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유족에 승소 판결
불안・불면・우울장애 겪어

 

 

“죄송합니다. 몸이 힘들어 내일부터 출근하기 힘듭니다. 소장 대체 부탁합니다.”
지금으로부터 3년 전 여름, A소장(당시 만 52세)이 위탁관리업체 대표에게 마지막으로 남긴 문자메시지다. ▶관련기사 A2면
지난 2011년 5월부터 경남 양산시 모 아파트 관리사무소장으로 근무한 A소장은 악성민원 등으로 인한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려오다 2017년 7월 극단적인 선택을 하고 만다. A소장의 배우자(이하 유족)는 A소장의 사망이 업무상 스트레스에 따른 업무상 재해라고 주장했다. A소장이 통장과 부녀회장 등 입주민들 간의 갈등 중재, 입주민들의 민원처리 문제로 장기간 업무상 스트레스를 받아왔고, 사망 직전 악성민원인으로부터 층간소음 민원처리와 관련해 부당하고 모욕적인 항의를 받기도 했다는 것. 
이에 유족은 근로복지공단에 유족급여 및 장의비 지급을 청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자 소송을 제기해 최근 승소했고, 공단이 항소를 포기해 지난 13일 확정됐다. 
서울행정법원 제3부(재판장 유환우 부장판사)는 업무상재해가 아니라는 이유로 유족의 청구를 거부한 근로복지공단의 유족급여 및 장의비 부지급 처분을 취소했다. A소장의 사망과 업무 사이의 상당 인과관계를 인정한 것이다.  
이 아파트에서는 2007년경부터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국민임대아파트로 전환되는 과정에서 부녀회장과 통장 등 입주민 사이의 갈등이 발생했고, 2014년경부터 2016년경까지 아파트 내 가건물 철거, 노인정 난방비 공동부담, 동대표 선출 과정 등의 문제로 갈등이 지속됐다. 특히 입주민 B씨는 2015년 11월경 입주 때부터 2017년 10월 퇴거할 때까지 수시로 층간소음이나 CCTV 사각지대 발생 등에 관해 민원을 제기했고, 늦은 밤(22시 57분, 23시 14분)이나 이른 아침(7시 16분)에도 A소장의 개인 휴대전화로 연락해 언성을 높여 민원을 제기한 것으로 나타났다. 입주민 B씨는 LH에도 직접 층간소음 민원을 제기, LH가 최상층 끝집으로 이사하도록 제안했으나 이를 거절한 것으로 확인됐다. 
A소장은 극단적인 선택을 하기 이틀 전 입주민 B씨와 노인정 앞에서 1시간가량 대화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CCTV 영상을 본 관리과장은 B씨가 A소장에게 삿대질하며 윽박질렀고, A소장은 머리를 조아리듯 어쩔 줄 몰라 하는 모습이었다고 증언했다. A소장은 B씨와의 대화 후 위탁관리업체 대표에게 전화해 ‘민원이 해결되지 않아 힘들다, 그만 두고 쉬어야겠다’고 말했으며, 마지막 메시지를 남겼다. 그날 관리과장에게는 책상서랍 열쇠와 인장 등을 주면서 그만 두겠다며 오후 5시경 퇴근한 것으로 파악됐다. 관리업체 대표는 A소장이 그만두겠다는 메시지를 보내자 ‘내일부터 당장 되겠습니까. 연차든 휴가든 며칠 쉬고 이야기하시죠’라고 답했다. 
A소장은 정신과 진료를 받기도 했다. 같은 달 두 번에 걸쳐 병원을 찾은 A소장은 ‘혼합형 불안 및 우울장애, 비기질성 불면증’ 진단을 받았다. 
재판부는 “A소장은 입주민의 지속·반복적인 민원 제기로 업무상 스트레스가 개인적인 경제적 문제와 정신적 취약성 등의 요인과 겹쳐 우울증세가 유발·악화됐고, 그로 인해 정상적인 인식능력이나 행위선택능력, 정신적 억제력이 결여되거나 현저히 저하돼 합리적인 판단을 기대할 수 없을 정도의 상황에서 자살에 이르게 된 것”이라고 밝혔다. 
yellow@hapt.co.kr/마근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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