부과할 때 ‘주택용 고압요금’이 아닌 종합계약의 ‘주택용 저압요금’으로 산정하면서 그 정당성 여부를 놓고 입주민과 입주자대표회의 사이에 법적 공방이 빚어졌다. 현장에서는 엇갈린 하급심 판결들을 보면서 “판단의 준거로 삼을 대법원 판례가 나와야 한다”는 소리가 나왔다. 

하지만 올해 4월과 6월에 각각 다른 취지의 대법원 판례가 나와 공동주택 관리현장은 더 큰 혼란에 빠졌다. 

첫 판결은 대법원 제2부에서 나왔다. 4월 29일 대전 H아파트 입주민이 입대의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소송 상고심에서 대법원은 입주민의 상고를 받아들여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라’며 원심 법원으로 돌려보냈다. 

당시 대법원은 “H아파트는 전용부분 전기사용량에 주택용 저압요금단가를 적용해 세대별 부담액을 과다징수한 후 잉여금을 전용부분 전기사용량에 대한 납부대행액과는 목적, 성격, 관리책임주체, 비용부담재원이 다른 공용부분 전기사용량에 대한 납부대행액에 충당했다”며 “입주민은 관리규약에 따른 정당한 부담액을 초과해 전기료를 부담함으로써 손해를 입었다고 볼 여지가 크다”고 봤다. 

대법원은 “원심은 입주민이 관리규약에 따라 부담해야 할 정당한 부담액과 실제 부담액의 차액이 존재하는지 더 심리한 후 입대의가 세대별 부담액을 산정·징수·사용하면서 법령과 관리규약에 따른 의무를 위반했는지, 입주민의 손해가 발생했는지를 살펴 입대의의 손해배상책임이 성립하는지를 판단했어야 한다”며 2심 판결을 파기환송했다. 

이에 따라 최종 법원의 판단에 공동주택 관리현장의 이목이 쏠렸으나 약 두 달 만에 양 당사자가 합의에 이르면서 지난 6월 23일 ‘화해권고’ 결정으로 마무리됐다. 양측은 합의내용을 밝히지 않아 다른 분쟁 사례에서 참고로 활용할 자료조차 남기지 않았다.

6월 B아파트 사례에 대한 대법원 판결은 아파트에서 한전과 전기료 부과방식을 ‘단일계약’으로 체결했더라도 세대별 전기료를 부과하면서 주택용 고압요금이 아닌 종합계약의 주택용 저압요금으로 산정해도 그 자체만으로 부당하다고 할 수는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다만 이에 따른 잉여금 처리 등의 문제에 대해 입주민들의 의견수렴 등을 거쳐 합의점을 찾아야 한다는 과제를 남겼다.

앞으로 공동주택 관리현장에서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법조계의 의견을 들어봤다. 

▲한영화 변호사(한영화 법률사무소)= 대법원은 H아파트의 경우 전용부분 전기사용량에 주택용 저압요금 단가를 적용해 세대별 부담액을 과다징수한 후 잉여금을 공용부분 전기사용량에 대한 납부대행액에 충당, 입주민들이 규약에 따른 정당한 부담액을 초과 부담함으로써 손해를 볼 여지가 크다고 봤다. 

반면 B아파트의 경우 주택용 저압요금으로 산정하면 고압요금으로 산정하는 것에 비해 공용부분 전기료 비중이 낮아져 전체 세대에 절감 혜택이 골고루 돌아가는 상황임에 주목했다. 입주민들이 관리규약에 따라 부담해야 할 정당한 부담액과 실제 부담액의 차액 존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전기료 부과방식이 입주민들에게 유리한가 아닌가가 중요하다. 

▲장혁순 변호사(법무법인 백하)= 절감된 전기료에 의한 이득을 입주민들에게 어떻게 배분할 것이냐의 문제로서 어떤 방법을 선택하더라도 특정 세대는 이득을 보고 나머지 세대는 손해를 보게 된다. 특정한 한 가지 방법을 선택하는 것만 정당하다고 볼 수 없다. 

따라서 세대별 전기료나 공용부분 전기료를 산출함에 있어 관리규약이나 절차에 하자가 없다면 그 산정방식은 입대의의 자율에 따르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최승관 변호사(법무법인 린)= 두 사건의 근본적인 차이는 입증의 문제에서 갈렸다. H아파트의 경우 한전의 전기요금 부과 내역과 다르게 세대별 전기요금을 부과했고, 이로 인해 상당한 잉여금을 발생하게 한 점을 입주민이 입증했다. 

반면 B아파트는 한전과 합의한 전기요금 방식과 다른 방식으로 세대 전기요금을 부과했다는 점만 입증했을 뿐, 세대당 얼마의 잉여금이 발생했는지는 입증하지 못했고 이에 대해 법원은 단지 부과방식 차이만으로 손해가 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결국 단일계약이나 종합계약이냐 방식의 문제가 아니라 선택한 방식에 따라 정확하게 전기요금을 부과·징수하는 것이 중요하다. 공동주택 관리현장에서는 선택한 방식에 맞게 세대 및 공용 전기료를 정확하게 계산해 부과·징수하고, 가급적 잉여나 부족이 생기지 않도록 잘 관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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