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민 공포증, 우둔 불감증

한국아파트신문사l승인2020.02.05 09:31:17l115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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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우한에서 발생한 폐렴에 지구가 떨고 있다. 현재로선 치료약이나 백신이 전혀 없기 때문이다. 걸리기만 하면 죽을 수 있다는 공포감이 급속히 확산됐다.
그런데 지금 우리가 갖고 있는 공포는 적정한 것일까?
인류는 역사상 여러 차례 대(大)전염병, 판데믹을 겪어왔다. 인류 최초의 전염병 천연두는 수천년 동안 유행을 반복하며 수많은 생명을 앗아갔고, 흑사병은 중세유럽 인구의 절반을 감소시켰으며, 가장 많은 생명을 앗아간 결핵은 아직도 건재를 과시하며 한국에 OECD국가 중 발생률과 사망률 1위에 오르는 치욕을 안기고 있다.
20세기 첫 판데믹, 스페인독감은 1차 세계대전보다 많은 5,000만명의 사망자를 냈고, 아시아독감이 100만명, 홍콩독감은 80만명을 죽게 했다. 21세기 들어 등장한 사스는 세계에서 8,000명이 감염돼 773명이 숨졌고, 메르스엔 1,200명이 감염돼 500여 명이 사망했다. 일부 학자들은 문명발달로 해외여행과 비행기를 이용한 장거리 이동이 늘어 전염병이 발생하면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될 것이라 걱정한다. 일부는 맞는 말일 것이다. 그러나 위 통계에서 확인할 수 있는 건 지구상에 출현한 판데믹 가운데 현대에 가까이 올수록 전염 범위와 사망자가 오히려 줄어들고 있다는 사실이다. 물론 현재 돌고 있는 괴질의 위력이 덜할 것이라 장담할 순 없다. 심각하게 창궐할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 일고 있는 일부의 중국기피와 혐오는 바람직하지 않다. 괴질에 대한 중국정부의 초기대응은 한심할 정도였지만 현재는 상황의 심각성을 깨닫고 적극 대응에 나서고 있다. 시진핑 주석의 발표를 보면 중국은 어떤 출혈을 감수하더라도 이 괴질을 잡을 것이다. 여기에 범지구적 비상대응과 협조시스템까지 본격 가동되고 있다. 희생자가 얼마나 더 나올지 알 수 없지만, 인류의 현명함과 현대의학의 힘, 그리고 각국 정부의 긴밀한 대응을 믿고 차분하게 기다리며, 각자 개인 위생을 철저히 하면 상황은 충분히 호전될 수 있다.
중국은 한국의 최대교역국이 된 지 오래다. 지난해 한국의 대외수출 1위가 중국(25.1%)으로 2위인 미국(13.5%)을 한참 앞질렀으며, 한국의 무역흑자국 역시 지난해만 홍콩에 밀려 2위에 올랐을 뿐, 2009년 이후 10년간 중국이 1위였다. 이제 한국경제에 중국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가 됐다. 정치인들이 만든 게 아닌, 경제인들이 만든 현실이다. 지금은 중국을 멀리할 때가 아니다. 반대로 지금이야말로 중국투자의 적기다. 어려울 때 손 내밀어 준 사람을 오래 기억하는 것이 인지상정이다.
그런데 우리는 왜 눈 앞에 보이는 것에만 공포감을 느끼는 것일까? 인류는 현재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보다 수천, 수만배 더 강력한 위협에 직면해 있다. 수만명의 환자 정도가 아닌 인류를 통째로 절멸시킬 수도 있는 치명적 위험이다.
근래 한국 여름기온이 40℃를 넘고 있다. 온화한 기후를 자랑하는 유럽도 40℃, 인도는 50℃를 넘었다. 극지방에선 빙하가 녹아 폭포수 같은 물을 쏟아내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대대적인 산불이 나고, 지난해 9월에 시작된 호주의 산불은 아직도 꺼지지 않고 있다. 호주의 재앙적 산불로 인해 고유종인 동물과 식물들이 멸종 직전까지 치닫고 있는데도 인류는 수개월째 끄지 못한다. 지금도 우린 봄날 같은 한겨울을 보내고 있다. 겨울에 얼어 죽는 사람보다 여름에 폭염으로 죽는 사람이 훨씬 더 늘고 있다. 미세먼지가 발현하면 중국을 욕하기 바쁘고, 바다 위에 섬처럼 떠다니는 플라스틱 무덤을 보면서 일회용품을 마구 쓴다.
기후난민은 해빙과 해수면 상승으로 인해 삶의 터전을 잃은 사람뿐만 아니라 홍수, 가뭄, 산불과 같은 이상재해를 당해 오갈 데 없어진 사람들까지 포함한다. 2018년 기후난민은 전체 난민의 61%로 전쟁난민을 훌쩍 넘어섰다. 기후변화의 가장 치명적 위험은 체감할 수 없다는 것이다.
공업발달이 본격화된 지난 100년 동안 지구온도는 1만년 동안 오른 것보다 25배나 빨리 상승했다. 현재 세계는 연간 400억톤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하고 있다. 이런 추세라면 금세기 말 지구온도가 3~4℃ 더 올라갈 것이라고 한다. 그때까지 갈 것도 없다. 과학자들은 지구의 평균온도가 2℃만 더 올라가도 인간이 살 수 없는 통제불능 상태가 될 것이라고 우려한다.
호주 국립기후복원센터 연구팀은 지금의 대규모 산불이 일어나기 훨씬 전에 내놓은 보고서에서 기후변화는 핵전쟁에 버금가는 위험요인이므로 전시에 준하는 동원 체제를 갖춰야 한다고 강조한다.
한국의 1인당 에너지사용량은 세계 최고수준이다. 그럼에도 재생에너지 비율은 OECD 국가 중 꼴찌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의 이익에 반한다는 이유로 파리기후협약을 탈퇴했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방어엔 적극 나서고 있다. 그도 보이는 공포에만 반응하는 불감증 환자였다.
인류는 기후변화라는 보이지 않는 적과 싸워야 한다. 지금 전 지구적 차원으로 벌어지고 있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총력대응책을 기후변화에도 똑같이 적용한다면 환경재앙을 충분히 막을 수 있다.
우리의 불감증 감각을 속히 회복해야 끓는 냄비 속 개구리가 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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