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성동구 성수금호3차아파트

 

 

 

지난 2016년 서울의 소규모 아파트 단지에 거주하는 입주민 7명이 아파트와 인근 초등학교 사이 좁은 골목에 버려진 담배꽁초들을 묵묵히 줍기 시작했다. 그 길을 통해 등하교할 어린 자녀들과 매일같이 오갈 이웃들을 위해 자발적으로 시작한 일이었다. 그들은 매월 마지막 주 일요일 오전 11시에 모여 골목과 단지 안팎을 돌며 쓰레기를 줍고 안전을 살폈다. 이를 본 이웃들도 하나둘 동참했다. 곧 7명은 60여 명으로 늘었고 2017년 9월에는 서울시자원봉사센터에 아파트봉사단 네트워크 단체로 등록하며 공식 봉사단체 자격도 갖췄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활동영역을 공동체 활성화 부문으로도 넓혀 아파트와 지역사회의 상생과 화합을 도모하는 ‘행복나눔패밀리’를 조성했다. 
서울 성동구 성수금호3차아파트(관리사무소장 이양호)는 7명의 입주민이 시작한 작은 봉사활동을 아파트 발전의 시작점으로 꼽는다. 3개동 159가구에 불과한 소규모 단지지만 지난 2017년에는 성동구 공동주택 공동체 활성화 우수단지로 선정됐으며, 2018~2019년에는 2년 연속 서울시 공동주택 공동체 활성화 우수사례로 선정돼 각각 금상과 은상을 연달아 수상할 만큼 저력을 보여주고 있다.

통학로 개선 관련 분쟁 
‘행복나눔패밀리’ 조성 계기로

지난 2003년 4월 입주를 시작한 성수금호3차아파트. 단지와 골목을 하나 두고 바로 옆에 경동초등학교와 경동유치원이 나란히 들어서 있지만 어린 자녀를 둔 입주민들은 늘 자녀의 안전 문제에 노심초사할 수밖에 없었다. 
이유는 차 한 대 겨우 지날 수 있을 만큼 지나치게 폭이 좁은 길과 보행로 미비. 골목 내 상점들도 들어서 있어 차량 통행이 많지만 보행로를 제대로 확보하지 못해 차량이 지나갈 때면 건물 벽이나 학교 철울타리 쪽으로 몸을 바짝 붙여 피하는 방법뿐이다. 
학교를 감싼 낮은 철울타리에는 맞은편 상점 주차장에서 나오던 차량과 충돌한 흔적이 많았고, 외부 이용객이 많은 골목에는 담배꽁초 등 쓰레기가 여기저기 버려져 있기 일쑤였다. 
간혹 입주민들이 각자 지자체 등에 통행로 개선 관련 민원을 제기했지만 여러 이해관계들로 인해 문제를 해결하는 데는 한계가 컸다. 아파트 단지 내부의 일이 아니다 보니 관리사무소에서 전적으로 관리하기도 어려운 문제였고, 당시 아파트의 오랜 내부 분쟁으로 인해 입주민들의 의견을 모으기도 어려운 상황이어서 조직적으로 대처할 수도 없었다.
이러한 고질적 문제를 해소하고자 먼저 움직인 것은 성수금호3차 입주민 7명이었다. ‘안전을 위해 작은 변화부터 이끌어 내보자’는 마음으로 2016년 골목 내 꽁초 줍기를 시작한 이들은 다름 아닌 어린 자녀나 손자를 둔 부모, 조부모들이었다. 
이 아파트 행복나눔패밀리 봉사단 최민희 회장은 “처음부터 어떠한 큰 변화를 바라고 시작한 봉사활동이 아니었다”며 “내 자녀와 이웃의 자녀, 나아가 이웃 아파트의 자녀들이 안전한 환경에서 자라길 바라는 간절한 마음에서 시작한 작은 활동이었고 이러한 마음가짐이 이웃들의 공감을 얻어 3년여가 지난 현재는 연령구분 없이 많은 인원이 참여하는 커다란 아파트 공동체로 성장하게 됐다”고 말한다.
행복나눔패밀리 정현 부회장은 “성수금호3차의 공동체 역사는 봉사단에서 시작한 것과 다름없다”며 “봉사단 활동은 입주민들이 자발적으로 모여 의견을 주고받을 수 있는 기회를 만들었고, 봉사단을 구심점으로 입주자대표회의, 관리사무소가 협업해 다양한 활동을 전개하는 계기가 됐다”고 설명했다. 

‘커뮤니티공간 전무(全無)’ 
핸디캡 딛고 공동체 꽃피우다

이 아파트 건물은 3개동이 ‘ㄷ’자 모형으로 배치돼 중앙에 어린이놀이터가 자리 잡고 있다. 관리사무소와 경로당은 아파트 건물 1층에 작게 마련돼 있고 이외에 다른 커뮤니티공간은 전무하다. 입주민 대다수 또는 지역주민이 모이는 큰 행사는 중앙 어린이놀이터에서 진행해왔지만 야외 행사가 적합하지 않은 프로그램은 진행이 어려웠다.
입대의 김용분 회장은 “봉사단을 중심으로 점차 다양한 공동체 활동을 전개해나가고자 했지만 별도의 커뮤니티공간이 없는 것이 장애요소였다”며 “경로당 어르신들에게 양해를 구해 경로당을 커뮤니티실, 경비원 휴게실, 회의실 등 다용도 공간으로도 사용 가능토록 하고 많은 인원이 모이는 프로그램을 진행할 경우에는 인근 학교와 교회 등에 아파트 공동체 활동의 취지와 필요성을 설명해 공간을 대여해 진행하고 있다”고 말한다.
이러한 적극적인 노력 덕분에 성수금호3차는 본격적인 공동체 활동 시작 3년여 만에 다양한 활동 이력을 쌓을 수 있었다. 매년 색다른 행사들을 추진하지만 특히 2019년에는 봉사단의 환경정화 봉사를 기반으로 한 ‘친환경패밀리’ 사업으로 ▲에너지 절약 소등행사(매월 22일, 경로당에서 수박 나눔 행사 병행해 입주민 적극 참여 유도) ▲성동구 청소행정과의 ‘아이스팩 모아 재활용하기’ 활성화 ▲EM 발효액으로 주방세제 만들기 ▲단지 내 모든 행사 시 일회용품 배제 ▲단지 내외 가족청소봉사 정례화 등 세부사업을 진행했다.
또한 ‘행복나눔패밀리’ 사업은 ▲단지 내 텃밭 조성 및 ‘쌈밥데이’ ▲단지 내 꽃밭 가꾸기 ▲입주민 재능기부로 매월 ‘소통데이’(천연화장품 만들기, 향초 만들기, 매실청 담그기, 냅킨아트 활용 에코백 꾸미기, 여드름 스팟 만들기 등) ▲복날 나눔 행사(닭죽 나눔, 청소년자원봉사 체험부스 운영, 직접 만든 천연비누 증정) ▲행복나눔장터 및 ‘이웃끼리 밥 한 끼 해요(성수종합사회복지관 연계)’ 행사 ▲핼러윈데이 이벤트 등으로 구성돼 입주민들의 큰 참여와 지지를 얻었다.
특히 지난 2016년부터 시작한 행복나눔장터는 입주민들끼리 시작한 작은 행사에서 점차 지역사회로 참여가 확대돼 2018년에는 인근 서울숲힐스테이트, 서울숲현대그린아파트와 연합해 행사를 진행했으며 지역주민 200여 명이 함께 참여하는 큰 행사로 발전, 나눔이라는 취지에 걸맞게 운영됐다.
이외에도 어린이부터 어른까지 다양한 연령의 입주민 21명이 ‘가족난타’ 팀을 구성, 서울시 지원 및 자부담 비용으로 지난 8월부터 4개월간 난타교육을 진행했다. 가족난타 구성을 통해 단지 내부적 소통이 더욱 활성화된 것은 물론이고 두 차례에 걸친 외부 문화봉사(난타공연)를 진행해 아파트 공동체의 지역사회 기여도를 높이기도 했다.  

입주민의 묵묵한 지지자 
관리사무소・경비원・미화원

행복나눔패밀리 최민희 회장은 “소규모 단지에서 이처럼 다양하고 굵직한 대규모 행사들을 성공적으로 추진할 수 있었던 것은 관리사무소 및 경비·미화원들의 절대적인 지지와 묵묵한 노력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강조한다.
이 아파트는 관리사무소 직원 2명(소장 및 관리과장), 경비원 4명, 미화원 2명 총 8명의 직원이 쾌적하고 안전한 아파트를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특히 입주민들이 본격적으로 공동체 활동을 시작한 이후부터는 행사 준비 등 손 가는 일이 크게 늘었지만 이양호 소장을 필두로 전 직원이 적극적으로 나서 진행상 허술한 부분이 없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
행복나눔패밀리 장정현 회원은 “직원들이 본인 일처럼 적극적으로 나서 봉사단 및 입대의 활동을 함께해주니 이보다 더 든든할 수는 없다”며 “특히 이양호 소장은 아파트 공동체 활동이 본격화된 지난 2017년 6월 부임해 앞선 소장들보다 훨씬 업무량이 많았음에도 직원들뿐만 아니라 입주민들과도 한 가족처럼 마음을 맞춰 일해주니 늘 감사한 마음”이라고 전한다.
공동체 활동뿐만 아니라 아파트 통학로 관련 분쟁에 있어서도 관리사무소가 중재자 역할을 해주고 있다. 특히 지난 2018년경 해당 골목 내 행사공간 대여를 목적으로 한 스튜디오(스튜디오대여업)가 들어서며 행사 시 차량 통행량이 크게 증가하고 대형 입간판 등이 통행로를 가로막거나 소음이 발생하는 등의 문제로 입주민과 행사 주최 측 간 분쟁도 잦아졌다. 이에 따라 관리사무소는 스튜디오 측과 행사 전부터 적정한 소음 수준을 지킬 것을 협의하는 등 갈등을 최소화하기 위해 적극 나서고 있다. 
이양호 소장은 “무엇보다도 입주민들의 안전에 방점을 찍고 관리업무를 수행하고 있다”며 “사람이 많이 모이는 곳은 사고 발생 확률이 크게 높아질 수밖에 없는 점, 관리할 시설이 비교적 적을수록 시설관리에 나태해질 가능성이 높은 점, 분쟁은 불길과 같아 심화 전 당사자 간 소통과 배려를 통한 진화가 매우 중요한 점 등을 마음에 새기고 안전상 세세한 부분까지 신경 쓰려고 노력한다”고 말한다.
입대의 김용분 회장도 이 소장을 ‘탁월한 분쟁 조율사’라고 거듭 강조했다. 이 소장의 부임과 비슷한 시기에 회장을 맡은 김 회장은 “오랜 아파트 분쟁으로 지난 2017년경 입대의 및 관리사무소가 새롭게 구성된 것”이라며 “안정을 찾은 데는 이 소장의 민원해결 능력, 투명한 운영, 부드러운 리더십의 공이 가장 컸다”고 설명했다. 
입주민들은 이러한 이 소장의 헌신과 노력에 감사하고자 지난 2018년 아파트 한가위 행사에서 이 소장에게 감사장을 수여키도 했다.

 

입주민 단합 기반으로 
안전한 통학로 조성 박차

성수금호3차아파트는 지난 2018년 서울시로부터 ‘2017 걷기 좋은 서울 시민공모전’ 대상을 수상했다. ‘걷기 좋은 서울 시민공모전’은 서울시가 추진하는 보행환경 개선 제안사업으로, 보행환경 개선이 필요한 마을의 주민과 아이디어 제공이 가능한 대학생·대학원생이 주도적으로 개선방안을 제시하고 이를 서울시가 수렴해 보행환경 개선사업 심사대상으로 우선 검토하는 방식이다.
2016년부터 봉사단을 중심으로 점차 단합력을 키워온 행복나눔패밀리는 이전보다 체계적으로 통학로 개선 문제에 임하기로 하고, 경동초등학교 옆 통학로 개선을 주제로 걷기 좋은 서울 시민공모전에 참여했다. 입주민들은 공모전 참여 과정에서 개개인이 지자체에 민원을 제기할 때보다 훨씬 우수한 의견들을 모았고, 입주민들이 체감하는 문제점을 대외적으로 공론화함으로써 향후 지속적인 논의의 대상이 될 수 있도록 했다는 점에서 큰 성과를 거뒀다고 평가했다. 다만 아직까지 통학로 개선이 본격적으로 추진되지 않아 안전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됨에 따라, 행복나눔패밀리는 향후 안전한 통학로 조성을 위한 대내외적 활동에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이의 일환으로 최근 조희연 서울시교육감과 간담회를 갖고 통학로 개선에 노력해줄 것을 요청했으며, 지난달 17일에는 성수동주민센터 주민자치위원회와 함께 더불어민주당 홍익표 의원(서울 중구성동구갑) 주재 정책간담회에 참석해 지역주민들의 의견을 전달했다.
행복나눔패밀리 최민희 회장은 “행복나눔패밀리는 오로지 성수금호3차아파트만을 위한 단체가 아닌 지역주민 모두의 화합과 상생을 위해 노력하는 지역공동체”라며 “이처럼 작은 단지에서 큰 공동체가 태어나고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입대의, 입주민, 관리사무소가 각자의 이익에 앞서 모두의 상생을 먼저 생각하고 노력해왔기 때문인 만큼, 앞으로도 2016년 모두를 위해 꽁초 줍기에 나서던 그 마음가짐을 잃지 않고 각자의 위치에서 제 역할을 다해나갈 것”이라고 다짐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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