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당 변호사가 말하는 ‘A소장’
The보상 법률사무소 안혜진 변호사

2017년 여름, 안타깝게 세상을 떠난 경남 양산시 모 아파트 A소장은 입주민 간의 갈등으로 이미 상당기간 스트레스가 누적된 상태였다. 이러한 정황은 2015년 1월 28일자 본지에 ‘묵묵히 든든히 관리하련다’는 제목으로 게재한 기사에도 묻어난다. A소장은 당시 본지와의 인터뷰를 통해 아파트의 여러 문제들의 대안을 고민하면서도 ‘버티고 견뎌내는 것 말고 뭐가 있을까’라고 반문해 여운을 남겼다. A소장의 유족이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의 법률대리인으로서 소송을 진행해 ‘업무상재해’ 판결을 이끌어낸 The보상 법률사무소 안혜진 변호사는 증거자료로 본지의 2015년 1월 28일자 신문기사를 재판부에 제출하기도 했다.  

 

근로자의 자살 등 극단적인 선택이 업무상 재해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업무상 스트레스 등으로 정신질환이 발병하는 등 정신적 이상 상태에서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이 인정돼야 한다. 즉 업무상 스트레스와 극단적인 선택 간의 상당 인과관계가 인정돼야 하는 것이다. 통상적인 수준의 스트레스는 산재와 상당 인과관계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 판례의 원칙적인 태도다.  
The보상 법률사무소 안혜진 변호사는 “A소장에 관한 사건의 경우 재판부가 입주민의 합리적이지 않은 민원, 소위 ‘악성민원’이 A소장에게 통상적인 수준 이상의 업무상 스트레스를 준 사실을 인정하고, 이로 인해 우울증세가 유발 및 악화된 결과 극단적 선택에 이르게 됐음을 인정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고 밝혔다. 
또한 “A소장보다 10살이나 젊은 악성민원인이 새벽이나 밤늦게 A소장의 개인 휴대폰으로 수차례 전화를 걸어 민원을 제기했고, 공개적인 장소에서 모욕을 하기도 했다”며 “재판부는 A소장이 그 직후 사직의사를 표하고, 이틀 후 극단적인 선택을 한 점을 들어 민원인이 극심한 스트레스와 자괴감을 불러일으켰을 것으로 보고 극단적인 선택에 가장 직접적인 영향을 준 사건으로 판단했다”고 전했다.   
반면 근로복지공단은 A소장의 경제적인 문제와 개인적 취약성이 극단적인 선택의 원인이 됐다고 주장하며 산재 인정을 거부했었다. 실제 A소장은 생전 경제적인 문제로 인한 스트레스를 호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A소장이 얼마나 힘들었을까? 그러나 주택관리사들이 악성민원에 의한 스트레스를 본인 탓으로 돌리지 않길 바란다. 이 사건이 입주민 갑질에 경종을 울리게 되길…”

안 변호사의 당부

안 변호사는 “재판부도 A소장의 생전 진술을 쉽게 넘기긴 어려워했으나 A소장이 주관적으로 판단한 경제적 문제와는 별개로 실제 A소장에게는 경제적인 문제가 없었다는 부분과 설령 경제적 문제가 있었더라도 악성민원이 A소장의 우울증 등을 극도로 악화시켰다는 부분을 강조한 결과 산재를 인정받았다”고 설명했다. 
안 변호사는 “‘악성민원’이 자살과 상당 인과관계가 있음을 입증해야 하는 사건이어서 어려움이 있었다”고 털어놨다. 
A소장이 처리해야 했던 악성민원은 심각한 수준이었으나 고 최희석 경비원 사건과 달리 직접적인 폭행이나 협박 등의 증거가 남아있지 않은 점이 어려움으로 작용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업무상재해’를 인정받을 수 있었던 것은 관리사무소 직원들과 입주민들의 진술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안 변호사는 “자살 사건의 경우 당사자가 이미 사망한 이후이므로 주변인들의 진술이 결정적인 경우가 많고, 이 사건의 경우에도 동료 관리사무소 직원들의 진술과 입주민들의 진술이 큰 도움이 됐다”며 “산재소송에서 진술서를 써달라고 부탁하면 부담스러워하는 경우가 많은데, 있는 사실 그대로 객관적으로 작성해주면 충분하며, 자세하게 적어준 진술서는 소송 진행에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이 사건의 경우 A소장에게 가장 큰 스트레스를 줬던 악성민원인은 A소장의 사망 이후에도 ‘내가 했던 민원제기는 입주민으로서 정당한 권리 행사였다’며 강변하는 모습을 보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안 변호사는 “지속적·반복적으로 제기되는 ‘합리적이지 않은 민원’ 처리는 통상적인 수준의 스트레스를 발생시키는 일이 아니고, 입주민으로서의 정당한 권리도 아니다”며 “악성민원에 시달리고 있는 주택관리사들은 이로 인한 스트레스를 결코 본인의 탓으로 돌리지 않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와 함께 “업무상 스트레스로 인해 발병한 우울증 등도 자살에 이르지 않더라도 산재로 인정될 수 있으므로 현재 악성민원으로 심한 스트레스를 받고 우울증 등이 발병한 이들은 산재 신청을 고려해보길 바란다”고 조언했다.  
안 변호사는 “소송 자료들을 분석하며 A소장이 얼마나 힘든 시간을 보냈을지 가늠조차 하기 힘들었다”며 “이번 사건이 주택관리사들에 대한 입주민 갑질에 경종을 울리게 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A소장 “묵묵히 든든히 관리하련다”

이렇게 의연했는데…
법원에 제출된 본지 내용 

지금으로부터 약 6년 전인 2015년 1월경 진행된 본지와의 인터뷰를 통해 ‘힘들고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묵묵히 든든한 관리를 해나가겠다’고 밝힌 A소장의 말이 계속 귓가에 맴돈다.  
당시 A소장은 소수 입주민들 간의 묵은 갈등과 오해가 원만하게 풀리길 바라면서 당면문제를 해결해 편안무탈하며 배려와 이해가 넉넉한 행복한 아파트로 변모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다짐했었다. 힘겨워도 힘을 내겠노라고.
A소장이 바랐던 건 ‘입주민의 화합증진’과 ‘주거환경의 질 제고’ 두 가지. 특별히 한국아파트신문에 법률 유권해석과 관련한 분량이 더 늘어나길 바라는 마음을 전하는 대목에서는 당시 A소장의 고충이 어떠했을지 비로소 짐작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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