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지 못한 휴게시간 ‘근로시간’
경비원 30명에 연장근로수당 등
임금 총 7억원대 지급해야
대법원, 지연이자만 다시 판단

오는 10월 21일부터 아파트 경비원에게(자치관리는 제외) 경비업무 외에 청소 등 환경관리, 재활용 분리배출 정리 및 단속, 위험·도난 방지 위한 주차관리, 택배물품 보관 등의 업무만 허용되고, 주차대행업무 등은 제한된다. 

이러한 가운데 지난 2018년 2월경 경비원들을 직접 고용방식에서 용역으로 전환하면서 ‘경영상 이유’로 경비원들을 해고한 서울 강남구 압구정현대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가 종전 경비원들에게 총 7억원이 넘는 임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판결이 대법원에서 최종 확정됐다. 

경비원들이 휴게시간에 쉬지 못하고 주차대행업무 등의 근로를 했다고 인정한 원심 법원의 판단이 정당하다고 본 것이다.

지난 21일 대법원 민사2부(주심 이동원 대법관)는 김모씨 등 30명의 경비원들이 해당 아파트 입대의를 상대로 낸 임금 청구소송에 대한 입대의 측 상고 일부를 기각, ‘입대의는 30명의 경비원들에게 약 7억3,800만원을 지급하라’며 경비원들 손을 들어준 원심과 판단을 같이했다. 다만 지연손해금 부분은 입대의 주장을 일부 받아들여 원심 판단을 파기, 다시 판단했다. 

재판부는 관련법리에 대해 “근로자가 작업시간 도중에 실제로 작업에 종사하지 않은 대기시간이나 휴식·수면시간이라 하더라도 근로자에게 자유로운 이용이 보장된 것이 아니라 실질적으로 사용자의 지휘·감독을 받고 있는 시간이라면 근로시간에 포함된다”고 전제했다. 

이때 근로계약에서 정한 휴식시간이나 수면시간이 근로시간인지 휴게시간인지는 일률적으로 판단할 것이 아니라 ▲근로계약의 내용이나 취업규칙과 단체협약의 규정 ▲업무내용과 구체적 업무방식 ▲휴게 중인 근로자에 대한 사용자의 간섭이나 감독 여부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휴게 장소의 구비 여부 ▲근로자의 실질적 휴식을 방해하거나 사용자의 지휘·감독을 인정할 만한 사정이 있는지 등 여러 사정을 종합해 개별 사안에 따라 구체적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해당 아파트 사건에 대해 “원심은 계쟁기간(2015년 1월부터 2018년 2월까지) 중 2015년 1월부터 2017년 9월 말경까지는 경비원들의 휴게시간(근무일별로 각 6시간)과 산업안전보건교육에 소요된 매월 2시간이 근로시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면서 “이 같은 원심 판단에 근로시간과 휴게시간의 구분, 교육시간의 근로시간 산정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며 입대의 측 상고를 일축했다. 

다만 지연이자와 관련해서는 원심과 판단을 달리했다. 

재판부는 “근로기준법령에 의하면 사용자는 임금 및 퇴직금의 전부 또는 일부를 그 지급사유가 발생한 날부터 14일 이내에 지급하지 않은 경우 그 다음날부터 지급하는 날까지의 지연일수에 대해 연 20%의 지연이자를 지급해야 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지급이 지연되고 있는 임금 및 퇴직금의 존부를 법원이나 노동위원회에서 다투는 것이 적절하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그 사유가 존속하는 기간에 대해서는 연 20%의 지연이자를 지급할 필요가 없다”고 밝혔다. 

 

‘무늬만 휴게시간’ 사라질까

이에 따라 “원심에서 추가 인용된 금원은 1심에서 경비원들의 청구가 배척된 부분이었고, 1심 및 원심을 합해 봐도 경비원들의 청구금액 중 일부만 인용된 이상 입대의로서는 경비원들의 퇴직일로부터 14일이 경과한 날 이후로서 경비원들이 구하는 2018년 3월경부터 원심판결 선고일인 2021년 3월 26일까지는 미지급 임금 및 퇴직금의 전부 또는 일부의 존부를 다투는 것이 적절했다고 봄이 타당하다”며 “그 기간에 대해서는 근로기준법이 정한 지연이율을 적용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로써 “원심판결에는 근로기준법상 지연손해금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며 이 부분 입대의 상고를 받아들여 2018년 3월경부터 2021년 3월 26일까지는 연 5%,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20%의 각 비율로 계산한 금액을 초과해 지급을 명한 부분을 파기 자판했다. 

앞서 지난 3월 26일 원심 서울고등법원 민사1부(재판장 전지원 부장판사)는 최저임금 차액과 산업안전보건교육시간에 대한 임금 약 2,100만원만 인정한 1심 판결에 대한 경비원들의 항소를 받아들여 1심 패소부분을 취소, ‘입대의는 30명의 경비원들에게 약 7억3,800만원을 지급하라’고 주문한 바 있다.  <관련기사 제1212호 2021년 4월 7일자 게재> 

원심 재판부는 “지난 2015년 1월경부터 2017년 9월경까지 경비원들의 휴게시간(6시간)은 근로자의 실질적인 휴식 및 자유로운 시간 이용이 보장되지 않은 채 입대의의 지휘·감독을 받았다고 봄이 상당해 근로시간에 포함해야 한다”면서 “입대의는 경비원들의 미지급 연장근로수당, 야간근로수당, 퇴직금 차액분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며 경비원들 손을 들어줬었다.

이에 따르면 경비원들의 휴게시간은 총량(6시간)만 정해져 있었을 뿐 구체적인 휴게시간이 정해진 바 없었다. 실제 경비일지 및 경비감독일지에는 휴게시간과 근무시간의 구분 없이 근무내역이 기록돼 있고, 통상적인 식사시간에도 계단·복도·옥상 순찰, 정화조 청소, 취약지역 도보순찰·서명부 배부 등의 업무기록이 다수 발견됐다. 저녁 6시부터 다음날 새벽 6시까지는 상시적으로 입주민의 돌발성 민원을 전달받아 관리사무소에 접수하는 업무를 처리했다.

특히 경비원들은 야간에 감시적 근로에 그친 것이 아니라 주차대행 및 출차를 위한 차량이동 업무에 착수해야 하는 일이 빈번했고 주차사정이 악화되는 야간시간대에는 입주민들의 간헐적·돌발적 요청에 즉각 대응하기 위해 경비초소에 상시 대기할 수밖에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경비원들의 법률대리를 맡은 서희원 법무법인 여는 변호사는 “대법원은 주요 쟁점부분 즉, 경비원들이 대기시간 동안 휴식을 취하지 못했기 때문에 이를 휴게시간으로 볼 수 없고 ‘근로시간’으로 인정한 항소심 판결에 법리 오해가 없다고 판단했다”며 대법원 판결을 환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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