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주택 관리현장이 불안하다. 종사자들에 대한 갑질과 폭언·폭력이 가해지는 현실 속에서, 법령 미비로 인한 혼란이 끊이지 않는 가운데, 주택관리사 자격시험까지 널뛰기를 하고 있다.
지난해 치러진 제21회 주택관리사보 자격시험에 762명이 합격해, 자격제도가 도입된 1990년 이래 가장 적은 수의 자격자를 배출했다. 이전까지의 기록은 2007년에 치러진 제10회 시험의 1,222명이었다. 1,000명 미만의 합격자를 낸 것도 지난해가 처음이다.
그러나 올해 치러진 제22회 시험의 합격자는 무려 4,101명. 전년도의 5배가 훨씬 넘는 자격자가 쏟아져 나왔다. 국가에서 관리하는 전문 자격시험의 합격률이 불과 1년 사이에 큰 폭으로 요동치는 건 극히 이례적이다. 이미 주택관리사 과다배출이 공동주택 관리현장의 심각한 문제로 부상한 지가 꽤 오래됐음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합격자 수가 제대로 관리되지 않는다면 국가의 자격제도 운영시스템에 대한 불신을 자초하는 꼴이기 때문이다.
최근 몇 년간 전국적으로 건설된 아파트 단지 수를 파악해 보면 연평균 400~500개 단지 정도가 된다. 주택관리사 일자리가 연평균 이 정도 늘어난다는 얘기다.
전문가들은 대체적으로 늘어나는 일자리의 1.5배수 정도가 신규 자격자 수로 합당하다는 견해를 내놓고 있다. 600~750명 정도가 적당하다는 것이다. 그렇게 본다면 지난해의 합격자 수가 적정선이란 얘기가 된다.
그러나 매번 적게는 1,000명대에서 많게는 3,000~4,000여 명의 합격자가 양산되다 보니 수험생들의 요구는 클 수밖에 없다. 지난해 최소합격자가 배출되자 국토부와 산업인력공단이 큰 홍역을 치렀다. 탈락자들이 청와대 국민청원은 물론 감사원에까지 문제를 제기했기 때문이다.
그런 덕분인지는 모르겠으나, 1년 후 치러진 시험에선 5.4배의 합격자가 쏟아져 나왔다. 아마도 지난해 탈락한 수험생 중 상당수가 이번에 대거 합격했을 것으로 추측된다. 게다가 내년부턴 상대평가제(선발예정인원제)가 도입됨에 따라 수험생 입장에선 무슨 수를 써서라도 마지막 절대평가인 올해 시험에 합격해야만 한다는 압박감이 대단했을 것이다.
국토교통부의 위탁을 받아 주택관리사 시험을 주관하고 있는 한국산업인력공단 전문자격국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해 역대 최저치인 762명이 합격해 탈락자들의 반발이 극심하게 일어났다”며 “이로 인해 감사원으로부터 2개월 동안 감사를 받고, 기관경고까지 당하는 큰 곤욕을 치렀다”고 한다. 그는 또 “올해는 적정선의 합격자를 배출하기 위해 별도의 자금까지 마련해 평가위원회를 구성하고 60% 정도의 합격자를 목표로 했으나, 신규응시자 외에 지난해 탈락한 수험생까지 몰린데다, 마지막 절대평가에 붙어야 한다는 절박감까지 작용해 결과적으로 80%가 넘는 합격자를 배출하게 됐다”면서 “이런 의외의 결과가 나온 건 절대평가의 명백한 한계”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부분의 자격시험이 비슷하긴 하겠지만, 주택관리사 시험은 특히 수험생일 때의 입장과 합격하고 난 후의 입장이 판이하게 엇갈린다. 지난해 청와대와 감사원을 두드렸던 탈락자들도 이번에 합격하고 나서부턴 생각이 바뀔 것이다. 막상 이 세계에 발을 들여 보니 취업을 하지 못하고 대기 중인 선배 기수가 상당수 적체돼 있기 때문이다. 바늘 하나 들어갈 틈도 보이지 않을 것이다. 처음엔 의연하던 사람도 6개월 이상 백수생활을 하다 보면 뒷돈을 써서라도 취업하고 싶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과다배출이 범죄자를 만드는 것이다. 
국토부와 산업인력공단의 입장도 이해 못할 바는 아니나, 내년부터 본격 시행하게 될 선발예정인원제만큼은 부디 큰 잡음 없이 공동주택 관리현장을 안정시키는 촉매제로서 역할을 하게 되길 바라 마지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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