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는 종합예술이다 <235>


김경렬 율산개발(주) 경영·지원 총괄사장

 

불법은 처벌규정이 있는 강행규정을 위반하는 것이고, 위법은 법을 위반한 것은 맞지만 죄형법정주의(罪刑法定主義) 원칙에 의해 처벌규정이 있는 것만 처벌하며, 편법은 법규를 정면으로 위반하지 않고 법망을 빠져나가는 것으로 한꺼번에 100 이상은 거래할 수 없다는 규정이 있다면 110을 55로 쪼개 거래해 처벌을 면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1. 지식인의 편법은 우매한 사람을 대상으로 한다
지식인이 아는 만큼 행동하고 문제해결에 참여해 사회적 문제를 바로잡아 사람들을 편하게 해야 한다는 ‘지식인의 의무’를 프랑스에서는 앙가주망(engagement)이라고 합니다. 만약 지식인이 자기 지식을 자기의 이익을 위해 비상식, 비공식, 비정상적으로 써서 목적을 달성하고 제재는 교묘히 피해가는 등 편법을 저지르기 위한 수단으로 사용했다면 그는 더 이상 앙가주망을 입에 담을 염치도 없고 아무도 그를 지성인으로 인정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공동주택 관리자의 급여는 겨우 생존할 정도고 입주민은 전문가로서 인정하기보다는 내 집을 관리하는 집사로 대우하고 있으니 관리업무는 돈벌이도, 명예도, 성취감을 위해 하는 것도 아닙니다. 그러면 전문 관리자로서의 지성과 참여를 위한 앙가주망은 무엇일까요?

2. 법은 상식이지만 편법은 지식을 악용한다
모듬살이에서 꼭 지켜야 할 상식을 어기는 것이 위법인데 위법의 기준은 다를 수 있으므로 무조건 탓하기보다는 관습의 상식을 이해하면 될 일입니다. 살인, 폭행, 절도, 사기, 부당이득 등 사회질서를 해치는 것은 모두가 인정하는 불법이지만 다른 사람을 해치지 않고 자기만 폐인이 되는 음주, 게임중독 등은 일정한 범위 내에서는 불법이 아닌 것처럼 많은 예외는 있습니다. 그러나 모르면 실수요, 알고 하면 고의지만 불법은 모르고 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성문법이 모든 것을 정하기는 어렵고 너무 다양한 불법행위를 모두 예측해 법으로 정할 수 없다는 법의 미비를 악용하는 편법은 상식을 믿고 사회지도층의 인격을 믿은 사람에게는 더욱 절망을 가져옵니다. 입주민이 보기에는 관리 전문가며 단지의 절대자인 관리사무소장도 그렇습니다. 고용조건, 급여 등 근로자로서 생활하기는 어려워도 관리자의 긍지는 지켜야 합니다.

3. 앙가주망(engagement)의 편법은 용서하기 어렵다
법을 위반해 세금을 안 내면 ‘탈세’, 처벌규정이 없다는 점을 이용해 세금을 안 내는 것을 ‘조세회피’, 법이 허용하는 범위에서 덜 내는 것은 ‘절세’입니다. 탈세는 불법이고 절세는 국가가 장려하는 합법인데 조세회피는 죄형법정주의의 허점을 이용하는 것이므로 편법입니다. 지식인이 자기의 지식을 이용해 법의 경계를 넘나들면서 불법이 아니니 법을 어긴 적이 없다며 오히려 ‘법도 모르는 것들’이라고 비웃고 있는 사회지도층을 우리는 너무 많이 보고 있습니다. 관리에도 그런 일이 있습니다. 동대표가 다른 대표들의 판단을 가로막고 억지주장을 합리화하는 것이나 소장이 입주민에 대한 배려보다는 업무편의를 위해 모든 것을 법대로 하자고 종 주먹을 들이대는 것 역시 지식을 편법으로 사용하는 것이지요. 왜 이러는 것일까요? 다른 사람들이 우매하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입주자대표회의 감사 1명을 추가 선출하기 위해 선관위에서 공고를 냈는데 후보자가 없어서 입대의 의결로 선출하려고 하니 갑자기 2명의 후보자가 생겼다면 감사의 주민직선 법리에 따라 다시 선관위에서 추진해야 할까요? 아니면 직선 절차는 이미 진행했으니 입대의 의결로 2명 중 1명을 선출하면 되나요? 주민직선을 피하려고 감사후보들이 편법을 쓰는 것이라면 문제입니다. 이 과정에 소장이 있다면 더 문제지요. 한줌도 안 되는 지식을 믿고 지성이 없는 전문가가 돼서는 관리의 앞길은 밝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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