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심 약 1,400만원→2심 7억3,800만원
압구정현대아파트 입대의
30명 경비원들에게 연장근로수당 등 지급해야



서울 강남구 압구정현대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가 종전 경비원들에게 7억원대의 임금을 지급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항소심 법원이 경비원들의 주장을 받아들여 경비원들이 휴게시간에도 쉬지 못하고 주차대행업무 등의 근로를 한 사실을 인정했기 때문이다.

이는 휴게시간을 실질적인 근로시간으로 보지 않은 1심 법원 판단을 뒤집은 것이어서 앞으로 유사한 소송이 줄을 이을 것으로 보인다.

서울고등법원 민사1(재판장 전지원 부장판사)는 지난달 26일 경비원 김모씨 등 30명이 이 아파트 입대의를 상대로 제기한 임금 청구소송 항소심에서 1심 패소부분을 취소, ‘입대의는 30명의 경비원들에게 약 73,800만원을 지급하라고 주문했다.

처음 소송을 제기한 경비원들은 46명으로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다가 항소심 진행 도중에 일부는 항소를 취하했으며, 이번에 승소 판결을 받은 경비원들 중엔 소송 진행 중 사망한 경비원 2명도 포함됐다.

1심 서울중앙지방법원은 20199월경 입대의가 휴게시간에 경비원들에게 구속력 있는 지휘·명령을 했다고 볼 만한 사정이 보이지 않는다고 판단, 경비원들의 청구를 기각했었다. 다만 일부 최저임금 차액 부분과 산업안전보건교육 시간에 대한 임금 약 2,100만원만 인정하면서 사실상 경비원들 패소판결을 내렸었다. <관련기사 제11442019116일자 게재>

하지만 항소심 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2심 재판부는 지난 20151월경부터 20179월경까지 경비원들의 휴게시간(6시간)은 근로자의 실질적인 휴식 및 자유로운 시간 이용이 보장되지 않은 채 입대의의 지휘·감독을 받았다고 봄이 상당해 근로시간에 포함해야 한다면서 입대의는 경비원들의 미지급 연장근로수당, 야간근로수당, 퇴직금 차액분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며 경비원들 손을 들어줬다.

이에 대한 근거로 경비원들의 휴게시간은 총량(6시간)만 정해져 있었을 뿐 구체적인 휴게시간이 정해진 바 없었다고 봤다.

실제 경비일지 및 경비감독일지에 따르면 휴게시간과 근무시간의 구분 없이 근무내역이 기록돼 있고, 통상적인 식사시간에도 계단·복도·옥상 순찰, 정화조 청소, 취약지역 도보순찰·서명부 배부 등의 업무기록이 다수 발견됐다. 저녁 6시부터 다음날 새벽 6시까지는 상시적으로 입주민의 돌발성 민원을 전달받아 관리사무소에 접수하는 업무를 처리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주차난이 심각해 밤 늦게 귀가한 입주민들이 주차공간을 확보하지 못할 경우 주변 도로에 불법주차를 한 다음 경비원에게 차량 열쇠를 맡기고, 단지 내 주차 공간이 생기면 이동주차를 대행해줄 것을 요청했다.

경비원들은 20172월경 입대의를 노동청에 임금체불로 진정하면서 경비원 업무의 70%는 발렛서비스 업무다. 24시간 동안 경비초소 내에 대기하고 있다가 경비반장이나 경비조장의 무전을 받거나 새벽에 출차하는 입주민의 요청을 받으면 차량을 이동시키는 업무를 할 수밖에 없다고 진술했고, 일부 입주민들도 경비원들은 입주민들로부터 받은 승용차 열쇠를 보관하면서 야간에 입주민들의 차량 주차 대행을 위해 초소에 대기해 왔다는 취지의 확인서를 노동청에 제출한 바 있다.

재판부는 입대의가 관리사무소장을 통해 문서로 지시한 근무 중 자리를 이탈해선 안 되고, 무전기를 상시 휴대하고 호출 시 응답을 철저히 해야 하며, 밤늦게 귀가하는 차량은 이상유무를 확인하고, 근무 중 수면행위는 절대 금지한다는 등의 경비원 준수사항은 문언상으로는 근무시간을 전제로 한 것으로 기재돼 있으나, 근무시간과 휴게시간의 구분 자체가 어려운 상황이어서 입대의와 입주민들은 경비원이 경비초소 내에 자리하고 있는 24시간 전부를 근무시간으로 간주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경비원들은 야간에 감시적 근로에 그친 것이 아니라 주차대행 및 출차를 위한 차량이동 업무에 착수해야 하는 일이 빈번했고 주차 사정이 악화되는 야간시간대에는 입주민들의 간헐적·돌발적 요청에 즉각 대응하기 위해 경비초소에 상시적으로 대기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인정했다.

경비원들 측 법률대리를 맡은 서희원 변호사(법무법인 여는)“1심에서도 경비원들이 야간 휴게시간 중에 주차업무나 민원처리업무를 했던 증거들을 제출했었는데 다만 1심에서 주목했던 건 그 빈도가 높지 않아서 사실상 휴게시간 내내 근로했다고 볼 수 없다는 것을 주요 논거로 기각했다면서 항소심에서는 그 부분에 좀 더 집중해 사실입증을 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이 아파트는 주차장이 너무 부족해 경비원들이 주차를 대행하지 않으면 사실상 거의 주차를 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게 돼서 야간시간에는 경비원들이 초소에서 대기하면서 입주민들이 차를 갖고 들어올 때마다 주차업무를 해야 했고, 이 부분에 대해 추가적인 주장과 입증이 이뤄져 법원 판단이 달라진 것 같다고 말했다.

아울러 법리에 따르면 휴게시간에 실제 업무에 투입했던 밀도가 높았는지 낮았는지 중요한 게 아니라 자체적으로 근로자가 휴식을 취하지 못하고 업무를 위해 대기했다면 근로시간으로 보는 게 맞다항소심은 그 법리에 충실하게 사실인정을 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강조했다.

한편 30명의 경비원들 중 이모 경비반장에 대한 부당해고관련 사건이 대법원에 계류 중이다. 이 아파트 입대의는 경비원들을 직접 고용하던 방식에서 용역으로 전환하면서 경영상 이유20182월경 경비원들에게 해고통보를 한 바 있다.

2심 법원이 중노위의 부당해고 판정을 취소함에 따라 상고심이 어떤 결론을 내릴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관련기사 제11832020825일자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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