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원심판결 파기환송
부당이득 청구 입주민 승소 취지
세대 전기료 단가
관리규약에 정하지 않았다

 

한전은 홈페이지를 통해 ‘단일계약 아파트의 전기요금을 계산할 때 관리규약 등 자체 기준에 따라 배분하라’며 유의사항을 안내하고 있다.
한전은 홈페이지를 통해 ‘단일계약 아파트의 전기요금을 계산할 때 관리규약 등 자체 기준에 따라 배분하라’며 유의사항을 안내하고 있다.

 

공동주택 관리현장에 지각변동을 가져올 대법원 판례가 나왔다. 

그동안 한국전력공사와 전기공급방식을 단일계약으로 체결한 아파트에서 입주민들에게 세대별 전기료를 부과하면서 주택용 저압요금단가를 적용해 산정했더라도 부당하지 않다는 취지의 하급심 판결들이 줄을 이었으나 대법원이 이와 상반된 판결을 내놔 큰 파장이 예상된다. 

대법원 제2부(주심 박상옥 대법관)는 지난달 29일 대전 유성구 H아파트 입주민 I씨 등 3명(이하 원고 입주민)이 입주자대표회의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입주민의 상고를 받아들여 원심판결을 파기환송했다. 

원고 입주민은 지난 2014년 6월경 소를 제기하면서 “세대별 전기료는 세대별 사용량에 입대의가 한전에 실제 납부하고 있는 요금인 주택용 고압요금의 단가를 적용해 입주민들의 정당한 이익이 침해되지 않도록 해야 함에도 입대의는 세대별 전기료에 주택용 저압요금단가를 적용해 초과징수한 후 초과징수된 금액을 공동전기료로 충당했다”며 “이는 불법행위로 입대의는 주택용 저압요금단가로 계산해 납부한 세대별 전기료와 주택용 고압요금단가를 적용할 때의 세대별 전기료 차액을 배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2015년 7월경 1심 법원에 이어 2016년 4월경 2심 재판부는 “입대의가 한전과 단일계약방식으로 공급계약을 체결한 다음 세대별 전기료를 산정함에 있어 주택용 저압요금단가를 적용했더라도 불법행위가 성립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었다. <관련기사 제980호 2016년 6월 1일자 게재> 

단일계약방식에 따른 주택용 고압요금 단가는 입대의와 한전 사이에 적용되는 전기료 부과방식일 뿐이고 아파트 전체에 대해 부과된 전기료를 어떤 기준에 따라 세대별 전기료와 공동전기료로 나눠 세대별로 분담시킬 것인지는 아파트 입주민들 사이에 아무런 정함이 없다고 본 것이다. 

하지만 이는 대법원에서 뒤집혔다. 

상고심 재판부는 “구 주택법령에 따라 의무관리대상 공동주택의 관리주체가 입주민을 대행해 납부하는 사용료 등의 세대부담액 산정, 징수 및 사용방법 등에 관한 대법원 판례가 없고 하급심 판단이 엇갈리고 있다”고 전제했다. 그러면서 “공동주택의 입대의나 업무집행기관에 해당하는 관리주체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구 주택법령 및 관리규약이 정한 사용료 등의 세대별 부담액 산정 및 징수·보관·예치·사용에 관한 납부대행 업무를 수행함에 있어 전용부분 전기사용량에 대한 납부대행액과 공용부분 전기사용량에 대한 납부대행액을 구분해 각 납부대행액을 용도 외의 목적으로 사용해선 안 된다”고 밝혔다. 

해당 아파트 관리규약에는 전기료의 ‘세대별 부담액 산정방법’과 관련해 ‘공용시설 전기료’는 월간 실제 소요된 비용을 주택공급면적에 따라 배분해야 하고, ‘세대 전기료’는 월간 세대별 사용량을 한전의 전기공급약관에 따라 산정한다고 규정하면서 세대 전기료의 단가에 대해서는 별도로 정하지 않았다. 

관리규약 근거 있는 충남 S아파트
1・2심 “단일계약에 저압요금 부과
규정한 규약 무효라 볼 수 없어”

재판부는 “한전으로부터 단일계약방식으로 전기료를 부과받은 이 사건에서 입대의가 전기료의 세대별 부담액을 산정·징수함에 있어서는 한전으로부터 부과받은 금액을 단일계약방식의 계산방법대로 역산함으로써 공용부분 전기사용량에 대한 납부대행액과 전용부분 전기사용량에 대한 납부대행액을 구분해, 전자는 주택공급면적에 따라 배분하고, 후자는 한전의 전기공급약관에 따라 산정한 세대별 사용량 등을 기준으로 세대별 합리적인 단가를 적용해 배분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하지만 “이 아파트 입대의는 전용부분 전기사용량에 한전이 정한 주택용 저압요금단가를 적용해 이에 대한 세대별 부담액을 과다징수한 후 잉여금을 전용부분 전기사용량에 대한 납부대행액과는 그 목적 및 성격을 비롯해 관리책임주체와 비용부담재원을 달리하는 공용부분 전기사용량에 대한 납부대행액에 충당했다”며 “이로 인해 원고 입주민은 관리규약에 따른 정당한 부담액을 초과해 전기료를 부담함으로써 손해를 입었다고 볼 여지가 크다”고 내다봤다. 

재판부는 이에 따라 “원심으로서는 이 같은 사정들을 고려해 원고 입주민이 관리규약에 따라 부담해야 할 정당한 부담액과 실제 부담액의 차액이 존재하는지에 관해 더 심리한 후 입대의가 세대별 부담액을 산정·징수·사용하면서 구 주택법령과 관리규약에 따른 의무를 위반했는지 및 원고 입주민의 손해가 발생했는지를 살펴 입대의의 손해배상책임이 성립하는지를 판단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로써 “입대의가 원고 입주민으로부터 전용부분 전기료를 초과징수한 후 초과징수된 금액을 공용부분 전기료에 충당함으로써 원고 입주민에게 손해가 발생했고, 이에 따라 입대의가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한다는 취지의 원고 입주민의 청구를 배척한 원심판단에는 구 주택법령에 따른 사용료 등 납부대행액의 성격 및 세대별 부담액 산정, 징수 및 사용방법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면서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라며 원심법원에 돌려보냈다. 

원고 입주민은 “일부 아파트에서 세대 전기요금을 한전에 납부한 단가 이상으로 정산해 공동전기요금 또는 잡수입으로 충당하던 관행에 대해 그동안 대법원 판례가 없어 하급심 판결이 엇갈렸으나, 이번에 대법원에서 소액사건임에도 판결해 기준을 세웠다는 데 의의가 있다”고 전했다.

이 아파트 관리사무소장은 “이번 대법원 파기환송이 당황스럽다”면서 “향후 최종 법원 판단을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관할관청 관계자는 “한전과 단일계약방식을 체결하고 세대별 전기료를 주택용 저압 단가로 부과하는 단지는 관리규약에 규정을 둬야 한다”면서 “이 아파트도 관리규약에 부과방법에 대해 명시하지 않았고 임의대로 결정해 부과했기 때문에 이 같은 대법원 판결이 나온 것 같다”고 밝혔다.  

이와 유사한 분쟁으로는 충남 계룡시 S아파트 입대의가 입주민 K씨를 상대로 제기한 관리비 청구소송이 현재 대법원에 올라가 있다. 

다만 이 아파트의 경우 당시 관리규약에 근거 규정이 있었던 것으로 파악됨에 따라 향후 대법원의 판단에 귀추가 주목된다.  

입주민 K씨는 입대의가 한전과 단일계약을 체결하고 관리규약에 따라 주택용 저압요금을 적용한 세대별 전기료를 부과, 징수하고 남은 금액을 공동설비 전기료에 충당하자 문제를 제기, 세대별 전기료 중 주택용 고압요금을 적용한 전기료를 초과한 금액 등 관리비 600여 만원(2016년 7월분부터 약 2년)을 납부하지 않았었다. 

2019년 2월경에 다른 곳으로 이사한 것으로 알려진 K씨는 1심과 2심 법원이 입대의 측 손을 들어주자 지난 5일 대법원에 상고를 제기한 상태다. <관련기사 제1134호 2019년 8월 21일자 게재> 

 

“전기사용계약은 입대의-한전 간 부과방식일 뿐 세대분담 기준 아냐”

2심 대전지법 제3-2민사부(재판장 신지은 부장판사)는 지난달 23일 “입대의가 세대별 전기요금을 징수함에 있어 한전과 계약한 ‘단일계약방식’이 아닌 ‘종합계약방식’에 따른 단가를 적용하기로 한 관리규약이 무효라고 보기 어렵다”고 선을 그었다. 

재판부는 “입대의는 한전과 아파트 전체를 하나의 전기사용계약단위로 해 ‘단일계약방식’의 전기사용계약을 체결했으므로 단일계약에 따른 주택용 고압전기 요금 단가는 입대의와 한전 사이에 적용되는 전기요금 부과 방식이고, 아파트 전체에 대해 부과된 전기요금을 어떤 기준으로 세대별로 분담시킬 것인지는 입주자들 사이에 아무런 정함이 없다”고 설명했다. 

특히 “개별 세대에 대한 전기요금 부과 시 ‘종합계약방식’에 의할 경우 세대 전기료는 많아지지만 공동전기사용량에 대한 전기요금 부담액이 적어져 상대적으로 전기를 많이 사용하는 세대가 공동전기요금을 많이 부담하게 되는 반면, ‘단일계약방식’에 의할 경우 세대 전기료는 적게 부과되지만 공동전기료가 많아져 전기사용량이 상대적으로 적은 세대가 공동전기요금을 많이 부담하게 돼 세대별 전기료에 ‘종합계약방식’을 적용해 단가가 높아졌다고 해 반드시 손해를 입었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더욱이 “단일계약방식을 적용하는 상황에서 세대별 전기료 및 공동전기료를 산출하는 방법의 선택은 결국 절감된 전기료에 의한 이득을 입주자들에게 어떻게 배분할 것이냐의 문제”라며 “어떤 방법을 선택하더라도 다른 방법을 선택하는 경우와 비교해 특정 세대는 이득을 보고 나머지 세대는 손해를 보게 되므로 특정한 방법을 선택한 것이 정당하고 다른 방법을 선택한 것은 위법한 것이라 할 수 없다”고 봤다.   

또한 “이 아파트에 대한 전기공급방식이 단일계약방식이었더라도 관리규약에 따라 세대별 전기사용량에 대해 종합계약방식을 적용했다고 해 사용자부담원칙과 공평부담원칙에 반한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부연했다.

S아파트 관리사무소장은 “당초 관리규약에는 명시가 돼 있었다”면서도 “다만 소송이 제기되면서 차후에 유사한 민원이 발생할 것을 우려해 아예 단일계약 방식으로 부과하도록 다시 관리규약을 개정한 바 있다”고 말했다.  

한편 부산 남구의 D아파트의 경우 입주민 B씨가 같은 이유로 입대의를 상대로 부당이득금 청구소송을 제기했으나 지난 2019년 5월경 1심 부산지법 동부지원과 같은 해 12월경 2심 부산지법에서는 입주민 패소 판결을 내렸으며(관련기사 제1154호 2020년 1월 15일자) 대법원에서도 지난해 5월 입주민 B씨의 상고를 기각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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