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투고

 

조길익  주택관리사

 

전기, 그 난해함이란
 

나는 ‘전기’가 그렇게 어려운 줄은 미처 몰랐다. 눈에 보이지 않을뿐더러 손에 잡히지도 않아 실체가 없는 것 같은 그 녀석은 참으로 오묘하면서도 신통방통해 적어도 나에겐 신기루 같은 존재였다.
어셈블리언어가 힘들긴 했지만, 정보처리산업기사를 단숨에 취득했고 정보처리기사도 무난하게 합격했다. 물론 내 나이 파릇파릇하던 20대 때의 이야기다. 이어 새로 나온 사무자동화산업기사도 어렵지 않게 취득했고, 40대 후반에는 주택관리사도 단박에 합격해 주위의 부러움을 샀었다.
자격증들을 학원 한번 가지 않고 홀로 공부해 단박에 취득했던 터라 내심 ‘전기기사쯤이야!’라고 얕잡아보고 있었다.
그러나 그것은 커다란 오판이었다. 전기를 전혀 모르는 새내기 관리사무소장으로서 ‘하룻강아지 범 무서운 줄 모른다’는 속담처럼 거만한 꿈에 지나지 않았다.

세 번의 실패, 보약이 되다

전기기사를 따겠노라고 마음먹고 학원에 간 것은 지금으로부터 약 5년 전인 2014년 겨울쯤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제 막 소장으로 부임해 일하다 보니 전기에 대해서는 그야말로 문외한이나 다름없었기에 시설기사나 관리과장한테도 체면이 영 서질 않았다. 사실 그래서 갔었다.
학원 원장과 상담하면서도 ‘나 이런 사람이야’라는 투로 거들먹거렸고, 그분도 쉽게 딸 수 있을 거라며 학원등록을 거들었다. 하지만 나의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고, 전기기기라는 한 달짜리 과목 수강이 처음이자 마지막이 돼 버렸다. 그러고 나니 전기의 ‘전’자도 쳐다보기 싫었다.
그리고는 ‘전기’라는 것을 한참 동안 잊고 지냈다. 세월이 약이라고 그 충격에서 벗어날 즈음 다시 한번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스멀스멀 들기 시작했다.
이번에는 학원에 가지 않고 시간도 아낄 겸 온라인으로 공부해보자는 생각이 들었다. 누리집에는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정보가 있었고, 꼼꼼히 살펴보니 학원등록 없이 혼자서 충분히 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에 호기롭게 책을 바로 주문하고 말았다. 그것도 한 과목이 아닌 필기 세트로….
책을 받아 이리저리 훑어보니 이건 도저히 내가 넘을 수 있는 산이 아니었다. “그럼 어떡하지…. ‘그래 빠른 게 좋아” 후다닥 중고책방에 판매한다는 글을 올리고 책을 받은 지 하루 만에 팔아버렸다. 물론 큰 손해를 보게 돼 씁쓸했지만….
그래도 전기 자격증에 대한 목마름은 쉬 가라앉지 않았다. 그래서 다시 찾기 시작했다. 좋은 책을 구해서 공부하는 쪽으로 생각을 바꿨다. 좋은 책이란 그림이 많고 거기다 부연설명까지 있으면 그 어려운 전기라도 이해하는 데는 많은 도움이 될 것 같았다.
그래서 해가 바뀌자 또다시 다짐하고는 책을 구매했다. 아니나 다를까! 이번에도 첫 장을 넘기지 못한 채 책장에서 잠자는 신세가 되고 말았다.

자격증 따는 데도 전략 필요

정말이지 허탈했다. 그렇게 세 번을 연달아 실패하고 나니 말이다. 어떻게 보면 이건 실패도 아니었다. 시합하겠다고 링 위에 올라갔는데, 잽 한번 날리지 못하고 시작종이 울리자마자 상대방에게 원투 펀치를 맞고 KO패를 당한 셈이니 말이다. 어찌됐든 전기 자격증은 접어두기로 했다. 
그러던 차에 “당신은 충분히 할 수 있어!”라는  친구의 말 한마디가 큰 울림으로 다가왔다. 그리고는 2018년 1월 하순 이번이 마지막이라는 각오로 그 험난한 여정에 첫발을 내딛게 됐다.

 

☞다음 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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