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사

 

드디어 2020년이 우리 눈앞에 펼쳐졌습니다. 뉴밀레니엄이 열린다며 전 인류가 벅찬 가슴으로, 때론 가슴 졸이기도 하며 서기 2000년을 맞이한 지가 엊그제 같은데, 그로부터 20년이 훌쩍 지나가 버렸습니다.

과학계에 의하면 대략 5억년 이후엔 태양의 빛과 열이 너무 강해져서 지상에서 동식물이 생존하기 불가능해질 것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50억년 후면 영원할 것 같은 태양도 내부에 저장된 수소가 모두 바닥나면서 서서히 생을 마감할 것이라고 합니다. 그때쯤이면 수성, 금성, 지구처럼 가까이 있는 행성들은 모두 태양에 흡수되고 말 것이란 관측도 있습니다. 무한해 보이는 우주의 별들에게도 제각각 수명이 있다는 얘기입니다.
인류가 환경파괴와 같은 과오와 오류를 반성하고 오래 살아남게 된다면, 적어도 5억년 이전엔 다른 별을 찾아 엄청난 규모의 이주를 준비해야 할 것입니다. 태양계의 별들은 생존지 후보에도 들지 못할 테니 태양계가 아닌 새로운 우주를 찾아야 합니다. 그때 블랙홀이 인류를 새로운 우주로 인도할 지름길 같은 통로가 될 수도 있다고 하니, 우주는 알면 알수록 거대한 의문덩어리가 아닐 수 없습니다. 
우리는 지금 새로운 1000년 이후의 20년이 지난 시간을 말하고 있지만, 5억년은 새로운 천년을 50만번이나 더 보내야 맞을 수 있는 억겁의 세월입니다. 상상하는 것조차 막막합니다. 우리가 하루살이를 바라보며 생의 덧없음을 느끼지만, 5억년의 시간에서 바라보면 1000년이란 시간조차 찰나에 불과합니다.
눈을 한 번 깜짝이는 시간을 순간이라고 합니다. 우리는 한 순간을 살면서 얼마나 많은 갈등과 번민과 고뇌에 휩싸이고 있는지요. 누군가를 미워하고 어떤 것을 혐오하며 살기엔 생이 짧기만 합니다. 이런 류의 사고와 말을 잘못 해석하면 허무주의에 빠지게 만드는 오류를 범할 수 있습니다. 모든 불의 앞에서 체념하고 포기하는 잘못된 길로 인도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하루살이도 단 하루를 살아갈지언정 체념 속에서 생을 마감하진 않습니다. 그 찰나의 생을 치열하게 살아가며 열심히 종족보존까지 이뤄내고 있습니다. 그들에게 하루는 긴 생애의 과정입니다.
우리도 마찬가지입니다. ‘나’는 잠시 세상에 나왔다가 사라지지만, ‘인류’는 영구히 보전돼야 합니다. 짧은 인생, 즐겁고 행복한 삶을 추구하되 불의 앞에선 분연히 저항할 수도 있어야 합니다. 그것이 우리 생의 마지막을 보람되고 편안하게 이끄는 동력이 될 것입니다.
인류가 운명공동체인 것처럼 공동주택에 있는 사람들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귀천과 고하를 떠나 모두가 하나로 힘을 합쳐 좋은 공동체를 만들어가야 합니다. 그 길에 한국아파트신문이 함께할 것입니다. 정의가 강력하게 바로 서는 데 주저 없이 힘을 보탤 것입니다.
새해엔 갑질도 욕설도 폭력도 없는 아파트, 나아가 그런 대한민국이 되길 기원합니다. 입주민과 관리종사자들이 같이 있어서 행복하고, 같이 있어서 가치 있는 삶이되길 소망합니다. 인생은 행복만 누리기에도 짧은 시간입니다.
독자 여러분 몸과 마음이 모두 건강한 2020년 되십시오.

황용순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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